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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화 〉라면 먹고 갈래? (23/121)



〈 23화 〉라면 먹고 갈래?

입보지로 내가 사정하게 만들었다. 이제 플레이어가 아니라고 판단을 내렸을 채수지.

그녀는 당분간 나에 대한 의심을 거두지 않을까 싶다.

기분이 좋아진 나는 홀가분한 마음으로 하교를 했다.

유리는 오늘 야외 수업이 있다고 하여 같이 집으로 가지 못한다.

간만에 존나게 따먹어 주려고 벼르고 있었는데 아쉽다.

“금태양!”

“어 누나! 또 여기서 만나네.”

나는 또다시 조이연을 만나게 되었다. 집에서 학교로 향할 때 통과하게 되는 공원. 지난번에도 여기서 이 누나를 만났는데 이번에도 여기에서 만났다. 조금 신기하다.

그때와 차이라면. 그때는 오전에 만났고 지금은 오후라는 거 정도가 아닐까 싶다.

이렇게 만날 확률은 엄청 낮은데 만날 사람은 어떻게든 만나게 되는 모양이다.

조이연은 달라붙는 원색의 티와 레깅스를 주로 입는지 색을 제외하면 패션은 대체로 비슷했다. 볼륨이 괜찮은 걸 강조하고 싶은지 몸에  달라붙는 형태를 선호하는 여자인데 은근 꼴리는 포인트를 많이 보유하고 있는 먹음직한 여자이다.

“누나 알바는?”

지난번 오혜수와 나는 이 시간대에 편의점을 방문했었다. 지금은 누나가 알바를 해야 하는 시간이 아닐까 싶어서넌지시 물었다.

“나 그만뒀어.”

“오오. 취직이라도 했어?”

“취직은 개뿔! 좀 쉬고 싶어서. 하고 싶은 일도 있고.”

“이야.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다니. 누나 성공한 인생이네.”

“성공은 무슨! 취직이 되지 않으니까 이렇게 말을 하는 거야.”

터억. 나는 조이연 누나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힘내! 누나는 착하니까   거야.”

“뭐야 너. 누나 부끄럽잖아.”

내가 어깨에 손을 올리자 조이연은 무척 부끄러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볼을 심하게 붉히면서도 끝끝내 나의 손길은 거절하지 않는 아주 바람직한 모습은 나를 흡족하게 했다.

수줍은 조이연 누나를 보고 있으니 내 안에 가득한 장난기가 발동하게 된다. 기습적으로 설레는 농담을 날려주겠다.

“누나 혼자 살아?”

“어. 나 자취 해.”

이상하다. 일우가 여기 주변에 사는데 누나가 혼자 돈 아깝게 여기 주변에서 자취를 할 필요가 있나 싶다.

“근데 그건 왜?”

“라면이 먹고 싶어서. 컵라면 말고 끓인 라면 말이야.”

“아! 그렇구나. 라면은 내가 엄청 잘 끓이는데?!”

반짝이는 눈망울로 내 대답을 기다리는 그녀. 적당히 농담만 하려고 했는데, 받아주고 싶어 진다.

“그래? 실력 발휘 콜?”

“콜!”

그렇게 나는 조이연 누나의 자취집으로 향했다. 약 7분 정도 걸어가자 다세대 주택이 나왔다.

마치 남의 집을 몰래 들어가려는 듯 주변을 살핀 조이연이 작은 목소리로속삭였다.

“여기 4층 옥탑이 내 자취방이야. 조용히 빨리 올라가자.”

“오케이”

조이연이 작게 속삭거리는 통에 나도 덩달아서 작게 속닥거리게 되었다. 그렇게 도둑놈 마냥 조용히 4층? 옥탑으로 향했다.

“근데 진짜 자취하는 거 맞아?”

“... 어 맞아. 여기 나 혼자 지내니까 자취지.”

“말이 좀 이상한데?”

