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5화 〉 #111 맞은 건 되돌려 줘야하지 않겠어?
* * *
***
계획한 건지는 몰라도 치료해주겠다고는 잡아끄는 바람에 설아의 방에 자연스레 들어가고.
널찍한 소파 위에 엉덩이를 붙인 난 그녀의 부드러운 손길을 눈을 감고 즐겼다.
단추 하나하나를 풀고 내 옷을 벗기길 잠시, 갑자기 설아가 짧게 비명을 지른다.
"꺅! 서, 서후 씨... 어떡해..."
왜 그런가 하고 보니 팔이 전체적으로 시퍼렇게 멍이 들어있었다.
뭐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려나.
한 번도 아니고 십여 번을 전력으로 발길질 하는 걸 막아냈으니.
심지어 구둣발로 까지 않았던가?
근육이 없었다면 아마 어디 부러지거나 했겠지.
내 팔을 본 설아의 눈이 매섭게 돌변했다.
"다시 생각해 봐도 역시 그 남자에게 한 방 먹여야겠어요."
"설아야..."
"설득해도 소용없어요. 아주 인터넷이랑 기사로 도배를 해서 다신 얼굴을 들지 못하게 할 거예요!"
"설아야, 일로와 봐."
흥분해서 씩씩 대는 여인을 품에 안고는 등을 슥슥 쓰다듬는다.
그녀의 거친 숨소리가 차츰 잦아든다.
"안 그래도 돼. 난 괜찮아."
"그래도...! 서후 씨는 화 안 나요?"
왜 안 나겠니.
나도 더럽게 기분이 나쁜 걸.
다만 이왕 복수하는 거라면 제대로 해줄 생각이다.
내 식대로. 내 방식대로.
'스승이 새로 작업치는 건 한동안 자제하라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시간이 촉박할 수 있으니 한 이야기.'
이리 두들겨 맞고 가만있을 순 없지.
그러나 시간이 빠듯한 것도 사실인 바... 이건 어쩔 수 없다. 스승의 권한을 적극 이용하자.
그의 유일한 후계자로서 말이다.
이왕 목에 다시 개줄 찬 거, 노친네가 가진 모든 걸 이용해줘야 나도 손해 안 보는 거 아니겠어?
난 설아를 진정 시키고는 잠시 발코니로 나가 전화를 걸었다.
착신음이 울리고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예, 서후. 링링입니다.
"스승님 좀 바꿔주십시오."
...다음부터는 좀 일찍일찍 전화를 주십시오, 서. 후.
"하핫. 알겠습니다."
퉁명스런 여인이 떠나가고.
곧이어 들려오는 노인의 목소리.
잔잔하지만 무게감이 있는 음성이 귓가에 울린다.
그래. 무슨 일이더냐.
"WSS 전자에 임호준이라고 아십니까?"
그래.
"오늘 녀석에게 아주 신나게 얻어터져서 말입니다. 본인의 돈이랑 권력 믿고 정말 사정없이 패던데... 아무래도 맞은 건 그대로 되돌려 줘야하지 않겠습니까?"
그러자 스승의 큰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아무렴! 내 하나 뿐인 후계자가 맞고 다니는 꼴은 절대 못 보지. 뭐든지 말만 하거라. 필요한 건 언제든지 링링에게 말해 두고.
흔쾌히 허락하는 스승.
역시 예상대로다.
그에게 내가 어떤 존재인지는 잘 모르지만, 스승은 내 일이라면 항상 이렇게 발 벗고 나선다. 자신의 온 힘을 다 기울여서라도.
"감사합니다, 스승님."
그렇게 전화를 끊은 내 입가엔 절로 비릿한 미소가 지어졌다.
앞으로 벌어질 일들을 떠올리니 참으로 기대가 돼.
임호준. 이번 주가 네가 꿀잠 잘 수 있는 마지막 밤일 거다.
뭐 그 조차도 아까 나와 설아와의 일로 제대로 못 잘 테지만 말이다.
"대화는 잘 끝났어요?"
"응."
"그럼 잠시 이쪽으로."
여인이 내 손을 잡아끈다.
전 남편 이후로 단 한 번도 다른 남자를 들인 적 없는 침실.
