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60화 〉 #156 이건 절대 애엄마의 몸뚱어리가 아니다 (160/200)

〈 160화 〉 #156 이건 절대 애엄마의 몸뚱어리가 아니다

* * *

서서히 드는 정신에 살며시 눈을 뜬다.

환한 빛 무리가 내려와 날 비추고 있다.

고개를 슬쩍 돌리자, 알몸으로 내 옆에 꼬옥 붙어 있는 진갈색 머리의 미녀가 눈에 들어왔다.

동양인과는 다른 우윳빛 새하얀 피부.

얇고 기다란 팔다리와 그런 몸에는 절대로 달릴 수 없는 거대한 젖가슴과 엉덩이.

'역시 보통 미인이 아냐.'

어제는 그래도 와인 몇 잔 마신 것도 있고 만난 지 얼마 안 된 만큼, 좀 예뻐 보인 걸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응당 술이 들어가면 이성이 더 매력적으로 보이는 게 정상이니까.

그런데 이렇게 보니 완전 오판이다.

밤새 땀을 흘려 엉망으로 흐트러져 있음에도 사라의 용모는 조금도 죽지 않았다.

'뭐... 의뢰자가 빠져나오지 못할 만큼의 외모 또한 갖추고 있단 거겠지.'

그렇다고 그녀의 매력 포인트가 이게 전부냐?

그건 아니었다.

어제 섹스를 하며 보여준 그녀의 행동들.

적극적이고 저돌적이며 자신감이 넘치나,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순한 양 마냥 매우 순종적인 모습.

분명 연속 절정으로 힘들어 죽을 것 같은 상황에서도 사라는 내가 시키면 어떻게든 따라주었다.

'이런 여인을 만나 결혼해야하는데 말이야.'

후우. 또 다시 안돈하고픈 마음이 드는구만.

나도 늙어간다는 증거겠지.

난 이불을 끌어 올려 상체를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는 여인을 덮어주었다.

"으음... 서후..."

사라가 내 이름을 부르며 내게 가까이 달라붙는다.

정신이 들었다고 하기보단 본능적인 움직임 같다.

그에 팔을 떼고 침대에서 일어나려는데...

"......."

"......."

말똥말똥 뜬 눈으로 날 쳐다보고 있는 금발의 아이.

사라의 딸 엘리스가 침대 바로 곁에 서서 날 바라보고 있다.

설마하니 얘가 이곳에 있을 줄은 꿈에도 생각 못한 난 그 시선을 받은 채 그대로 굳어버릴 수밖에 없었다.

기나긴 정적.

그리고 서서히 움직이는 입.

"흐응~ 우리 엄마가 아저씨가 진짜 마음에 들었나보네요. 잠꼬대 할 때 아빠 이름 외에 다른 사람 부르는 건 처음 봤어요."

"그, 그러니...?"

하긴. 나도 그 부분이 신기하긴 했다.

이번이 겨우 두 번째 만남이다. 몸을 섞은 건 처음이고.

그런데 어떻게 내 이름을 부를 수 있지?

그러나 조금 있으니 그 이유를 왠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으으... 서후... 이제 그만... 더 하면... 나 진짜 좋아서 죽을지도 몰라..."

엘리스의 시선이 자신의 어미에게 이동한다.

그런 뒤 아주 천천히 내게로 되돌아온다.

그러곤 빙그레.

"헤에... 대체 뭘 하면 엄마 입에서 좋아서 죽는다는 이야기가 나오... 읍읍."

진짜 미치겠네.

7살짜리한테 이 모습을 보인 것도.

그리고 마치 다 안다는 듯한 표정으로 전혀 모르는 사람 마냥 질문하는 요 꼬맹이도.

"우리 일단 아침부터 먹을까?"

끄덕끄덕.

쉿. 크게 소리 내지 말라하며 손을 떼자, 아이가 고개를 끄덕이곤 묻는다.

"그럼 엄마는요?"

"지금 시간이 몇 시지?"

아이가 양손을 완전히 펴며 답한다.

"10시에요!"

