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화 〉#008 첫키스
티비 프로그램은 그저 흔하디흔한 예능물이었다.
여자애들이 좋아할 만한 것.
나도 종종 작업을 위해 봐두긴 하지만, 썩 재미를 느끼진 않는다.
대체 이게 뭐가 재미있다고.
그러나 그런 방송이 재미있는지 킥킥 웃으며 보는 민아.
정신이 팔려서인지, 어느새 나에 대한 관심은 옅게 사라져 간다.
'이래서 티비는 피하려 했는데...'
하아. 여우 년 때문에 일이 꼬이는 게 확연히 느껴졌다.
그러나 정작 티비를 켠 그녀는 그것을 전혀 보고 있지 않았다.
여전히 내 팔에 팔짱을 끼고는 가슴을 비비고 있을 뿐.
그럼에도 내가 아무런 반응도 없자, 이젠 손을 당겨 자신의 허벅지 위에 올려놓는다.
허벅지 안쪽의 부드러운 감촉이 손바닥으로 느껴진다.
감촉은 꽤 좋네. 역시 젊어서인가?
그러나 이쯤에선 놀라는 척 해주는 게 정상이겠지.
깜짝 놀라는 척 하며 손을 빼 돌아보니, 날 향해 눈웃음 치고 있는 여우가 보인다.
'흠. 이대론 안 되겠군.'
생각보다 눈빛이 음험하고 끈덕지다.
절대 쉽게 떨어질 상황은 아니다.
혹시나 하여 여우로부터 살짝 떨어져 민아 쪽으로 붙어보았으나, 도망친 만큼 따라 붙는 여우.
역시... 도망치는 건 불가능하군.
그렇다고 자리를 박차고 나가는 건 미련한 짓.
어떻게든 민아의 호감을 증가시키거나 최소 유지는 시켜야 한다.
'그렇다면...'
나는 소파에 배치되어 있던 베개를 물건 위에 올려놓고는, 왼손을 그대로 여우에게 건네주었다.
즉, 그녀 하고 싶은 대로 하라는 의미.
그리곤 오른팔로 민아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움찔.
갑작스런 내 스킨십에 깜짝 놀라는 아이.
돌아보는 그 아일 향해 방긋 웃어준다.
민아는 슬쩍 고갤 들어 예림이 쪽을 바라보았다.
스킨십은 좋으나, 아무래도 신경이 쓰인다는 것.
그러자 눈치 빠른 년답게 예림이 모른 척하며 티비를 바라봤다.
여우도 아는 것이다.
이래야만 자신이 진도를 뺄 수 있단 걸 말이다.
운동을 한 만큼 내 상체는 꽤 거대해 예림의 행동을 숨길 순 있으나, 문제는 티비에 비치는 모습.
잘 티 나지는 않으나 집중하면 우리 셋의 모습을 그대로 볼 수 있었다.
'그러니 그러는 것이겠지.'
아직까진 내가 민아를 작업치려는 건 모른다.
그러니 민아에게 스킨십을 하며 티비에 집중 못하게 하는 걸 허락하는 거겠지.
민아의 고개가 다시 수그러지자, 언제 그랬냐는 듯 행동을 개시하는 그녀.
손을 잡아끌더니, 허벅지 안 쪽 음밀한 공간으로 인도한다.
약간 까슬한 느낌과 함께 이내 축축함이 손끝으로 느껴졌다.
'팬티를... 안 입고 왔군.'
그랬다. 대체 얼마나 대담한 거야?
무릎 정도 오는 치마를 입고 나온 주제에 팬티를 안 입고 오다니.
그녀는 내 손등을 짚고는 움직여, 내 손바닥을 이용해 음문을 문지르기 시작했다.
그러길 잠시, 이내 내 중지를 구부려 자신의 손가락과 함께 구멍 안으로 집어넣는 여우.
뜨끈한 열이 날 맞이한다.
'이쪽은 그냥 이렇게 놔두자.'
