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화 〉수치 플레이
“주말에 잠도 못 자고 나오니까 짜증이 나네.”
날이 밝도록 늦은 잠을 자야 마땅한 나른한 토요일 오전. 나는 집을 나섰다.
내 목적지는 주변의 공원. 오늘은 학교의 통인 채수지를 만나기로 한 날이다.
그녀를 대상으로 진정한 좆뱀이 되어야 한다. 연습으로 상대한편의점 조이연 누나 유혹은 성공한 기분이다. 내 실력이 채수지를 상대로는 어떤 결과가 나올지...
일진 여자들을 순식간에 제압하는 압도적인 무력.
성욕이왕성한 여자가 남자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는 기이한 성격.
전학을 왔으나 과거의 행적을 알 수가 없는 특이한 과거의 흔적.
이 셋을 종합하면 채수지는 플레이어 킬러에 가장 근접한 사람이다.
내가 남녀역전 패치로 세상의 기준을 많이 바꿨으나 플레이어 킬러가 존재하는 세계관은 어쩔 수 없이 그대로 두었다. 이 설정을 바꾸려면 제작사의 툴을 모조리 갈아엎어야 하는 방대한 작업이 필요했기에 엄두도 내지 못하고 그냥 두었다.
게임에서야 죽으면 세이브 포인트로 로드를 하면 그만이다.
크게 문제가 되지도 않고 오히려 짜릿함을 주는 요소라 여겨지기도 하는데, 인생은 다시 돌릴 수 없으니 그저 조심히 살아야만 한다.
채수지를 상대로 플레이어로 보이면 위험하다. 일반적인 일진 남자로 보이도록 준비는 했으나 실제로 그녀를 마주한다면 얼마나 잘 대처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정신을 단단히 차리자. 금태양!
“어이 썬! 왔냐? 오늘은 아주 제대로 좆뱀이네.”
오혜수는 약속 장소에 먼저 나와 기다리고 있었다. 채수지의 의심을 피하기 위하여 마음에 들지 않는 화사한 분위기의 옷을 입었더니 좆뱀이라고 나를 놀린다.
입은 놀리고 있으나 눈빛은 군침을 흘리는 표정이다. 언제나 일관성 있게 말과 행동이 따로 노는 오혜수는 참 귀엽다.
“야! 무슨 일진 년들이 오전부터 만나냐? 니들 저녁에 활동하는 거 아니야?”
“니가 일진을 알아?”
“내가 알아야 되냐.”
“시끄럽고! 나를 따라와.”
오전에 나를 부른 주제에 대뜸 따라오라는 그녀. 나는 오혜수의 뒤를 따르며 그녀의 뒤태를 감상했다. 탱글탱글한 엉덩이가 씰룩이는 자태가 박음직하다.
오혜수는 공원 주변에 있는 주상복합 건물로 들어갔다. 그녀는 이 건물의 보안 카드를 소지하고 있어 엘리베이터를 타고 상가가 아닌 주거지로 향했다.
“요즘 양아치들은 이런 고급 아파트에서 모임을 가지냐?”
“여기 우리 집이야.”
“헐. 난감한 상황이네.”
왠지 이렇게 말을해줘야 할 것 같았다.
스윽. 발뒤꿈치를 들며 까치발을 한 오혜수가 나에게 다가와 내 어깨에 손을 올렸다. 그리고 얼굴을 내 귀에 가져다 되더니 작게 속삭였다.
“가만히 따라와라. 그럼 혼내지 않을 거야.”
오혜수와 나는 머리통 하나라는 신장 차이가 존재한다. 발꿈치까지 치켜세우고 위협하는 모습은너무 귀여워 깨물어 주고 싶을 지경이다.
나는 짐짓 겁먹은 행동을 하면서 오혜수의 집에 들어갔다.
럭셔리 주상복합의 펜트 하우스 거주민이라니. 오혜수의 집은 상당한 부자인가 보다. 집을 구경하고 있으려니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너 이렇게 부자인데 친구들 삥을 뜯어?”