“아. 밑에 집은 부모님이 사시거든. 그래도 여기에 나 혼자 있으니까 자취가 맞잖아.”

부모님과 같은 집에 살지만 옥탑에서 생활하니까 나는 자취를 하는 거다? 조이연의 논리는 뭔가 쌈빡하잖아.

조이연이 문을 열고 우리는 옥탑에 들어갔다. 생각보다 말끔하게 잘 정리가 되어 있는 방이었다.

“옥탑에 부모님이 갑자기 올라오시는 거 아니야?”

“걱정하지 마. 내가 평소에 간섭받는 거 싫다고 성질을 자주 부려서 전화로 연락하고 허락을 받아야 올라오셔.”

“그렇구나.”

집에 뭔가 재미난 물건이 없을까 싶어 여기저기 뒤적거렸는데 조금 실망이다.

“무슨 라면을 끓일까?”

“라면은 매운 게 좋지.”

“계란은? 치즈도 넣을까?”

“그런  알아서 해.”

보글보글. 라면이 끓으면서 방으로 라면 냄새가 퍼져나갔다. 출출했는데 빨리 먹고 싶다.

턱. 조이연이 작은 상을 펴더니 내 앞에 라면을 펼쳤다.

“밥 필요하면 이야기해. 전자레인지에 데워줄 게.”

혼자 사는 여자마냥 있을 건  있었다. 자취와 유사하기는 하다.

“근데 나 혼자 먹어?”

“어. 혼자 먹어.”

“누나는 라면 싫어해?”

“그건 아니고 따로 먹고 싶은  있거든.”

“따로 먹고 싶은 거? 그게 뭔데?”
“그. 그런 게 있어.”

“설마 나?”

“흐이익! 무. 무슨 소리야.  왜 나를 당황하게 만들어.”

“농담이야. 농담. 당황하는  보니까 귀엽네.”

“여. 여자에게 늠름하고 씩씩하다고 해야지 귀엽다가뭐야?”

“누나! 귀여운 여자가 인기 좋은 거야.”

후우 후우. 나는 바람을 불어가며 라면을 먹었다.

기분 좋게 라면 한 그릇을 때린 내 앞으로 조이연이 지난번처럼 오렌지주스 주스를 내밀었다.

“누나는 센스가 있네. 생큐!”

“어서 먹어.”

꿀꺽.

“내가 먹는데 누나가  침을 삼켜? 먹고 싶어? 그럼 누나가 먹을래?”

“아니야. 아니야. 나는 많이 먹어서 괜찮아.  어서 먹어.”

벌컥벌컥.
나는 상남자가 무엇인지 보여주기 위하여 음료를 단숨에 다 마셨다.

“캬아. 콜라가 아니라 좀 아쉽네.”

“콜라는 탄산 때문에 별로야.”

“그 맛에 먹는 건데.”

“너 티비 좀 보고 있어. 나 설거지하고 올게.”

조이연은 바로바로 설거지를 하는가 보다. 집이 깨끗한 걸 보니 성격이 깔끔한 여자가 분명하다.

나는 옥탑에 있는 작은 소파에 옆으로 누워 티비를 틀었다.

군대 체험 프로가 방송되고 있었다. 몸이 좋은 남자가 당황하며 바보짓을 하자 여자 조교에게 지적을 받는 장면이 나왔다.

별로 재미가 없어서 채널을 돌릴까 하는 순간에 진흙탕 싸움이 나왔다. 진흙탕 밖으로 밀어내면 이기는  원시적인 다툼 말이다.

오우야. 이게 진짜 꿀잼이다. 여자들이 서로 밀치다 보니 젖이 출렁이다 가슴을 드러내게 되는 등 난리도 아니었다. 마지막에는 웃통을 까면서 세리머니를 하는 여자까지 나오는 걸 보니 이거 야한 프로그램이 아닌가 싶은 생각마저 들었다.

그렇게 키득키득 거리다가 기억을 잃었다.

