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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4화 〉 #160 아저씨 엄마랑 뭐했어요? (164/200)

〈 164화 〉 #160 아저씨 엄마랑 뭐했어요?

* * *

그러나 미망인의 희열이 넘치는 신음은 일단 그것으로 끝을 맺었다.

돌연 문에서 의미심장한 소리가 난 것이다.

철컥. 철컥철컥.

"응? 엄마아?"

"에...? 엘리스?"

어쩔 줄 몰라 하는 사라.

날 올려다보며 묻는다.

"서후 어떡해. 우리 자는 척 할까?"

그러나 엘리스의 다음 말에 우리는 번개같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훔... 문이 잠겼나보넹. 안방 키가 어디 있더라... 맞다! 부엌에 있었지!"

"서후! 수건. 빨리빨리!"

"여기!"

"아, 나 그냥 씻을래. 씻고 있을 테니까 서후가 알아서 말해줘!"

"에? 야!"

그러나 혼자 쏙 샤워실로 대피한다.

그에 난 어쩔 수 없이 마른 수건으로 몸을 대충 닦고는 팬티를 입은 채 정사의 현장을 재빨리 수습했다.

'진짜 내가 평소 이 짓을 많이 해봐서 다행이지...'

일단 창문부터 열고.

젖은 이불과 시트를 재빨리 빼내 보이지 않는 곳으로 치운 뒤, 새 천을 침대 위로 씌운다.

그리고 향수 칙칙.

철컥.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고개를 돌리니, 열린 문틈 사이로 금발의 꼬맹이가 쏙 고개를 내미는 모습이 포착된다.

방안을 슥 둘러보다 날 발견한 아이의 얼굴엔 전형적인 개구쟁이 표정이 떠올랐다.

"아저씨!"

후다닥 뛰어와 내게 안기는 아이.

벌써부터 좋은 게 뭔지 알긴 아는지, 동글동글한 귀여운 볼을 내 가슴에 대고 마구 비벼댄다.

"습하­ 습하­ 아저씨 뭔가 기분 좋은 향이 나요."

그러면서 물소리가 들리는 화장실을 슥 한 번 쳐다보더니, 목소리를 한껏 낮춰 말한다.

"옆집 들락날락 하는 아저씨들에게서 나는 냄새도 나고요."

"그, 그러니...?"

얜 무슨 개 코도 아니고.

잘못한 게 있는 만큼 절로 땀이 삐질삐질 나온다.

"엄마는요?"

"엄마는 이제 막 일어나서 씻으러 들어갔어."

그 말에 아이의 눈이 반짝반짝 빛이 났다.

엘리스는 침대 위에 폴짝 뛰어 엉덩이를 붙이고는, 마치 나보고 어서 와보라는 듯 자신의 옆자리를 톡톡 두드렸다.

그에 자리로 가 앉자,

"아저씨. 엄마랑 뭐했어요?"

또 그 질문 시작이다.

어후... 진짜 끈질기네 끈질겨.

"간밤에 한 거, 방금도 했죠?"

"...아닌데?"

그러자 몸을 낮추고는, 무슨 작당 모의하는 악당마냥 불량스런 미소를 띠며 왈.

"엄마한텐 모른 척 할 테니까 어서 말해 봐요. 기브 앤 테이크!"

"아니... 아무리 기브 앤 테이크라도..."

"저 요 문 앞에서 다 들었거든요."

"뭘...?"

그러자 아이가 슬쩍 다시 화장실 쪽을 바라보더니, 내 귀에 대고는 작게 속삭였다.

"보지 조여! 이대로 아기씨 안에 주입해 줄 테니까! 응. 아, 알게써엇...! 큿... 싼다앗! 임신하길 원하는 음란한 암캐 구멍에 좆물 싸지른닷...! 응... 응읏... 핫... 하으읏..."

미치겠네.

