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66화 〉#065 아이돌 (66/200)



〈 66화 〉#065 아이돌

"그런데 나 여기 정리하려면 시간 좀 걸릴 지도 몰라. 급하면 먼저 올라가."


"음... 그래도 좀만 더 머물다 갈게. 모처럼 만났잖아, 우리?"

도향이 작게 웃는다.
그러고는 툭 한 마디.

"어차피 앞으로 질리게  텐데, 뭐 하러?"

그러나 말은 그리 해도 기분은 좋은지 그녀는 그걸 조금도 숨기지 않았다.
참으로 흥미롭다니깐.
어떻게 남자랑 여자는 이리 다를까.

흥미롭게도 여자란 생물은 당연히 받으려 하고, 그걸 전혀 부담스러워 하지 않는 그런 생명체이다.
물론 입과 행동으로는 대단히 미안한 듯 반응하지만.
실상은 그런 속내를 숨기고 있단 이야기다.
만약 그걸 모르고 행동한다면, 스스로 점수를 파바박 깎아먹는 거나 다름없다고 보면 된다.

그런데 만약 여인들이 농담이 아니라 진정 부담스러워 한다면...?
그건 둘  하나다.
받아야할 만한 대가가 아니었거나 썸을 타는 느낌의 애매모호한 감정이거나.


도향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외투를 챙기는 것이 나가려는 모양이다.
굳이  또한 혼자 여기 있을 필요는 없으니 따라 나선다.

"어디가?"

"부동산. 이왕 정리하는 거 하루라도 빨리 처리하는 게 낫잖아?"


"여전하네."


도향은 겉으로   유해 보여도, 의외로 속엔 강심과 결단력이 있는 여자다.
뭐. 대부분 매력과 자신감 넘치는 여인들은 그걸 공통된 속성으로 갖고 있긴 하다만.
당장 얼마 전 작업 친 설아만 봐도 그렇지 않은가?


"데려다 줄까?"

여인이 고갤 저었다.
그녀는 마치 아이를 달래듯, 내 볼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말했다.

"아냐. 나도 차 있어. 넌... 음. 모처럼 내려왔으니 조용히 기분전환이라도 해. 남자라도 가끔은 그런 게 필요하니까."


좋은 여자다. 정말로.
그녀는  입에 쪽 키스를 하곤 물러났다.

서서히 차가 멀어진다.
그래도 그녀의 향기는 내게 머물러 있다.
그저  시간 함께 있었을 뿐인데, 내 온몸엔 어느새 그녀의 향이 흠뻑 배어들었다.

맡기만 해도 꼴릿한 이 냄새...
당장에라도 따라가 엉덩이를 벌리곤 자지로 사정없이 박아주고픈 마음이 물씬 들었으나, 꾸욱 자제했다.
앞으로 한동안은 원하는 만큼 굴리며 따먹을 수 있을 테니.


차를 타고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가만히 지켜봐주고는, 나 또한 찬찬히 걸음을 옮긴다.
그녀 말대로 기분 전환도 좋지만, 자연을 구경하는 건 앞으로 수백 명의 여인들과 더 뒹군  해도 된다.
지금은 하루라도 더 많은 여인들과 노는데 집중하자.

'그럼 오랜만에 아이돌 아가씨의 몸을 맛보러 가보실까?'



***


"윤윤!"

날 부르는 소리에 고개만 살짝 돌려 옆을 바라본다.
세 여인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은 채 나를 바라보고 있다.


올게 왔구나...
아깐 너무 반가워 아는 체를 한 거였는데, 그 후폭풍이 이리 클 줄이야.
숙소에 들어올 때까지 승냥이마냥 호시탐탐 때를 노리는 동료들.
드디어 기회를 잡았다고 여긴 듯, 그들은 후다닥 달라붙어 질문 공세를 퍼부어 댔다.

"아까 그 오빠 누구야? 응?"


"남자 친구?"


"완전 잘생겼던뎅?"

악동들의 질문에 나는 마른침을 삼키며 미리 준비해둔 답변을 꺼냈다.
아저씨의 정체에 대한 질문이 나올 거란  예측하는 건, 그다지 어렵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지인 분 소개로 알게 된 아저씨인데..."


"아저씨? 오빠가 아니고?"


이해가 안 된다는 듯 고갤 갸웃한다.
세 여인이 동시에 그러자, 마치 고양이들의 재롱을 보는 것 같아 일순 웃음이 나왔다.


한 살 많은 언니인 린.
동갑인 보미.
그리고 한  어린 동생 은지.
각각 머리색에 따라 러시안 블루, 슈렉 냥이, 페르시안으로 대입하면 딱이었다.

"사실... 나도 나이는 정확히 몰라. 서른 후반 혹은 사십 초반인 것 같아."


