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86화 〉 #082 계획된 만남 (86/200)

〈 86화 〉 #082 계획된 만남

* * *

여름.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이마와 등에 땀이 송골송골 맺혀 흐르는 시기.

활주로 위로 일렁이는 아지랑이를 가만 바라보며 난 혀를 끌끌 찼다.

어째 요놈의 지구는 매년마다 더욱 뜨거워지는 것 같다.

'뭐... 물놀이하기엔 딱 좋은 날이구만.'

어릴 적 추억이 떠오른다.

냇가로 뛰어가 재민이와 지연이와 놀던 그 시절이...

요 근래 자꾸 그 시절이 그립고 돌아가고 싶은 건, 나도 나이가 들었다는 것일까?

그런 그 때, 내 눈앞으로 훅 첫사랑의 얼굴이 드리워졌다.

"아저씨, 여기요!"

"땡큐."

민아에게서 내가 주문한 시원한 음료를 받아든다.

내 첫사랑과 똑 닮은 이 아이는 내게 음료를 건넨 뒤, 옆에 찰싹 달라붙었다.

그리곤 왼편에 앉아 있는 여우와 함께, 내 건너편에 앉은 도향이를 경계 가득한 눈빛으로 노려보았다.

그 행동에 찡긋 윙크하는 도향.

양손을 입술에 살짝 댔다 펴 보이며 민아와 여우에게 각각 하트를 날려 보낸다.

당황하는 두 사람.

"윽... 민, 보통이 아닌데?"

"걱정 마, 림. 지금 아저씨는 우리 손에 있어."

무슨 말만 들으면 악당들이 할 법한 대사들이 양쪽에서 들려온다.

두 아이는 마치 보란 듯이 내게 더욱 찰싹 달라붙었다.

그러나 도향을 상대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어? 서후야, 잠만 가까이."

"응?"

내가 뭐냐는 듯 고개를 내밀자, 깨끗하기만 한 내 입술을 손끝으로 슥 훑고는 입술로 쪽쪽 소리 내며 빤다.

그 행동에 두 초딩이 펄쩍 뛰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뭐, 뭐하시는 거예욧!"

"다, 다 큰 어른끼리...!"

"부러우면 따지지 말고 너희들도 하렴. 아, 아가들에게는 조금 수위가 높았나?"

"이익...!"

KO패 당한 두 아이.

차마 수많은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나이 차 나는 내게 그럴 순 없었나보다.

부들부들 떠는 아이들을 보며 도향이 쿡쿡 작게 웃었다.

그리곤 단 몇 마디로 두 초딩의 마음을 풀어주었다.

"아가씨들. 날 경계할 게 아니라 오히려 잘 보여야 하는 거 아닐까? 서후랑 난 남매나 마찬가지라, 요놈에 대한 건 내가 대부분 알고 있는데~"

민아와 여우의 눈이 동그래졌다.

심지어 그 옆에 있던 은주까지.

정말이지 남자뿐만 아니라 여자의 마음까지도 쥐락펴락하는 게, 참으로 그녀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우가 재빨리 도향의 옆에서 음료를 홀짝이는 여인에게 물었다.

"저, 정말이에요, 새롬 언니?"

"아마도...?"

새롬은 도향에 대해서 안다.

몇 번 만나본 적도 있으니까.

가만히 몸을 의자 위로 누인다.

민아, 예림이, 은주, 도향, 그리고 윤새롬까지.

이번 여행 멤버는 이렇게 다섯 명.

적지도 많지도 않은 숫자지만 하나 같이 미녀들이라, 여기에다 현지에서 흑마랑 백마까지 추가한다면 제법 즐거운 하와이 여행이 될 것이다.

밤낮으로 두세 명씩 끼고 하면 흠흠...!

그것 참 상상만으로도 즐겁구만.

"그럼 이제 슬슬 이동하자고."

***

"이야... 진짜 완전 부럽다. 얼마나 잘 살면 저렇게 살 수 있는 걸까?"

수많은 여인들을 거느리는 한 남자의 모습에, 티비를 보던 내 친구가 감탄사를 내뱉었다.

