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7화 〉 #191 친구의 유언
* * *
링링은 박는 맛이 있는 여인이다.
특히 난 링링의 몸 중 그녀의 젖가슴을 제일 좋아했다.
스승의 눈에 들기 위해 잘 관리한 가슴.
스승은 삐쩍 마른 몸을 선호했지만 그러면서도 크고 부드러운 가슴을 좋아했다.
그래서 링링은 늘 몸 관리를 할 때 이 가슴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입했다.
크기는 분명 강설아나 사라보단 작았지만, 만지는 감촉만은 그 둘을 뛰어넘는 그녀였다.
"읏. 하읏…. 흐읏…."
개처럼 엎드려 내 좆질을 받아내는 그녀의 등에 상체를 올리고, 양손으로 탐스러운 젖가슴을 이리저리 매만진다.
내 손가락이 링링의 유두를 건들 때마다 그녀는 간드러진 신음을 토해냈다.
"흣. 흐아앙…!"
확실히 이전에 보여주던 행동과는 다른 양상이었다.
필사적으로 참으려던 과거와는 다른.
그래서일까?
"이제 싼다앗!"
"앗. 아앙. 아, 안에 내주세요, 주인님!"
"자궁에 직접 싸줄 테니까 꽉 물엇!"
"네, 네에엣. 흐으으읏♥"
크읏. 귀두를 꽉 물어 재끼는 이 감촉!
확실히 잘 단련된 몸이라 그런지 무는 감촉도 남다르다.
링링의 몸이 엎드린 자세 그대로 쓰러졌다.
밑에 깔린 그녀가 힘들지 않도록 난 양 팔꿈치로 단단히 기둥을 만들었다.
그리고는 엉덩이만 앞뒤로 흔들어, 자궁 내에 싸지른 내 아기씨들을 잘 섞어주었다.
약 10여분 정도 그리 해주자, 가쁜 호흡이 정상으로 돌아온 링링이 뒤에 있는 날 흘끗 쳐다보며 말했다.
"오늘은 평소보다 일찍 쌌군요."
"예. 링링이 제 좆질을 기쁘게 받아들이고 좋아해주니 금방 쌌습니다."
"그, 그런 적 없습니다! 바보 같은 말을…."
베개에 얼굴을 파묻고는 부끄러워하는 여인.
참으로 낯설다.
"…그냥 평소처럼 제 몸이 맛나다고 하십시오. 아니면 임자 있는 여인이라서 맛나다던가."
그것도 맞는 말이지만, 진심이었다.
나는 싫어하는 여자와 억지로 하는 것보단 좋아해주는 여자로부터 더 느끼는 편이다.
물론 그녀 말마따나 임자 있는 여인도 좋아한다.
그것은 뭐랄까. 일종의 정복감?
난 링링의 귓불에 쪽 키스를 하고는 작게 속삭였다.
"링링. 말은 바로 해야지요. 오늘부턴 링링은 제 것 아닙니까?"
"윽…."
링링의 얼굴이 더욱 빨개졌다.
볼을 넘어 귀와 목까지 빨개진 그녀는 베개에 더욱 얼굴을 파묻었다.
마치 수풀에 제 얼굴만 숨긴 꿩을 보는 것 같아 순간 웃음이 나왔다.
'오래 살고 볼 일이네. 링링의 저런 반응을 볼 수 있다니.'
자리에서 일어난다.
가랑이 사이에 박혀 있던 자지가 뽕 소리와 함께 빠져나왔다.
그 소리를 들은 링링이 다리를 활짝 벌렸다.
허벅지와 둔부가 벌어지며 숨겨져 있던 두 음란한 구멍이 드러나고, 그중 길게 갈라진 부위에서 내가 싸지른 욕망의 정수가 꿀렁꿀렁 쏟아져 나왔다.
'야하네. 또 하고 싶어지는데.'
그러나 이 이상은 아니다.
난 침대에서 일어나 링링에게 손을 내밀었다.
"이만 씻을 건데. 샤워 에스코트 받을래요, 링링?"
