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화 〉편의점 알바
“야 금태양. 너 일루 와”
학교가 끝나고 집으로 갈 무렵이었다. 일진 오혜수가 나에게 다가왔다.
“니가 와.”
“귀여운 새끼. 앙탈은”
오혜수는 멋쩍은 웃음과 함께 내 앞으로 다가왔다.
“주말도 아닌데 왜?”
“아무리 너라도 좀 불안해서 말이야.”
“불안하다니 뭐가?”
“채수지 말이야. 그년이 진짜 여간 까탈스러운 년이 아니란 말이야.”
“그 정도야?”
“너도 당해보면 알 거야. 잔뜩 긴장해야 한다는 소리지.”
뭐라고 답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내가 이곳에서 2048년 최고로 유행하던 남자의 패션 스타일인 금발에 태닝을 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출신 자체는 겜돌이지 좆뱀이 아니다.
“하지 말까?”
“누가 남자 새끼가 아니랄까봐 겁나냐?”
“겁은 무슨.”
채수지가 플레이어 킬러가 분명하다면 당연히 두려울 수밖에 없다. 그것들은 각자가 개별적으로 힘이나 능력을 보유한 강자들이란 말이다. 거기다 하나로 부족하면 여러 명이 협공도 한다. 게임사에서는 쫄깃함을 제공하라고 넣은 존재들이다. 시발! 너무 쫄깃해서 미칠 것 같잖아.
“좆뱀 새끼! 존나 졸았네. 걱정하지 마. 이 누나는 다 계획이 있어.”
“계획? 그게 니 머리에서 나올 단어가 맞냐?”
“뭐래! 일단 따라와.”
오혜수는뭔가 계획이 있어 보인다. 따라간다고 손해가 되지는 않을 듯 여겨져 그녀의 뒤를 따라서 움직였다.
그녀를 따라 대략십분 정도 걸었다. 오혜수는 학교 뒤쪽에 있는 편의점 앞에 멈춰 섰다.
“여긴 뭐 있냐?”
“편의점이 편의점이지 뭐 있겠냐.”
“그럼 왜 왔어?”
“일단 들어가자.”
딸랑딸랑. 오혜수가 편의점의 문을 열고 내부로 들어갔다. 문에 달린 알림 종이 울리며 우리가 들어왔음을 알렸다. 편의점 내부에서 창고를 정리하던 누나가 카운터로 나왔다. 그냥 평범한 편의점이다. 오혜수가 도대체 왜 나를 이곳으로 데리고 왔는지 모르겠다.
특별한 목적도 없이 주변을 둘러보던 오혜수는 편의점 내부에 마련된 테이블로 가서 앉았다. 나는 그녀 앞에 가서 착석을 했다.
“맞춰 봐”
“너 배고프냐?”
“왜 고프면 고단백질의 니 정액이라 좀 주게?”
나에게 관심이 상당하지만 언제나 툴툴거리는 오혜수다. 그녀는 농담을 해도 꼭 성적인 농담만 주로 하면서 본인의 음흉한 욕심을 충족시키려는 기질이 다분하다. 나는 그런 걸 아주 좋아 한다.
“다이어트로 내 정액만 먹고살겠다면 못 줄 것도 없지.”
“마. 말로만 들었던 정액 급식?!”
훗훗. 나는 야릇한 미소를 지으며 답을 하지 않았다. 오혜수의 표정이 흥분으로 변했다.
“모르겠으니까 여기에 온 이유나 말을 해”
“좆뱀새끼. 사람 기대하게 만들고 말을 쳐 끊네. 아 짜증 나. 저기 알바 언니 보이지?”
나는 말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너 저 언니 꼬셔라. 우리 오늘 여기서 공짜로 쇼핑이나 하자.”
“...”
“좆뱀이 편의점 알바녀 하나 꼬시는 것도 자신이 없냐?
“누가 자신이 없다고 했냐. 해도 되나 고민한 거야.”
“니 눈에 ‘나 자신 없음’이라고 써져 있어. 새꺄.”
