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2화 〉 필요한 일들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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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 필요한 일들 (4)
조그마한 등이 나는 좋았다. 에스테야의 그 작고, 희고, 어깻죽지의 뼈가 손끝에 만져지는 가냘픈 등이. 가볍게 쓸어내리고 어루만지면, 내게 박힌 채로 움찔움찔 떠는 꼴이 참 예쁘다.
“힉…히끅, 힉…하, 하으, 읏…아….”
활짝 개화한 꽃들은 마치 잘 익은 열매처럼 뚝 뚝 침대 위로 떨어졌다. 늪 위의 연꽃들처럼 떠다니는 모습이 보기 좋다.
에스테야는 내 위에 곱게 엎어진 채로 발발 떨고 있었다. 그럴 때마다 이 조그마한 소녀의 내벽이 움찔거리며 경련하는데, 그 감촉이 정말…참을 수 없을 정도로 매력적이다.
“서…지운, 히끅, 이제…이제 그만…하자, 응…?”
비어있는 꽃받침에 다시금 벚꽃이 피고 있었다. 내게 박힌 채로 꼼질거리면서도 연신 느끼고 있다는 반증이다. 나는 가볍게 그녀의 등을 다시 어루만지면서…속삭였다.
“한 번만 더 하고, 에스테야.”
“미친, 거, 아니야…뭘, 한…번만 더…해, 힉…히끅….”
그 소담하고도 조그마한 엉덩이를 내 손아귀로 움켜쥐고는,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의 가냘픈 등을 차가운 벽에 눌러 붙이자, 에스테야가 그 여린 다리를 파들거리면서 할딱인다.
“차, 차가…워, 흑, 하으….”
“알아, 에스테야. 알고 있어.”
“근데, 왜….”
나는 가만히 한 손으로 그녀를 지탱하고는, 에스테야의 턱을 들어올려 날 바라보게끔 만들었다.
붉어진 눈시울에서는 한없이 눈물이 퐁퐁 솟아 뺨을 타고 떨어진다. 나는 악마라도 된 것처럼 그 눈물을 핥아 마셨다. 달콤했다. 마치 꿀물처럼.
“네가 너무 예쁘잖아.”
허리를 다시 놀리자, 에스테야의 몸이 들썩였다. 순간 그 분홍색 눈동자에서 초점이 멀어졌다가, 다시 그 작은 이마를 내 가슴팍에 꽁꽁 찧으며 할딱인다.
“학…그만, 힉…아, 안돼, 못…견뎌, 이상해…져…버려….”
그럼, 당연히 이상하겠지.
그 조그마한 뱃속에 구슬 하나가 들어가서는, 마치 양수 속을 떠다니는 태아의 발길질처럼…들어찬 정액 안에서 자궁 안에 이리저리 부딪히고 있을 텐데.
살면서 한 번도, 상상조차도 못해본 감각일 것이다. 그마저도 내 위에 엎어져서는 꼼지락대고 있는 한, 살갗을 맞대고 있으니 쾌락으로 느껴질 터다.
“얼마나 이상한지 말해줄래, 에스테야?”
“그, 게, 힉, 망가질…것 같, 아, 자꾸만…흐끅, 이상한, 감촉이, 학, 힉…뱃속에서, 학…!”
다시 절정에 다다른 건지, 벽에 몰아붙여진 에스테야의 가냘픈 다리를 타고 단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그 모습이 너무 예뻤다.
박히다 못해 까무러쳐 잠들었으면서도, 내게 또다시 거듭 범해져서는 할딱거리다 가버리는 그 모습이…참을 수 없을 정도로 사랑스럽다.
이내 다시 왈칵, 그 안을 가득 채운다. 뜨겁고 끈적한 이물감이 뱃속을 채우자, 에스테야의 몸이 다시 바들바들 떨렸다. 이제는 그저 내가 사정해주는 것만으로도 몇 번이고 허덕이며 가버리는…작고, 가냘프고, 음란한 몸이 된 거겠지.
“…흐으, 하, 하으으….”
이내 완전히 지쳐서 내게 안겨 헐떡거리는 소녀의 조그마한 몸을, 나는 괜찮다는 듯이 위로하는 것처럼 도닥여주었다.
“옳지. 예쁘다, 에스테야.”
