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33화 〉#032 엄마 여우 (33/200)



〈 33화 〉#032 엄마 여우

***



묘한 기분이 들었다.
가슴이 쉬지 않고 쿵쿵 두근거렸다.
그 사람을 다시 만날 수 있다니...


"엄마, 지금 긴장한 거야?"


"아, 아냐..."


애써 아닌 척 부정을 해 보지만, 딸 앞에서도 숨길 수 없었다.
목소리가 의지를 벗어나 잘게 떨렸으니까.

딸이 내게 다가와 안긴다.
꼬옥 안긴다.
딸의 몸 또한 떨고 있다.

우리  모녀를 살려준 사람.
희망이라는  한  없는 지옥 같은 현실에서 구원해준 남자.
그가 지금 이곳으로 오고 있다.
여인은 눈을 감고는 그의 마지막 모습을 떠올렸다.


***



"저, 저기... 정말 감사합니다. 흑.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남자가 고개만 돌려 날 바라보았다.
바닥엔 만 원짜리가 2천장 담긴 가방이 가만히 입을 벌리고 있다.


"갚지 않으셔도 됩니다. 딱히 무얼 바라고 한 행동은 아니니... 다만."


남자의 얼굴에 작게 미소가 지어졌다.
배란다를 통해 들어오는 빛과 어울려, 마치 성스럽고 자애로워 보였다.
우리 불쌍한 가족을 위해 하늘에서 천사를 보내주신 걸 거야.
그런 생각이 뇌리를 스쳐지나갈 정도로.


남자의 입이 다시 움직인다.
자애로운 미소 사이로, 마음을 뭉클하게  따스한 말이 나직이 들려온다.


"제가 다시 돌아왔을 땐 잘 살고 계셨으면 좋겠습니다. 그 뿐입니다."


***





"아저씨 이것도 드셔보세요!"


"아하하... 알았다."

자리에 앉고 조금 지나자, 돌연 배달 음식 우르르 도착하기 시작했다.
얼마나 시킨 건지, 밑도 끝도 없이 도착한다.

아, 밥 먹은 지 진짜 얼마  됐는데...
그렇다고 차마 거절하는 건 예의가 아닌 지라 몇 점 주워 먹긴 했지만, 그게 마음에 안 드는 건지 여우가 옆에 찰싹 달라붙어 이것저것 막 입에 가져다주었다.


입에 치킨 하나를 문 채로 시선을 슬쩍 돌리자, 어린 여우가 좋다며 배시시 웃고 있다.
앞으로 돌리니, 똑같은 그러나 성숙미 넘치는 여우가 날 향해 미소 짓고 있다.

'진심 꼴리네.'

요 두 사람에겐 진짜 미안한 이야기지만, 농담 안 하고 너무너무 꼴렸다.
저 둘을 보쌈 해 한 번에 먹으면 어떤 맛일까 싶을 정도로.


모녀덮밥을 해본 경험이 없는 건 아니다.
한  있다.
 일을 처음 시작하게 되었을 때.
무려 4P로 거하게 했었다.


그러나 당시엔 흥분도 흥분이지만,  일의 특수성 때문에 제대로 즐기지 못했다.
이후로는 그런 조건이 잘 갖춰지지 않았고.
이런 저런 이유로 모녀 덮밥을 해 먹을 기회는 좀처럼 오지 않았었다.

그런데 이번엔 왠지 될 것 같다.
그런 직감이 왔다.
물론, 오늘 당장은 불가능하고.
당장만 해도 여우 구멍엔 넣지도 못하는 상태 아닌가.

'천천히 구멍을 넓히면서 엄마 여우도 작업을 해봐야겠군.'

미녀 모녀를 쌈싸 먹는다라... 크으. 상상만으로도 쌀 것 같군.
마음의 시커먼 욕망이 표정 위로 드러나려는 걸 꾹 내리누르며, 테이블 건너편에 앉아 있는 여인을 바라본다.


서은주.
나이 대는 나와 비슷할 것 같고.
나도 동안이지만 그녀는 그런 나보다 꽤나 어려 보였다.
서른 초반에서 스물 후반 정도.