10시라... 아침 해가 밝아오는 걸 보고 눈을 감았는데, 그래도 3시간 정도는 잔건가?

그러나 내 옆에 알몸으로 누워있는 여인은 아마 더 잠이 필요할 것이다.

난 조심스레 그녀를 떼어내곤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엄마는 좀 더 자야하지 않을까 싶은데."

"치이... 오늘 장난감 가게 가는 날인뎀..."

"일단 밥 먹고 엄마 일어나면 그때 같이 가자. 어때?"

아이가 밝게 웃는다.

"네!"

그러곤 아이가 시선을 밑으로 내린다.

그에 따라 내 시선도 아이의 시선을 따라 자연스레 밑으로 향한...

'아우... 씹!'

내가 진짜 얘 불쑥 튀어나온 것 때문에 놀라긴 했나보다.

나 또한 알몸인 걸 깜빡하다니.

난 재빨리 손으로 고간을 가리며 바닥의 팬티를 주웠다. 그리고는 요 꼬맹이 엄마와 내 체액으로 더러워진 남근을 가렸다.

그런 나를 보며 아이가 손으로 코를 잡고는 말한다.

"그런데 아저씨랑 엄마 몸에서 이상한 냄새 나요. 킁킁. 어디지? 음... 이불 안쪽. 엄마 다리 사이에서 나는 것 같은..."

"아하핫. 우리 이제 그만 나갈까?"

"이상하네. 이 냄새 어디서 많이 맡아봤는데..."

기억하지 마라.

뭘 그런 걸 다 기억하려고 해?

그러나 결국 떠올리고 만 아이.

"맞아! 이거 옆집 드나드는 아저씨들에게서 종종 나는 냄새에요!"

"그, 그러냐..."

마치 퀴즈 게임의 문제를 맞힌 것 마냥 소리치는 아이를 들쳐 메고는 조심스레 방밖으로 빠져나간다.

내 옷들 챙기는 거 잊지 않고.

"아저씨, 옷 안 입어요?"

"이제 입으려고."

괜히 안방서 입었다간, 말 많은 너 때문에 엄마 일어날 것 같아서 말이야.

그렇게 되면 아마 집안이 떠나가라 비명을 지르겠지.

'음... 아닌가?'

어쩌면 쿨 하게 호호 웃어넘길 지도.

식탁에 앉아 식사를 한다.

다행이 한 쪽에 씨리얼이 있어, 우린 크게 일을 벌이지 않고 간단하게 아침을 해결할 수 있었다.

난 그것들을 크게 한 숟갈 퍼 입에 담으며 옆을 바라보았다.

마주보고 먹자고 했는데도 기어코 옆에 앉고 싶다 해, 내 옆자리를 차지하게 된 금발의 꼬맹이가 오물오물 씨리얼을 씹으며 날 올려다본다.

"옴뇸뇸... 헤에..."

"그런 눈 그만 해."

진짜 부담스러워 죽겠네.

그런데 보통 요 나이 대 아이들은 뻔뻔함이 가히 하늘을 찌른다.

"아저씨. 근데 저 궁금한 거 있어요."

"밥 다 먹고 대답해 줄게."

"간밤에 아저씨랑 엄마랑, 옆집 낸시네 엄마가 바람피울 때하는 그거 한 거죠?"

밥 먹고 대답해 준다는 말은 이미 이쪽 귀로 듣고 저쪽으로 흘려보낸 듯하다.

어서 대답해 달라며 동그란 눈을 귀엽게 깜빡인다.

아니, 그렇게 쳐다봐도 말이야...

대답해 줄 수 있는 게 있고 없는 게 있단다, 꼬마야.

이걸 대체 뭐라고 말해줘야 해?

내가 대답을 않자 질문을 바꾼다.

"근데 그게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는 거예요?"

...진짜 미치겠네.

결국 난 식사 내내 남녀가 바람피우면 무얼 하는지, 그리고 제 엄마랑 내가 밤새 한 게 무엇인지. 그게 바람피우는 것과 대체 무슨 연관이 있는지 등등의 질문에 시달려야만 했다.

