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화 〉#001 만남
그런 그때였다.
"후 아저씨!"
깜짝.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내 이름은 서후. 외자다.
보다시피 흔한 이름은 아니다.
정말 흔치 않은 이름이기에 남들의 머릿속에 쉽게 각인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지금 같은 상황에선 오히려 독이었다.
꼭 피해야 할 인물이 여기 있었기에.
난 재빨리 하영이 있는 쪽을 바라보았다.
누군가를 바라보고 있다.
그 시선을 따라가자, 방금 전 스마트폰을 통해 본 한 여자아이를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아이의 시선은... 정확히 나를 바라보고 있다.
'위험하다.'
나는 재빨리 신발끈을 묶는 척 몸을 숙였다.
그리곤 슬금슬금 자릴 이동했다.
하영. 4년전 만난 옆집 유부녀.
평범하다면 평범한 여인이지만, 만날 적 수시로 내게 집착성을 보이던 인물이었다.
그리고 그런 인물은 대개가 위험하단 걸, 그동안 여러 사건을 통해 깨달은 바...
무슨 일이 있어도 꼭 피해야만 한다.
흘끗 여인 쪽을 바라보자,
과연... 뭔가 광기 어린 행동이 눈에 띄었다.
후다닥 이쪽을 꼼꼼히 살피며 다가오는 그녀.
그에 살며시 무리를 은엄폐 삼아 빠져나가는데, 돌연 누가 날 붙잡았다.
"아저씨! 여기서 뭐해요?"
아씨.... 놀라라.
욕이 목구멍 끝까지 올라왔다 도로 내려갔네.
내 어깨에 손을 올리곤, 나처럼 몸을 낮춘 채 흥미어린 시선을 보내는 아이.
새하얀, 속이 살짝 비치는 투명한 셔츠와 하반신에 쫙 달라붙는 검은 핫팬츠를 입은 그녀는, 재민의 딸 민아였다.
7년 만에 보는 날 알아보는 것도 놀라운데,
그보다 더 놀라운 것이 있었으니...
'진짜 완전 똑같네.'
그 엄마와 완전히 똑같았던 것.
눈앞에서 직접 보자, 예의 그 첫사랑이 더욱 떠올라 마음이 싱숭생숭해졌다.
그러나 지금 촌각을 다투는 일이 있는 상황.
그에 마음을 빠르게 비우곤, 아이에게 속사포로 현 상황을 설명했다.
여기서 어설픈 변명을 했다간, 오히려 질문을 받고 시간을 끌게 될 수 있기에, 최대한 핵심만 짚어 말해준다.
"내가 꼭 피해야 하는 사람이 여기 있어. 그러니까 헤어졌다가 저기 8번 출구에서 만나자! 알겠지?"
"넵!"
그녀가 싱긋 웃으며 고갤 끄덕였다.
재민이 아닌 그 엄마를 닮아 그런지 빠르게 알아듣고는 행동한다.
후다닥 한쪽을 향해 달리는 아이.
그런 그녀를 발견하곤 하영이 잠시 고민에 빠졌다.
그녀를 쫓아가 물을 것이냐, 아니면 내가 있는 쪽을 찾아볼 것이냐.
두 방향을 잠시 번갈아 보던 그녀는 이내 결정을 내린 듯, 민아를 쫓아가기 시작했다.
'이런. 저러면 나중에 골치 아파지는데...'
잡히면 나에 대해 이것저것 캐물을 수도 있는 상황.
그러나 천만 다행이도,
민아가 자신을 쫓는 이가 있단 걸 알아차리곤, 후다닥 움직여 하영을 따돌리는 게 눈에 들왔다.
결국 한 때 나의 여자였던 그녀는 닭 좇던 개 마냥 멍하니 자리에 서 있다, 천천히 걸음을 옮겨 공항에서 사라졌다.
'후우. 앞으론 조심해야겠어.'
정말 운도 없지.
수많은 여인들 중 집착녀 3인방 중 하나를 여기서 만나다니.
분명 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가슴이 쉼 없이 콩닥거린다.
아무래도 극적인 변화가 필요할 것 같은데...
이참에 수염이라도 길러 볼까?
***
"아저씨, 안녕하세요!"
"응. 안녕."
"그동안 어디 계셨어요? 한동안 안 보이시던데?"
"좀 바빴어."
민아와 마지막으로 본 게 초등학생 땐가, 중학생 땐가.
7년... 아무튼 꽤 오래 되었던 건 분명한데, 아직까지 나에 대해 기억하고 있다는 게 참으로 신기했다.
보통은 그 정도면 잊어버리고 그러지 않나?
그러나 그 의문은 쉽게 해결되었으니...
"바쁘더라도 한 번씩 찾아오시지 그랬어요? 그나마 아저씨 찾아오시고 나면, 한 달 정도는 술주정 안 하셨거든요."
하아?