"샤워 에스코트?"
"예. 이래봬도 제 여자들에게만 해주는 특별 서비스입니다. 몸 곳곳을 기분 좋게 씻겨드릴 테니 한번 받아보시죠."
잠시 날 위아래로 훑던 링링이 고개를 끄덕였다.
난 곧바로 그녀를 공주님 안기로 들어올렸다.
"아, 아닛. 지금 무슨?"
"가만히 있으십시오, 링링. 그 야한 몸으로 자꾸 제 품안에서 흔들거리면 아랫도리에 저도 모르게 힘이 들어가서 힘듭니다."
"그, 그래도 내려주십시오, 서후. 부끄럽게 이게 뭐하는 짓…."
오늘 손님은 참으로 힘이 넘치네.
재빨리 욕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간다. 그리고는 링링의 다리를 바닥에 내려주었다.
내 품 안에 안긴 채 고개를 들지 못하는 여인.
난 그녀를 안은 채 능숙하게 한손으로 샤워기 물 온도를 맞췄다.
이후엔 꼼꼼히 기분 좋게 그녀의 몸을 씻겨주었다.
***
서후의 샤워 에스크토를 받는 링링의 표정은 기묘했다.
링링은 눈을 감고는 서후의 손놀림을 받아들였다.
부드럽고 섬세한 움직임.
그러면서도 마치 귀한 물건을 다루듯 조심스러운 행동.
단순히 기분이 좋은 걸 넘어 묘하게 감동을 심어주는 그 손놀림에 링링은 부끄러움을 잊고 점차 그것에 빠져들었다.
그녀가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샤워기 물은 꺼지고 수건이 그녀의 몸을 훑고 있었다.
"어땠나요, 링링? 좋았나요?"
"…몰라요."
분명 좋았지만,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데엔 아직 미숙한 그녀였다.
"그렇…습니까?"
서후의 얼굴이 비 맞은 강아지 마냥 처졌다.
링링이 다시 입을 움직였다.
"그냥…."
"그냥?"
"좋았어요."
그래 좋았다.
누군가 자신의 몸을 이렇게 신경 써 씻겨주는 건 처음이었다.
남자들은 보통 그녀의 가슴이나 엉덩이, 즉 자신의 욕망을 분출하기에 바빴고, 그녀의 사랑이었던 주인은 그녀의 몸엔 관심도 없었다.
'씻겨주는 행위 하나에서도 이렇게 차이가 난다니.'
링링의 얼굴에 복잡 미묘한 감정이 올라왔다.
그녀는 욕실 밖으로 나서는 서후의 등을 한동안 말없이 바라보았다.
***
"링링은 이대로 스승님에게?"
"예. 그럴 생각입니다."
그래. 그래야겠지.
아직 그녀의 주인은 내가 아닌 그 노인네니까.
옷을 다 차려입고 같은 거울 앞에서 머리를 정돈하며 난 내 생각을 전달했다.
"오늘은 어쩌다 보니 관계를 맺게 되었지만, 앞으로 이럴 일은 없을 겁니다."
"예?"
그게 무슨 뜻이냐며 거울 속에서 날 올려다보는 링링.
"말 그대로입니다. 제가 링링과 관계를 지속할 일은 없다는 것입니다."
"그건 곤란합니다!"
갑자기 빽 소리치는 그녀로 인해 놀란 내게 링링이 말을 이었다.
"앞으로도 저와 꾸준히 몸을 섞…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아니, 링링. 후우. 그냥 네 부탁 들어줄 테니까 굳이 안 그래도 된다고. 너도 나랑 하는 거 싫잖아?"
"예. 싫습니다. 서후는 오만하고 발정 난 원숭이 같으니까요. 여인들을 마치 살아있는 인큐베이터인 양 취급해 사정없이 박아대고 무책임하게 정자까지 싸질러 대니까요."
"아니, 그건 좀 너무 심한 말…."
눈을 치켜뜬 여인이 몸을 홱 돌렸다.