그것은 식사 이후에도 이어졌고.

결국 사라가 일어나서야 끝날 수 있었다.

근데 웃긴 건, 나한텐 끈질기게 그걸 물으면서도 제 엄마에게는 안 묻는다.

"야. 너 아까 한 질문들, 엄마한테 물어봐. 어서."

"싫어용."

"왜?"

"제대로 대답 안 해줄 것 같아서요. 엄마는 정말 제가 아무것도 모른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럼 난?"

아이가 방긋 웃으며 답한다.

"아저씬 거짓말 안 할 것 같아요! 만약 대답을 해주게 된다면 솔직하게 해줄 듯?"

...이거 칭찬인 거지?

그렇게 이야기를 주고받는 걸 본 사라 왈.

"어? 둘이 많이 친해졌네?"

"응. 아저씨 정말 상냥하고 잘 놀아주거든!"

"어머... 서후, 고마워."

"별 말씀을."

사라가 내게 안기며 쪽쪽 가볍게 볼 키스를 해온다.

코끝으로 기분 좋은 샴푸 냄새가 풍겨온다.

뭐 좀 곤란한 상황이 있었긴 해도, 어찌됐든 딸에게도 좋은 점수를 탄 건가?

그로 인해 사라에게 추가 점수도 얻을 수 있었고 말이다.

손을 내려 사라의 빵빵한 궁둥이를 매만진다.

그러며 왈.

"엘리스가 장난감 가게 가자는데, 나도 같이 갈까?"

"정말? 좋아!"

내 한마디에 7살 엘리스보다 더 신이 난 여인.

이건 완전 애구만, 애.

"엘리스, 옷 갈아입고 오렴!"

"네에~"

사라가 자신의 딸을 위층으로 올려 보낸다.

그리곤 엉덩이를 좌우로 씰룩이며 안방으로 향하다, 날 돌아보며 윙크.

"서후. 나 옷 좀 봐줘!"

"그래그래."

사라는 확실히 몸이 좋은 여인이다.

처음엔 얼굴이 압도적으로 빼어나다 생각했는데... 밝은 대낮에 코디 한다며 알몸으로 이 옷 저 옷 갈아입는 모습을 보니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눈앞에 있는 백마는 근육 하나하나가 야하게 발달한, 남자의 마음을 흔들기엔 최적화된 몸을 가진 요물이란 것을.

그게 너무도 놀라워 난 그녀에게 툭 질문을 던졌다.

"사라."

"응. 왜?"

"엘리스 네 친딸 맞아?"

"...무슨 질문이 그래?"

내게 아무리 호감이 있다 해도, 딸과 관련된 무례한 질문에 바로 눈을 치켜뜨고는 날 노려보는 여인.

나는 오해 말라며 양손을 들어보이고는 말했다.

"아니 그게... 너 몸이 애 낳은 몸이 아닌데...?"

"어, 어머멋."

금방까지 화를 내던 여인이 바로 손으로 입을 가리고는 기분 좋게 웃는다.

그리고는 마치 자신의 몸매를 돋보이듯 자세를 요염하게 취하기 시작했다.

와아... 다시 봐도 안 믿기네.

애를 낳았는데 아랫배가 저런다고?

사라, 그런 내 시선을 즐기며 왈.

"이런 몸 처음 봐?"

"응. 진짜 너 대박이다."

"훗. 내가 몸 관리는 열심히 하는 편이지."

그러면서 엉덩이를 좌우로 흔들흔들.

다리를 하나하나 교차하며 내게로 나아온다.

그리곤 내 가슴팍을 손으로 슥슥 쓸며 말했다.

"너도 어제 보니까 몸 굉장히 좋던데?"

"그래?"

"응. 솔직히 나 놀랐어. 근육이 엄청 많은 건 아닌데, 우락부락한 이들에 비해 왠지 더 섹시해보이더라고. 막 보기만 해도 자궁이 큥큥 떨리며 하고 싶은 마음이 물씬 풍긴다고 해야 할까?"

하핫... 이미 조사해서 알고는 있었지만, 그것 참 솔직한 여자구만.

