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2화 〉#021 야, 이 나쁜 놈아!! (22/200)



〈 22화 〉#021 야, 이 나쁜 놈아!!

 발짝. 뻐금.
 발짝. 한 발짝. 뻐금뻐금.
내가 다가갈 때마다 벌어졌다 움츠러들기를 반복하는 여우의 그곳.
그 야릇한 모습에,  물건도 다시금 불끈 솟아올라 위아래로 꺼떡였다.

고개를 들었다.
입 끝이 씰룩거리는 여우의 모습이 보인다.

'참네. 그렇게 좋을까.'

여인을 유행 바꾸듯 수시로 바꾼 나로서는 이해 못할 상황.
뭐 그래도 한편으론 부럽기도 하다.
사랑에 빠져 평생 한 명만 바라보며 살면 된다니...

그런 운명적 만남이 찾아온다면, 솔직히 나 또한 그럴 의향은 있다.
다만 아직까진 그런 여인이 나타나지 않았다는 게 현실이지만.


아무튼, 코앞에 다다라 여우에게 손을 뻗는데... 얼레? 돌연 무언가를 깨달았다는  여우가 자리에서 번쩍 일어난다.
그러더니 후다닥 화장실로 뛰며 하는 말.


"잠깐만요! 저 오줌 쌌어여!! 힝..."

"....풉."

뭐야. 본인이 오줌 싼 것도 모르고 있었어?
그만큼 나에게 완전히 집중하고 있었단 뜻이리라.
뭔가 기특한데?

화장실에서 물소리가 나고.
얼굴이 발그레 진 여우가 수건을 들고 다시 나타났다.
그리곤 살짝  눈치를 보더니 엎드려 바닥을 슥슥 닦는다.
그런데 귓가가 완전 빨간 게...


"부끄러운 거야?"

"...모, 몰라요."


"뭘 모르는데? 쉬야 한 거?"

"아, 아저씨!!"


 소리치며 날 올려다보는 여우.
그러나 순식간에 도로 고갤 내리더니 양 손으로 얼굴을 가린다.

"힝... 난 몰라. 쪽팔리게 아저씨 앞에서..."

아직 뭘 모르는군.
니가 질질 싼 덕분에 난 더욱 꼴렸단다.
하지만 그 사실은 나중에 이야기해 주도록 하자.
왠지 반응이 재미있으니.


이내 바닥을  닦고는 페브리즈를 가져다 칙칙 뿌리고.
꼼꼼히 바닥을 살펴보더니, 끝난 듯 가볍게 한숨을 쉰다.
그런 여우에게 다가가 귓가에 대고 살짝 묻는다.


"거기는 씻었어?"


"윽... 네에."


원래 색으로 거의 돌아온 귀와 목이 다시 빨개지고.
그 모습을 보며 난 고민에 빠졌다.
무슨 고민이냐고?

'아... 너무 재미있어. 그냥 연기하지 말고 이대로 갈까?'

원래대로라면 이 아이에게 반강제로 당해 섹스를 해야 한다.
그런데 요 여우 반응이 너무 귀여우니 자꾸만 괴롭혀 주고 싶다.
하아... 이거 진짜 연기에 집중이  되네.
계속 장난을 걸자니, 무거운 분위기가 자꾸만 가벼워지고.

시선을 내린다.
단발 사이로 가련하면서도 섹시한 목덜미가 눈에 들온다.
...그냥 먹어치울까.

그런 그 때, 고갤 갑자기 홱 돌려 날 올려다보는 여우.
얼굴 한 가득 근심으로 가득 차 있다. 왜?

"아저씨... 저... 쉬 했다고 막 싫거나 그런  아니죠?"

흐음. 안 되겠다. 계획 변경이다.
반응이 너무 좋으니 더는 못 참겠다.
 미간을 살짝 좁히며 대답해 주었다.


"글쎄...  큰 아가씨가 오줌이라니 좀..."


꼴린다. 아니 많이.
그러나 속으로 꾹 삼켰다.
뒷말을  듣게 된 여우, 기절직전.


"흐아앙. 이, 이건 실수란 말이에요! 원래는 안 그래요!!"

