〈 47화 〉여긴 어디? (2부 시작)
게임 속 세상에 들어와 하렘 생활을 이루고 행복한 나날에 빠진 나.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살았다.
그렇게 즐겁게 지내던 어느 날.
나는 하루 종일 섹스라는 위대한 도전에 나섰다.
그 결과 내 여자 여섯이 나에게 항복을 선언했고, 그 어느 날보다 커다란 만족감을 느끼며 숙면에 빠졌다.
남녀가 역전이 된 세상에서 육 대 일로 싸운 위대한 자지 전사인 나.
아무리 내가 위대한 자지를 가졌어도 육 대 일은 몹시 피곤했다.
겨울잠을 자는 곰처럼 나는 자연스레 깊은 수면에 빠졌다.
잠결에 나는 이상한 글자를 보았다.
[ 세 모녀의 사랑을 얻었습니다. ]
[ 플레이어 킬러의 사랑을 얻었습니다. ]
[ 멋진 업적을 달성하신 금태양님은 저희 ‘유니콘즈’가 만든 새로운 세상으로 입장하게 됩니다. ]
[ 짜릿한 경험을 위하여 플레이어의 스탯 최대치를 50에서 30으로 제한합니다. ]
[ 당신의 인생에 행운이 가득하길 바랍니다. ]
고작 다섯 줄에 불과한 문장들이 순식간에 내 꿈의 세계에서 스쳐 지나갔다.
너무 피곤했던 나는 제대로 읽지 않은 상태로 저 내용들을 넘겼다.
그렇게 곤히 잠에 빠졌다.
얼마나 피곤했는지 몸이 계속해서 깔아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잠을 자고 또 잤다.
일어나면 다시 다 따먹겠다는 그런 마음을 품고서 일단은 최대한 많이 잤다.
도대체 얼마나 많이 잤는지 이제는 눈을 감고 있을 수도 없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잠만 자던 나는 결국 눈을 뜨게 되었다.
화창한 날인지 따스한 햇살이 창을 통하여 내 얼굴과 몸을 비추고 있었다.
너무 오래 눈을 감고 있었던 탓에 시신경이 돌아오기까지 시간이 조금 걸렸다.
누워 있으려니 머리가 띵한 기분이라 일단 앉기로 하고 몸을 일으켰다.
뭐지? 몸에 힘이 하나도 없다.
올 스탯 50을 자랑하는 인간계 최강의 존재인 내가 이상하게도 몸에 힘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억지로 낑낑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나 주변을 둘러보던 나는 멘붕이 왔다.
여기는 병원이다. 병원.
내가 왜 집에 있는 게 아니라 여기서 깨어났지? 시발! 도무지 모르겠다.
그때였다.
머리가 찌릿찌릿하기 시작했다.
[ 새로운 세상의 김태양이 지녔던 기억을 전이합니다. ]
뭐야? 기억을 전이하다니? 이게 무슨 어처구니없는 알림이야.
이미 머리에 살아온 기억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기억이 새롭게 들어왔다.
기억은 금방 전이가 되었다.
그냥 평범한 남자의 삶. 이렇게 요약할 수 있을 거 같다.
적당히 소심하지만 때로는 적극적으로 도전도 즐기는 그런 평범한 소시민이 가장 잘 어울리는 남자의 삶을 살았던 젊은 청년이다.
이 김태양의 마지막 기억은 퇴근하고 돌아가는 길에 중앙선을 침범한 차량에 의하여 교통사고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내가 몰던 차량은 강한 충격을 받고 튕겨났고, 그래도 크게 다치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들던 순간 뒤에서 달려오는 차로 인한 연속적인 충격이 내 등으로 전해졌던 기억이 마지막으로 떠오른다.
끼이익. 쾅. 쾅 쾅.
이런 아찔한 상황을 경험하다 나는 그대로 의식을 잃었다.
병원으로 이송이 되었고, 이제야 기절했다가 깨어난 모양이다.
새로운 김태양의 기억이 들어왔기 때문일까? 나라는 사람의 성격이 조금은 달라진 느낌이 있다. 게임 캐릭터에 내가 영향을 받는 건가? 그런 것도 같다.
사람이 살아온 기억이란 참으로 무서운 거구나.
고민하던 나는 생각을 정리한 후 침상 위에 있는 벨을 눌렀다.
어쨌거나 지금은 간호사라도 불러야 할 상황이라고 여겨서이다.