"아직도 해?"
민아가 고갤 크게 끄덕이며 말했다.
"네. 술만 드시면 아주 엄마 이름을 쉬지 않고 읊어대세요. 가끔 아저씨 이름도 대고요!"
그런 거라면 날 잊지 못하는 것도 이해가 가는군.
짜식. 나한테 연락을 하지. 그럼 가끔 만나서 술 상대라도...
그런데 잘 생각해보니, 연락은 꽤 자주 왔었다.
그동안 내가 여자 만나느라 이래저래 미룬 것이다.
"뭐 이제 직장도 그만 뒀으니, 이제라도 자주 보려고."
"꼭 그래주세요!"
싱긋. 해맑은 미소.
나이 어린 친구들이나 보여줄 수 있는 웃음이다.
나이든 사람은 절대 보여줄 수 없는.
그렇게 우리는 내 차를 타고 미끄러지듯 도로를 달려, 서울에 있는 재민의 집으로 향했다.
보통은 간만에 봐 어색할 만 하려만,
외국에 살다 와서 그런지 몰라도 민아에겐 그런 게 없었다.
오히려 생각보다 붙임성이 좋았다.
그녀는 무언가 떠오르면 곧잘 내게 물었고, 난 그것에 대답해 주는 형식이 우리 둘 사이에 반복되었다.
"그럼 한동안은 뭐 하시려고요?"
"글쎄다. 좀 대충 시간 때우다가, 니 아빠 휴가 낼 때 같이 쉴까 생각 중."
"와아! 잘 됐다! 꼭 그렇게 해요! 우리 같이 놀아요! 헤헷."
"그래. 그러자."
배시시 웃는 그녀.
이런 성격이라면 다가가기 쉽다.
더구나 이미 서로 아는 만큼, 들이는 시간도 꽤나 적을 것이다.
다만 조심할 점 한 가지.
'물에 종이가 젖어가듯, 본인도 모르게 서서히 공략해 나가야 한다.'
저런 밝은 성격을 무턱대고 덜컥 삼켰다가는, 이후 어떤 반전이 나타날지 모르는 법.
잘못하면 작업을 마치기도 전에, 주변에 들킬 수 있다.
'천천히, 천천히 접근하자.'
그에 난 최대한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호감도를 빠르게 쌓아올렸다.
그러나 제일 큰 난관이 있었으니...
'어떤 핑계를 대야 하지?'
작업을 하려면 붙어있는 시간을 최대한 만들어내는 게 핵심.
딸 뻘인 그녀와 밖에서 약속을 자주 잡는 건 의심받을 소지가 있었다.
그렇다면 방법은 단 하나.
"후우. 그건 그렇고 나도 집을 하나 구해야 되는데..."
지나가는 식으로 한탄하듯 이야기하니, 아이의 귀가 쫑긋한다.
"어? 왜요? 아저씨 집 없어요?"
"아아. 설마 회사에서 잘릴 거라곤 생각 못했지... 집을 판 뒤 회사 시설에 들어갔거든."
"저런... 어떡해."
흠. 젊고 활달한 아이답게 리액션이 참 좋다.
양손을 기도하듯 모으고는 걱정스레 쳐다보는 아이.
그 너머로 앵두빛깔의 촉촉한 입술이 눈에 들온다.
"그러게 말이다... 그래서 일단은 주변 모텔 같은 데서 지낼까 생각중이야."
그러자 잠시 고민을 하더니 결정했다는 듯 말한다.
"잠시만요. 한 번 아빠에게 물어볼게요!"
옳다구나! 걸렸구나.
민아가 능숙하게 손을 움직여 친구 놈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빠?"
"응. 지금 아저씨랑 집으로 가는 중. 그런데 아저씨가 지낼 곳이 없다네? 집 구할 동안 우리 집에서 지내라고 할까?"
"오케이! 알았어. 사랑해!! 쪽쪽."
반응으로 보아하니 성공이군.
스마트폰에 대고 쪽쪽 거리는 모습에 절로 미소가 그려졌다.
귀엽게 보이기도 했고.
곧 내 물건에 저리 쪽쪽 거릴 거라 상상하니, 꼴리기도 했기에.
"아저씨!"
"응."
"아빠가 아주 좋아하시는데요?"
그러겠지. 자신의 주정을 받아줄 불알친구가 곁으로 오는 거니.
그건 그렇고 예나 지금이나 눈치 없는 건 변함이 없구만.
아무리 친하다 해도 엄연히 우린 남남이고.
민아와 난 남자와 여자인데.
'기대된다.'
앞으로 일어날 일들이.
다가올 과실들이.
"저기에요!"
민아의 손끝을 따라 차를 몰아, 부드럽게 아파트 단지 내부로 진입했다.
힐스테이 107동.
이곳이군. 내 새로운 열매를 맺을 무대가...!
친구 집은 매우 특이했다.