“그건 내 취미 생활이야.”
“하여튼 있는 년들이 더 하네.”
오혜수가 상당한 부자라는 사실은 이곳에 온 이후 가장 큰 충격이다.
“뭐 줄까?”
“아무거나 가져와.”
오혜수는 부엌으로 가더니 이것저것 분주하게 챙겼다. 나는 소파에 앉아 그녀가 오기를 기다렸다.
티비 옆에는 나이가 아주 많은 늙은 할아버지와 찍은 고등학교 졸업 사진이 있었다.
“야! 이 할배는 누구?”
“내 꼰대.”
“너희 아버지 왜 이렇게 늙었냐?”
“남자 주제에 바람을 많이 펴서 그런가 보지.”
“뭐?”
괜히 아픈 곳을 긁었나 싶어 말투를 조금 낮췄다.
“우리 아빠는 돌아가신 엄마의 애첩이야.”
“너희 아버지 이 얼굴로 애첩이 가능하냐?”
간단한 주전부리를 잔뜩 챙겨 나온 오혜수는 거실 탁자에 음식을 내려놓고 어딘가로 가 무언가를 가지고 왔다.
“잘 봐. 우리 아빠 젊었을 때 사진이야.”
젊은 시절에는 꽤나 잘 생긴 분이다.
“너희 아버지는 나이가 정말로 많으신가 보네.”
“꼰대 나이는 오십이야.”
“어?”
“좆뱀질 하다 삭아서 지금은 요양 병원에 계셔.”
아아. 생각난다. 이 게임에서 남자는 성관계를 많이 하면 노안이 빨리 온다. 늙지 않으려면 현질을 해야만 한다. 물론 패치가 적용된 나에게는 해당 사항이 없다.
“이런 이야기를 해도 돼?”
“소문나면 어차피 너야. 뒤지게 처맞을 용기가 있으면 해.”
나에게만 가족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오혜수. 그녀가 귀엽게 보인다.
“그럼 너 혼자 사는 거야?”
“그렇지 뭐.”
오혜수가 부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니 사람이 조금 다르게 여겨진다.
“야 좆뱀. 내가 부자라 달리 보여?”
아무래도 오혜수는 나에게 돈 자랑을 하려고 부른 듯. 그런 거에 응해 줄 마음은 없지.
“전혀!”
“너 나에게 잘하면 돈도 줄 게.”
이게 말로만 듣던 성상납 요구의 현장인가.
나 금태양은 여자를 따먹는 일은 즐겁지만 좆뱀으로 성공할 생각 따위는 전혀 없다.
“닥쳐.”
“너 여기 방음도 잘 되는 곳인데 내가 안 무서워?!”
“까고 있네.”
“하여튼 겁도 없는 새끼야.”
적당히 집 구경을 끝낸 나는 오혜수와 과자를 먹으며 이런저런이야기를 나눴다.
“오늘 일진 만나는 건?”
“그건 일곱 시야.”
저녁 일곱 시에 만나는데 오진 열 시에 사람을 불렀다. 오혜수는 어지간히도 내가 보고 싶은가 보다.
“미친년아. 사람을 왜 이렇게 일찍 불러?”
“태양아. 너 저번에 했던 말 있잖아.”
내 말에 답은 하지 않고 다른 말로 화제를 돌린다. 원하는 걸 이야기하려나 보다.
“뭐?”
오혜수는 똥이 마려운 강아지마냥 낑낑거리며 하고싶은 말도 제대로 못 하고 있다.
“그 수. 수치플 말이야.”
“아. 그거! 하고 싶어?”
“니. 니가 정 나에게 해주고 싶다면. 나는 뭐 거절하지는 않으려는 생각 정도는. 하고 있지 뭐.”
“빙빙 돌리지 말고 똑바로 말을 해.”