그런데. 오질 않는다.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는다.
화가 나서 한 번씩 누르다 수차례 이상씩 버튼을 갈겼음에도 호출에 응하지 않고 있다.
성질이 난 나는 환자복을 보았다. X천 병원이라고 되어 있다.
아. 여기가 어디인지 알겠다.
여기는 강남에 있는 가짜 환자를 위한 병원이다. 환자에게 유리한 진단서를 끊어주어 보험료를 청구할 때 유리하다는 소문이 파다한 실력은 없는 병원이다.
주변 사람들의 경우 경미한 사고를 당하면 여기로 오기에 병문안을 왔던 기억도 있다.
의사들 마인드가 쓰레기라 병원 관리도 엉망인가 보네.
나는 투덜거리며 병원에 대하여 욕을 했다.
출퇴근하는 길상에 위치한 병원.
사고가 발생하고 가장 가까운 이곳으로 자연스레 나를 옮긴 모양이다.
멍하니 있던 나는 기분이 조금 이상하여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이런 젠장! 환자복의 상의만 입고 있고 아래는 휑하다.
이건 리얼 하의 실종이잖아.
무슨 병원이 이렇게 맛탱이가 갔는지 모르겠다.
나는 결국 직접 움직이기로 했다.
병실에 마련된 침대 옆 옷걸이에 걸린 환자복의 바지를 팬티도 입지 않은 노팬티 상태로 입은 나는 옆에 놓인 흔한 삼선 슬리퍼를 신고서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도대체 얼마나 오래 누워 있었는지 몸을 움직이는 사소한 일들이 너무 힘들었다.
시발! 억지로 몸을 움직이려니 몸의 여기저기가 비명을 지른다.
그렇지만 어쩔 수 없다.
너무도 조용한 병원.
일단 밖으로 나가야만 할 것같았다.
문의 손잡이를 잡은 나는 앞으로 문을 열었다.
이상하다. 힘을 주고 있건만 문이 열리지 않는다.
조금씩 밀릴 거 같은 기분도 드는 걸로 보면 문 앞에 무언가로 막아놓은 게 분명했다.
나는 몸에 힘이라고는 없건만 사력을 다하여가며 열심히 문을 밀었다.
영차. 영차. 어깨로 툭툭 칠 때마다 아주 조금씩 문이 열려나간다.
쌍욕을 박고 싶지만 욕을 할 힘도 없어말없이 낑낑거리며 문을 밀친 결과 겨우 어깨가 들어갈 정도로 문이 열렸다.
나는 열린 틈으로 복도를 바라보았다.
문 앞에 놓여 있는 많은 서랍과 책상들.
뭐지? 당황스럽다.
근데 시발 어떤 새끼가 여기에 이런 걸 잔뜩 쌓아둔 거야.
나는 문을 조금 더 밀어서 열고는 몸을 옆으로 튼 상태로 복도에 놓인 책상을 밟으며 밖으로 나갔다.
드디어 복도로 나온 나.
병원은 적막할 정도로 아무도 보이질 않는다.
복도의 중간에 있는 카운터에 있어야 할 간호사들도 없고, 중간에 보이는 진료실에는 당연하다는 듯 의사 선생님도 없다.
이게 도대체 뭐야? 그저 존나게 황당하잖아.
나는 그렇게 어처구니없음을 느끼고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밖으로 나왔다.
강남에 위치한 병원이라 바로 앞은 도로이고 조금만 움직여도 번화가가 나온다.
가짜 환자들에게는 최고의 위치에 있는 병원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세상에 마치 나 혼자만 존재하는 듯 거리가 차도 하나 다니지 않을 정도로 아주 고요하다.
주변에 새들이 없다면 정말로 철저하게 혼자만 있는 세상이라 여겨질 그런 상황이다.
꼬르륵.
낑낑거리며 문을 여는 과정에서 힘을 많이 사용했더니 몸의 신경이 살아나 몸은 그럭저럭움직일 수가 있다.
그런데 배가 너무 고프다.
굶어가며 잠을 잘 정도로 오래 누워 있었으니 어쩔 수 없는 생리현상이 아닐까 한다.
일단 편의점부터 찾자.
대한민국에 그렇게 많은 편의점인데 막상 아무것도 없는 상태로 찾으려니 잘 보이지가 않았다.
