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화 〉#023 역시 젊은 게 좋긴 좋아
약 한 시간동안 공을 들여 서서히 구멍을 넓히긴 했으나... 결과적으론 내 물건을 넣는덴 실패했다.
생각보다 너무 작은 구멍을 타고난 것이다.
그에 포기하려는데 끈질기게 조른다.
"하, 한 번만 더 해보자, 아저씨!!"
"안 돼. 무리하지 마."
"그치만...!"
나는 여우의 앙증맞은 보지를 검지로 가리켰다.
오랜 시간 천천히 공을 들였음에도, 상당히 충혈 되고 빨개져 있다.
역시 이 이상 하는 건 좋지 않아.
예쁜 보지가 망가질 수 있으니까.
이 여우의 주인으로서 그건 절대로 반대다.
"더 하면 상처가 생겨 쓰라릴 지도 몰라. 이 예쁜 친구도 망가질 수도 있고. 그리고 무엇보다..."
설득하는 건 간단하다.
이 아이가 진정 원하는 걸 던져주면 그만이니까.
손으로 머리를 슥슥 쓰다듬으며 따뜻하게 웃어준다.
"난 니가 아프지 않길 바란단다. 그러니 우리 천천히 하자구나."
"...우리."
여우가 두 손을 꼬옥 모으더니 작게 고갤 끄덕였다.
수줍어하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꽤 묘하네.
차가운 도시녀의 쑥스러워하는 버전이라니. 큭.
자리에서 일어난다.
이제는 돌아가야 할 시간.
그걸 알고는 여우가 쪼르르 따라와 배웅했다.
맞다. 가기 전 경고 한 마디 해주고 가야지.
"예림아."
"네!"
"혹시나 나랑 빨리 하고 싶다고, 혼자서 구멍 넓히거나 그러면 안 된다."
뜨끔.
순식간에 얼굴 위로 당황함이 드러났다 사라진다.
어휴. 확인해보길 잘했네.
천천히 하면 되는 걸 뭐가 급하다고.
"아, 안 그래요!"
"그래. 처음이니만큼 내가 신경써주고 싶어서 그런 거란다. 대신, 그만큼 자주 만날 수 있게 시간 안배를 해 보마."
물론 핑계다.
모처럼 이런 귀여운 보지를 만났는데, 넓히는 재미를 뺏길 순 없지 않은가?
그런 내 속내를 모르는 여우로선 그저 감동의 물결.
"정말이죠?!"
"힘들게 넓혀놓았는데, 다시 좁아지기 전엔 와줘야 하지 않겠니?"
여우의 얼굴에 꽃이 피었다.
늦봄. 따뜻한 태양아래 피어난 진달래 같다.
쿡쿡. 그렇게 좋을까.
그런 여우의 입에 살짝 키스해주곤 문밖으로 나선다.
아파트 밖으로 나와, 저무는 해 아래로 아직은 따뜻한 봄바람을 맞으며 집으로 돌아간다.
그런 그 때, 문득 담장 옆으로 분홍빛의 꽃이 눈에 들어왔다.
지금의 벚꽃만큼이나 내 나이 대 사람들에겐 너무도 친숙한 꽃, 진달래.
이 꽃을 보니, 돌연 아까 여우의 미소가 떠오른다.
'...잘만 길들이면 좋은 여인이 될 거야.'
그 어떤 여인보다도 더.
그러니 한 번 잘 조련해 보자.
정말 흔치 않은 기회니.
진달래의 예쁜 미소를 받으며 찬찬히 친구네 집으로 걸어가길 잠시.
'그러고 보니 진달래 꽃말이 뭐였더라?'
순간 그런 생각이 들었으나... 이내 털어버렸다.
딱히 그게 중요한 것은 아니었기에.
"아저씨 왔어요?!!"
친구네 집으로 들어서자, 어이쿠. 민아가 아주 환하게 날 맞아준다.
난 그런 아이를 끌어안아 머리를 네 차례 슥슥 쓰다듬어 주었다.
소파에 앉아, 그런 우리를 바라보며 친구 녀석이 손짓한다.
"왔어? 어서와! 지금쯤 올 것 같아서 치킨도 미리 시켜놨어!"
과연... 테이블 위로 자리한 치킨 두 마리.
입맛이 확 올라온다.
여태 힘을 쓰고 왔기에.
그렇게 테이블에 둘러앉아 치킨을 뜯는데, 친구 녀석이 묻는다.
"내일 민아랑 같이 낚시나 갈까 하는데, 넌 어때?"
아, 저번에 말한 그건가.
나로서는 당연히 참석이다.
민아 작업을 꾸준히 해야 하니.