“하고 싶어.”
토요일에 나하고 진하게 놀고 싶어서 최근 며칠간 사람을 피곤하게 만들지 않은 모양이다.
“너 감당할 수 있겠어?”
“야! 나 오혜수 육봉고 부통이야. 남자 새끼의 앵앵거리는 수치플도 감당 못할 것 같아?”
“처녀 주제에 아가리는”
“내. 내가 처녀로 있는 건 그냥 피곤해서 그런 거야.”
“아. 예”
일시적으로 작은 정적이 찾아왔다. 나는 수치 플레이를 원하는 오혜수를 괴롭혀주기로 마음을 먹었다.
“야 오혜수. 지금부터 내가 주인이고 너는 노예야. 알겠어?”
“우리 지금부터 수치플을 하는 거야?”
오혜수의 표정이 아주 밝아졌다.
뭔가 오해하는 오혜수. 그녀에게 제대로 알리겠다. 지금부터가 아니라 이미 시작했음을.
찰싹. 나는 오혜수의 뺨을 때렸다. 살짝 때리려 했는데 스탯 50이라 힘조절에 실패했다.
고개가 돌아간 오혜수의 입가에 피가 흐른다. 괜스레 미안하다.
“너 제대로 하려고 단단히 마음먹었구나. 나도 열심히 할게!”
아무래도 이런 걸 좋아하나 보다. 그렇다면, 남자가 응해줘야 마땅하지.
퍽. 나는 오혜수를 발로 찼다.
“내가 니 친구야? 어디서 반말이야. 교육이 끝날 때까지 넌 암캐야 암캐! 따라 해! 저는 암캐입니다.”
“저는 태양님의 암캐입니다.”
이제 확실히 알겠다. 초반에 쉽게 공략 가능한 여자는 랜덤으로 특징이 부여된다. 내가 처음 이 게임을 했을 때 만난 고아원 동기는 항문 섹스 중독자라는 설정이 있어 매일 뒷구멍만 쑤셨다. 오혜수는 아무래도 굴욕 플레이를 좋아하는 여자로 보인다.
굴욕을 좋아하는지 확인하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나는 오혜수의 머리를 발로 눌렀다. 그녀의 얼굴을 발바닥으로 비비던 나는 내 발을 그녀의 입술에 가져다 놓았다.
“빨아.”
“아. 알겠어... 요”
날름. 날름. 오혜수가 혀를 내밀어 내 발을 빨고 있다. 오우야. 발가락은 그저 간지럽기만 한 곳이라 여겼는데 전혀 아니다. 남자의 발에 이렇게 다양한 쾌락의 감각이 존재하다니. 짐작도 하지 못했다.
발가락을 빠는 건 굴욕적인 플레이를 좋아한다는 뜻. 나는 이곳 세상에서 1%도 되지 않는다는 귀한 여자를 만났다. 너를 제대로 대접하겠다.
나는 오혜수의 머리카락을 움켜잡고 일으켜 세운 후안방으로 갔다.
“아. 아야. 아파요. 태양님”
“아프라고 하는 거야.”
침대를 향해 그녀의 머리카락을 밀었다.
“아아악”
아프게 잡아당기지도 않았는데 과한 행동을 보이며 침대로 날아가는 오혜수. 정말 이 놀이에 푹 빠져 있음이 느껴진다.
침대로 올라간 나는 그녀의 청바지 단추를 풀어버린 후 거칠게 바지를 벗겨버렸다. 망사로 된 검은색의 실크 팬티가 내 눈을 유혹하고 있다.
안방에 있는 의자를 가져와 자리에 앉은 나는 발가락으로 그녀의 보지를 비볐다. 팬티를 사이에 두고 그녀의 보지가 내 발바닥으로 느껴진다.
“흐윽. 으응”
엄지발가락으로 보지를 계속 비비자, 팬티의 가운데가 흥건하게 변했다.
“이 암캐야. 하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