당연히 안 그러겠지.
아니, 정확히 말하면 누구라도 그 상황에선 오줌을 지렸을 거다.
질식사하기 직전까지 갔는 걸?

그래도 사실을 이야기해 주는 대신, 팔짱을 끼며 고민 가득한 얼굴로 아이를 내려다본다.
여우의 멘탈이 갈려나가는 게 눈으로 보인다.

눈에선 눈물이 글썽이고.
입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어버버 거린다.
당황해 올라간 양팔은 그저 그 상태 그대로 바들바들.


'이러다 울겠군.'

이쯤에선 다시 당길 차례.
크게 팔을 펼쳐, 등 뒤에서부터 끌어와 단숨에 포옥 껴안는다.
그리곤 등과 머리를 살살 어루만져 준다.


"아, 아저씨..."

쿡. 포옹 한 번에 완전히 풀려 헬렐레 거리다니.
정말이지 반응이 귀엽다니까.
내 가슴팍에 파고들어 볼을 비벼대는 여우.
조금 있으니 킁킁 냄새까지 맡는다.

예림아, 니가 짐승이니?
이러니 영락없는 여우, 짐승이네.
아무튼 이젠 해명해주고 미래를 위한 떡밥을 던질 차례.
난 진지한 얼굴로 여우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사실... 너 오줌 지렸을 때..."


"네? 네에..."

여우가 고갤 든다.
그리곤 내 뒷말을 걱정 어린 얼굴로 기다린다.
마치 '제발 깬다는 말만 하지 말아주세요.' 뭐 이런 표정.


하긴. 다른 사람 앞에서 똥오줌 지리는  만큼이나 창피한 일이  있을까.
그러나 이 경우엔 반대다.
다  아가씨가 성행위 중 오줌을 싸다니...
남자로서 이거만큼 꼴린 것도 없지.

그에 솔직히 말해준다.
다음에도 기대하겠다는 어투로.

"아저씨 너무 흥분됐단다."

"네? 그게 무슨..."


이해 못했나 보군.
그럼 좀 자세히 설명해줄까? 구체적으로.


"남자들은 섹스할 때 여자가 지려주면 흥분한단다."


그제야 알아듣고는 얼굴이 확 밝아지는 아이.
얼마나 기뻐 보이는지 누가 보면 로또 당첨이라도 된  알겠다.
그러나 이내 화들짝 놀라며 재빨리 표정을 수습하는 게, 스스로가 생각해도 너무 티났다 생각하나보다.

'쿡. 하여간 연기 하나만큼은 수준급이라니깐.'

이로써 오줌 사건은 정리됐고.
이제 막 끌어당겼으니 바로 밀어내면 안 되는데...
그럼 어쩔 수 없나.

밀당은 최소 어느 정도 여유를 가지고 해야지, 짧은 시간에 난사할 경우 상대가 눈치 챈다.
그러면 효율은 극도로 감소.
오히려 반감을 살  있으니, 지금은 그냥 좋게좋게 가야할 듯하다.


"예림아."


"아저씨..."

분위기를 다시 잡고, 키스.
입술과 입술이 오가며 가라앉았던 흥분이 빠르게 다시 치고 올라온다.
혀와 혀가 오가며 타액을 섞어 마실 때쯤 완전히 풀 발기된 내 물건.
여우가  손을 잡고는 자신의 방으로 이끌었다.

여기가 여우의 방인가.
전체적으로 분홍빛 기운이 물씬 풍기는 그런 방.
아가씨 방이라기엔 뭔가 어리고 풋풋함이 느껴진다.

여우는 날 자신의 침대 위로 이끌었다.
엉덩이를 대고 앉자, 푹신한 감촉과 함께 향기로운 냄새가 물씬 올라온다.
싱그러운 향. 아가씨의 향기다.
그리고 이불 또한 핑크핑크한 분홍빛이다.


'마치 꽃밭에 앉은 기분이로군.'


색깔도 그렇고 향기도.
여우는 내 상체에 찰싹 붙은 채, 흐흥 거리며 몸을 비벼댔다.
그런 아이를  팔로 안으며 묻는다.


"부모님은?"


"엄마는 가게보고 계셔요!"

"그럼 아빠는?"

