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0화 〉 필요한 일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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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9. 필요한 일들 (2)
“흐으, 으, 으븝, 흐으으….”
차마 삼키질 못하고 나를 올려다보는 연분홍색 눈동자가 한없이 사랑스러웠다. 그 눈가에 물방울일지 눈물방울일지 모를 것이 맺힌 모습이, 그 가냘픈 몸을 발발 떨며 내게 안긴 채 할딱이는 모습이 너무나도 예뻤다. 내 영혼의 빗장을 열고 그 안의 괴물을 풀어주는 열쇠다. 내게 잡아먹히면서도 계속 나를 원하는 그녀도, 어찌보면 한 떨기의 요망한 꽃이라고 할 수 있다.
“삼키라고.”
나는 더 단호하고 사납게 속삭였다. 뒷다리를 물려 쓰러진 어린 사슴에게 잡아먹기 직전의 뜨거운 입김을 불어넣는 사자처럼, 그녀를 내 배 위에 올려놓은 채로 난폭하게 굴었다.
에스테야가 고개를 느릿하게 내젓는다.
“모, 하게…써…흐으….”
팔로 에스테야의 허리를 거칠게 감았다. 딱 잡아당겨 내 몸에 붙이자, 그녀의 얄따란 배가 꾹 눌렸다. 내 좆을 감싸는 촉감이, 움찔거리는 내벽으로 내게 만족감을 준다.
“하극, 흑, 헤윽…그, 흐으…만….”
에스테야는 내 가슴께에 연신 이마를 찧으면서 할딱였다. 아득한 쾌락에 반사적으로 튀는 허리를 내가 꾹 눌러 놓으니, 그 뱃속이 헤집어지고 쾌락에 범해져가는데 몸을 움직일 수 없어 괴로운 모양이었다.
“그럼 얼른 삼켜.”
에스테야는 또 고개를 내저었다. 나는 꼬리를 잡았고, 낚아챈 그대로 가볍게 비틀어 당겼다.
“흐그, 읍, 흑, 헤읍, 흑, 하으으…!”
부서지고 망가진 신음이 조그마한 몸에서 한껏 토해진다. 열기를 가득 머금은 채로 내 가슴께를 따스하게 덥힌다. 보드랍고 조그마한 입술 사이에서 색에 절여진 호흡이 터졌다. 조그맣고 보드라우며 보기 좋은 가슴이 붙은 앙상한 흉부가 내 몸 위에서 풀무처럼 부풀었다 가라앉는다.
아아, 보기 좋은 광경이다. 분홍색 머리칼이 그 사랑스럽고, 작고, 새하얗고, 가냘픈 나체 위로 생크림처럼 얹혀있다. 여자애들이 한 조각의 달콤한 케이크에 미치듯, 나 또한 한 조각의 달콤한 에스테야에게 미쳐있었다.
“정말 안 할 거야?”
다정하게 속삭이면서, 그 애널에 박힌 플러그를 반쯤 뽑아냈다.
“히, 히엑, 흑, 하으, 시, 시, 러…흐으…읍…!”
에스테야의 몸이, 마치 그 척추가 부스러지기라도 할 것처럼 위험하게 휘었다. 하지만 이내 다시 내 몸 위로 돌아온다. 제 낮부끄러운 젖가슴을, 그 보드라운 배를 내 몸에 꼭 붙인 채로 안겨 할딱인다.
그럴 때마다 그 안은 내 것을 강렬하게 조였다. 바들바들 떨며 내 귀두를 문지르다, 곧 기절할 사람처럼 움찔거린다. 그녀의 속마음처럼 솔직했고, 난 그게 좋았다.
하지만 그녀의 반항을 봐 줄 생각은 없었다. 어차피 이게 내 사랑이고, 이런 나를 원하는게 그녀가 갈구하는 사랑이다. 건강하지 못한 것이라 말해도 상관없다. 어디 세상이 건강하게만 돌아가던가?
나는 손가락을 좀 더 휘저었다. 에스테야의 입 안에서 그 꽃이 이리저리 굴러다녔다. 그녀의 조그마한 혀 밑에 고이기도 하고, 그 뺨에 닿기도 하고, 이빨에 부딪히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에스테야는 눈물이 찔끔 나올 만큼이나 바들바들 떨며 내게 안겼다.
“흑, 흐급, 헤으, 으, 모, 견더, 하으….”
몸이 점점 달아오르는게, 또다시 오르가즘에 시달리려는게 분명했다. 지금이 몇 번 째인지 세어보지도 않았다.
“어딜.”
나는 에스테야의 꼬리를 움켜쥔 채로 다시 꾹 밀어넣었다. 강렬하고도 거친 정복감에 에스테야의 조그마한 몸이 창이라도 맞은 것처럼 발발 떤다. 그리고 나는 허리를 놀려, 이미 그녀의 몸 속에 처박힌 나의 창대를 다시 쑤시기 시작했다.
“읍, 으흡, 으븝…! 흡…! 흐으, 헤으, 흐응, 흐, 으…!”
맹수에게 물어뜯기기라도 하는 것처럼 격렬하고 아름다운 반응이 뒤따랐다. 내 몸 위에서 관능적으로 추는 그 춤이 더더욱 내 식욕을 돋운다. 연신 그녀의 속살을 탐하며 에스테야의 귀를 물었다. 보드랍고도 매끄럽다.
“흐, 아, 그, 그흐, 으, 마, 해, 주어, 하, 으으…!”
