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만의 마녀, 에스테야-39화 (39/42)

〈 39화 〉 필요한 일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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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8. 필요한 일들 (1)

“…무,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에스테야가 붉어진 눈시울로 나를 올려다본다. 그리곤 장난스레 그 손끝으로 다시 귀두를 슬쩍 문질렀다. 바짝 달아오른 내 물건이 다시 움찔 떨고, 이제 에스테야는 신기함으로 내 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렇게 제대로 본 건 처음이야.”

“왜. 물어볼래?”

내 장난스런 한 마디에, 에스테야가 내 뺨을 냅다 꼬집었다. 별로 아프진 않았다. 다만 그 눈가에 가득한 억울함이 조금 귀여웠을 뿐이다.

“…또 저번처럼 할 거야?”

“저번처럼이라니?”

나는 일부러 모르쇠를 뗐다. 에스테야의 눈이 이만큼 크게 동그래지더니, 다시 가느다랗게 변한다. 나를 노려보다가, 고개를 푹 숙였다. 그리곤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네가…막, 내 입에….”

“네 입에?”

나는 장난스레 에스테야의 입술을 매만지다, 그 안으로 내 검지를 밀어넣었다. 에스테야의 발음이 뭉개지다, 이내 입을 다문다. 내 검지손가락을 이빨로 살짝 깨물더니, 혀로 그 끝을 가볍게 어루만졌다.

에스테야의 혀는 부드러웠다. 늘 맛보긴 했지만.

“예쁘네.”

내가 그 조그마한 등을 쓰다듬자, 에스테야의 몸이 다시 바르르 떨렸다. 다리를 움찔거리며 오므리는 걸 보니 교육이 잘 된 모양이다. 내게 길들여진 몸은 언제나 사랑스럽다. 작고 가냘플수록.

“뭘 그렇게 움찔거려. 내가 지금 당장 박기라도 할 까봐?”

에스테야가 내 검지를 문 채로 고개를 살짝 끄덕인다. 아직 내 달아오른 물건은, 우리 둘의 배 사이에 꼭 끼어있었다. 에스테야의 보드랍고도 얄따란 배가 한껏 느껴진다. 물과 함께 뽀득거리며 몇 번 마찰하다 보면, 어느새 그녀의 손목만큼이나 단단하고 굵게 돌변한다.

언제고 그 안을 탐할 수 있도록.

나는 다른 손으로 에스테야의 소담한 엉덩이를 꼭 움켜쥐었다. 에스테야의 몸이 파르르 떨렸다. 나를 바라보는 눈길도, 그 눈동자도 함께 떤다.

너무 예뻐서 참을 수가 없었다.

분홍색의 혈색이 미약하게 감도는 어깨에, 발갛게 달아오른 목에, 내게 달라붙지 않으려 허리를 곱게 편 에스테야의 젖가슴에, 물방울이 마치 거친 정사 직후의 땀방울처럼 흘러내린다.

“흐으, 읍, 흐으으….”

불안한지 연신 내 어깨 어림을 손으로 툭툭 친다. 하지만 나는 돌이킬 생각이 없었다. 나를 욕실로 끌여들였으면 그 책임을 져야지.

그 값은 몸으로 지불해야 할 것이다. 에스테야의 그 가냘프고, 희고, 여리고, 보드라운데다 언제나 내 좆을 달아오르게 만드는 그 몸으로.

“쉿, 에스테야. 너도 알잖아.”

에스테야의 몸도 이미 달아올라 있었다. 물 속에 반쯤 잠겨 그 아래가 젖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확신할 수 있다. 내 손가락을 문 그녀의 호흡이 점점 가빠지고 있었다. 몸에서는 더운 열이 오르고, 내게 기대면 더더욱 자신의 조그마한 몸이 욕정에 시달릴 거라는 걸 알면서도 마약에 의존하듯 내게 안겨온다.

눈앞에 어른거리는 분홍색 머리칼, 연한 꽃잎의 꽃들, 품 안에 닿는 보드라운 살결….