우왕좌왕하는 것보다 한쪽으로만 가자는 생각에 내가 자취하던 원룸이 있는 곳으로 이동을 하였다.
잠깐 움직이자 내가 진행하는 방향에 위치한 편의점이 보인다.
근데 생각하니까 나는 돈이 없고 저 편의점은 문을 열었는지도 모를 것 같은 상황이다.
일단 내원룸으로 가서 쉬면서 생각해야 할 것 같다.
걸어가기에는 살짝 피곤한 거리지만 어쩔 수 없지.
그런 생각을 하면 편의점 앞을 걸어 갈 때 모퉁이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캬라라락”
“크아라락”
고개를 돌려보니 밖으로 나와 처음 보게 되는 사람들이 있었다.
내 마음에 반가움이라는 감정이 생긴다.
쪼그리고 앉아 있는 젊은 여성으로 보이는 둘의 뒷모습.
길바닥에 앉아서 무언가를 참 맛있게 먹고 있는 듯 보인다.
내가 이런 사람이 절대로 아닌데, 허기가 너무 져서 그런지 무엇을 그렇게 맛있게 먹고 있는지 보고 싶어 졌다.
둘이 너무 열중하고 있는 거 같아서 조심스레 뒤로 다가갔다.
점점 가까워진다.
하지만 아직도 무엇을 먹고 있는지 보이질 않는다.
그저 그들이 기이한 소리를 내며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는 것만 느낄 수 있을 뿐이었다.
그래서조금 더 가까이 다가갔다.
이럴 수가. 이 미친 것들은 사람의 내장을 먹고 있었다.
선혈이 낭자한 시체를 허겁지겁 뜯어먹고 있는 끔찍한 현장이다.
“헉!”
나도 모르게 살짝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젠장! 사람의 시체를 뜯어먹던 여자 둘이 고개를 내가 있는 곳으로 돌렸다.
핏기라고는 없는 창백한 얼굴에 눈은 광기로 물들어 있다. 거기에 조금 전 시체를 뜯어먹느라 얼굴과 옷은 피로 범벅이 되어있는 상황.
이건 딱 봐도 정상적인 경우가 아니다.
서. 설마? 조. 좀비?!
내 머리에서 떠오른 생각은 딱 이거 하나였다.
나는 좀비 영화를 좋아한다. 분장하고 뛰어오는 사람들을 보면 그만큼 짜릿하기 때문이다. 근데 지금은 리얼 공포 그 자체였다.
“캬아악. 크큿 캬아아.”
마치 나라는 다음 타깃에 대한 명령이 머리에 입력이 되었다는 표정으로 보였다.
손을 내가 있는 곳으로 뻗으며 나를 향해 일어서서 달려들려는 좀비.
나는 빠르게 앞으로 달려가 좀비 여자의 관자놀이를 노리고 힘차게 발로 휘둘렀다.
퍽. 내 발등에 당한 여자 좀비가 옆으로 쓰러지며 함께 사람고기를 뜯던 친구 여자 좀비와 함께 쓰러졌다.
됐다. 나는 잠깐의 시간을 더 벌었다.
몸을 뒤로 돌린 후 존나게달렸다.
타다닥. 타다닥.
“캬라아악. 크아아악.”
뒤에서 이상한 소리를 내며 나를 향해 달려오는 두 좀비.
시발! 저것들 뭐야? 진짜 좀비인가?
일단 앞만 보며 달려가는 나는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다행인지 나를 잡아먹고 싶은 좀비들의 속도는 그렇게 빠르지가않았다.
조금은 여유 있게 좀비 둘을 따돌렸다고 생각하는 순간.
“캬캬아각.”
제기랄! 어디에 있었는지 모를 좀비들이 소리를 듣고는 지속적으로나타나고 있다.
나는 어쩔 수 없이 계속해서 달려야만 했다.
헉. 헉. 좀비를 떨어트리면새로운 좀비가 또 나타나는 아주 엿 같은 상황의 연속.
나는점점 체력이 떨어지고 있었다.
이러다 언젠가 잡혀서 저들의 먹음직한 양식이 되겠다는 끔찍한 생각이 든다.
그때.
눈이 부신 반짝거림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곳이 보였다.
내가 있는 곳의 왼쪽 편에서 거울의 반사를 이용하여 신호를 보내는 누군가.
마치이곳으로 오면 나를 구해주겠다는 걸로 추정되는 그런 빛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