오혜수가 나를 자극하니까 오기가 생기기는 한다.
“근데 왜 저 누나야?”
“저 누나가 여자 치고는 조신하거든. 아직 사귄 남자도 없어.”
이런 젠장. 난이도가 낮아져도 어려운데 높아지기마저 한다. 설마 저 누나도 플레이어 킬러인가? 갑자기 긴장하게 된다.
“남자를 싫어하는데 작업이 되냐?”
“싫어하는 게 아니야. 알바 주제에 눈이 더럽게 높은 거야. 너 정도 와꾸로 알짱거려주면 아마 환장할지도 몰라. 이게 되면 채수지에게도 통할 거라는 게 내 생각이야.”
남자에게 관심이 있는 여자가 분명하다면 플레이어 킬러는 아닐 확률이 높다.
“근데 넌 저 누나를 어떻게 아냐?”
“저 언니 일우의 친누나야.”
오혜수가 심부름을 시키는 일우의 누나라. 그러고 보니 닮은 구석이 있다. 일우는인물이 괜찮은 편이라 이곳에서 나름 인기 남이다. 편의점 복장으로도 저렇게 존재감이 드러나는 걸 보면 일우의 누나도 미모가 상당한 것이 집안 자체가 인물이 괜찮은 편인가 보다.
“꼬시면 뭐 있냐?”
이왕 하는 거 대가로도 좀 받아야겠다.
“원하는 거 있으면 이야기해. 들어줄 게.”
“딱 한 시간만 내가 시키는 걸 해.”
“하. 한 시간? 이. 이상한 건 곤란한 거 알지?”
“당연히 이상한 거 할 건데?”
“에이 시발! 알았어. 한 시간 동안니가 시키는 걸 할 게.”
오혜수의 눈빛을 보니 마음에 들지 않으면 안 하면 그만이라고 여기는 표정이다. 뭐라도 건지자는 마음에 던져본 말이라 크게 의미를 두지 않는다.
남녀역전 세상에 오면 편의점을 찾아와 알바에 매력을 어필하는 행위가 근본이라 할 수 있다.
이왕 하는 거 나는 당당하게 하겠다.
자리에서 일어난 나는 편의점 한쪽에 마련된 바구니를 들었다. 그리고 오혜수에게 던졌다.
“???”
“너 먹고 싶은걸 담아.”
“좆뱀 새끼. 허세는”
오혜수는 내 당당함이 마음에 드는지 입 꼬리가 크게 올라가 내려오질 않는다. 우리는 이것저것 마음에 드는 과자와 음식 등을 적당히 담았다.
오혜수는 나에게 바구니를 주더니 슬며시 카운터를 염탐하기 좋은 장소로 이동했다. 나는 바구니를 들고 카운터로 갔다.
일우 누나가 입은 편의점 명찰에 조이연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나를 한 번 힐끔 쳐다본 조이연이 계산을 하려고 물건을 하나씩 찍기 시작했다.
나는 아무런말도 하지 않고 교복 단추를 풀었다. 천천히 위에 단추를 하나씩 풀었다.
상의 두 개를 풀었을 때였다.꿀꺽. 조이연이 침을 삼키는 모습을 보인다. 나는 단추 하나를 더 풀었다. 각도에 따라 남자의 가슴도 볼 수 있는 상황이다. 조이연의 심장이 요동치기 시작하는지 몸이 떨리고 있다.
나는 옷을 잡고 위아래로 나폴 거렸다.
“아아. 덥다. 더워”
내 옷이 움직일 때마다 자신도 모르게 눈이 내 쪽으로 향하는 조이연이다. 그녀는 틱. 틱. 찍은 상품의 바코드를 반복해서 다시 찍고 있다는 사실도 잊어버릴 정도로 내 몸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다. 그러다 정신을 차리면 다시 취소를 누르는 행동을 하며 허둥지둥 난리다.
이번에는 손을 내려 아래 단추도 두 개를 풀었다. 이제 내 교복은 가운데 단추 하나만 잠겨 있다. 조이연은 나를 보는 것이 아닌 듯 행동하려 하지만 그녀의 눈은 계속해서 나를 향한다.