“하으…읏, 힉, 하으…그만, 빼, 빼 줘….”
에스테야가 눈물 젖은 눈동자로 내게 애원했다. 힘겹게 벽에 등을 기대곤, 나를 올려다보면서. 내 잇자국과 키스마크로 가득 얼룩진 그 가냘픈 상체가 내게 심적인 만족감을 준다.
저열하고도, 게걸스러운 만족감이다.
“뭘 빼고 싶은 건지 말해줘야지. 안 그러면 잘 모르겠는데?”
에스테야가 그 가냘프게 떨리는 팔을 들어서는, 내 어깨 위에 걸고 목을 감았다. 힘없이 날 끌어내리려 하는게 보여서, 나는 기꺼이 어울려주었다.
에스테야와 내 이마가 가볍게 맞닿는다.
“너도, 알…잖아, 내 아래에…박은, 네…거, 뽑아…달라고…힉….”
“그 전에 너에게 듣고 싶은 말이 있는걸.”
나는 꽤 귀엽게 구는 에스테야의 조그마한 젖가슴을 확 움켜잡았다. 그리고는 가볍게 주무른다. 검지와 중지의 사이로 제법 단단하게 달아오른 그녀의 조그마한 유두가 느껴진다.
살짝 잡아 비틀면, 앵두처럼 붉고 조그마한 입술에서 다시금 할딱이는 숨이 몇 번이고 터져나온다.
“흐으, 흣, 하으, 앙, 아…!”
내 손아귀에 다 차지도 않을 만큼 조그맣고도 앙증맞은 가슴이다. 나는 그 보드라운 감촉을 만끽하면서, 에스테야의 귀에 속삭였다.
“얼른. 말해 봐. 저번처럼.”
“뭘, 말해달라는…힉, 하읍, 흡…!”
나는 재촉하듯이 허리를 다시금 콱 움직였다. 몇 번이고 채워진 그녀의 내벽을 타고 내 것이 사정없이 틀어박힌다. 자궁경부를 콱 눌러 밀어올리자, 에스테야의 속살이 내 것을 문 채로 움찔움찔 경련했다.
“제, 발…나 못 견딘, 다니까, 서지운…너….”
에스테야가 울먹이면서 나를 올려다봤다. 나 또한 그녀의 눈동자를 응시했다.
그제서야 이 조그마한 소녀는 내가 원하는 말을 눈치챈 모양이었다.
힘없이 떨리는 가냘픈 팔을 내 어깨 위로 올리고, 내 목을 끌어안았다. 그리곤 내 귀에 그 작은 입술을 대고 조그맣게 속삭인다.
“…좋…아.”
“조금 더 정확하게 말해줘야지.”
“너랑…아니, 흣…너한테, 안…겨서 이렇게…힉…있는 거…좋다고….”
나는 그제서야 에스테야의 가슴을 놓아주었다. 그리곤 그 머리를 쓰다듬는다. 사랑스러웠다. 이 조그마한 입술에서 천박한 말이 나오지 않는 것이 오히려 더 나를 꼴리게 만든다.
암컷 따위가 되기를 바라지 않는다.
나만의 마녀, 나만의 소녀니까. 에스테야는 그 자리에 머물러서, 주저앉은 채 나를 물끄러미 올려다보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내가 좋아, 에스테야?”
내 집요한 질문에, 에스테야가 고개를 연신 주억거렸다. 하지만 그녀를 안고 있는 나는 알 수 있었다.
협박 때문이 아니다.
몸을 맞붙이고 있으면 알 수 있다.
이미 에스테야는 정말로 나를 좋아하고 있고, 이제는 더 이상 나 없이는 살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을.
“그래, 서, 지운…네가 좋아…. 네가 나를…막…망가트려도, 좋…아. 말했잖아…널, 사랑…한, 다고….”
하지만 안타깝게도 내 머릿속에는 한 가지 장난이 더 떠오르고 말았다.
“나도 사랑해, 에스테야. 네가 너무 예뻐서 참을 수가 없더라.”
예쁘다는 말에 조그마한 입술이 삐죽 나온다. 나체로 내게 들린 채 박히고 있는 와중에도 그건 또 쑥쓰러운 모양이었다.