도리도리. 이런 안 계신 모양이다.
그럼 다음 질문.
사실상 이것을 묻기 위해 운을 띄운 것이니.


"혹시나 해서 물어보는 거니까, 감정 상해하지 말고 대답해주렴."


"네."

여우가 해맑은 미소와 함께 고갤 끄덕인다.
그럼 본격적으로 질문 겸 추궁 시작.


"내가 누군지 아니?"


"알죠! 후. 서후 아저씨!"


음... 이름을 알고 있다는 건, 다른 사람과 착각했을 리는 없다고 봐도 되겠군.
의외로 시원시원하게 대답해주니 의문이 빠르게 해소된다.
그럼 다음 질문.

"그날... 두 번째라고 한 건 무슨 뜻이야?"


"흐응~ 궁금해요?"

"그래."

"움... 어떻게 할까나?"

허... 요게? 눈웃음치며 여유를 부린다.
아마 꼬리가 달려있었다면, 지금쯤 이 상황이 즐겁다며 살랑살랑 거리고 있을 것 같다.
내가 대답 안 하냐고 살짝 정색해도, 여전히 웃음을 잃지 않는 여우.

"솔직히... 아저씨가  잊었을 수도 있다고 생각을 하긴 했긴 했지만... 그것이 사실로 밝혀지니 좀 섭섭하네요."

"...말 돌리지 말고."

"말 돌리다뇨! 흥이다! ...그래도 대답은  줄게요. 그건 약속을 말한 거예요."

역시 약속이었군.
그럼 이제 마지막 질문.
난 매우 진지한 얼굴로 여우에게 물었다.

"넌 누구니?"

그래. 사실 이걸 물어보기 위해 쌓아올린 테크다.
 아인 누굴까.
난 이 아이와 어떤 약속을 한 것일까.

입을 서서히 열다 이내 삐죽 내미는 여우.
뿔났다는 표정을 짓는다.
마치 어린 아이와 같은 행동에 난 헛웃음이 나오고 말았다.
뭐지? 지금 내게 떼를 쓰는 건가?
아니면 그 정도로 친했던 사이라는 뜻?

여우가 침대에 벌러덩 눕는다.
그리곤 다릴 좌우로 쫙 벌리더니, 살짝 원피스를 들어올린다.


"하면 가르쳐 줄게요."


허어.

"아저씨 장난 할 기분 아니다."

그러나 여우 또한 양보할 생각은 없는 듯하다.
검지와 중지로 음문을 벌리곤 말한다.

"기억에서 지울 정도로 아저씨에겐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것 같은데... 그런데도 제가 누군지 궁금해요?"


꽤나 가까웠던 것인가.
집착녀인 그녀가 기분 상해, 내게 감정을 드러낼 만큼.


뭐 아무튼 틀린 말은 아니었다.
이 아이가 누군지 중요하던가?
그저 지금 내겐 조련해 길들일 한 마리의 여우일 뿐.
대신 확답은 받아놓는다.

"약속한 거다."

"흥... 왠지 그것 때문에  안는 것 같아서 기분 나빠."


어쭈.  좀 보게?
앙큼한 여우답게 앙탈을 부린다.
내가 너무 물렀군. 좀 늦었지만 제대로 참 교육 들어가는 수밖에.

그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여우의 표정에 당황함이 떠오른다.
그러거나 말거나, 난 매우 천천히 몸을 움직여 예의 방문으로 향했다.
여우 급 당황.


"아, 아저씨?"


"....."

대답 대신 문고리를 잡고 돌린다.
철컥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고.
뒤에서 후다닥 달려오는 소리가 들리더니, 누군가 뒤에서 날 끌어안았다.

"아저씨. 어디 가려고요?"

"니 말을 듣고 보니 일리가 있는 것 같아서."


"네?"


여우가 다시 후다닥 뛰어 내 앞으로 와 섰다.
통로를 떡 하니 막아선   올려다보는 여우.
그런 여우에게 참교육을 들어간다.

"니 정체가 궁금해서 섹...스하는 건 좀 아닌 것 같구나. 그러니 이만 돌아가야겠다."