손에 힘을 빼두면 알아서 자기 좋을 대로 하고 만족할 것이다.
그럼 난 이제 민아에게 집중해볼까.
그래도 혹시 몰라, 흘끗 티비를 통해 여우를 보니...
역시나. 즐기느라 이쪽 볼 정신도 없구만.
민아를 돌아본다.
내 시선을 느끼곤 살짝은 붉어진 얼굴로 날 올려다보는 아이.
귀엽다. 그 밝은 아이가 이런 표정을 짓다니.
두른 팔에 힘을 줘, 내 상체로 가까이 당겨본다.
그러자 쓰러지듯 스르르 안겨온다.
그에 따라, 코끝으로 기분 좋은 샴푸냄새 또한 느껴졌다.
"아..."
민아의 입에서 부끄러움이 가미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예의 내 단단한 근육이 그녀의 마음에 살짝 불을 지핀 모양이다.
손으로 내 가슴을 슥슥 문질러보는 아이.
'그 날 본 게 생각날 수밖에 없을 걸?'
이 근육을 한 번이라도 본 여자들은 언제나 이런 반응을 보이곤 했다.
얼마나 매력적이면, 날 담당하는 트레이너 부인이 내 자지를 조르며 임신시켜 달라 외치겠는가.
그런데 그 때, 민아가 고갤 슬쩍 올렸다.
아무래도 예림이 쪽이 못내 신경이 쓰였던 듯.
이런..! 그에 급하게 손을 당겨 아이의 머릴 잡고는 내 상체에 밀착시켰다.
움찔.
순간 경직. 아이의 몸이 마치 석상이라도 된 것 마냥 바싹 굳어 버렸다.
이런... 나도 모르게 너무 훅 들이댔나?
그러나 이리 하지 않았다면 옆 상황이 들켰을 거였다.
지금 예림이는 내 손가락으로 자기 보질 쑤시며 정신없는 상태였으니까.
'그래도 조금만 주의를 했더라면...'
미리 대비를 했다면 좋았을 것인데.
충분히 나올 수 있는 행동이었던 것을 생각 못한 걸 보면, 아마 그만큼 내가 옆 여우에게 홀리고 있단 뜻이리라.
후회가 빠르게 짓쳐들어왔으나, 이를 수습할 방법을 찾아내는 게 먼저.
그에 상태를 살필 겸 시선을 내렸는데... 이게 웬 걸.
오히려 상황이 좋아졌다?
"아, 아저씨..."
귀까지 완전히 빨개진 게 어쩔 줄 몰라 하는 아이.
난 그런 아이에게 고갤 살짝 내려, 이마에 쪽 뽀뽀해 주었다.
그리고 그 순간,
펑.
그래 펑이다.
왠지 딱 그런 폭발음이 들린 것 같은 건, 기분 탓이 아니니라.
아마 이로써 내가 마음이 있단 걸 이 아이도 알아차렸을 것이다.
이제 남은 건 그 대답을 들을 차례.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며칠 내로 대답이 돌아올 것이다.
'그러나 마냥 기다리는 건 멍청한 짓이지.'
내게 다가오도록 계속 흔들어주마.
그런 그 때 돌연 격렬해진 손의 움직임.
아무래도 슬슬 갈 것 같은 모양이다.
'모처럼 일이 잘 풀려 기분이 좋으니, 서비스 한 번 해줄까.'
그에 손가락을 훅 구부려 파바박 당겨주었다.
그 행동으로 인한 떨림에 민아의 얼굴에 물음표가 떠올랐으나, 싱긋 웃고 품 안에 끌어당기는 걸로 해결해주었다.
그리고 그렇게 3초 정도 지났을까.
내 손이 옴짝달싹 못하도록, 손으로 보지로 꽉 붙들고는 부르르 떠는 여우.
티비에 묻혀 내 귀에나 간신히 들릴 목소리로 작게 소리친다.
"가, 간다아아앙."
어후. 안에서 흘러나오는 애액이...