나는 가볍게 그녀를 끌어안고 들어올렸다. 귀두에 그 보드라운 내벽의 주름과 돌기들이 걸릴 때마다, 에스테야가 가냘픈 다리를 늘어트리고는 예쁘게 움찔거렸다.
그럴 때마다 콱 다시 박아버리고 싶었지만…. 참았다.
내 것이 완전히 빠져나오자, 몇 번이고 거친 정사에 시달려 십수 개의 멍으로 얼룩진 새하얗고 가냘픈 허벅지 안쪽을 타고 채워넣은 정액이 왈칵 흘러내린다.
마치 크림이 흘러내리듯이.
나는 에스테야를 가볍게 벽에 기대어 앉혀주었다.
“힉…하으, 읏…얼마나, 내 안에…읏….”
“글쎄….”
나는 욕실에서 타월 두 장을 꺼내서, 하나는 살짝 적셔 꽉 짠 상태로 가져왔다. 끈적하고 새하얀 사내의 욕정으로 잔뜩 더럽혀진 에스테야의 아래를 닦아내자, 내가 남긴 자국들이 가득 보였다.
허벅지 안쪽의 여린 살에 배어있는, 사내의 장골에 맞아 멍든 자국들. 나는 사랑스럽다는 듯 그 멍자국들 위에 입맞춰서는 키스마크를 겹쳐 놓았다.
그럴 때마다 에스테야는 조그마한 손으로 입을 가린 채, 히끅거리며 쾌락에 떨 뿐이었다. 그 아래로 단물을 찔끔찔끔 흘리면서.
그래서, 조금 다시 마음이 동해버렸다.
“에스테야.”
“…왜. 힉, 자, 잠깐…읏…!”
내 손가락이 에스테야의 아래를 파고든다. 방금 전까지 몇 번의 정사를 거쳐 잘 길들여진, 그 따뜻하고도 미끄럽고 보드라운 속살로.
깊이 손가락을 박아서, 에스테야의 자궁경부를 손끝으로 살살 문질렀다. 그럴 때마다 희고 가냘픈 소녀의 허리가 파들거린다.
사랑스러운 모습이었다.
“네 뱃속에 있는 거, 알 같은 게 아니야.”
“…아니야…?”
나를 올려다보는 에스테야의 표정이 참으로 묘했다. 안도감과…실망감이 뒤섞인 것 같은 모습이었다.
“왜. 아쉬워? 임신이 아니라서?”
“그, 게…아니, 라…. 읏…그런 거 묻지 마….”
붉게 물든 눈시울 아래로 조그맣고 말랑한 뺨도 새빨갛게 달아오른다. 그 작고 보드라운 귀도.
나는 다른 손을 에스테야의 뺨에 대고 그 귀를 어루만지며 속삭였다.
“그거, 내가 박아넣은 구슬이거든. 이제 그 안에서…내가 원할 때마다 자궁 벽에 문질러지고 부딪히면서 널 괴롭힐텐데….”
하지만 나는 말을 끝까지 하지 못했다.
이 조그마한 소녀가, 힘없는 몸을 겨우 일으켜서는 내게 입맞췄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나에게 되갚아준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내가 왜 너 같은 사내를 좋아하게 되었는진 모르겠지만…널 사랑하니까, 괜찮아. 네가 하고 싶은 대로…하고 싶은 만큼 날 안아줬으면 좋겠어. 이제는 머릿속에 너 뿐이야….”
아래에는 내 손가락이 박힌 채로, 내게 안겨서는 중얼거린다.
“그러니까…나한테 뭘 해도 좋으니까…나 안 버릴 거지? 영원히 나 데리고 살아 줄 거지, 서지운…?”
어떻게 거부할 수 있을까.
이 작고 귀여운 꽃다발을 품 안에 끌어안고, 손아귀에 쥔 채로 영원히 살 수 있다면 그 이상 소중한 건 아무것도 없을 것이다.
“그럼, 에스테야.”
아래에 박아넣은 손가락을 가볍게 헤집었다. 품 안에 안긴 에스테야가 움찔거리며 파르르 떤다. 손아귀에 고이는 그녀의 단물이 느껴진다.
“넌 영원히 내 소유야. 영원히.”
그 귀에 나지막하게 박아넣는 내 음성에, 에스테야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네 거…되는 거, 좋…아, 힉, 흐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