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3화 〉혼이 날 여자
보통 일반적인 경우 누군가에게 두려움을 느끼게 되는 상황은 두 가지 정도가 있다.
상대가 나보다 강한 경우.
이 경우 내가 더 약하니까 어쩔 수 없다. 본능이 사람을 위축되도록 만든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몰매를 당할 수도 있는 경우.
인간은 타고나길 협동을 잘하는 종족이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곱상하게 표현하면 바로 협공이라 부르고 나쁘게 표현한다면 비겁한 몰매이다.
이 몰매의 경우 스스로도 부끄럽다는 걸 알고는 있는지 거창한 명분을 앞세우며 당연하다는 듯 자행되는 경우가 흔하게 발생한다.
이제 수호회가 해산을 결정하여 활동을 중단하게 되었다고 한다.
매거진에 실린 이상 이것은 확정이다.
무죄추정이 아닌 표적수사. 즉 유죄추정으로 플레이어를 찾는 수호회의 킬러들.
플레이어가 존재할 때에는 작은 잘못이 큰 성과라는 업적에 의하여 눈을 감아주는 구조로 운영이 되었으나 지금은 아니다.
플레이어가 없으니 그 잘못은 크게 다가왔고 활동을 정지하는 게 아니라면 킬러들을 통제할 수단이 없었다.
그 말은 내가 수호회의 많은 능력자들에게 몰매를 당하는 경우가 사라졌다는 걸 의미한다.
올 스탯 50을 자랑하는 나는 더 이상 채수지에게 두려움을 느낄 필요가 없다.
홀가분한 마음에 기분이 좋아진 나.
“여기 계신 모든 분들에게 팁을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회원님.”
나의 말에 상기된 클럽 유니콘즈의 직원들.
나는 그들에 팁을 무려 1원씩이나 더 주는 사치를 부리며 주문한 커피와 케이크를 다 먹지도 않고 밖으로 나왔다.
*****
엄마와 유사 성행위를 통하여 그녀의 성욕을 자극하고 있는 나는 큰 결실을 얻었다. 그녀의 보지가 분수를 펼치게 만들었다. 커다란 쾌락은 그녀의 심경에 변화를 주었는지 더 복잡한 눈빛으로 변했다.
나는 이제 방법을 바꿔야 할 때가 왔음을 직감했다.
지금은 엄마의 몸을 탐하는 아들이 아니라 사랑하니까 조금 기다려주는 아들로 보여야 한다.
그렇다고 멍청하게 마냥 기다릴 수는 없는 법.
나는 유라 누나를 이용하여 엄마의 마음을 바꾸려고 작업에 들어갔다.
내게 박혀가며 엄마에게 문자를 보내는 유라 누나.
- 엄마. 요즘 힘들어 보이는데 큰 딸을믿고 힘을 내세요. 파이팅!
- 힘들 때 나에게 이야기도 하지 않으면 엄마를 미워할 거야.
- 누가 엄마를 괴롭히면 이야기해! 내가 다 혼을 낼 거야.
김유라가 꾸준하게 보낸 문자가 결국 통하는 모양이다.
드디어 엄마에게서 답장이 왔다.
- 우리 딸. 항상 고마워. 저녁에 일 끝나면 둘이서 술이나 할까?
- 저야 좋죠. 엄마. 내가 먼저 퇴근하니까 엄마 직장 앞에서 만나요.
빠르게 답장을 보낸 유라 누나.
그렇게 둘은 한 잔을 하기로 했다.
유라는 엄마의 퇴근 시간에 맞춰 직장 앞으로 같다.
태양과 유리를 두고서 엄마와 만나는 유라 누나. 화이팅!
가까운 호프집으로 간 모녀는 밝은 분위기에서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엄마가 무슨 일이야? 회식을 해도 술은 거의 마시지 않던 사람이잖아.”
“요즘 생각이 많아서 술이 당기네.”
“힘들고 지치면 당근 마셔야지. 내가 책임질 테니까 부담 가지지 말고 마음껏 마셔.”
“언제나 믿음직스러운 우리 집 장녀 유라. 엄마가 너무 사랑한다.”
“저도 엄마를 사랑해요.”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이어진다. 둘은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연거푸 술잔을 비웠다.
김유라는 사실 술을 마시는 척하며 대부분을 바닥에 버렸다.
엄마는 딸과 함께 술을 마신다는 생각에 열심히 달렸고 그 결과 벌써 취기가 오르고 있는 중이었으나 김유라는 술을 거의 마시지 않은 탓에 아주 멀쩡했다.
술에 취하면 같은 말과 행동을 반복하는 주사를 가진 김유라.
그녀의 주사를 싫어하는 동생 태양으로 인하여 유라는 당분간 술을 마실 생각이 없었다.
여자가술은 끊어도 남자의 좆은 못 끊지.
김유라의 확고한 의지였다.
“유라야 엄마에게 가족을 얼마나 소중하게 여기는지 잘 알지?”
“그거야 당연히 잘 알지.”
술이 들어가자 마음에 있던 말을 내뱉기 시작하는 엄마.
“나는 진-짜 너희를 위해 최선을 다했어.”
“그건 더 잘 알지. 친엄마는 아니지만 다들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
“... 그. 그래?”
“설마 모를 거라고 생각한 건 아니지?! 엄마.”
“... 그. 그게.”
강주연은 모를 거라 생각했다는 말은 차마 하지 못하였다.
“다들 엄마에게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
“다들?”
“응. 태양이가 가장 늦게 알은 거 같더라. 막내인 유리도 벌써 알고 있었는데 말이야. 하여튼 남자가 생각이 없어. 거기다 그런 걸 알았으면 슬픈 척이라도 해야하는데 듣고 좋아하더라. 한참 전에 그거 보고 당황했다니까.”