설아는 날 그곳으로 인도하는 걸로 멈추지 않고, 침대 위로 이끈 뒤 옷을 하나둘 벗어던졌다.
물이 잔뜩 오른 고혹적인 여인의 나신이 눈앞으로 나타난다.
다리를 M자로 벌리곤 내게 양팔을 뻗어 유혹하는 돌싱녀 설아.
"어때요? 여기서 한 번?"
"나랑 하면 당신 아버지가 들을 수도 있어."
"읏... 하긴 서후 거 많이 크니까요. 그래도 해 주세요."
여인이 수줍게 볼을 붉히며 웃는다.
이 여자도 내 손에 완전히 떨어졌군.
이제는 완벽한 내 여자다. 성 행위에 대한 벽만 조금 더 허물어주면 될 것이다.
"오늘 너 완전 예뻐서 내가 밤새 괴롭힐 지도 몰라. 안에다가도 잔뜩 싸지를 거고. 그래도 괜찮아?"
그러자 설아, 조금도 고민 않고 고개를 끄덕이며 왈.
"좋아요. 그렇게 해 주세요. 오늘 절 서후 씨의 여자로 만들어주세요♥"
난 곧바로 그녀의 위로 올라타, 질척질척한 보지 안으로 자지를 밀어 넣었다.
이미 흥건한데다가 애 둘을 낳은 구멍이 내 자지를 능숙하게 받아낸다.
그러면서도 운동과 관리를 잘 한 탓에 쪼임은 웬만한 20대 아가씨들보다 뛰어나다.
"그럼 바로 흔든다."
"네엣...!"
허리를 들썩들썩.
추잡하게 흔들며 설아의 입을 탐한다.
손을 움직여 그 큰 가슴을 마음껏 매만지며, 자지로 보지 구멍을 이리저리 쑤시고 즐긴다.
임호준 새끼야, 보고 있냐?
네가 떡 치던 곳에서 네 전처를 따먹고 있는 모습이!
'분명 녀석, 복도랑 엘리베이터에서 수시로 설아를 음란한 눈으로 바라보았었지.'
전 남편에게 퇴짜 놓은 여인. 그녀를 데려다 밑에 깔아놓고 창녀 다루듯 마구 처박는 상황이란...!
큿. 꼴린다. 사정감이 팍팍 치솟는다.
'기다려라. 지금 결혼한 네 부인과 딸도 곧 이렇게 해줄 테니.'
그런데 상상이야말로 시각보다 더한 자극이라 했던가?
몸매 좋은 미녀의 보지에 마구 좆질 하며 앞으로 일어날 일을 생각하니 순식간에 배설 욕구가 확 솟구쳤다.
그에 난 정신없이 허리를 흔들다가 이내 설아에게 명령했다.
"이제 쌀 테니까 엉덩이 들어올려! 내 여자가 됐으니 임신시켜 줄게!"
"네, 네엣...! 이대로 어서... 읏. 아앙... 지, 진한 걸 잔뜨윽...!"
박을 때마다 거대한 유방이 위아래로 크게 출렁인다.
야릇한 색감의 젖꼭지가 배꼽에서 턱 끝까지 왔다갔다 춤을 춘다.
"간다아앗! 내 정자로 임신해랏!!"
"흐읏?! 와, 왔다아앗! 날 임신시킬 아기씨... 왔다아아앙♥"
양 팔로 자신의 엉덩이 아래를 받치고 버티는 여인. 그 구멍 안에 난 내 욕망의 정수를 쏟아냈다.
그녀는 그 뜨거운 감각에 자궁부터 보지, 그리고 온몸으로 파르르 떨다 이내 절정 했다.
츗. 츄츗... 쪼르르...
기분이 얼마나 좋으면 실금까지 하는 설아.
그 위에 다시 자세를 잡고 올라타, 살짝 뺐던 자지를 구멍 안에 도로 밀어 넣으며 말한다.
"내가 싼 거 흘리지 않게 그대로 버텨. 오늘 이 구멍 내 씨로 가득 채워줄 테니까."
"네헤엣... 알게써여...♥"
***
달리는 차량의 창밖을 바라보며 남자는 담배 연기를 쭈욱 뱉어냈다.