마치 맹수를 목도한 것 같은 기분에 몸을 움찔 떨고, 링링은 그런 날 직접적으로 올려보며 말했다.
"서후도 알다시피 전 주인님 외의 남자에게 빚지는 건 절.대. 싫습니다. 진정 제 부탁을 들어주기를 원한다면 앞으로도 제 자궁 안에 다 내십시오. 무슨 뜻인지 알겠나요?"
"저기 링링. 그냥 스승님이 원하는 대로 걔 교육을 맡아주겠다니ㄲ…."
"알.겠.나.요?"
"……."
미치겠네.
사라 외에 여자들은 웬만하면 다 정리하려는데…. 아 왜들 안 도와줘!
난 링링을 가만 바라보았다.
그런 날 마주보는 여인.
눈을 부릅뜨고는 노려보는 꼴을 보아하니 절대 뜻을 굽힐 것 같진 않았다.
'링링… 옛적부터 한 고집 하는 여인이었지.'
예전엔 어떻게든 임신시키려고 머리를 써도 안 되더니, 이젠 거절하려 해도 넝쿨째 굴러오네.
난 한숨을 푹 내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렇게 하자."
"그럼 일단 제 번호 차단한 것부터 좀 풀어주시겠습니까, 서후?"
"예예."
차단을 풀자마자, 마치 확인을 해보겠다는 듯 곧바로 문자가 날아왔다.
전화도 톡도, 보이스톡뿐만 아니라 영상통화까지 모두 되는 걸 본 이후에야 링링은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앞으로 자주 연락할 겁니다. 연락 피하지 말고 바로바로 응해주십시오."
"응? 안 바쁩니까, 링링?"
그도 그럴 게, 스승 옆에서 스승의 일을 관리하는 게 그녀의 일이었다.
나랑 자주 궁합을 맞춰볼 만큼 비서라는 건 한가한 직종이 아니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천수가 다하신 주인님의 일 대부분이 회장님께로 이관되었으니까요."
"그래도…."
"영 바쁘면 휴가를 낼 겁니다. 그러니 서후는 걱정하지 마십시오."
머리로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난 한참을 눈을 끔벅였다.
천하의 링링이 나랑 섹스 약속을 지키기 위해 휴가까지 낸다니.
스승과 멀어지는 걸 그토록 싫어하는 그녀가 아닌가?
뭔가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는 걸 느꼈지만 난 그냥 그러려니 하기로 했다.
내게는 당장 신경 써야 할 일이 너무 많았기에.
"그럼 다음에 뵙겠습니다, 서후."
"예. 들어가십시오, 링링."
병원에 날 내려다준 링링이 스마트폰을 얼굴 옆으로 들어 흔들어 보였다.
꼭 연락을 받으라는 뜻이다.
난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링링을 만난 지 어연 20년… 오늘은 그녀를 제일 이해하기 힘든 날이었다.
"아저씨 왔어용!"
"어서 오세요!"
두 아이의 격한 인사를 받은 후, 난 친구 녀석에게 다가갔다.
오늘 내일 하는 상태라는 걸 구두로 들었을 때는 막연한 감이 있었는데, 실물로 보니 그게 확 와 닿았다.
"너어… 얼굴이 쏙 들어갔네."
"하핫. 그래?"
"근데 배는 여전히 남산만하고."
"하하핫. 20년 넘게 키운 복 주머니 아니냐. 쉽게 없어질 건 아니지!"
친구 녀석이 호탕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 말로는 매였다.
옆에서 지켜보던 민아가 제 아빠의 팔을 꼬집었다.
"아악. 따, 딸! 잠깐. 아빠 아파!"
"지금 술로 배를 그리 키운 게 자랑이야! 어?!"
"아아악. 아빠 환잔데…!"
오버하기는.
난 민아를 진정시켰다.
그리고는 민아와 여우, 두 아이를 밖으로 내보냈다.
초딩 두 명이 자리를 비운 탓일까, 아니면 이곳이 1인실이라 그런 것일까.
