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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2화 〉 #148 여동생을 사랑한 친오빠의 의뢰 (152/200)

〈 152화 〉 #148 여동생을 사랑한 친오빠의 의뢰

* * *

"우와아..."

"대박."

뉴욕에 있는 스승의 별장에 들어선 아이들의 입이 떡 벌어진다.

정확히 말하면 스승의 별장이라기 보단 한성 그룹의 것이었지만, 그래서인지 꽤나 스케일이 커 재벌 출신인 서연이와 하나 또한 다소 놀라고 있었다.

뭐 크기부터가 하와이 별장과 비교해도 될 정도니.

"역시 한성그룹이구나."

"우리 마미에게도 뉴욕에 이런 집 하나 구해 달라 할깡."

"하나야, 너 그러다 또 너희 엄마에게 잔소리 듣는다."

아무튼 짐을 풀고 아이들을 불러 모은다.

난 앞으로의 일정을 그들에게 말해주었다.

"나랑 어르신은 일 때문에 볼 일이 있으니 중간중간 나갔다 올 거야. 여기 도향과 예림이 또한 둘이서 뭐 배운다고 그럴 거고."

"림, 너는 뭐 배우는데?"

임하나의 질문에 여우가 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한다.

"아, 식물 관련... 그런 게 있어."

"오... 식물이라. 의외네? 도향 언니랑 둘이서 배우러 다닌다기에 난 뭐 옷 디자인 이런 건 줄 알았더니?"

다른 두 아이도 고개를 끄덕이며 흥미를 표한다.

그도 그럴 게, 도향과 여우 둘 다 전형적인 도시 스타일의 미녀들 아닌가?

그러자 민아가 나서서, 도향이 식물 전문가며 엄청난 향수를 만들 줄 안다고 부연 설명했다.

그에 그녀가 내게 만들어준 향수를 한 번 뿌려주자, 모두들 감탄.

"와아... 엄청 좋은데?"

"그니까. 웬만한 명품은 게임도 안 되는 듯?"

"내 말 맞지?"

아이들의 칭찬세례에 도향의 어깨가 좀 올라가고, 그걸 본 링링은 표정을 구긴다.

한국에서 시작한 신경전이 아직도 둘 사이에 이어지고 있는 모양이다.

"아무튼. 그래서 나랑 어르신은 지금 바로 나갈 거야. 도향 넌 언제 갈래?"

"음... 그럼 우리도 지금 갈까, 예림아? 차 얻어 타고 가자."

"넹, 언니."

그렇게 아이 셋에겐 경호 인력을 붙여 알아서 놀게 하고는, 우리는 의뢰자가 있는 곳으로 다 같이 이동했다.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지금 바삐 업무를 처리 중이셔서."

비서인지 직원인지 모를 여인이 우리에게 차를 건네준 뒤 돌아가고.

스승과 티 테이블에 앉아 의뢰자를 기다린다.

찻잔을 반쯤 비웠을까.

머리가 반쯤 벗겨진 한 남자가 안으로 들어왔다.

옷매무새를 단정히 하고 가슴은 쭉 펴며, 걸음걸이에 자신이 있는 게 전형적인 미국 정치인이다.

그는 스승에게 손을 내밀어 웃으며 즐거이 악수했다.

"하핫. 오랜만입니다, 미스터 강! 그동안 잘 지내셨습니까?"

"저야 늘 잘 지내죠. 우리 의원님도 신수가 훤해 지셨군요."

"하하핫. 그렇습니까? 아무래도 전 장사보다는 정치와 더 잘 어울리나 봅니다...!"

이번 일의 의뢰자, 뉴욕 상원의원 찰스 밀러.

스승의 말로는, 그는 과거 무기를 사고파는 일과 용병 회사를 운영하는 등 꽤나 위험한 일에 종사했던 인물이라 했다.

그러다 양지로 얼굴을 비치고, 여러 운이 겹쳐 승승장구해 지금의 자리까지 올라왔다고.

'그저 혹시나 싶어 쌓아둔 인연이었는데, 이렇게 잘 풀릴 줄은 스승도 몰랐다고 했지.'

그가 나를 돌아본다.

눈빛이 꽤나 강렬한 게 확실히 보통은 아니다.

산전수전 다 겪은 인물.

그가 내게 손을 슥 내밀었다.

"난 찰스 밀러라 하네. 자네 스승에게는 이야기 많이 들었네. 도저히 40대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외모로구만!"