그것들은 한 차례 회전했다가 이내 얇은 창문 틈 사이로 스윽 빠져나갔다.
전 부인과 만난 지 오늘로 3일 째.
특이할 것 없는 나날이 이어지고 있다.
그냥 평소와 같은 일상적인 날들.
그러나 왠지 기분은 좋지 않았다.
얼마 전 설아와 그 직원들 앞에서 개 쪽을 당했던 게 아직 마음에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괜히 쫄았어. 그냥 그대로 그 년을 끌고 나왔어야 했는데.'
대기업도 안 되는 그깟 조그만 회사.
자신이 설아 그 년의 머리끄덩이를 잡고 나오건 어쩌건 지들이 어쩔 것인가.
언론에 돈 좀 쥐어주면, 알아서 아들문제로 다투는 걸로 몰아갈 수 있었던 걸.
흠. 오늘 다시 찾아가볼까?
간만에 그 매혹적인 몸뚱어리를 봤더니 아랫도리가 아주 불끈불끈 힘이 솟는다.
그에 요새 잘 나간다는 20대 년들로 욕망을 달래보려 했으나 도저히 허기가 가라앉지 않았다.
가문만 빼고 보면 강설아는 그 정도의 가치가 있는 년이었다.
'그래. 오늘 가서 데려오는 거야. 그리고는 흐흐흐...'
그렇게 오늘 밤 이루어질 야한 생각을 하며 차에서 내리는 그 때, 웬 남자가 그에게 다가왔다.
한 번 본적 있는 얼굴이다.
그 날 설아 옆에서 사사건건 방해하던 건방진 놈.
"간만입니다?"
"너 이 씨발 새끼. 여기가 어디라고..."
"그것 참 여전히 입에 걸레를 물고 계시는군요."
단박에 멱살을 잡아주려다, 보는 눈이 많아 그냥 꾸욱 주먹을 말아 쥐었다.
상대는 그런 그를 보며 픽 웃더니 입을 열었다.
"뭐 싸우러 온 건 아니니 이쯤 하죠. 사실 볼일이 있어서 온 겁니다."
"볼 일?"
"약속 하나 해주시지요. 다시는 설아 근처에 얼씬도, 코빼기도 비치지 않겠다고."
하. 이게 아침에 뭘 잘못 먹었나?
어디서 한낱 사회 부속품 같은 새끼가... 뭐?
호준은 검지를 세워 그에게 강하게 쏘아붙였다.
"좆 까. 네가 뭔데?"
"제가 누군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이것은 제 마지막 제안이자 경고입니다."
호준은 그를 비웃었다.
"풉. 경고는 무슨. 너나 나대지 말고 조용히 집에 처박혀 있어라. 언제 어디서 훅 가기 싫거든."
그러고 남자를 지나쳐 가다, 문득 이대로 가기엔 기분이 더러워 그의 귓가에 대고 자신의 음흉한 계획을 말해주었다.
"오늘 네가 그토록 지키려던 설아 년 따먹으러 갈 테니까, 넌 옆에서 잠자코 구경이나 해. 이 병신 새끼야!"
그러나 그 말에 평온하게 웃는 남자.
하아... 이 새끼 진짜 뭐지? 뭔가 믿고 있는 게 있는 건가?
호준은 괜스레 기분만 더러워져 곧바로 그 자리를 이탈했다.
"오셨습니까, 대표님."
사무실에 들어서자마자 비서가 인사를 해온다.
그는 아침부터 그의 기분을 잡쳐놓은 남자에 대해 캐물으며 책상 위에 삐딱하게 엉덩이를 올렸다.
명패가 뒤로 쭉 밀려난다. 그곳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WSS 전자 대표 임호준.
"응. 그 때 그 녀석에 대해선 좀 알아봤어?"
그의 비서는 태블릿 액정 화면을 보며 찬찬히 대답했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얼굴이 바짝 굳어있었다.
"그... 알아 봤습니다."
"뭐하는 놈인데?"
"딱히 직업은 없습니다. 백수더군요. 다만..."
그제야 비서의 굳은 얼굴을 본 호준.
뭔가를 느낀 그 또한 똑같이 표정이 굳는다.
"한성 그룹과 연관이 있는 것 같습니다."