 대답에 화들짝 놀라 서로를 쳐다본다.
정말 말도 안 된다는 표정으로.

"대박... 그게 사실이면 완전 동안인데?"

"맞아. 우리 오빠보다 젊어보였다고."


"언니, 지금 우리 속이는 거 아니죠?"

아하하... 하긴. 말을 한 당사자인 나도 믿기지 않는데 제 3자인 그들은 어쩌겠는가.
그러나 민아네 아빠랑 동갑이라 했으니, 그리 연관을 지어보면 또 믿지 않을  없었다.
그 아저씨는 진짜 사십... 아니 오십대는 되어 보였기에.

다시 시작된 질문.
동료들은 모처럼 나에 대한 새로운 걸 알게 되었다는 사실에 잔뜩 흥분했다.
사실 아이돌이라고 해도 학교에 갇혀 지내는 학생 생활과  차이가 없었고.
어떻게 보면 오히려 더욱 갑갑했기에, 우리들은 언제나 이런 자극이 생기면 거의 일주일은 그 주제로 이야기를 하곤 했다.


불과 얼마 전 린 언니의 남자 친구 사건만 봐도, 무려 2주 가까이를 뜨겁게 우겨 먹지 않았던가.

'그런데 이번엔 그게 내가 되다니...'

앞으로 일주일은 꼬박 시달릴 생각에 두통이 일려는 순간, 돌연 까똑 알림이 왔다.
누군지는 몰라도 일단은 이 상황을 모면시켜줄 구원자의 등장.
그에 난 동료들을 억지로 조용히 시키곤, 후다닥 잠금을 해체했다.
그리곤 확인했는데... 어어? 아저씨다.

아저씨 : 어디야?
나 :  숙소요! (방긋방긋 이모티콘)
아저씨 : 그래? 뭐라도 먹을래? 밖으로 나올 수 있어?

음... 어떡할까.
정작 아저씨에게 보자고는 했는데, 막상 일이 닥치자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물론 밖에 돌아다니는 것 정도는 전혀 문제가 없었지만.
이 악동들을 두고 혼자서 몰래 빠져나가기가...

그런 그 때, 누군가의 손이 갑자기 툭 튀어 나와  폰을 싹 낚아채간다.
그리고는 티디딕.


"앗!! 언니!"

"헤헷. 이런 건 당연히 참가해 줘야하는 거라곳~"

다시 돌려주는 폰.
뭐라 보냈나 하고 보니...

나 : 네!! (하트 가득 이모티콘) 혹시 동료들도 데리고 가도 돼요? 낮에 봤던

망했다...
모처럼 아저씨랑 하는 줄 알았는데,  같이 돌아다니게 생겼다.
조금 있으니 돌아오는 답변.


아저씨 : 그래. 어디서 기다리면 될까?


그 답을 본 세 여인은 저마다 환호성을 지르며 외출 준비를 시작했다.
특히 그중 린 언니가 제일 신나 보였다.
얼굴에 장난기로 가득한 게, 2주 동안 시달린 것의 본전을 뽑을 생각인 모양이었다.

'후우... 일단 벌어진 일. 나도 어서 준비를 해야지.'


섹스는 다음번으로 미루도록 하자.
아저씨도 서울 사니, 굳이 오늘이 아니어도 앞으로 기회는 많을 거다.

그에 자리에서 일어나 몸을 돌리는데...
막내인 은지가 내 바로 옆에 서서 대기하고 있다.
그러더니 갑자기 내 눈앞으로 레이스가 주렁주렁 달린 검정 속옷 세트를 들어 보이며 하는 말.

"혹시 모르니까 내꺼 빌려줄게, 언니! 힘내!"

얘... 뭘 알고 이러는 건 아니겠지?



***

"안녕하세요~!!"


네 아이돌의 인사에 웃으며 고개를 끄덕여 준다.
보조석에  다혜를 제외하곤 다들 처음 보는 얼굴이었으나, 모두 다 머리색이 달라 누가 누구인지 구분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보라색 머리가 린, 갈색 머리가 보미, 흰색 머리가 은지랬지.'

거기에 다혜는 분홍머리.
참으로 눈에 톡톡 튀는 조합이다.
함께 움직인다면 어딜 가든 그대로 눈에  만큼.


특히나 후드가 달린 외투와 마스크를 썼음에도 그녀들 특유의 오오라 같은  느껴져, 왠지 모르게 자꾸만 시선이 가는 게 참으로 흥미로웠다.
역시 아이돌은 아이돌이란 걸까.

잠깐 동안의 통성명이 끝나고.
난 찬찬히 차를 몰며 서로 어색해지기  자연스럽게 운을 뗐다.
일단 목적지를 정해야 했기 때문에 먹거리 이야기로.