아주 제대로 간 모양이다. 끈적끈적한 걸 대량으로 싼 걸 보면.
손을 빼서 들어올린다.
그러자 곧 내 손을 감싸 안는 부드럽고 단단한 감촉이 느껴진다.
여우가 자신이 싸서 더럽힌 내 손을, 입으로 깨끗이 청소해주고 있는 것이었다.
'뭐, 나쁘진 않겠지.'
민아와 같이 임신시키는 것도 말이야.
아마 잘만 길들인다면,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내 물건을 빨아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여우의 문제는, 너무 제멋대로라는 것이었다.
요리와 식사를 마치고 슬슬 가나 했더니, 돌연 여기서 자고 간다고 선포를 한다.
혹시나 싶어 민아를 돌아봤으나...
"그래. 나랑 내 방에서 같이 자자!"
"고마워, 민!!"
어휴. 기대할 걸 기대해야지.
민아에게 거절이란 걸 기대한 내가 바보다.
물론, 저 성격이기에 침대에 쓰러뜨리는 건 좀 쉬울 것 같지만.
'문제는, 저 여우의 의도가 훤히 보인다는 거지.'
딱 봐도 오늘 나랑 하고 가려는 게 눈에 보였다.
그런데 절대로 안 될 말이다.
무조건 민아부터 먹어야 한다. 그래야 나중에 뒤탈이 없다.
예림이를 먼저 먹었다가는, 이후 민아 쪽을 완전히 정복하기 전에 여우가 사고를 칠 가능성이 농후했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군.'
먼저 씻는다 외치고는 욕실로 들어가는 예림.
나는 곧바로 민아의 손을 잡아끌어 방 안으로 들어갔다.
얼굴이 두려움 반, 설레임 반으로 가득하다.
그런 아이에게 한 발짝. 한 발짝. 다가선다.
마음의 준비를 하도록.
한발 한발 뒤로 가더니, 이내 벽에 등을 기대게 된 아이.
떨리는 눈으로 날 올려다보며 입을 연다.
"아, 아저씨... 전, 전..."
뭐라 말하려는지 알 것 같다.
자기는 친구 딸이라 이거겠지.
그렇기에 안 된다고.
하지만 그 반대란다.
애초에 친구 딸이 아니었으면 이런 상황은 오지도 않았단다.
손을 뻗어 떨고 있는 아이를 끌어온다.
그리곤 그대로 입을 맞춘다.
작은 떨림이 크게 거세어지고.
문득 방 안에는 예림이의 샤워하는 소리만 나지막이 울렸다.
눈빛을 보니...
'처음이로군.'
첫키스. 지금 민아의 키스는 처음이다.
그걸 확신할 수 있었다.
어떻게? 아이의 눈이 완전히 풀려버렸기에.
첫키스는 마치 뇌가 타버려 새하얘진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강렬하다.
왜 그런지는 모른다.
그저 사람들마다 그 때를 가장 강렬했던 순간으로 칠 정도로, 그 순간엔 아무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한다.
지금 민아가 딱 그랬다.
아까의 두려움과 설레임의 감정은 없고.
눈빛은 멍 하니, 그러나 입술과 혀는 거세게 짓쳐온다.
하아. 츄릅. 츕.
키스가 딥으로 넘어가는 건 정말 순식간이었다.
굳건히 서 있던 둑이 넘어진 것 마냥, 아이의 행동엔 조금도 거침이 없었다.
다만 아무런 지식도 경험도 없어서 이리저리 빨 뿐.
그게 너무 순수하게 느껴져 내 물건은 터질 듯 부풀어 올랐다.
입술의 말랑말랑한 감촉과 혀의 단단하지만 부드러운 느낌.
그것들이 내 입과 혀를 초코 퐁듀를 먹듯 맛나게 핥아먹는다.
나는 키스에 집중하며 양 손으로 아이의 엉덩이를 각각 하나씩 움켜쥐었다.
빵빵하고 탄력 있는 덩어리.