흘끗 시선을 옆으로 돌리자, 민아가 반짝이는 눈으로 날 바라보고 있다.
어서 내 입에서 긍정적인 답변이 나오길 바라며.
쿡. 여우나 민아나... 둘 다 정말 귀엽구만.
젊은 애 둘하고 노니 요샌 뭔가 힘이 부쩍부쩍 나는 것 같다.
아무튼 대답은 해 줘야지.
"그래. 간만에 낚시한 번 해보자! 그래서 어디로 가려고?"
"어디긴?"
친구 녀석이 의미심장하게 웃는다.
아니, 왜...?
저리 웃으니 뭔가 좀 불안한데...
어디냐고 물어도 좋은데 있다고만 대답하는 녀석.
다음날 점심 즈음이 되어서야 난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있었으니...
떨리는 차량에 몸을 같이 흔들며, 창문 밖으로 보이는 풍경을 눈에 담는다.
도시와는 다른 탁 펼쳐진 공간에 초록빛 가득한 수목들이 우거져 있고, 그 밑으론 한 줄기 강물이 왼편에서 오른편까지 길게 이어져있다.
늦은 봄. 따스한 태양 아래, 여러 꽃들이 서로 경쟁하듯 옷을 갈아입는 시기.
이맘때쯤이면, 그곳도 노란 개나리가 거리 가득 완연하겠지.
떠난 뒤론 단 한 번도 돌아오지 않은 이곳.
창밖으로 내다보이는 익숙한 풍경에 내 마음은 간만에 싱숭생숭해졌다.
"어때? 기억나, 저거?"
도로를 달리며, 운전석에서 친구 녀석이 한 커다란 나무를 가리켰다.
마치 하늘을 떠받치는 형벌을 받은 그리스 신화의 아틀라스처럼, 구부러졌으나 하늘 높이 쳐든 두터운 두 개의 가지가 인상적인 느티나무.
30년이란 세월이 지났음에도 변함없는 모습에 뭔가 세월의 덧없음을 느낀다.
"알다마다. 아직도 정정하네, 저건."
"그치? 어떻게 우리 어렸을 때랑 변한 게 없냐."
30년의 세월동안 변하지 않은 건 저 고목만이 아니었다.
그 뒤에 서 있는 거대한 산들이나 그 아래 흐르는 강물이나... 다 그대로다.
논과 밭, 건물들이 바뀌었으나 전체적인 모습은 옛날과 다를 바 없어, 마치 같은 사람이 옷만 바꿔 입은 그런 기분이 들었다.
그런 그 때, 운전을 하던 친구 왈.
"...동네 들러볼래?"
소꿉친구.
같은 고향에서 태어나고 자란, 이제는 하나뿐이 남지 않은 절친.
그런 만큼 이 녀석 또한 우리 집 사정은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그 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 후 어떻게 되었는지.
그래서 조심스레 묻는 것이다.
지금은 좀 나아졌냐고.
그리고 내 대답은 이거다.
"아니. 됐어. 아직은 아니야."
"그래."
아주 찰나의 고민이 들었으나, 역시 아직은 아니다.
그 상처를 아직 회복하지 못했다.
조금은 더 피하고 싶다.
'그래. 아직은 아니야.'
창밖으로 보이는 푸르른 하늘을 바라보며... 살며시 눈을 감는다.
***
"후야. 엄마가 미안해. 그러니 한 번만..."
여인이 한껏 당황한 얼굴로 내게 부탁을 해온다.
지금껏 한 번도 보여주지 않았던 눈물까지 내 보이며.
그 생소한 모습과 가슴을 마구 두드리듯 쿵쾅 거리는 심장 고동에, 난 토악질을 느끼며 작게 고갤 끄덕였다.
그래, 이 날일 것이다.
이 모든 일의 시작은... 바로...
***
"후 아저씨!!"
깜짝. 돌연 귓가를 때리는 명쾌한 목소리에 난 화들짝 놀라며 눈을 떴다.
고개를 돌리자, 민아가 해맑게 웃으며 헤헤 거리고 있다.
어휴. 귀여운 녀석.
눈 뜨자마자 이런 얼굴이 날 맞아주다니.
고마운 마음에 볼을 한 차례 꾹 잡아당겨 준다.
민아 비명.
"에에엑?! 자, 자까마여...! 볼 늘어져요 늘어져어!!"
그 모습에 생긋 웃는 친구 녀석.
"그러게 그냥 조용히 깨우지, 왜 그런 장난을 치니? 쿡쿡."
"그, 그래도...!"
억울하다는 듯 표정을 짓는 민아.
자기 같은 예쁜 아가씨가 깨워주면 응당 기쁘게 웃어줘야 하는 거 아니냐고 항변한다.