이제 보니 여우의 발육 늦어 보이는 건 아무래도 못 먹어서 그런  아니라 유전이었던 모양이다.
그건 그렇고, 이 여인을 어떻게 구워삶아보지?
만난 시간이 너무 짧아 아직 딱히 공략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런  때, 여인의 눈이 나와  마주쳤다.
 순간 얼굴을  붉히며 고갤 숙이는 여인.

'오호라... 그렇구만.'

절망에 허덕여  어떤 희망도 보이지 않을 때, 아무런 사심 없이 자신들을 구원해준 남자.
기억하는 건 모습과 이름 석 자뿐.
그걸 잊지 않기 위해 매일 같이 종이에 써왔다고 했지.

그러길 9년.
매일 매일  이름 석 자를 쓰며 그 날을 회상하는 그녀의 마음은 어땠을까?
처음엔 감사와 존경. 이후엔 호감과 상상.
그리고 나중엔 본인도 인지 못할 여러 감정이 뒤섞이게 되었을 것이다.

그녀가 내게 품은 마음은 사랑일까?
절대 아니다.
그게 무엇인지는 차마 내가 인간이기에  수 없다.

다만 확실한   가지.
그걸 사랑으로 착각하게끔 만들 능력이 내겐 있다는 것.
때마침 여우가 잠시 자리를 비운다.

"앗. 저 잠시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


거실 화장실이 아닌 방에 딸린 화장실로 쪼르르 달려가는 아이.
큰 거로군.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거사를 치를 시간이다.


일명 작전명 '엄마 여우는 은사와의 잠자리를 꿈꾸는가.'


“아? 서후씨도 화장실 가시려고요? 이쪽이에요.”


여인이 자리에서 일어나 상냥하게 웃으며 안내해준다.
그러면서도 나와 눈이 마주칠 때면, 볼을 붉히며 싹 시선을 피한다.
저 정도로 수줍어하며 한 시간 넘도록 미소를 지우지 않고 있다는 건... 이미 호감은 극에 도달했다고 봐도 되겠군.


생각보다 일이 쉬워질 것 같다.
그에 난 안내해주는 그녀의 손을 덥석 붙잡았다.
깜짝. 놀라나 손을 빼진 않는다.
그러나 어쩔 줄 몰라 하고 있다.


'빙고. 스킨쉽도 크게 거부감이 없고, 그렇다면 그 다음은?'

크게 팔을 둘러 뒤쪽에서부터 살며시 포옹한 뒤, 내게로 끌어온다.
살짝. 아주 살짝 저항하다 이내 쓰러지듯 안겨오는 여인.
품 안에서부터 기분 좋은 향기가 올라온다.
내 상체를 두 개의 쿠션이 꾸욱꾸욱 눌러준다.

그래도 애 낳았다고 가슴이 있긴 하구만.
크기로   B정도?
가슴 작은 것도 여우랑 완전히 똑같다.

"저, 저기..."

부끄러운 듯, 여인이 내 상체에 이마를 바짝 붙였다.
등을 슥슥 천천히 쓸어주며 긴장감을 천천히 조정해준다.
그리곤  머리를 잡고는 고갤 젖혀  눈을 똑바로 바라보게 한다.


"아..."

볼을 붉히며 다시 숙이나, 다시금 잡고 젖혀 준다.
그리곤 그대로 살며시 다가가 쪽.


움찔.

몸이 순간 떨었으나, 이내 잦아들었다.
그리곤 내 입에 맞춰 입술을 찬찬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말랑말랑한 감촉과 기분 좋은 체향이 느껴진다.
촉촉함이 입술 위로 내려앉고, 은밀하고 야릇한 움직임을 보이며 여인의 혀가   안으로 파고든다.

'일단 스킨십은 성공이군.'

그렇다면 이제 다음으로 넘어갈 차례.
나는 키스에 푹 빠져든 여인의 엉덩이에 손을 올렸다.
응당 애 낳은 여인들의 엉덩이가 그렇듯, 큼지막하고 기분 좋은 감촉이 손아귀에서 느껴진다.

움켜쥘 때마다 손 가득 차오르는 살들.
그래 이거지!
그러나 남자라면 이것만으론 만족해선 아니 된다.