그러면서 자신은 돈 많이 벌면 꼭 쭉쭉빵빵한 서양 미녀들을 끼고 살 거라고 했다.

"서후 넌 어때?"

"나? 글쎄..."

여인들 사이에서 기쁜 듯 웃고 있는 남자를 가만 바라본다.

음... 그러나 딱히 큰 감흥은 없다.

그렇게 되고 싶단 마음도 욕심도 들지 않았다.

그저 결혼을 떠올리자 한 여인의 얼굴만 떠오를 뿐.

"난 나랑 맞는 사람 한 명이면 충분해. 그런 사람 만나 평생 사랑할 거야."

"이야. 서후, 너 그런 쪽이었어? 진짜 키가 아깝다. 솔직히 얼굴은 몰라도, 너 정도 키만 됐어도 나라면..."

***

'...당시엔 내 얼굴이 잘생긴 형은 아니었지.'

그런데 시간이 흐르자, 언제부터가 잘생긴 얼굴이 되어 있었다.

정말 세상일은 조금도 모를 일이다.

내가 굳은 몸을 풀자, 옆에 앉아 있던 은주가 웃으며 인사를 건네 왔다.

"굿모닝. 좋은 아침이에요, 서후씨."

"응. 은주 너도 잘 잤어?"

"네. 해외여행은 처음이라 가슴 떨려 못 잘 줄 알았는데... 일하던 사람이라 어쩔 수 없나 봐요. 잘 시간 되니, 딱 잠이 오더라고요. 호호."

엄마 여우가 입을 가리며 웃었다.

본인은 의도하지 않았겠지만 꽤나 요염한 웃음이었다.

아마 요 근래 사랑을 듬뿍 담아준 영향이리라.

슥슥. 주변을 살펴본다.

도향 외엔 다들 자고 있다.

그리고 그녀 또한 외국어로 쓰인 허브 관련 책을 가만 읽고 있다.

그렇다면...!

은주에게 다가가 쪽.

입이 닿기가 무섭게 곧바로 내 키스에 응해오는 그녀.

손을 뻗어 그녀의 가슴을 매만진다.

여름이라 뽕 없는 걸 찬 모양인지 예의 물컹물컹한 감촉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부드러운 천의 감촉과 유부녀의 음란한 유방이 어우러진 환상의 감촉이!

"쪽. 쪼옥... 하아... 서후씨...!"

그렇게 한참 키스하길 잠시, 흠흠 하는 헛기침에 우리는 후다닥 떨어졌다.

고개를 돌리자 도향이 옆쪽을 슬쩍 가리켰다.

그곳에는 민아가 하품을 하며 일어나려 하고 있었다.

'데려오길 잘했다니깐.'

도향이 있으면 여러모로 편하다.

작업하는 것도, 섹스 하는 것도.

그리고...

위이잉. 스마트폰에 진동이 울린다.

누군가 하고 보니 도향이다.

­ 도향 : 아침 한 발 빼고 싶으면 화장실로 따라와

'하여튼.'

정말이지 마음에 쏙 드는 비서다.

도향이 떠나고 조금 시간이 지난 후, 은주에게 잠깐 화장실 좀 다녀온다 말하곤 자리에서 일어났다.

화장실 앞에서 문자를 하자, 살짝 문이 열린다.

직원이 약간 의아한 눈초리로 보긴 했지만, 도향이 Husband(남편)라고 말하자 곧바로 의심을 풀었다.

설마 화장실에서 그 짓을 하리라곤 생각도 못하는 거겠지.

들어가자마자 내게 달려드는 그녀.

문을 잠그고 나 또한 혀를 섞는다.

"웬일이야? 오늘따라 발정한 것 같은데?"

"쪽. 쪼옥... 너 때문이야... 네 주위에 자꾸 다른 여인들이 치근덕대는 걸 보니까... 츕... 츄츱... 꼴려서 참을 수가 있어야지...!"

바지를 훅 내린다.

그러면서 팬티까지 함께 내려갔는데, 흥분했다는 게 빈말은 아닌 듯 도향의 새하얀 팬티와 음부 사이엔 기다랗게 투명 실이 늘어졌다.