뭐 틀린 말은 아니니, 이쯤에서 놓아주자.
아무튼 차에서 내리자, 사람이 제법 돌아다니는 작은 도시가 눈에 들왔다.
사실 도시라고 하기도 뭐하고... 읍내가 적당할 것이다.
한 차례 크게 숨을 들이쉬며 고향의 향기를 떠올려본다.
후우. 이곳은 정말이지 몰라보게 변했군.
"그럼 어서 가자고!"
성큼성큼 걸음을 옮기는 친구.
지금 우리는 낚시터로 들어가기 전, 가볍게 쇼핑을 하러 마트에 왔다.
친구 놈이 말한 장소는 이렇다 할 편의점도 없는 조용한 곳이었기에, 미리 준비해 가야할 소모품들이 꽤 있었기 때문이다.
앞장서서 가는 친구 녀석을 따라가며, 살짝은 뾰로통한 표정을 짓는 민아를 안아 옆구리에 바짝 붙인다.
그러자 언제 그랬냐는 듯, 나온 입은 쏙 들어가고 대신 홍조가 떠오른다.
"아, 아저씨!! 아빠한테 걸리면 어떡하려구요?"
작은 목소리로 걱정가득 말하는 아이.
그러면서도 입가는 좋다고 미소가 걸려있다.
얘 좀 보게. 반응이 갈수록 귀여워 지는구만.
"걱정 마. 앞장서서 안 보여."
"그, 그치만... 주변에 보는 눈도 있고..."
그러면서도 볼까지 상체에 바짝 붙이는 건 뭔데?
욕심만 많아가지고.
난 그런 민아에게 강력한 응징을 한 번 가해주었다.
그 응징이란 바로...
"히끅?!! 아, 아저씨?!!"
손을 내려 덥석 엉덩이 움켜쥐기!
꾸욱꾸욱 주무르자, 어후... 빵빵하고 탱글탱글한 감촉이 손바닥을 통해 전해져 온다.
그런 그 때 우릴 싹 돌아보는 친구.
다행이도 안던 팔은 내려가 있어, 전혀 이상해보이지 않는다.
"딸!! 우리 뭐먹을까? 일단 빵부터 좀 살까?"
"으, 으응. 그러자! 나도 빵이 먹고 싶네!!"
호오. 제법 자연스럽게 연기한다.
친구 놈도 이상함을 못 느낄 정도로.
녀석의 고개가 다시 앞으로 돌아가자, 민아가 날 홱 돌아보며 말했다.
"지금은 좀 참아주세요."
기분이 좋긴 한데, 이 이상했다간 정말 위험할 것 같은 모양이다.
뭐 나도 그것에 공감하기는 하지만...
조련은 오히려 이럴 때 계속 되어야만 한다.
남들을 자연스레 의식하지 않을 때까지. 쭉. 계속.
민아가 기분 나쁘지 않게 내 손을 살짝 떼어냈다.
그러면서도 눈엔 아쉬움을 담고 있다.
그렇다면...!
친구 놈에게 달려가려는 아이에게 손을 그대로 휘둘러 멈춰 세운다.
짝!!!
살짝은 화끈한 느낌과 함께 기분 좋은 탄력이 느껴진다.
역시 젊은 게 좋긴 좋다고, 엉덩이 감촉이 기가 막힌다.
그로 인해 달려가려던 자세 그대로 얼어 붙어버린 민아.
소리가 그리 큰 건 아니었지만, 사고가 멈춰 버리기엔 충분했다.
그도 그럴 게 난생 처음 맞아본 스매싱이었을 테니.
심지어 이곳은 훤히 드러난 장소가 아니던가.
마트라도 시골이라 사람들이 많진 않았으나, 민아가 당황하기엔 부족함이 없었다.
그런 아이의 옆에 서서, 한손으로 엉덩이를 주물럭거리며 친구 놈을 따라간다.
뒤늦게 정신을 차리곤 새빨개진 얼굴로 날 홱 돌아보는 아이.
"아, 아저씨!!"
음? 아직도 교육이 덜 됐나.
그렇다면 이번엔 손을 움직여 보지부터 후장까지 슥 훑어준다.
민아, 엉덩이에 힘을 바짝 주고는 그대로 부르르...
히, 히이익♥
슬쩍 주변을 둘러보니, 다행이도 보는 사람은 없다.
그에 난 다시 엉덩이를 주물럭거리며 아이의 귓가에 작게 속삭였다.
"민아야. 빨리 가자. 아빠 기다린다."
결국 내 손의 접근을 허용하고는, 묵묵히 고갤 끄덕이는 아이.
홍당무가 된 얼굴로 작게 대답한다.
"네에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