나는 에스테야의 허리를 가볍게 들어올렸다. 저항은 없었다. 그저 눈을 질끈 감을 뿐. 이내 내려놓자, 에스테야의 조그마한 뱃속으로 내 단단해진 물건이 틀어박혔다.

“…흐읍, 흑, 헤읍…!”

에스테야가 내 손가락을 문 채로 거칠게 숨을 할딱였다. 빠듯하게 내 것을 조이는 그 속살의 감촉이 무척이나 만족스럽다. 기둥을 감싼 주름과 돌기들이, 갑작스러운 삽입에 놀랐는지 움찔거리며 경련한다. 그럴 때마다, 박힌 내 물건도 자극에 움찔거리며 그녀의 속살을 괴롭혀댔다.

“헤, 흐윽, 흡, 하긋, 흐읍….”

에스테야는 몇 번이고 더 떤 다음에야, 내 품에 결국 모든 것을 포기하고 축 늘어졌다. 하지만 그렇게 편안히 둘 내가 아니었다. 허리를 끌어안던 손을 내려, 물에 젖어 가라앉은 꼬리를 잡았다.

살짝 당기자 제법 사랑스러운 반응이 나온다.

“…학, 헥, 힉…!”

내 몸통을 끌어안은 채로, 그 작은 손으로 내 등을 부여잡으며 몸을 파들 파들 거칠게 경련한다. 깊게 박힌 애널플러그의 비즈들이 사이의 얇은 벽 하나를 두고 박힌 내 물건을 어렴풋하게 자극한다.

“그으…버…디…마, 하으….”

그러지 말라는 뜻이었겠지만…안타깝게도 발음은 뭉개져간다.

“뭐라고, 에스테야? 똑바로 말해줘야지.”

그리고 나는 그걸 굳이 알아들은 척 해 줄 이유가 없었다. 그럴 생각도 없었고. 가볍게 그 꼬리를 반대로 잡아당긴다. 에스테야의 가냘픈 몸이 다시 벼락이라도 맞은 것처럼 내 품에서 이리저리 튀고, 손가락이 물려 제대로 발음도 못하는 조그마한 입술로 달아오른 숨을 겨우겨우 내뱉는다.

“흐븝, 학, 흐, 헥, 헤그윽, 흐아…!”

평소라면 어지간해서는 내지 않을, 망가지고 부서진 그 신음소리가 나를 더 꼴리게 만든다. 입가에 뭘 물려놓는 건 좋은 선택이었다. 가끔 내 손가락을 이로 깨물기도 하지만, 그것마저도 사랑스럽다. 나중에는 검지 한가운데에 난 이빨자국을 핑계 삼아 그녀의 몸을 또 요구할 생각이었다.

“옳지, 에스테야. 착하다.”

에스테야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지만, 나는 그런 그녀를 봐주지 않았다. 나의 저열하고도 추악한 욕망. 그녀는 나의 교양과 사회성으로 단단히 무장된 겉껍데기를 녹여내는 존재다. 그렇다면 나는 본질적이고 솔직한 욕정으로 그녀를 대해야 하는 것이다.

참방. 수면이 튀는 소리가 들린다. 내가 허리를 튕겨올린 탓이다.

“흐급…! 흐, 흑, 학, 흐그윽…!”

반쯤 빠졌다 그 안을 들이받는 아득한 쾌락에 에스테야가 숨을 껄덕인다. 그녀의 약점을 귀두 끄트머리로 눌러 비틀고, 쭉 밀고 올라가 자궁경부 뒤의 빈 공간까지 가득 채운다. 에스테야의 몸은 조그맣고 가냘퍼서, 내가 뿌리까지 박으면 자궁이 밀려올라가게 되어있다.

“흐극, 학, 흑, 그흐으, 마, 해…흐으으….”