"감사합니다. 서후입니다."

"흠... 말에 상당히 군더더기가 없군. 낯가림은 없는 것 같은데... 정말 미스터 강의 제자가 맞는가?"

즉, 말이 그다지 풍부하지 않는데 정말 여자를 혹하게 만들 수 있느냐는 의미.

난 방긋 미소를 지어보이며 대답했다.

"굳이 의뢰가 오고가는 곳에서 화려한 언변을 선보일 필요는 없지요. 실력이 확실하다면."

"그래도 내가 자넬 보고 뭔가 믿음이 생겨야 하지 않겠는가? 오늘 난 자네를 처음 보는데 말이네."

"제 보증은 여기 스승님께서 충분히 해주셨다 믿고 그런 것입니다. 원하신다면 보여드리겠습니다."

내 자신만만한 표정에 그제야 남자의 얼굴에 흡족한 미소가 떠올랐다.

그는 크게 웃어젖히며 초면에 저지른 자신의 무례함을 용서해 달라 말했다.

그렇게 몇 차례 담소가 오고가고 시작된 의뢰.

"내겐 말이네. 동생 하나가 있네."

상원 의원 찰스 밀러.

그에겐 나이 차가 꽤 나는 친동생 하나가 있다고 한다.

무려 13살 차이라나?

"부모가 이혼한 후, 아버지는 사망. 15살 때부턴가 내가 데리고 다니며 키운 아이지. 처음에는 정말 귀찮고 손이 많이 가는 울보였는데... 세월이 지날수록 정말 아름답게 크지 뭔가?"

깍지를 낀 손에 턱 끝을 올리곤 무게를 잡으며 말하던 남자의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떠올랐다.

그는 찬찬히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가슴이 두근거렸네. 처음에는 그 감정이 무엇인지 몰랐지. 그냥 부모가 자식에게 느끼는 감정이 이런 건가? 하고 생각했네. 그러다 그 아이가 남자를 만나고, 결혼을 하는 날 깨달았지. 이건 사랑이라고."

그러나 이미 그가 사랑하는 동생은 다른 남자와 결혼을 해버린 상황.

그래서 그는 꾀를 하나 썼다고 했다.

심부름을 부탁하는 척 해서 경쟁자들이 있는 곳에 그 남편을 보내, 저승으로 보내줬다고.

"내 동생 사라는 강한 아이야. 남편이 죽었어도 꿋꿋이 잘 털고 일어났네. 지금은 우리 집에서 아이 하나를 키우며 나와 지내고 있지."

올해 29세인 그의 동생, 사라 밀러.

그녀가 이번 의뢰의 타깃이었다.

남자는 나와 스승 쪽으로 상체를 기울이곤, 목소리를 낮춰 이야기했다.

"내 의뢰는 이걸세. 사라를 가지는 것. 그 아이가 내 밑에 깔려 헉헉 대고, 내가 시키는 건 뭐든지 하며, 내 애도 낳는... 그런 관계가 되게 해주면 참으로 고맙겠네."

"찰스. 그 목적을 위해 자네 동생과 관계를 맺고 그래도 되겠는가?"

"마음이 아프지만 어쩔 수 없지. 자네가 하는 일이 어떤 것인지 다 알고 부른 것이니 마음껏 하시게."

흠... 스승이 턱을 매만지며 묻는다.

"그래도 우리가 하는 일은 자네도 알다시피 나름 극단적인 방법이네만... 다른 시도는 해 보았나?"

"아아... 전혀 소용이 없었네."

"그럼 자네도 별 수 없었겠구먼."

"그렇지."

스승과 찰스가 의자에 깊숙이 몸을 싣는다.

그리고는 약 1분가량을 침묵. 스승이 찬찬히 먼저 입을 열었다.

"자네 여동생을 만나 내 제자가 유혹할 걸세. 이후 조교를 진행할 거고, 그게 잘 풀리면 다른 남자 몇몇을 불러다 섹스를 시키는 등 그녀가 가진 벽과 틀을 허물 걸세."

꿀꺽.

"그러다 때가 되면 자네 앞으로 데려가지. 주인이 시키는 것이라면 뭐든 따르는 암캐로. 그러면 되겠는가?"

"피임은 확실한 거지?"

남자의 질문에 스승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네. 대신 이 친구는 피임을 안 할 걸세. 그게 더 효과적일 테니."

"그건 상관없네. 아까 말한 다른 잡것들이 신경 쓰여 한 이야기였으니까."

