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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0화 〉 #126 강설아의 딸 임하나 (130/200)

〈 130화 〉 #126 강설아의 딸 임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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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끝을 간질이는 기분 좋은 냄새에 눈을 뜬다.

아직은 어둠이 내려앉은 공간.

살짝 열린 방문 틈으로 달그락 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슬쩍 옆을 바라보니 내 옆에 누워있어야 할 아이가 보이지 않는다.

'먼저 일어난 건가?'

그에 나 또한 가볍게 스트레칭 후 방밖으로 나서자, 아침 입맛을 확 당기는 음식 냄새가 날 자극했다.

오호. 어제 처녀 뚫려서 힘들 텐데, 이른 아침부터 밥상 준비?

슥 보니 알몸 차림으로 앞치마를 한 채 엉덩이를 좌우로 씰룩씰룩 흔드는 아이의 뒤태가 눈에 들어온다.

꽤 기분이 좋은지 입으로는 노래가사가 흘러나온다.

난 조심조심 다가가 한창 요리 중인 아이를 뒤에서 끌어안았다.

"꺅! 엄마야!"

"워워... 진정해!"

세상에...

다음부터는 상황 봐가며 장난 쳐야지.

얼마나 놀랐으면 들고 있던 칼을 막 내게 겨누네?

"아, 아저씨...?"

"그래. 안 찌를 거지?"

"앗. 네, 넵...! 안녕히 주무셨어요?"

"오냐."

아이가 내 시선을 맞추며 방긋 웃는다.

화장을 안 해도 예쁜 게 역시 이십대는 이십대구나.

난 다시 칼질을 시작하는 아이에게 다가가, 봉긋 선 가슴을 매만지며 아침 졸음을 조금씩 쫓아냈다.

"읏. 흣... 아, 아저씨..."

"왜?"

"손 움직임이... 너무 야릇한 거 같은데요?"

"그래서 싫어?"

고개를 젓는다.

아이는 엉덩이를 뒤로 쭉 내밀고는, 뻣뻣이 선 내 물건을 자신이 궁둥이 사이로 끼워 넣어 슥슥 비벼주었다.

확실히 뭐든지 영상으로 빨리 배우는 세대라 그런지는 몰라도, 전날 밤 처녀 뗀 여인치고는 굉장히 진도가 빠르네.

그에 나 또한 음부가 자극이 되게 좆을 들어 올려 고간 아래를 슥슥 문질러 주었다.

"앗... 읏... 조, 조아앗...!"

좋아해주니 고맙군.

난 불판을 슥 보며 물었다.

"근데 의외네. 너 요리 할 줄도 알아?"

"잘 못하는데요. 밀키트는 할 줄 알아요! 라면 끓이는 거랑 큰 차이 없잖아요?"

그렇긴 하지.

요샌 뭐든지 다 편리하고, 쉽고 간단하구나.

새삼 세상이 변했다는 걸 이런저런 사실로 깨닫는다.

"그런데 너 피곤하진 않아? 밑에는 괜찮고?"

아이가 고개를 끄덕인다.

다만 살짝 아쉬운 표정을 지어보였다.

"아저씨가 어제 약 발라줘서 그런지 움직일 만해요. 다만 넣는 건 안 될 것 같아요. 아침에 살짝 손가락 넣어봤는데... 너무 아파서 눈물 좀 뺐어요. 헤헷."

하긴. 하루 이틀은 놔두는 게 낫지.

보통 물건도 아니고 그래도 나름 크다 자부하는 내 걸로 몇 시간이나 쑤셔댔으니까. 요양은 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우린 애무 겸 스킨십을 즐기다, 서연이가 차린 아침 식사를 먹으며 간단히 대화를 나눴다.

서로 평소 하는 일이나 취미 뭐 그런 것 등등.

그런 사소한 것도 아직 모른 상태로 바로 본방을 갔었다는 사실에 새삼 절로 웃음이 나왔다.

그렇게 한참 이야기를 나누던 도중이었다. 살짝 주저하더니 갑자기 무게를 잡으며 아이 왈.

"아저씨."

"듣고 있다."

"저어... 지금이라도 새로 시작할 수 있을까요?"

"응...? 그게 무슨 뜻이야?"

새로 시작한다니. 무얼 의미하는 거지?

내가 고개를 갸우뚱하자, 자신의 설명이 빈약했단 걸 깨달은 아이가 조금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풀었다.

"저 간밤에 곰곰이 생각해봤어요. 그리고 결심했어요. 바뀌어 보려고요. 제게 피해봤던 애들 다 찾아가서 사과하고, 이제 새 사람 되려고요."

난 고개를 들어 아이를 바라보았다.

날 바라보는 아이의 얼굴엔 들뜸이나 그런 감정은 보이지 않았다. 그저 평온과 진지함만이 자리해, 보는 이로 하여금 똑같이 진지한 감정을 끌어내게끔 하고 있었다.