나랑 사라의 목소리가 제법 컸는지, 아니면 집안의 방음이 잘 안 되는 것인지 그걸 고스란히 재현하고 있었다.

심지어 신음소리까지 얼마나 리얼한지, 웬만한 일에는 끄떡없는 내 강철 멘탈도 흔들거릴 정도였다.

거기다 마지막은 더 가관이었는데...

"좆물 받고 임신해랏!! 가, 간ㄷ... 호고오오옥♥"

"......."

"...아저씨?"

"응...?"

"이래도 말 안 해주실 거예요?"

"네가 좀 더 크면... 그때 말해줄게."

순간 그냥 말해줄까도 생각해봤으나, 역시 아니다.

6살의 어린 나이에 듣기엔 너무 이르다.

정상적인 성장에 방해될 수 있다.

그러자 내 얼굴을 물끄러미 쳐다보던 아이. 침대 위로 올라가더니, 베개 옆에서 엄마의 스마트폰을 들고는 조그마한 손을 놀린다.

그러면서 하는 말.

"아까 모르는 단어가 '음란한'하고 '보지'였었지? 대체 뭔데 아저씨가 말을 못하는지 직접 찾아봐야겠당."

난 재빨리 스마트폰을 압수하곤 하하 웃었다.

어휴. 진짜 곤란한 아가씨네.

"에엑! 아저씨 뭐하는 거예요! 빨리 줘요! 줘!"

"말해줄게. 그럼 되지?"

"좋아요."

그에 난 초롱초롱 눈에서 빛을 내는 아이에게 간단하게 설명해주었다.

"실은 너희 엄마랑 아이 만들기를 했단다."

"에에?!"

눈이 동그래지는 꼬맹이.

갑자기 날 잡고는 마구 흔들어댄다.

"어어? 잠깐. 왜 그래? 진정해."

"그, 그래서요? 제 동생 만드는 건 성공했어요?"

"뭐어...?"

"동생은 언제 나온 데요?"

난 머리를 긁적이며 대충 둘러댔다.

"한... 40주 후 아닐까?"

아이가 손가락을 꼼지락 거린다.

그리곤 이내 울상이다.

"하나, 둘, 셋... 사십? 너무 어려워요!"

이럴 때 보면 아이긴 아이네.

조금 더 쉽게 풀어준다.

"아마 내년 여름엔 태어나지 않을까?"

"헤에..."

빙그레 미소 짓는 엘리스.

꽤나 기뻐 보인다.

"동생 태어나는 게 그렇게 좋아?"

"네! 혼자는 너무 심심해요. 요샌 낸시랑도 같이 놀지 못하거든요."

가만 들어본즉, 옆집 남편이 일 나가면 그 부인은 그 사이 바람피우느라 낸시를 다른 집에 맡기는 경우가 허다해 얼굴 보기도 쉽지 않다고 했다.

뭔 바람을 그리 티 나게 피우는지.

내게 대답을 들어서일까.

아니면 동생이 생긴다는 사실에 상상력이 발동된 걸까.

엘리스가 두 다리를 흔들거리며 생글생글 웃는다.

그에 이쯤이면 충분히 설명이 됐겠다 싶어 사라의 스마트폰을 돌려주는 순간, 아이가 번쩍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후다닥 밖으로 도망치며 말했다.

"아이 만들기는 어떻게 하나 찾아봐야징!"

"야, 잠만!"

내가 여태 그거 모르게 하려고 그런 건데!

정말이지, 한 치도 방심할 수 없는 꼬맹이다.

난 엘리스의 뒤를 재빨리 쫓아 거실로 나갔다.

"거기 안서?!"

"꺄아앙~"

정원에 앉아, 주머니 속에 든 담배를 쥐었다 펴길 반복한다.

타깃과 그 딸이 담배 냄새를 싫어하는 만큼 만나는 도중엔 안 피어야지 하고 계획했는데, 벌써 이틀 째 함께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막 담배가 당기는 상황은 아니었고.