스승과 찰스가 손을 맞잡는다.

이후 그는 나에게도 손을 내밀며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그럼 앞으로 내 여동생을 잘 부탁하네, 서후."

계약을 맺고 밖으로 나온다.

기한은 딱히 없고, 그의 여동생을 넘긴 뒤 성과가 만족스러우면 그걸로 임무는 완료.

약물 사용은 일체 없어야 하며, 선수금 10억. 의뢰 완료시 20억.

"이번 의뢰, 보수금이 아주 크거나 그렇진 않네요."

솔직히 한성그룹의 2인자씩이나 되는 스승 입장에선 그저 애들 코 묻은 액수 정도밖에 안 되는 금액.

찬찬히 다른 일행이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기며 스승이 대답한다.

"아까 설명했다시피 운이 좋은 사람이다. 지금보다 더 높이 올라갈 수 있는 인물이지. 당장의 돈보다는 비밀 공유와 신뢰 쌓기가 더 좋은 케이스다."

스승은 보수를 정할 때 보통 두 종류로 나눈다.

미래 가치가 좋아 보이면 적게 받고, 별로 안 좋아 보이면 제 값을 받고.

확실히 이제 막 상원의원이 되었으면 앞날이 창창하다 봐도 되겠군.

고개를 든다.

건물 밖으로 뭔가 불만이 있어 보이는 링링과 그런 그녀를 계속 놀리는 도향, 그리고 그 사이에서 어색하고 웃고 있는 여우가 보인다.

두 여인 사이에서 뭔가 난처해하고 있던 아이는 날 발견하는 순간 검지로 가리키며 그들의 이목을 내게 집중시켰다.

"아저씨! 이야기는 잘 되었나용?"

"어어. 그래. 일단 차에 타서 이야기 하자."

밖에서 할 이야기는 아니기에 바로 차에 탑승하고.

여우는 창문 밖을 바라보며 흥미롭다는 듯 말했다.

"근데 이 분은 어째 주변에 무장된 경호원들이 꽤 많네요."

"그건 말이다. 그를 노리는 적이 많기 때문이란다."

"에? 그게 무슨 뜻인가용, 할아버지?"

나 또한 들은 게 없어 고개를 돌리자, 스승 대신 링링이 작게 헛기침을 하고는 이야기했다.

"찰스 밀러 상원의원은 음지에서 활동을 많이 했던 인물입니다. 그래서 예부터 적이 많았지요. 8년 전, 주인님께서 처음 만나실 때도 한창 무기를 거래하며 사람을 여럿 죽이고 다니던 인물이었습니다."

그래서 은원관계가 꽤나 복잡하단다.

이번에 한성그룹에서 평소와는 달리 경호 인력을 많이 데려온 이유도 그러한 맥락에서라고.

"그럼 저희도 위험한 거 아니에요? 작업하다가 총 맞고 그런 건 아니겠죵...?"

파들파들 떠는 여우에게 노인이 껄껄 웃으며 고개를 젓는다.

"걱정 할 것 없다. 우리 쪽 경호 인력뿐만 아니라, 미국 쪽 사설 팀도 운영할 터이니."

"엑... 그럼 잘못했다간 손해 보는 장사 아닌가요?"

시간을 오래 끌면 끌수록 비용이 올라가니 그럴 것이다.

그러나 돈이라면 넘치도록 많은 노인은 그저 허허 웃을 뿐이었다.

그러면서 왈.

"인생에 돈이 전부는 아니란다, 아가야."

"윽... 맞는 말이긴 한데, 할아버지가 그리 말씀하시니 뭔가 더 할 말이 없네용."

"껄껄껄. 그러느냐?"

그렇게 의외로 스승과 대화를 잘 나누는 여우를 보며 한편으로 안심했다.

지금 이곳에 있는 스승과 링링, 도향, 나 같은 경우엔 한 팀으로 여러 차례 뛰어봤기에 이 아이 혼자 겉돌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 일단 호텔로 이동하겠습니다."

우린 의뢰자인 찰스 밀러의 집에서 제일 가까운 호텔로 이동했다.

뉴욕 마크 프라자 호텔.

앞으로 이곳이 이번 작전의 모든 것이 계획되고 이루어지는 지휘통제실이 될 것이다.

링링이 차를 타오고.

스승은 티 테이블 상석에 앉아, 찬찬히 자신이 계획한 걸 하나하나 설명해 나가기 시작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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