"...농담이지?"
한성 그룹.
대한민국 최고의 기업이자, 20년간 부동의 시총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거대그룹.
공개적인 경제부문은 물론 지하 경제도 상당부분 독식하고 있고, 정계에도 발이 넓어 그 손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다고 여겨지는 곳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런 공룡기업과 그 새끼가 연관이 있다고?
믿을 수 없는 이야기다.
'끽해야 윗대가리의 돈을 맡아서 잔심부름이나 하는 녀석이겠지.'
그러나 다음 이야기들을 듣는 순간, 그는 가슴이 서늘해지는 걸 느꼈다.
"한성 그룹에 강태백이라고 아십니까?"
"어... 들어는 봤어. 직접 보진 못했고, 한성그룹 전 회장의 차남이었지 아마? 은거해 있는 특이한 노인이라고만 들었는데... 그 늙은이가 왜?"
"그분이 그 남자에게 증여를 해준 기록이 있습니다. 심지어 공개적으로 세금까지 다 내고요."
"규모가 얼마나 되는데?"
"2000억이 조금 넘습니다."
"뭐...?"
호준은 순간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그 이야기가 의미하는 건 상당했기에.
공개적으로 세금까지 치르며 그리 큰 금액을 주었다는 건, 자신의 후계자를 공식적으로 점찍었단 의미와 같았으니까.
그런데 문제는 그가 며칠 전 그 남자를 정말 사정없이 구둣발로 갈겼다는 것이다.
심지어 아침에는 경고하는 그의 제안을 무시하고 설아를 안주 삼아 조롱까지...
"왜... 왜... 여태 안 알려져 있던 거지...? 아니, 너라도 알았어야 할 것 아냐?!"
"그... 죄, 죄송합니다... 하지만 물어봐도 다른 비서들도 모두 모를 정도로 감추어진 인물이었던 지라..."
"그걸 말이라고 해!!!"
책상 위에 놓여있던 명패가 날아가 비서의 머리에 꽂힌다.
그리곤 바닥에 큰 소음을 일으키며 이내 비서의 이마 위로 붉은 선혈을 늘어뜨렸다.
"어?! 너 같은 걸 비서라고... 이런 씨발."
한성 그룹이라니.
많고 많은 곳 중 하필 그곳이라니...!
"너... 이번에 잘못되면 아주..."
그러나 그의 말은 이어지지 못했다.
돌연 방 안으로 벨소리가 크게 울려 퍼진 것이다.
띠리리링
호준은 말없이 매서운 눈으로 그 비서를 노려보았다. 그리고는 책상으로 성큼성큼 다가가 전화를 받았다.
신경질적으로 들어 올린 수화기 너머로 다급함 음성이 들려온다.
"대표님, 큰일났습니다!"
"무슨 일인데?"
"지금 당장 회사 주식부터 한 번 확인해 보십시오!"
이유는 모르겠으나 갑자기 손이 떨리기 시작한다.
그건 오랜 세월 살아오며 얻은 일종의 감.
그는 애써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손을 움직였다.
딸깍딸깍. 몇 차례 소음을 내던 마우스가 우뚝 멈춰서고, 이내 남자는 털썩 의자에 주저앉았다.
현재시간 10시 12분.
WSS 전자의 주가가 곤두박질치고 있다.
현재 등락율 19%.
VI가 발동돼 예상 체결가 29.8%
그는 마우스를 움직여 뉴스를 확인해 보았다.
WSS 대표의 횡령·배임 의혹으로...
한성 기업의 대대적인 투자금 회수 발표...
공매도 대량 투하. 심지어 대차잔고도 급증세를 이어...
'하... 아니지?'
마치 꿈을 꾸는 것만 같았다.
그것도 아주 지독한 악몽.
그 때 다시 걸려오는 전화.
"무슨 일이야...?"
"저어 대표님. 그게... 검찰에서 나왔답니다."
의자에 걸터앉아 있던 남자의 얼굴에 허망함이 떠올랐다.
한성 기업에서 각 잡고 들어왔다면 더 이상 빠져나갈 구멍은 없다.
그의 입에서 나직이 욕설 한 마디가 튀어나왔다.
"...씨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