사라가 혀로 자신의 입술을 한 차례 슥 훑는다.

불과 몇 시간 전만해도 그토록 죽어죽어를 외쳐댔으면서 금세 또 하고픈 마음이 드는 모양이다.

"서후. 나가기 전, 한 번 할래?"

"시간 되겠어? 우리 귀여운 엘리스의 화난 모습, 벌써부터 보긴 싫은데."

'우리'란 단어에 사라가 눈에 띌 듯 좋아한다.

그녀는 침대에 걸터앉아 있는 내 위에 올라타 안기며, 입술 박치기를 시도해왔다.

야릇한 감각이 입술 위를 부드럽게 쓸고 지나간다.

이 감미로운 맛과 향기...!

"쪽. 쪼옥... 하아... 좀만 기다려 달라하고 빨리 하면 되지 않을까?"

그러면서 눈을 반짝반짝 빛내기에 난 작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원한다면야."

그러나 그런 우리의 계획은 그대로 무산되고 말았으니...

다다다다. 벌컥!

"엄마, 나 준비 끝났어!"

"에...? 버, 벌써?"

"응! 어제 잠이 안와서 오늘 뭐 입고 갈지 어젯밤에 다 정해뒀었거든! 그런데 엄마 얼굴 왜 그렇게 빨개? 뭔 일 있어?"

사라, 내 옆에 서서 손사래를 치며 고개를 도리도리.

"아, 아냐. 아무것도 아냐! 뭔 일은 무슨!"

"그런데 아저씨 앞에서 그렇게 다 벗고 있어도 돼?"

"어머멋. 내 정신 좀 봐. 서후, 뭐해요! 어서 밖으로 나가욧!"

그렇게 난 사라의 손에 끌려 들어간 안방에서 그 딸인 엘리스 손을 잡으며 빠져나오게 되었다.

'성격이 호탕해서 이것저것 신경 안 쓸 것처럼 굴더니, 정작 딸아이에게 보이는 건 부끄러워 한다라...'

좋은 정보다.

안 그래도 개방적인 성격이라 어떻게 흔들어야 하나 고민이 들었는데, 나중에 이것을 통해 멘탈을 무너뜨리면 될 것 같다.

그때 내 옆으로 바짝 붙으며 금발의 귀여운 꼬맹이 왈.

"아저씨. 엄마 몸 어때요?"

"...어떠냐니?"

"엄마 몸 좋죠? 섹시하죠? 막 하고 싶죠?"

"어...?"

얘 뭘 알고 묻는 건 아니겠지?

그에 콕 짚어 물어보자, 정작 의미는 모른단다.

그저 하고 싶은 몸이란 표현을 어디선가 듣게 돼 쓴 단어란다.

진짜 얘하곤 대화하다가 뇌가 늙겠네.

순간 피로함을 느껴 소파에 가 앉자, 아이가 바로 옆에 따라와 앉으며 재차 묻는다.

"아저씨 아직 대답 안 해주셨어요. 엄마 몸 어때요? 네?"

"음... 네 엄마는 슈퍼카야."

"슈퍼카?"

"응. 그런 게 있어."

이번에 내 아이를 임신한 부장의 부인 정아가 국산차, 올해 여름 올라탄 백마 그레이스가 그저 그런 외제차라면, 사라는 겉부터가 풀옵션 최상급 슈퍼카라고 할 수 있었다.

두 여인에게는 솔직히 좀 미안하지만, 가히 비교가 안 된다. 비교가.

'그래도 남의 것을 빼앗아 먹는 그 맛을 떠올리면, 사실 외관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지.'

난 손을 뻗어, 엄마의 스마트폰으로 슈퍼카를 검색하는 아이의 머리를 부드럽게 쓸어주었다.

스펠링 하나하나 입력해 사진을 보는 아이.

이내 눈이 동그래진다. 그리곤 고개를 주억이며 말한다.

"우리 엄마는 슈퍼카야!"

어이쿠. 그것 참 귀엽네.

곤란한 질문만 안 하면 정말이지 천사다, 천사.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