그저 저녁을 먹고 나니 습관적으로 손이 움직였을 뿐이었다.

귓가로 링링의 목소리가 나직이 들려온다.

­ 미스터 홍으로부터 연락을 받았습니다. 오늘도 집에는 들어가지 않을 테니 잘 부탁한답니다.

링링이 말하는 미스터 홍이란 의뢰자를 지칭한다.

아무래도 이번 의뢰자인 찰스는 꽤 인내심이 좋은 모양이다.

보통 이런 임무의 경우 하루가 멀다 하고 의뢰자가 타깃을 보러 오곤 하는데, 오늘도 임무의 성공을 위해 기꺼이 외박을 하겠다고 하는 걸 보면 말이다.

'하긴. 그러니까 음지에서 시작해 상원의원까지 되고 그런 거겠지.'

인내는 성공의 주요 요인 중 하나다.

스승 말대로 운만 잘 따라준다면, 그는 더 높이 올라갈 수 있을 것이다.

"알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그 밖에 특이한 건 없나요?"

­ 없습니다. 그게 다입니다. 아. 혹시 여우 바꿔드릴까요?

"여우는 왜?"

­ 왠지 서후 목소리를 듣고 싶어하는 것 같아 말입니다.

"...그럴 거면 처음부터 여우를 통해 전달해주면 됐지 않았습니까?"

­ 제법 놀리는 맛이 있어서 말입니다.

폰 너머로 여우의 다급한 음성이 들려온다.

가만 들어보니, '으앙~ 언니 그만해요!' 라고 하는 듯하다.

도향의 웃음소리도 함께 들려오는 게 대략 무슨 상황인지 머릿속에 그려진다.

'의외네. 저 냉혹한 마녀 링링이 마음에 다 들어 하고.'

그래도 명색이 도향의 제자라 친해지는데 상당히 시간이 걸릴 줄 알았더니... 벌써 장난을 칠 정도라니.

좀 믿기지 않는다. 나와의 인연이 거의 20년 가까이 되는데도 불구하고, 지금도 그녀가 먼저 장난을 거는 경우는 없었기 때문이다.

'뭐... 잘 된 일이지.'

내 비서가 되면 스승의 비서인 링링과는 자주 만나고 협업도 하게 될 테니까.

난 작게 웃으며 링링에게 말했다.

"여우에게 전해주세요. 이상한 생각하며 조마조마 하지 말고 마음 편히 기다리고 있으라고."

­ 들었죠? 그러니 오늘은 밤새지 말고 편히 주무십시오.

­ 네, 네에... 양 언니.

살짝은 당황어린 목소리가 들려오고, 그렇게 본부와의 통화는 끝이 났다.

'역시나 집착녀는 집착녀인가 보네.'

링링은 솔직한 여인이다.

장난 식으로 툭툭 내뱉는 말에도 뼈가 있는 인물.

아무래도 내가 다른 여인과 한 침대에서 뒹굴고 있다는 사실로 인해 여우가 밤새 잠을 못자고 서성거린 모양이다.

그러다 잠귀가 밝은 링링에게 걸린 것이고.

'이래나 저래나 내일은 무조건 돌아가야겠구만.'

안 그랬다간 칼 들고 여기로 쫓아올 수도 있다.

농담이 아니고 정말로.

실제로 링링이 그랬기에.

딴 여자랑 있는 걸 알고도 이틀이나 버틴 거면 많이 참은 거지.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리고는 조용히 사라네 집안 거실로 들어간다.

슥 뭐하나 본즉, 엘리스가 엄마 옆에 앉아 쫑알쫑알 떠들고 있다.

그에 뭐라 하나 들어보니...

"그래서 엄마. 내 동생은 언제 나오는데?"

"그, 그런 거 아니래두."

"책에서 그랬어. 남녀가 사랑하면 애가 생긴다고!"

저 엉큼한 꼬맹이.