손을 올려 치마 안 팬티 속으로 넣어, 맨 살을 만져본다.
큭... 여인의 살결이란.
 부드러움을 맛보고 나면, 인생사 재미있는 게 진짜 하나도 없어진다.

"하아. 쩝. 쩌업... 소, 손놀림이 너무 야하세요."


"그래서 싫은 가요?"

"그럴리가요."


여인이 거부하지 않는다.
오히려 달아오르는지 슬슬 적극적으로 변해 온다.
여인의 치마를 들어올렸다. 그리곤 팬티를 잡아 내렸다.
저항하는 엄마 여우.


"자, 잠깐만요. 저기... 내일 하면 안 될까요? 지금은 예림이가..."


미안하지만 그럴  없다.
지금 여기서 멈춰버리면 작전은 실패다.
그녀는 9년 만에 은인을 만나 가슴이 콩닥콩닥 뛰는 미시다.
그러나 세월의 풍파를 겪어본 만큼, 이성적으로 생각하기까진 그다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 나이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어떻게든 오늘  침대로 데리고 가 쓰러뜨려, 그 마음에 사랑이라는 강제 각인을 새기는 수밖에.

 안의 여인을 바라본다.
따스함과 사랑 가득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그리곤 귓가로 다가가 달콤한 말을 속삭여준다.

"아뇨. 지금 하고 싶어요."

"그, 그치만... 예림...."


 그녀의 말을 입으로 막았다.
여인이 눈을 감은 채 입술 위로 느껴지는 감촉을 음미하기 시작했다.
다시 살짝 떨어지니, 꿈을 꾸듯 멍한 표정이 되어버린 여인.
귓가에 대고 마지막 한 방을 날려준다.


"지금 하고 싶습니다. 오늘의 당신은 최고로 아름다우니까."


여인의 얼굴이 확 붉어졌다.
 가슴에 대고 있는 손이 쉴 새 없이 꼼지락 거렸다.
눈동자가 좌우로 거칠게 흔들거렸다.


그래도 내 눈을 피하진 않는다.
날 밀어내지 않는다.
오히려 손을 뻗어, 내 뒷머릴 부여잡고는 입술을 부딪쳐온다.

"쪽. 쪼옥. 좋아요... 저도 서후씨랑 너무 하고 싶어요."


굿. 이로써 엄마 여우 정복 완료.
어디 한 번 성과를 볼까?


화장실에서 물 내리는 소리가 들려오고, 우린 각자의 자리로 돌아갔다.
여인이 건네는 휴지를 받아, 입 주변에 묻은 립스틱 자국을 빠르게 닦아낸다.
그리고 도착한 여우.

식사가 끝나고 시간이 밤 12시쯤 되었을 때.
여인이 행동을 개시했다.
양팔을 허리에 대더니, 여우를 향해 가차 없이 잔소리한다.


"예림아. 이제 자야지?"


"에에? 아직 12시밖에  됐는데요?"

"내일 아침 9시 수업 아냐?"

여우의 얼굴이 확 구겨진다.
앉아 있는 내 다리 위로 머리를 올려놓으며 떼를 쓰는 아이.

"아, 모처럼 아저씨 만났는데에! 그냥 하루 째면 안 돼요?"

그러나 대한민국 엄마들에겐 어림도 없는 소리였다.
엄마의 서늘한 시선이 딸을 응시한다.


"한예림?"


"윽... 알겠어요오...."

터벅터벅. 양어깨가 축 쳐진 채로 여우가 자기 방으로 돌아갔다.
그러고 문이 닫히자,  향해 다가오는 엄마 여우.
찡긋. 윙크하더니 내 손을 잡고 이끈다.

"그럼 우리도 이만 들어갈까요?♥"

두 말 하면 잔소리.
난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의 엉덩이를 꾸욱꾸욱 움켜쥐며 방으로 따라갔다.
얼굴에 홍조와 함께 살짝 들뜬 게 눈에 보인다.

후후. 기대해도 좋다고.
밤새 앙앙 거리며 내 좆물을 달라고 조르게 만들어  테니.
오늘밤 엄마 여우 잘 먹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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