“... 그렇구나.”
생각하니 자신이 너무 바보 같은 강주연.
고등학생이 되었을 때 임신을 했다는 거짓말부터 시작해서 줄줄이 애를 셋이나 놓았다는 심하게 황당한 이야기. 과연 이걸 애들이 진짜로 믿기를 원했던 걸까? 아무리 어려도 기억에 남은 친부모의 잔상이라는 흔적이 있는데 말이다.
그런 것들이 빤히 보임에도 불구하고 강주연은 그렇게 믿고 살았었다.
‘아아. 아마도 나는 나 자신을속이려는 노력을 했나 보구나.’
“우리는 가족이 아닐까? 유라야!”
“무슨 기분 나쁜 소리야 엄마. 무조건 가족이지. 엄마는 가족을 조금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어.”
“이상하게?”
“응. 가족은 어떻게 해도 그냥 가족이야. 그러니까 어떤 형태라도 그저 존재하기만 하면 되는 거야.”
“어떤 형태라도? 그게 말이 되는 거야?”
유라는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분위기를 깔았다.
“나는 말이야 엄마! 내 동생이 내 남편이 되어도 가족으로 존재하기만 하면 좋겠어. 이러면 가족이 어디 가질 않고 무너지지도 않잖아.”
“...너. 너. 무슨 그런 황당한 소리를 하니? 너는 설마 태양이를 남자로 볼 수 있어?”
“응. 당연하지.”
“뭐라고?”
당황하여 크게 외치듯 말을 한 강주연.
술집에 있던 사람들의 이목이 몰리자 자신의 목소리가 너무 컸다는 걸 느낀 그녀는 주변을 둘러보고는 잠시 고개를 숙였다.
“왜 그렇게 놀라?”
“놀라야 정상 아니야?”
“잘 들어. 엄마! 나는 동생이 너무 잘 생기고 귀여워서 좋아. 그런데 알고 보니까 결혼해도 문제가 없는 사이라고 하네. 그럼 같이 살면 되니까 고민할 필요가 없다는 거지.”
“너 설마 태양이랑 아니지?”
“지금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엄마.”
“아. 아무것도 아니야.”
“쉬운 걸로 고민을 하고 있네. 엄마는.”
머리를 깔끔하게 만들고 싶어 딸 유라를 부른 강주연은 마음은 점점 더 복잡하게 변해갔다.
하지만 그녀는 의지가 되는 유라와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그녀가 오늘 딸 유라와 했던 대화. 아마 평생 잊을 수 없을 거 같다.
‘내가 아들을 때론 남편으로 생각하고 살아도 가족은 맞아. 그래! 중요한 건 가족이야.’
*****
나는 채수지가 등교를 했다는말을 듣고 그대로 옥상으로 향했다.
옥상의 다 낡은 소파에 앉아 주변을 둘러보다 모바일 게임을 하면서 적당히 시간을 때우고 있을 때 채수지가 옥상의 문을 열고 들어왔다.
국방색의 오버 핏 잠바를 입은 작고 귀여운 그녀.
보석처럼 빛나는 맑은 눈과 고양이 같은 귀여운 얼굴을 보고 있노라면 혼을 내고 싶은 마음도 사라질 것 같은 여자였다.
“너 뭐야?”
대뜸 튀튀 거리는 말투로 나를 노려보는 채수지. 역시나건방지다.
넌 교육이 확정이야.
“보면 모르냐? 옥상에서 시간 때우려고 왔잖아.”
“내가 등교하면 여긴 나만의 구역이야. 그러니까 넌 꺼져.”
불쾌한 표정과 언행으로 나를 자극하는 채수지.
플레이어라 추정되는 자를 대하는 그녀의 방식이다.
나는 썩은 미소를 지으며 채수지가 화가 나도록 도발하며 그대로 자리에 앉아 있었다.
“야 금태양. 너 뒤지게 맞을래?”
피식. 나는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하수를 바라보듯 시선을 내리깔며 채수지를 응시했다.
때론 말로 화가 나게 만드는 것보다 이렇게 표정만으로 상대가 열이 받도록 만드는 게 더 좋은 경우도 있다.
“너 후회하지 마.”
나에게 최후의 경고를 날린 채수지.
후다닥. 그녀는 차가운 표정을 하고서 빠른 속도로 나에게 달려왔다.
작은 체구에서 폭발적인 속도가 나온다.
인간이 낼 수 있는 최고의 속도.
하지만 이게 최고라면 나는 기쁘다.
내가 힘을 아낌없이 사용할 경우 충분히 할 만하다 아니무조건 이기는 상대의 힘이다.
쉬잉. 탁 탁. 퍽.
빠르게 달려오다 옆에 놓인 의자를 밟아 도약까지 한 그녀는 몸을 틀며 나의 얼굴을 향하여 강력한 킥을 날렸다.
수호회의 킬러다운 군더더기 없는 아주 깔끔한 동작이다.
퍽. 턱. 나는 채수지의 빠른 발차기를손으로 막으며 방어하였다.
쉬잉.
조금의 당황함도 없이 몸을 회전시키며 뒤돌려차기를 시도한 채수지.
퍽. 턱. 하지만 이번에도 그녀의 공격은 나의 손에 의하여 사전에 차단되었다.
나는 그녀의 발목을 잡은 손에 힘을 주며 몸을 회전시켰고, 채수지의 뒤에서 그녀의 목을 잡았다.
그런 상태로 그녀를 눌렀다.
옥상의 낡은 소파에 몸이 짓눌러진 채수지.
“이익. 이이이.”
채수지가 나에게서 벗어나려고 힘을 주고 있다.
하지만 어림도 없었다.
“채수지! 넌 좆 된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