*****

“태양아. 일어나. 여기서 잠이 들면 어떻게 해?”

조이연은 자신의 소파에 누워 잠에 빠진 금태양을 흔들었다.

“여기서 잠들면 큰 일이 나는데, 정말로 여기서  거야?”

조이연의 입가에는 몹시 위험한 미소가 걸려있었다.

“너 계속 자면 누나가 너에게 어떤 장난을 할지도 모르는데 진짜 이럴 거야? 마지막으로 묻는 거야.”

곤히 잠이 들었는지 금태양은 대꾸를 하지 않았다.

“이제 끝났어. 너 어떻게 되어도 이 누나는 몰라.”

조이연은 금태양을 번쩍 들어서 침대로 옮겼다.

둑둑둑. 그녀의 심장이 요동을 치기 시작했다.

조이연은 금태양의 앞에 최대한 몸을 밀착시키며 그를 바라보았다.

잘 생겼다. 정말로 나이스한 미남이다. 남자의 하얀 피부를 누구보다 좋아했었는데 그것은 철저한 착각이었다. 인물이 너무 훌륭하면 피부가 하얗건 노랗건 아무런 상관이 없다.

“드디어 일주일간의 내 고생이 보상받는 거야.”

금태양이 편의점에서 자신에게 돈을 빌려간 이후 그가 어떤 남자인지 염탐에 나섰던 조이연이다. 날라리라 술집을 자주 다닐 거라 예상했는데, 생각보다 집에 있는 빈도가 높아 당황스러웠다.

조이연은 기회가 많을 거라 여겨져 그대로 편의점 알바를 그만두고, 본격적인 염탐에 나섰다. 어차피 그만두려고 했던 일이다. 지금처럼 마음에 드는 남자가 생겼을  그만두자 싶어 조금 빨리 그만두었을 뿐이다.

편한 활동복을 입고서 동생이 다니는 육봉고 대학반 주변을 살핀 결과 금태양의 집과 그의 행동 패턴을 파악할 수 있었다.

그리고 준비를 했다. 수면제가 든 음료.

이걸 먹이고, 집으로 데려와서 약점을 잡는다.

이게 조이연의 1차 계획이었다.

시작부터 조짐이 좋았다.

하지만 성공 직전에 나타는 금태양의 누나 때문에 한 차례 실패를 했다.

하지만 괜찮았다.

왜냐하면 나는 기다릴  아는 노련한 사냥꾼이 때문이다.

금태양 같은 초절정의 훈남을 사냥하기 위해서는 인내가 필수이다. 이렇게 실패하는 건 당연하다 여기며 차분하게 기회를 노렸다.

그런 나에게 라면을 먹고 싶다고 먼저 이야기를  금태양.

“하아아. 이건 니가 나를 이렇게 만든 거니까. 전부 너 잘못이야. 금태양.”

흥분한 조이연의 마음에 불을 붙이는 금태양의 라면 먹고 가겠다는 말.

이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르는 성인 남자와 여자는 없다.

“나를 놀리려고 장난을 쳤는지 모르겠는데 넌 그런 말을 한 것에 대한책임을 져야 해.”

편의점에서 자신을 유혹한 금태양이 내 자취방에서 라면을 먹고 가겠다는 도발마저 하였다.

내가 이렇게 하더라도 나쁜 짓은 아니라고 여기며 스스로를 포장하는 조이연이다.

“너는 내가 끓여준 라면을 먹었으니까 나는 너를 따먹을 거야. 금태양. 나는 입이 아닌 보지로 너를 먹을 거야.”

정이연은 천천히 금태양의 교복 셔츠의 단추를 벗겼다.

단추를 하나 풀 때마다 보지에서 전기가 흐르는 듯 강력한 쾌감이 느껴졌다.

그렇게 다 풀어버린 상의. 까진 남자답게 교복의 내부에는 아무것도 입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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