이것을 맛보고 싶어, 청소하며 엉덩이로 부딪쳐보고, 운동하면서 찰싹찰싹 때려보지 않았던가.
지금 마음껏 꽉 잡은 채 쥐락펴락하니, 예의 부드러움에 정신이 녹을 것만 같았다.
손을 뻗어 내 뒷머리를 확 끌어당기는 아이.
스스로의 감정을 조절할 수 없는 듯하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상체가 꾸욱 맞닿아졌고, 스무 살치곤 거대한 가슴이 나를 마구 압박해왔다.
그 압박감 속에서 아이의 심장고동소리가 전달돼 온다.
쿵. 쿵. 쿵. 쿵.
맥동하는 소리가 거침이 없고 매우 빠르다.
이 이아가 얼마나 흥분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
'아쉽다.'
시간이 부족한 게 너무 아쉬울 뿐이다.
우리 둘이 서로의 입술 탐하는 사이, 어느새 물소리는 멎어 있었다.
즉, 곧 있으면 여우가 다시 나타난다는 뜻.
하지만 설령 저 여우가 없었더라도, 여기서 바로 자빠뜨리는 건 다소 무리가 있는 행보였다.
이제 첫 키스한 애를 침대로 데려가 따먹어본들, 내일 정신을 차리고 어떤 반응이 나올진 너무 복걸복이었기 때문이다.
'운에 맡기는 건 아마추어 하는 짓이지.'
지금은 이쯤에서 끝낼 때가 맞는 것이다.
그에 살며시 입술을 떼고 떨어지려는데, 어딜 가냐며 내게 매달려온다.
그래도 두어 차례 뒤로 물러나자, 그제야 정신을 차린다.
"민아야, 예림이."
"아.... 맞다."
완전히 잊고 있었다는 듯 배시시 웃는 아이.
얼굴이 온통 새빨간 게 아무래도 열 좀 식혀야 할 듯하다.
그럼 지금쯤 말하는 게 좋겠지?
난 심호흡을 한 번 하고는 입을 열었다.
"나 오늘은 바깥에서 외박하고 들어올게."
"네?! 왜요?!"
깜짝 놀라 따지며 묻는다.
그럴 만도 하지.
이제 막 불이 붙기 시작했는데, 외박을 하다고 하니...
그러나 어쩔 수 없다.
이건 그녀와 나를 위한 것.
그에 난 폰을 들어올리며, 미리 준비해 둔 변명을 내뱉었다.
"지인이 상이 나서 말이야. 오늘 밤 갔다가 아침에서야 돌아올지도 모르겠다."
"아아... 그렇군요."
민아의 얼굴이 이해한다면서도 아쉬움이 가득해진다.
그러지마. 그런 표정 지으면 정말 가기 싫잖니.
그래도 가야만 했다.
딱 분위기를 보니, 오늘 밤 이곳에서 잠을 잤다가는 새벽에 여우 년에게 정기를 뺏길 지도 몰랐다.
그 상황이 나쁘다는 건 아닌데.
아무튼 저렇게 먼저 훅훅 들어오는 여자는 위험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여우보단 민아를 먼저 먹어야 나중에 뒤탈이 없기 때문이다.
"그럼 나 갔다 올게."
손을 뻗어 양 볼을 잡고는 가볍게 키스해 준다.
그에 따라 민아 또한 내 뒷머리를 잡고는 따라한다.
그렇게 또 무아지경에 빠져들길 잠시, 이내 어떤 외침이 우릴 다시 현실로 되돌려 놓았다.
"민아야!! 나 니가 빌려준 옷 방에 두고 왔어!"
"알았어, 기다려! 가져다줄게!!"
내게 잘 다녀오라며 볼에 쪽 하고는 윙크하는 아이.
나 또한 손을 흔들어준 뒤, 찬찬히 집 밖으로 나섰다.
그러면서 정아에게 톡을 넣는다.
오늘 밤은 잠시나마 정아에게 남편 대우나 받아볼까 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