금세 친구 녀석과 나 사이로 무거운 분위기가 내려앉았다.
녀석의 옆에 앉은 난 나직이 질문을 건넸다.
"그래서 너 왜 입원한 거야?"
"내 담당의를 만나러 갔다더니, 아무 것도 못 들었어?"
"어. 그렇게 됐다."
네 담당의가 개 변태에 색녀라 착정만 당하고 왔거든.
그러나 그걸 다른 식으로 오해한 친구 녀석이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내 입으로 직접 말하는 게 낫겠지."
잠깐 심호흡을 한 녀석이 자신의 상태를 읊었다.
"급성 심근경색으로 실려 왔는데, 재발 가능성이 높고… 무엇보다 간암 말기란다. 길어야 2개월이라네."
길어야 2개월. 시한부 인생.
순간 뭐라고 말해줘야 할지, 할 말을 잃어버렸다.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죽음. 죽음이라….
분명 내 나이 대는 죽음을 생각하는 나이다.
그러나 난 늘 젊은 아이들과 놀다보니 그걸 잊어먹기 일쑤였다.
내게 친구가 많이 있기라도 했다면 모르겠으나, 친구 중 하나는 이미 이 세상을 떠났고 녀석이 그 다음이었다.
부모 또한 내가 채 성숙하기 전에 모두 떠나셨다. 모두 상처로 남아, 늘 잊다 보니 내게 죽음은 너무나도 낯선 단어였다.
스승이 죽을 날이 가까워왔단 소리를 듣고도 크게 와 닿지 않은 나였다.
그런데 죽는다.
이제 내게 딱 하나 남은… 나의 친구가.
환한 빛이 창문을 통해 병실로 따스라이 들어왔다.
그 속에서 잠시 멍하니 화분 병에 자라는 난초를 바라보던 친구 녀석이 입을 열었다.
"우리 어릴 때 기억나냐?"
무슨 이야기를 할지 알 것 같았다.
"그 왜 지연이가 맨날 우리에게 무슨 꽃이 좋냐고 물어봤었잖아. 그때 넌 노란 개나리가 좋다고 했었지."
그랬었지. 우리 동네에는 참으로 개나리가 많았다.
매년 우리 집 담벼락에도 흐드러질 정도로.
난 내가 살던 동네를 좋아했었다.
"아직도 개나리가 싫냐."
"…그래."
그 동네를 생각하면 그날의 악몽이 겹쳐 떠오르기에.
내 대답을 들은 친구 녀석이 픽 웃는다.
"나도 그랬다. 난초를 볼 때마다 자꾸만 생각이 나서…. 그래서 집에 있는 난을 싹 다 버렸어. 그런데 이제 떠날 때가 돼서 그런 걸까."
친구 녀석의 얼굴에 미소가 만개했다.
"다시 좋아지려고 해. 지연이가 좋아했던 꽃."
"……."
"곧 볼 수 있겠지. 눈을 감고 천국에 가면 볼 수 있을 거야. 근데 도저히 눈을 감을 수가 없어."
구름에 햇빛이 가려진 탓인지, 돌연 짙은 음영이 병실 안에 내려앉았다.
빛이 환하게 내리쬘 때는 보이지 않았던 친구 녀석의 깊은 얼굴 주름들이 세세히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혼자 남게 될 우리 딸… 민아가 걱정이 돼서 내가 눈을 감을 수가 없다, 후야."
녀석이 내 손을 붙잡았다.
억센 악력이 날 붙들었다.
"염치 불구하지만, 우리 민아 좀 부탁해도 될까?"
민아…. 지연. 내 첫사랑…. 그녀와 똑 닮은 아이.
반대쪽 손을 들어 녀석의 손 위에 올렸다.
그리곤 담담히 대답해주었다.
"걱정 마라. 내가 무슨 일이 있어도 민아는 꼭 책임질 테니."
"고맙다. 후야."
친구 녀석의 얼굴에 다시 평온한 미소가 만개했다.
병실엔 다시 따스한 빛이 흐드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