"은주 보고 질투한 거야?"

내 바지를 내리며 고개를 젓는 여인.

"아니. 그 꼬맹이 둘! 어린 것들이 말이야... 싸가지 없이... 쯉. 쮸웁. 쯉. 쯉."

그것 참. 도향을 질투하게끔 만드는 아이들이라니.

새삼 사냥감 선택을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도향이 내 물건을 입 안에 넣고는 쯉쯉 빨기 시작했다.

그녀의 손이 닿은 뿌리 부근으로 짜르르 전기가 통하듯 기분 좋은 느낌이 전달되어 온다.

큭. 아침부터 도향의 손길이라니...!

바로 싸겠는데?

그에 내가 흠칫흠칫 하자, 도향이 펠라를 멈추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바지를 아예 벗어 한쪽에 올리고는 엉덩이를 슥 내미는 그녀.

풍만한 엉덩이 사이로 은밀한 부위가 보이고, 그곳에서 실시간으로 투명한 액체가 바닥으로 떨어져 내린다.

난 양 손으로 그 균열을 벌려 보았다.

찔꺽. 소리와 함께 입을 벌리는 두 구멍.

그 야릇한 모습에 손으로 만져보려는데, 궁둥이가 돌연 좌우로 흔들거렸다.

"빨리 박아줘. 더는 못 참겠어."

"쿡쿡. 알았다."

그녀답지 않게 오늘은 꽤 보채는구만.

귀두를 일단 살짝 밀어 넣고.

심호흡 후 한 번에 뿌리까지 박아 넣는다.

푸욱.

하으읏...♥

큿. 역시 한창 달아오른 여인의 속은 육질이 기가 막히다니깐.

심지어 용광로 불구덩이마냥 뜨겁기까지 하다.

그 뜨거운 열기에 나까지 흥분이 되기 시작했다.

그에 난 꾸욱꾸욱 조이는 도향의 천박한 보지를 자지로 비벼주며 그녀의 입을 틀어막았다.

이렇게 쫄깃한 구멍을 놔두고 설렁설렁 할 수는 없는 법.

싸기 직전까지 최고 속도로 박아줘야 하지 않겠어?

허리를 흔든다.

그녀의 풍만한 궁둥이와 내 좆두덩 사이로 옷을 끼워 넣고는, 그 상태로 전력으로 좆을 박아준다.

팡. 팡. 팡팡팡팡!

읍. 으읍. 으으으읏...! 흐오옥♥

그러자 도향이 벽을 짚고는 거칠게 헐떡이기 시작했다.

그리곤 자궁을 수십 차례 두드려 맞더니 결국 절정.

츄아악.

바닥으로 뜨거운 물이 왈칵 쏟아져 내린다.

파르르 몸을 떠는 건 덤.

그러나 멈추지 않는다.

오히려 더욱 속도를 올리며 외친다.

"나 쌀 때까지는 안 끝나는 거 알지? 보지 조여! 자궁 대!"

"느, 느에엣...♥ (네엣)"

***

"그래. 이제 막 내렸다고?"

"예. 이쪽으로 오고 있다고 합니다."

노인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즐거워 보인다.

언제부턴가 그의 미소는 저 남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나 혹은 그를 마주하고 이야기를 나눌 때에만 올라왔다.

그 외엔 노인은 절대 진심으로 웃는 법이 없었다.

심지어 이 세상에 재미란 재미는 모두 다 보았다는 듯, 종종 모든 게 덧없다는 표정을 지어 보이기까지 했다.

그 모습에 링링의 어깨는 축 쳐졌다.

그녀 자신은 과거에도 그리고 지금도, 아직 다가오지 않은 미래에도... 절대 노인으로부터 미소를 만들어 보일 수 없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오오. 저기 오는구먼."

고개를 돌린다.

익숙한 얼굴이 눈에 들어온다.

다섯 여인 사이로 키도 훤칠하고 잘생긴, 도저히 40대라고는 믿기 힘든 외모의 남자.

그는 성큼성큼 걸어와 그들 앞에 섰다.

살짝은 화가 나 보이는 건 마냥 기분 탓은 아니니라.