이미 스마트폰으로 애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다 봐놓고 모르는 척 하다니.

진심 요새 애들이 뻔뻔하고 영악하다더니, 그 말이 딱 맞다.

"엄마 혹시 아저씨 사랑하지 않는 거야?"

"무, 무슨 그런 소리를 하는 거니...!"

"나한테만 말해봐. 아저씨 별로야?"

"아냐! 엄마 아저씨 진짜 좋아해."

"그거 말고 사랑 하냐고. TV에서 그러는데 좋아하는 거랑 사랑하는 건 다른 거래."

"그, 그래...?"

뭘까. 엄마가 돼서 딸에게 꼼짝을 못한다.

머리를 굴리는 것 같긴 하나 딱히 이 상황을 타개할 뾰족한 수는 나오지 않고, 결국 사라는 한숨을 푹 내쉬며 딸의 질문에 솔직하게 대답했다.

"그... 엄마 아저씨 사랑해."

"정말로?"

"응."

"그럼 애는 언제 나와?"

나한테 이미 들었으면서 고집스레 묻는 꼬맹이.

사라가 그 시선을 회피하며 대충 얼버무린다.

"그, 글쎄... 한 2개월 정도 같이 생활하면 임신하지 않을까?"

"훔... 그렇단 말이지?"

아이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는다.

표정만으로도 대강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것 같다.

엘리스, 제 엄마의 손을 덥석 잡으며 왈.

"그럼 앞으로 내가 아저씨 집에 자주 놀러오도록 졸라 볼게."

"정말? 우리 딸 그래줄 거야?"

"응. 대신."

아이가 검지와 중지, 약지를 세우고는 고개를 쳐든다.

그에 따라 백색의 금발이 한 차례 위아래로 펄럭인다.

"일주일에 장난감 세 개. 어때?"

"엘리스! 그건 안 돼. 너 집에 장난감 많잖니?"

그러나 엄마의 작은 호통에도 한 치도 안 밀리고 대답한다.

"엄마. 이런 기회가 흔한 줄 알아? 엄마 이대로 아저씨 놓칠 거야? 응?"

"거, 걱정 마. 그건 엄마가 알아서..."

"엄마가 직접 나서서 졸라대면 아저씨가 부담스러워 할 걸? 혹시 알아? 아저씨가 조신한 여자를 좋아할지?"

"윽..."

완전 제 엄마를 들었다 놨다 하는구만.

역시 보통 꼬맹이가 아니다.

아이가 아까보다 더 자신만만한 태도를 보인다. 사라 앞에 어깨를 피고 서서 자신이 원하는 걸 당당하게 요구한다.

"일주일에 장난감 세 개."

"...그건 너무 많아. 한 개 줄이자. 두 개 어때?"

"훔..."

아이가 마치 심히 고민이 든다는 표정을 한다.

그리고는 이내 찬찬히 고개를 끄덕였다.

두 개라면 충분한 성과라 생각하는 듯했다.

"좋아요. 두 개."

두 모녀가 서로 합의한 듯 손을 맞잡는다.

그 상태로 위아래로 서너 번 흔들고 마주 웃는다.

'영악한 꼬맹이 녀석. 나중에 외교관해도 되겠어.'

미래가 창창한 어린 아이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건 좀 미안하긴 하지만, 영업이나 다단계 사업을 해도 잘 할 것 같다.

뻔히 내가 제 엄마 좋아하는 걸 알면서, 중간에서 몰래 이득을 챙기는 걸 보면 말이다.

"그럼 엄마. 저 아저씨 데려올게용."

"으응? 아니, 꼭 그러지 않아도..."

"이건 절 믿고 계약해준 것에 대한 서비스! 믿고 맡겨주시랑~"

"고, 고마워. 딸..."

이제 겨우 7살인 주제에, 협상을 넘어 고객 만족 서비스까지 할 줄 아는 꼬맹이라니.

거참 보면 볼수록 감탄밖에 안 나오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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