"뭐 먹고 싶은 거 있니?"

그러나 얘네들... 그다지 배가 고프지 않은 모양이다.
모두 다 앞좌석 사이 빈 공간으로 고개를 내밀더니 내게 이런저런 질문을 쏟아낸다.
그 중엔 참으로 곤란한 질문도 몇몇 있었다.
예를 들면 이런 거.

"아저씨, 혹시 다혜 언니랑 했어요?"

설마... 나랑 한  이야기 다 한 거야?
그에 슬쩍 다혜 얼굴을 확인해 보려는데... 하아? 못 보도록 후다닥 막아선다.
그래도 다혜의 당황어린 목소리가 곧바로 들려온 터라, 난 내가 취해야 할 행동이 무엇인지  수 있었다.


그러나 굳이 그래야나 싶었다.
이 세 명을 작업 치려면 오히려 드러내는  좋은  아닐까?
특히나 나이대랑 반응을 보아하니 한창 호기심이 왕성할 시기.
살살 구슬린다면 좋은 결과를 볼 수 있을 듯하다.

그렇다면...!
한껏 당황한 얼굴로 어색하게 웃음을 지어 보인다.


"무, 무슨 소리 하는지 모르겠네... 하핫."

"어어?"

"수상해!!"


"흡. 설마 진짜야? 대박..."


뒷좌석으로 돌아가더니 서로 꺅꺅 소리 지르는 여인들.
다혜를 바라보았다.
얼굴이 새빨개진 채 고개를  숙이고 있다.


미안하다.
근데  널 희생해서라도 저 세 명을 먹어보고 싶거든.
내 직감이 말하고 있었다.
저 세  모두 처녀라고.


'이런 좋은 기회는 놓치는 게 아니지.'


고개를 숙이고 있던 다혜가 살짝 고갤 들어올렸다.
그리곤  흘끗 보더니 작게 중얼 거린다.

"아저씨... 바보."

이런... 그렇다고 울타리 안에 들어와 있는 여인을 관리 안 하는  정말 멍청한 짓이다.
곧바로 손을 뻗는다.
그녀는 뒤쪽을 의식해 피했으나, 어떻게든 끝까지 달라붙어 조그마한 양손을 꼬옥 붙잡았다.

작게 저항하는 그녀.
그러나 너무도 미비한 저항이라, 굳이 힘을 주지 않아도 떨어질 수준도 못 되었다.

쿡쿡. 귀엽네.
손 안쪽으로 꼼지락대는 움직임이 느껴진다.
내게 호감이 있음을 어렵지 않게 눈치  수 있는 반응이다.

'그러니 그런 연락을 먼저 해왔겠지.'

생각보다 대담한 행동에 좀 놀라긴 했지만.
뭐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춤도 추고 노래하는 거니 어쩌면 당연한 것이려나.


 손 아래 놓여있던 손이 조금씩 움직인다.
주저한다 싶더니 살포시 내 손을 맞잡는다.
서서히 맞닿기 시작하는 손바닥.


그렇게 그녀와 손가락이 맞물리며 서서히 깍지를 끼려는데, 뒤쪽에서 또 다시 하이톤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꺄악!! 어떡해!!"

"대박. 대박!!"

"언니, 응큼해요...!"

도로 슥 내빼고는 손을 감추는 다혜.
순식간에 목부터 귓가까지 딸기마냥 새빨개진다.
참 풋풋하네.
대체 어떻게 스승 밑에서 굴러다닌 건지...

꽤 많이 후끈 거리는지 아이가 손으로 빠르게 부채질을 하기 시작했다.
그에 센스 좋게 에어컨을 바로 틀어주며, 은근슬쩍 땀이 송골송골 올라오는 목덜미와 쇄골을 바라본다.

'참 맛나게 생긴 몸이야.'

쇄골 밑으로 가슴골을 이루는 젖탱이가 특히나...
손을 뻗어 그걸 꽈악 움켜쥐고 싶은 욕구가  솟구친다.


그래도 참자.
이래나 저래나 오늘  몸뚱인  밑에 깔려 거칠게 헐떡일 테니.
그에 난 손의 방향을 틀어 그녀의 머리위로 올렸다.
그리곤 슥슥 쓰다듬어 주었다.

다혜, 새빨개진 얼굴로 고개를 푹...
반대로 동료들은 신나서 환호성.

"꺄아악! 어떡해앳!!"


신났구만.
그러나 너무 부러워할 필요 없다.
너희들도 맛나게 먹어줄 테니.
일단 누구부터 할진 식사하며 진지하게 고민해 보도록 하자.

'아이돌들의 보지라... 간만에 회식 제대로 하겠군. 쿡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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