에스테야는 내 품에 안겨 사정했다. 내 손가락을 입에 문 채로, 앙앙 울면서 내게 그만해달라고 빌었다. 하지만 나는 그걸로 만족하지 못하겠다.

더 해보고 싶은 게 있다.

“뭘 그만해?”

밀려올라간 자궁, 꾹 눌린 횡격막, 숨이 턱 막혀오는 거칠고도 아득한 쾌락에 에스테야의 몸이 부드럽게 녹는다. 관절 사이사이에 고여있던 빠듯한 저항감도 이제 없어지고, 마치 실 끊어진 마리오네트처럼 내게 엎어진 채로 그저 발발 떨며 할딱거린다.

나는 그녀의 꼬리를 놓는 대신, 에스테야의 두 팔을 뒤로 꺾어 그 손목을 한 손으로 움켜잡았다.

“히…흐으…?”

에스테야가 힘없이 나를 겨우 올려다본다. 욕탕의 더운 습기를 가득 먹어 고개를 떨군 그 머리 위의 꽃봉우리가 지금처럼 탐스러워보일 수가 없었다.

나는 에스테야의 입에서 손가락을 천천히 빼내었다. 좋은 생각이 났기 때문이다. 그 달콤한 타액이 손끝에서 에스테야의 입술까지 얄팍한 은선을 그린다.

“차, 차서…운….”

에스테야가 그제서야 가냘프게 내 이름을 불렀다. 박힌 채로 낑낑거리면서, 푹 녹은 몸을 어떻게 하지도 못하고 내게 안긴 그대로.

“뭐…하려…고….”

나는 에스테야의 머리를 쓰다듬는 척 하면서, 그녀의 꽃을 한 송이 따냈다. 에스테야의 허리가 바짝 튀었지만, 뒤로 꺾어 잡은 손목을 그 등에 딱 붙여 눌러 막았다. 내 배와 그녀의 배가 맞붙고, 그 안에 틀어박힌 단단한 양물이 에스테야의 뱃속을 눌러 자극한다.

“힉, 하으, 하극, 흐으…으….”

탐스러운 꽃봉우리를 손으로 만지작대자, 에스테야가 연신 몸을 비틀었다. 파들거리면서 허리를 떨 때마다, 불가항력으로 그녀의 몸이 팍팍 경련했다. 내 물건이 그 안을 더 깊게 쑤시고 박은 까닭이었다.

가만히 있고 싶지만, 내가 꽃을 만지작거릴 때마다 에스테야의 몸은 바들바들 떨린다. 그럴 때마다 마치 그녀 스스로 내 위에 올라타 힘없이, 쾌락에 척수반사적으로 허리를 흔드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보는 것만으로도 그 아름다움이 내 넋을 놓게 만들었다.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것을 그녀에게 시도할 만큼.

나는 손끝에 단단히 집은 꽃봉우리를, 그대로 내게 엎어져 할딱이는 에스테야의 입 안으로 밀어넣었다. 손가락과 함께.

“…흐, 읍, 머, 으, 아, 안, 대…헤윽, 힉, 흑, 흐읍…!”

그 안을 가볍게 휘젓자, 꽃봉우리가 내 손가락을 타고 가다 에스테야의 혀에 맞닿는다. 자기 자신의 혀로 자신을 탐미하는 그 배덕적 쾌락에, 에스테야는 결국 눈물을 떨구며 오르가즘에 다다랐다.

“흑, 학, 헤극, 흑, 흐으…!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 아니다. 나는 에스테야의 손목을 단단히 잡았다. 마음대로 움직이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내 품에 안겼을 때의 에스테야는…나의 만족을 위한 노리개이자 장난감이니까.

그것이 그녀가 나에게 갈구하는 사랑이고, 내가 그녀에게 떠먹여 줄 사랑이다.

조금은 비틀렸지만, 그렇기에 더 거세게 타오르는게 장작 아니겠는가.

“어딜 밀어내, 에스테야. 삼켜.”

오르가즘에 발발 떨던 에스테야가, 겨우 나를 올려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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