타는 듯한 오르가즘에 시달리면서도, 내 좆 끝이 연신 그 뱃속을 사납게 헤집어대자 감당하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내 목을 끌어안고 애원하다, 쇄골 어림에 이마를 연신 찧는다. 내 등을 끌어안다가, 손톱으로 긁고, 결국은 신음도 내지 못한 채 내게 축 늘어져 안겨 내 욕망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그 때 쯤, 왈칵, 그 희고 작은 배 안에 내 정액이 가득 싸질러졌다. 연신 그 안에서 가냘픈 손목만한 좆을 박은 채로 꿀럭거리는 통에, 에스테야의 몸은 편안히 쉬지도 못했다. 울먹이며 내게 안겨선 그 소담한 엉덩이를 연신 떤다. 가녀린 허리가 부러질 것처럼 파들거리고, 긴 사정이 끝난 다음에도 힘없이 늘어진 팔다리가 움찔거렸다.
머리 위에서, 한참 예전에 피었던 꽃망울들이 수면 위로 투두둑 떨어졌다. 새로운 꽃봉우리들이 발발 떠는 그녀의 머리 위에 다시 피어나선, 그 어리고 생기있는 꽃잎을 자랑했다.
먹어달라고 애원하는 듯한 아름다움이다.
“흐, 흐으, 하으으….”
에스테야는 반쯤 넋이 나간 것처럼 보였다. 나는 그제서야 에스테야의 입에서, 그 적셔져 축 늘어진 꽃봉우리를 집어 꺼냈다. 그리곤 내 입에 머금었다.
“…히으, 흐, 헤으으…!”
파르르, 힘없는 몸에 다시 거부할 수 없는 쾌락이 감돈다. 여린 몸을 타고 신경이 연신 움직이라는 전기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에스테야는 삐걱거리면서도 곱게 움직여댔다. 손끝과 발끝을 움찔거리면서, 그 속살은 내 정액에 잔뜩 더럽혀진채로 내 것을 조여댄다.
“차, 차서…운….”
울고 있었지만, 그게 예뻤다.
“왜. 싫어?”
나는 거부할 수 없는 질문을 던졌고, 에스테야는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내 품에 고개를 묻었다. 그리곤 속삭인다. 기어가는듯한 목소리로, 자신의 몸에 솔직한 대답을 중얼거린다.
“아, 아니야…. 안 싫어….”
“그냥 싫지 않은 거야? 실망인걸.”
비수처럼 그 귀에 속삭이자 에스테야의 몸이 다시 움찔 떨었다. 놀리는 맛이 있었다.
“나는 에스테야가 솔직할 때 제일 사랑스럽던데. 에스테야는 나에게 솔직해질 생각이 없나봐.”
그리곤 협박조로, 그 안에 깊게 박혀있는 내 것을 한 번 움직였다. 읏, 하는 짧은 신음과 함께 에스테야의 몸이 다시 발발 떨린다.
“아, 아니…그게 아니라….”
“그게 아니라?”
숫제 협박조였다. 하지만 에스테야는 이런 나를 좋아하니까.
“…조, 좋아. 너랑 하는 거…. 좋다고….”
나를 보지도 못하고 하는 고해다. 하지만 그것으로 충분했다. 나는 빙긋 웃으며, 입 안에 머금고 있던 에스테야의 꽃봉우리를 어금니로 산산히 씹었다.
“…흐끅?! 학, 흑, 헥…!”
이빨이 딱딱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보드랍던 꽃잎들이 찢어발겨진다. 내 혀 위에서 부서진 채로 타액과 함께 엉겨붙어서는, 목구멍 너머로 꿀꺽 넘어갔다.
에스테야는 마치 내게 잡아먹힌 듯 했다. 오로지 그 꽃을 씹어 삼켰을 뿐인데, 반쯤 남았던 옛 꽃봉우리들이 마저 수면 위로 떨어져내렸다. 짙은 벚꽃향이 욕실을 감돌고, 나의 욕구에 입맛을 더해준다.
과도한 쾌락에 영혼이 부스러진 채, 생기 없이 꺼진 두 눈으로 나를 응시하며 할딱이는 에스테야를 마냥 내려다보았다. 그 가냘픈 팔다리가 마치 잘 만들어진 인형처럼 내 손짓과 몸짓에 이리저리 흔들린다.
무방비함.
나는 에스테야의 이런 무방비함을 사랑했다. 내게 안기면 발정하다 이리 바스라지고 망가질 걸 알면서도 나를 곁에 두는 무방비함. 언제든 손만 뻗으면 내 저열한 탐욕 그대로를 쏟아부어 망가뜨릴 수 있으면서도, 하룻밤 지나면 입술을 삐죽 내밀며 다시 내게 안겨오는 그 무방비함.
내게 책임은 덜어주고 쾌락만을 안겨주는 가장 아름다운 꽃다발이다.
“에스테야. 내 말 들려?”
들리지 않는 것 같았다. 반응이 없었다. 허리를 가볍게 움직이자, 에스테야의 몸이 예민하게 반응한다. 온몸을 힘없이 경련하고, 나의 가학심을 자극한다. 한없이 피그말리온을 닮은 나의 욕망이 다시 아랫배 가득히 끓어올랐다.
“대답 없으면…내 마음대로 할 건데.”
대답이 없으리라는 걸 알면서도 그리 말했다. 그녀를 가지고 노는 게 좋았다. 나만의 장난감, 나만의 꽃다발, 나만의 인형. 온전히 나의 손과 좆에 놀아나는, 나만의 작고 사랑스러운 에스테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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