"그런데 너무 늦은 건 아닌지 걱정이 돼서요..."

사람은 종종 감당할 수 없는 큰일을 겪고 나면 변한다.

좋은 쪽으로든 안 좋은 쪽으로든.

이 아이는 이번 힘든 시기를 통해 좋은 쪽으로 변해보려 하는 것이다.

다만 두렵고 확신이 없는 듯했다.

어찌 아니 그럴까.

이제 사회에 첫 발을 내딛은 아이가 무얼 얼마나 알까.

"아저씨...?"

내가 대답이 없자 다시 묻는 아이.

그에 난 최대한 내가 지을 수 있는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아직 안 늦었다. 오히려 지금이면 빠르다 할 수 있지."

"아... 감사합니다...!"

지금 이 아이의 결심이 그저 작심삼일인지 아니면 진짜인지는 모른다.

본디 인간이란 행동보단 마음과 욕심이 앞서는 생물이니... 시간이 지나면 차차 알게 되겠지.

그러나 만약 진짜라면 난...

'떡잎은 밟는 게 아니지.'

환하게 미소 짓는 아이에게 나 또한 미소 짓는다.

그런 내 마음은 조금 무거웠다.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 내쉰다.

그에 따라 뿌연 연기가 코와 입에서 후욱 뿜어져 나오더니, 어디선가 불어오는 미풍에 싹 날아간다.

난 재를 툭툭 털며 옆에 서 있는 남자를 돌아보았다.

짧은 스포츠머리에 키가 좀 작지만, 근골이 남다른 남자.

어떤 신념으로 움직이는지는 몰라도 눈빛 너머에 깊이를 알 수 없는 어둠이 자리한 인물.

체급이 싸움에서는 중요하긴 해도 진짜 조심해야 하는 부류는 이런 이들이다.

목숨이 오락가락하는 와중에도 보통 이런 스타일은 전혀 당황하는 게 없다.

적을 해하는데 가차 없고 목적을 위해서는 도덕성이나 자비 또한 존재하지 않는다.

난 한 실장에게 내 결정을 전달했다.

"경호, 받겠습니다."

"앗.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

"대신."

"네."

내가 조건을 걸자 살짝 긴장을 하는 사내.

수많은 죽음을 목도하고 직접 스틱스 강까지 여럿 보냈을 이이건만, 내 눈치를 저리 보니 한편으로는 굉장히 인간 같아 미소가 지어진다.

난 별 거 아니라며 내가 원하는 조건을 말했다.

"제가 작업을 하는 애들 중에 민아와 예림이란 애가 있습니다. 그 두 아이에게도 경호 인력을 붙여주었으면 좋겠습니다."

"혹시 실례가 안 된다면, 그 두 아이는 왜...?"

"조사하면 아시겠지만, 예림이란 아이는 곧 도향 대신 절 따라다니며 비서 역할을 수행할 것입니다. 민아는... 이번 제 메인 타깃이고요. WSS, SAF와 사이가 안 좋은 지금 시기에 혹시나 그쪽에 마수가 뻗칠까 하여 그런 것이니... 그렇게 해주시지요."

남자가 흔쾌히 승낙한다.

그동안 스승과 링링 밑에서 타깃 여인들을 감시하는 걸 수도 없이 해온 만큼, 아마 이들에겐 그건 평소 하던 일과 크게 다름없는 일일 것이다.

"그럼 본격적으로 경호 들어가면 말씀드리겠습니다. 아마 이틀 안 걸릴 겁니다."

"예. 잘 부탁합니다."

이야기가 끝난 남자가 빠르게 시야에서 사라진다.

그리고 조금 있으니 설아의 비서 연희가 날 데리러 왔다.

퇴근 시간이다.

"그... 서후씨. 미리 말씀드리지만, 제 딸이 좀 제멋대로에요. 예의도 좀 없을 수...도 있고요. 그러니..."

집으로 돌아가는 길.

설아가 평소답지 않게 횡설수설하며 내게 딸에 대한 사전설명회를 갖는다.

아마 그만큼 자식과 내가 그녀 자신에게 소중하단 뜻이리라.

어떤 불화도 일어나지 않게 미리 충격이 될 만한 부분을 짚어주는 걸 보면 말이다.

"말도 조금은 막 하는데 아... 어떡하지..."

결국 설명하다 스스로 발을 동동 구르는 그녀.

이로써 그 딸이 사고뭉치 아들만큼이나 심각하단 걸 알 수 있었다.

그래도 난 걱정 말라며 설아의 머리를 슥슥 쓰다듬어 주었다.

"걱정 마. 그리 말은 해도 정말 착한 아이잖아? 그렇지?"

"맞아요!"

설아의 얼굴에 기분 좋은 미소가 걸린다.

역시 애 엄마는 애 엄마다. 딸 칭찬에 이런 표정을 짓는 걸 보면 말이다.

그리고 슬쩍 손을 뻗어 내 물건을 잡으며 키스해 오는 것이, 아무래도 오늘 밤 수면 시간이 세 시간은 줄었다 봐도 좋으리라.