“몸이 왜 이렇게 쑤시지?!”
나는 단추 하나만 남겨 놓은 상태로 팔을 높게 올리며 기지개를 켰다. 그리고 좌우로 움직였다. 내 몸이 조이연의 앞에서 적나라하게 노출되고 있다.
“허엉!”
자신도 모르게 야릇한 신음 소리를 낸 조이연. 그녀는 몹시 당황하며 얼굴을 붉힌 채 급하게 고개를 떨어트렸다.
둑 둑 둑. 내가 성추행으로 신고라도 할까 두려운지 그녀의 심장이 떨리고 있다. 이곳 남녀역전 세상은 편의점 알바를 괴롭히기 참으로 쉽다. 역전이 아닌 세상에 사는 야한 여자들은 이런 재미를 위해 남자들을 놀렸나 싶다. 내가 직접 하니까 알겠다.
이왕 서비스를 했으니 나는 조금 더 화끈하게 하겠다. 당당하게 바지에 손을 넣는다. 이 과정에서 바지를 살짝 아래로 내렸다. 그래서 내 고추 털이 삐져나왔다. 조이연은 계산이 진즉에 끝났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연거푸 실수를 하여 아직도 계산을 끝내지 못했다.
내 고추 털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는 그녀는 한참이 소요되고서야 겨우 계산을 끝냈다.
“다해서 27500원이요.”
나는 호주머니를 뒤졌다. 내 손에 지갑이 느껴진다. 하지만 없는 척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몇 번을 뒤진 후 카운터에 바싹 붙었다.
“... 저기?”
“무. 무슨 문제가 생겼나요?”
나는 카운터에 기대며 상체를 수그렸다. 내 몸이 보이자 조이연은 시선을 내리 깔았다. 내 몸을 보고 싶은 그녀의 음심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제가 지갑이 없는데 어쩌죠?”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물건 사러 와서 돈이 없다고 하면 가장 옳은 정답은 ‘꺼져 새끼야.’ 이거다.
“아- 그렇군요. 육봉고에 있는 대학반 학생 맞죠?”
“네 맞아요.”
교복을 입고 있으니 모를수가 없다.
“제 동생도 거기 학생이에요. 그. 그러니까.”
“그러니까 뭐요?”
나는 혀를 내밀어 입술을 돌렸다. 그리고 교복 상의를 잡고 살짝 들어 몸이 보이게 만들었다.
“도. 동생 같으니까 내가 돈을 빌려준다는 거예요.”
“제가 떼먹으면 어쩌려고 그래요? 누나”
“누. 누나?!”
“제가 동생은 아니잖아요.”
“그. 그렇지. 동생 같아서 빌려 줄 게.”
조이연은 나에게 떼여도 상관없는지 돈을 빌려주겠음을 밝힌다.
“그럼 누나가 좀 빌려주세요.”
“자 잠깐만.”
조이연은 핸드폰을 꺼내어 무언가를 잔뜩 찍었다. 할인을 받을 것이 많은지 금액이 줄어들기 시작한다. 27500원이었는데 19800원으로 줄었다.
“너 19800원만 주면 돼.”
“그렇구나. 다음에 올 때 줄게요.”
“그. 그건 아니지.”
“예에?”
“돈을 빌려줬으면 여. 연락처 정도는 알려 줘야지.”
조이연은 나와 눈도 마주치지 못하는 주제에 호구는 아니었다. 연락처를 받는 걸 착실히 수행하는 그녀다.
“폰 좀 주세요.”
내가 손을 내밀자 조이연이 폰을 주었다. 나는 전화번호를 터치하고 그녀에게 건넸다.
그러자. 띠리링. 띠리링.
바로 전화를 걸어서 확인을 한다.
“혹시 잘못 번호를 적었으면 어쩌나 해서 확인한 거야.”
생각보다 조이연이 꼼꼼하다. 이거 확실하게 떼먹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