여자가 없어서 그런지, 환하기보단 전체적으로 깔끔한 분위기.
오히려 다른 사람들에겐 평범할지도 모르겠으나, 매일같이 여자가 사는 집을 들락날락 했던 나로서는 오히려 개성 있게 느껴졌다.
"이쪽으로 오세요!"
민아를 따라 걸음을 옮기자,
그녀가 방 하나를 내게 보여주며 말했다.
"여기에요! 음... 오랜만에 오니까 먼지가 좀 쌓여 있네요."
신경 쓰일 정도는 아니지만, 확실히 먼지가 좀 쌓인 방이었다.
오랜 기간 비워둘 예정이었는지, 침대 위로는 투명 비늘이 덮여져 있고.
다가가 손으로 스윽 훑자, 과연... 시커멓진 않아도 옅은 먼지가 손끝에 묻어나온다.
"하핫. 좀 더럽죠? 그래도 너무 기분 나빠하시진 마세요. 아마 제 방도 크게 다를 바 없을 것 같거든요."
"니 방은 어딘데?"
"저기요!"
날 자신의 방으로 인도하는 그녀.
바로 옆방이다.
문을 열자, 과연... 그녀 방도 크게 다르진 않았다.
아무래도 출장을 떠난 지 시간이 꽤 흐른 모양이다.
"맞다. 그러고 보니, 너 밥은 먹었니?"
민아가 고갤 젓는다.
"아뇨. 하지만 먹은 지 4시간 정도 지난 거라 아직은 괜찮아요."
"그래. 그렇다면..."
난 팔을 걷어 부치며 말을 이었다.
"보람차게 청소하고 맛난 거 먹으러 가자. 내가 쏘마."
"와아! 정말이죠? 얼른 청소해요!!!"
그렇게 계획에도 없던 집안 청소가 시작됐다.
이곳저곳 먼지가 꽤나 많았기에 우린 바삐 움직였고, 그로인해 땀으로 흥건해지는 건 정해준 수순이었다.
흘끗. 바닥을 닦으며 그녈 보니,
투명한 옷이 살에 달라붙어 야한 느낌을 물씬 풍기고 있다.
거기에 목 뒤로 달라붙은 검은 머리칼.
또한 걸레질을 하는 손이 한 번씩 움직일 때마다, 핫팬츠 안으로 가득 찬 엉덩이가 좌우로 크게 흔들거렸다.
슥슥. 흔들흔들.
슥슥슥. 흔들흔들..흔들.
'죽이네...'
보는 것만으로도 신호가 온다.
그러나 그보다 더 꼴릿한 건, 아마 저것이리라.
첫사랑의 도플갱어가 아닐까 싶을 정도의 싱크로율을 자랑하는 얼굴.
저 얼굴을 보니, 조금씩 커져가던 물건이 이내 완전히 서며 바지를 훅 들어올렸다.
'큰일이군.'
벌써부터 하고 싶어서 미치겠다.
마치 그녀가 나를 유혹하기 위해 좌우로 엉덩이를 흔드는 건 아닌가 하는 착각마저 들 정도로.
그러나 지금은 참아야 할 때.
손으로 물건을 옆으로 뉘인 뒤, 얼굴에서 시선을 내려 다시 몸매를 한 번 슥 훑어본다.
적당한 가슴과 얇은 허리. 그리고 조금 큰 엉덩이.
사실 몸매 자체는 관리 잘하는 유부녀들에 비하면 비할 바 못되었다.
그저 흔하디흔한 스무 살 젊은 애들의 몸.
유부녀를 주로 건든 만큼,
애 낳고 커진 힙과 가슴에 적응해버린 나에겐 어찌 보면 그것들은 상당히 초라했으나, 그래도 상관없었다.
젊은 아이들의 전유물인 얇은 팔뚝과 허리, 손목, 발목엔, 어른의 풍만한 걸 넘어서는 어떤 힘이 숨겨져 있으니.
'벌써부터 침이 고이는군.'
난 무언가에 홀리듯 바닥을 닦으며 그녀에게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갔다.
그리곤 뒤를 돌아, 실수인 척 하며 후진을 넣었다.
"아...!"
엉덩이와 엉덩이가 맞부딪치며 느껴지는 묘한 감각.
젊은 애답게 꽉 찬 탱탱함이 둔부를 타고 전해져 온다.
"아저씨, 저 뒤에 있어요! 쿡쿡."
"아, 미안. 열심히 닦다보니 너 거기 있는 줄도 몰랐다."
그러자 킥킥 웃으며 말한다.
"아저씨 너무 열심히 하시는 거 아녜요? 이거 저희 집인데... 이러다가 오히려 제가 한 턱 쏴야겠네요."
"하하. 걱정 마라. 이래나 저래나 쏘는 건 내가 할 테니."
넌 가지고 있는 구멍으로 받기만 하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