그렇게 도착한 설아의 집.

이젠 하도 들락날락거려 내 집과 같이 느껴지는 곳.

난 정원에 들어서며 2층을 향해 자연스레 고개를 돌렸다.

이 시간 즈음이면 강 회장이 저곳에 앉아 하늘을 보며 사색에 잠겨 있곤 했기에.

그런데... 오늘은 안 보인다?

"어. 아버지께서 어디 가셨지?"

설아 또한 어리둥절.

"아무래도 밖에서 볼 일이 있으셔서 늦으시는가 보지."

"그러신가 봐요. 따라오세요. 제 딸을 소개해 드릴게요."

설아가 앞장서 날 인도하기 시작했다.

2층 제일 끝에 자리한 커다란 방.

그녀는 그 앞에 서서 긴장된 얼굴로 잠시 심호흡을 했다. 아마 투자설명회를 해도 이 정도까지 긴장하진 않으리라.

아무튼 문을 두드리며 벌컥.

"엄마 들어간다."

그렇게 열린 방 안쪽 침대에는 이제 갓 스무 살 즈음 되어 보이는 여인 한 명이 있었다.

외모는 그 엄마하고는 좀 다른...

아무래도 임호준 쪽 피를 더 받은 모양이다.

'그래도 가슴이 큰 건 비슷하군.'

아무튼 뭘 하고 있는지는 몰라도, 그녀는 팬티 한 장 입지 않은 채 누군가와 영상통화를 하고 있었다.

"하, 하나야...?"

"아, 엄마 왔어?"

하아? 태연한 얼굴로 엄마 왔어? 라니...

얼굴만 봤다면 너무 자연스러워 그냥 그런 가보다 하고 넘겼을 지도 모르겠다.

물론 현실은 다리 고간을 활짝 벌린 걸로도 모자라, 손가락이 꽃잎 사이로 들어가 있는 광경이었지만 말이다.

그저 헛웃음이 나왔다.

제 3자인 내가 이마에 손을 짚을 정도니, 저 아이를 낳은 엄마는 어떤 심정일까.

"하나, 너...!"

"앗. 잠깐! 엄마 오셔서 다음에 또 통화하자!"

­ 그, 그래...

목소리로 보아하니 남자.

정작 친엄마에게 걸린 당사자는 아무렇지도 않고, 그 건너편 상대방이 당황스러워 한다.

아마 저 목소리의 주인은 오늘의 추억을 평생 잊지 못하리라.

통화를 끊은 아이가 옆으로 드러누우며 머리를 긁적인다.

"왜~ 또. 무슨 일이야?"

"너 요새 며칠 간 대체 집엔 왜 안 들어온..."

"아, 그건 클럽에서 괜찮은 남자 만나서 놀다 보니 그리 됐엉~"

"뭐? 아니 대체 무슨 남..."

설아가 어이가 없는지 허리에 손을 짚고는 심문조로 버럭 소리치자, 그 딸이 귀를 후비적후비적 파며 말한다.

"그리고 그 괜찮은 남자가 방금 나랑 영섹 한 남자고. 오케이?"

"임하나!"

"악! 왜 소리를 지르고 그래? 좀 Calm down! 진정해 엄마!"

"너 진짜 어떻게 되려고 그러는 거니? 대체...! 응?"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라더니 딱 맞구만.

새삼 내게 왜 아이들 교육 부탁을 했는지 바로 이해가 될 정도다.

흠. 링링을 통해 전달받은 것보다 더 개판인데...

그 때 아이와 내 눈이 마주쳤다. 날 살펴보더니 흥미롭다는 표정을 한다.

"진짜 너 자꾸 이러면..."

"엄마. 엄마!"

"...응?"

"나도 이제 다 컸으니까, 잔소리는 우리 1절만 하자. 알았지?"

"너 무슨..."

그러고는 내 앞으로 후다닥 다가온다.

설아의 눈이 휘둥그레지는 건 당연한 수순.

그에 반해 아이의 눈엔 정말 흥미 가득한 표정이 올라왔다.

"아저씨는 누구세요?"

"하나야! 예의를 차리렴! 아, 아니, 일단 옷부터 입고... 쫌...!"

어떻게든 엄마에게 저항하면서도 아이의 눈은 오로지 나에게 박혀있다.

그래도 운동한 엄마에겐 힘으로는 안 되는지 금세 제압당하고.

난 두 모녀를 놔둔 채 몸을 돌려 방밖으로 나갔다.

닫힌 문 너머로 호된 잔소리가 한동안 이어진다.

'강설아의 딸 임하나라...'

요 근래 똘끼 충만한 애들을 자주 만나는군.

아니. 어쩌면 이 사회가 그리 변하는 추세인지도 모르지.

난 벽에 등을 기댄 채, 요 아이를 어떻게 구슬려 먹어야나 곰곰이 생각에 잠기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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