여우의 동공이 좌우로 크게 흔들린다.
이런 상황이 될 거라고는 조금도 생각 못한 모양이다.
내가 다시 걸음을 옮기자, 어떻게든 양팔로 막아서며 방해. 그리곤 급하게 사태 수습.

"아, 아저씨. 그게 아니라...!"


무시하고 왼쪽으로 파고든다.

"쫌!! 잠시만, 내 이야기 좀 들어봐요!"

이번에는 오른쪽.

"아저씨!!!!"

허? 그렇다면...
여우를 안아들었다.
그리곤 그대로 방 밖으로 나서자, 결국엔 멘탈이 나가버렸는지 여우가... 울기 시작했다.

"흐아앙.  말 좀 들어달란 말이야!! 이 나쁜 놈아!!"

주먹을 쥐고는 내 가슴을  내려치는 아이.
이젠 아예 될 대로 되라는 건가...
여우의 얼굴을 바라본다.
눈을 완전히 질끈 감은 채 펑펑 울고 있다.

후우... 난 우는 여자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섹스할  흘리는 건 상관없으나, 지금  아이처럼 질질 짜는 건 싫어한다.


이유는 별 거 없다.
그저 여인의 눈물을 볼 때면 마음이 약해지기 때문이다.
그에 여우를 떼서 바닥에 내려놓으려 하는데... 미치겠군.  다리와 양팔을 이용해 달라붙고는 떨어지질 않는다.


"흑흑. 이러지 마. 약속했자나... 예쁘게  크면 데리러 와 주겠다고 그랬자나... 엉엉엉."

내가 그런 약속을 했다고?
역시 기억에 없다.


흠... 뭘까.
대사만으로 보면 내가 작업  여인이나 할 법한 대사인데, 왜 스무 살짜리 꼬맹이가 하고 있는 것일까.
설마 내게 작업당한 여인이 자살한 뒤 한이 맺혀서 아이의 몸으로 빙의...?
윽. 돌연 소름 돋는다. 상상으로 그치자.


아무튼 이 정도면 충분히 알아들었을 듯하니, 교육을 종료해도  것 같다.
그에 아이를 안은 채로 다시 방으로 돌아갔다.
매미처럼 매달린 여우를 달래며 침대에 앉아있길 잠시...
슬슬 진정이 됐는지 물기 어린 눈망울로 날 올려다본다.


"좀 진정이 됐니?"


끄덕.
작은 고개가 여러 차례 움직이고.
일순 망설이더니, 떨리는 입술을 열어 말한다.


"훌쩍. 아, 아저씨. 예림이... 싫어진 거 아니지?"


"음. 싸는 건 괜찮은데, 우는 건  별로긴 하구나."


여우가 손을 재빨리 움직여 눈물을 닦아낸다.
난 그런 아이의 손을 붙든 뒤, 옆에서 티슈를 가져와 살살 닦아주었다.
예쁜 얼굴 상처입고 망가지면 나만 손해기에...
 전용 보지인데 신경은 좀 써야지 않겠어?

그런 내 행동에 감동을 먹었는지, 반짝반짝 빛나는 여우의 눈.
그러다 무언가 마음을 먹은  표정이 변하고.
이제는 진정이 되어 더 이상 떨리지 않는 입술 사이로, 꽤 중요한 정보가 튀어나왔다.

"9년 전 신림동... 편의점. 거기서 만났어."


9년  신림동 편의점이라...
기억난다. 당시 편의점에서 일하며 그 집 사모님 작업 쳤었지.
그런데 그렇게만 말하면 모르는데.
어디 손님이 하나둘이어야지.
그런 내 표정을 읽고는 울먹이는 얼굴로 말하는 아이.

"나 정말 기억 안 나? 한예림! 초딩 꼬마애!!"

"흠. 초딩 꼬마애라...."


뭘까. 역시 기억이 없다.
여우 울상.

"야,  나쁜 놈아!!"


음. 대사만 들어보면 작업당한 여인의 빙의물이 확실한데 말이야.
하여튼 기억이 없는 관계로 내가 할 수 있는 대사는  하나 뿐이었으니...

"하핫. 미안하다. 아저씨가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기억이 없네."


그러니 너무 뭐라 하지 마렴.
너도 나이 들면  이해할 거다.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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