일행이 있는 관계로 아는 척은 못한다 쳐도, 매섭게 노려보는 그의 시선에 링링은 조금 섭섭함을 느꼈다.

후우. 뭐 이미 예상한 일기도 하고.

가볍게 털어낸다.

***

"허허. 이런데서 다시 보는구먼?"

"앗. 할아버지? 안녕하세요! 이런데서 다 뵙네요?"

"그러게 말이다. 그동안 잘 지냈니?"

마치 우연히 만났다는 듯 민아와 웃으며 인사를 나누는 노인네의 모습에 화가 치밀었다.

이 엉덩이 무거운 노인네가 아무 이유 없이 이 휴양지에, 그것도 내가 이동하는 동선에 있을 이유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링링을 째려보자, 그녀는 가만히 눈을 감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어떤 이유에서건 스승이 단단히 마음 먹고 왔단 뜻이다.

"오랜...만입니다?"

"허허. 그대도 별 일 없이 잘 지냈는가?"

"이런 저런 일이 있긴 했습니다만... 결과적으론 잘 되었습니다. 아직 마무리가 덜 되었지만요."

노인이 빙긋 웃었다.

내 말 속에 뼈가 있다는 걸 느낀 것이다.

"그렇구먼. 그건 그렇고, 허허... 이것도 인연인데. 어떤가? 나와 같이 내 별장으로 가지 않겠는가? 숙소는 큰데 사람이 없어서 너무 훵 해서 말이네."

여우같은 노인네.

아마 볼 것도 없이 우리 숙소에 장난을 쳐 놓았겠지.

거절해도 결국은 자신에게 연락하게끔.

내가 몸을 돌려 일행들을 쳐다보자, 아무것도 모르는 여인들은 곰곰이 고민에 잠기기 시작했다.

일단 초딩 둘, 이들은 아무래도 상관이 없는 듯하다.

"아저씨 의견을 따를게요!"

"저두용!"

은주 또한 마찬가지.

그녀는 내 의견을 따르고 싶어 한다.

"저도 서후씨가 원하는 대로."

그러나 평소 남에게 빚지길 싫어하는, 그리고 의심 많은 윤검사님은 거절 의사를 표했다.

그 외에도 그녀는 무언가 찜찜함을 느낀 것 같았다.

"난 반대."

그럼 남은 건 이제 한 명인데...

난 고개를 돌려 한 여인을 바라보았다.

턱 끝 즈음 닿는 머리칼이 안팎으로 웨이브진, 걸크러쉬의 매력이 물씬 나는 여인을.

나보다 스승과 오래 있었던, 옛 스승의 여인 도향을.

그녀는 지금 이 상황을 어떻게 판단하고 있을까.

내 시선에 여인이 싱긋 개구쟁이마냥 웃어 보였다.

"난 찬성! 이래야 서후가 결정한답시고 골머리 좀 썩지 않겠어? 후후."

"어머. 그것 참 짓궂으셔라!"

은주가 재미있다는 듯 작게 웃었다.

그러나 난 눈치 빠르게 그 말뜻을 알아들었다.

말은 저리해도 그녀 또한 스승에 대해 잘 아는 만큼, 참석하는 게 좋다는 뜻을 밝힌 거나 마찬가지였다.

스승은 무언가 계획을 세우면, 어떻게든 그리 움직이게끔 상황을 만들어가는 인물이니까.

'역시 지금은 조용히 따라가는 게 좋을 것 같네.'

이유는 가서 직접 들어보면 되겠지.

왜 온지는 대략 짐작은 가지만.

"그럼 어르신 별장으로 가는 걸로 하자. 새롬아, 그래도 괜찮겠어?"

"잠깐만. 어르신, 혹시 별장이 어디 있으신가요?"

"해변 바로 앞일세. 걱정 말게나."

"그럼 좋아요."

꼼꼼한 그녀답게 위치와 안전을 확인하고는 수락한다.

그렇게 우리 일행은 스승을 따라 그 숙소로 가게 되었다.

무슨 꿍꿍이로 나와의 만남을 만든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번 휴가... 마냥 즐기기만 하긴 힘들 느낌이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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