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4화 〉 기숙사로 돌아와서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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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3. 기숙사로 돌아와서 (3)
“자, 에스테야.”
나는 에스테야의 꼬리를, 내가 박아놓은 그 고양이 꼬리를 가볍게 들어올렸다. 내게 박힌 채로 에스테야가 눈물을 짓는다.
“…흐으, 왜, 왜…?”
“물어.”
에스테야의 뺨을 타고 다시 눈물이 흘러내린다.
“…시, 싫어….”
조금 더 품어줄 필요가 있다. 나는 에스테야의 뺨에 가볍게 입맞춰주곤, 그 귀에 속삭였다.
“정말 싫어?”
에스테야가 고개를 끄덕인다. 나는 천천히 그녀를 끌어안곤, 조금 더 그녀를 휘저어댔다. 그 영혼을.
“나는 에스테야가 좋은데.”
“…어?”
더 낮게, 그리고 더 비밀스럽게 속삭였다. 사실 거짓말은 아니었다. 나는 에스테야에게 푹 빠져 있었으니까. 그녀 없는 삶은 이제 생각할수조차도 없다. 그녀 또한 마찬가지겠지만.
“사랑한다고, 에스테야.”
하지만 에스테야에게는 이런 감정이 처음일것이다. 이런 고백은 살면서 한 번 들어본 적도 없겠지. 애시당초에…그녀와 이렇게까지 긴밀하고도 가까운 관계를 유지한 사람도 나뿐일 것이다.
안타깝게도, 나는 에스테야에 대해서 모든 것을 알고있다시피하다. 나는 이 가냘픈 최종보스를 사랑했고, 그녀를 어떻게 해야 내 곁에 둘 수 있을지도 계산을 끝내놓았다.
사랑에 허덕이는 가여운 아이.
그녀에게 사랑을 주어 길들이리라.
“그, 그렇게, 마, 말해도…흐읍, 하으….”
내가 가볍게 꼬리를 당기자, 에스테야의 몸이 다시 발발 떨린다. 내 품에 안긴 채로 박혀선 하염없이 몸을 떤다.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내 것으로 만들것이다.
그 몸 뿐만 아니라, 그 마음도.
“정말인데.”
쐐기처럼 쏘아붙였다. 에스테야의 눈동자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리곤 내 등을 더 세게 껴안는다. 등에 박아놓았던 손톱을 슬그머니 빼곤, 나에게 폭 안겨 할딱거린다.
그러면서도…조심스럽게 속삭였다.
“…정말, 정말이야?”
에스테야의 흔들리는 눈 위를 눈물이 덮고 있었다. 자신을 사랑하는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 자체가 그녀에게는 충격이었고, 희망이었다.
“그럼, 정말이지.”
양심의 가책 같은 건 느껴지지 않는다. 사실, 내가 그녀를 깊이 사랑하는 건 맞으니까. 육욕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세상 사람들이 비난한다 해도 나는 맞서겠다.
그런 인간이었으면 기꺼이 더 많은 마녀를 겁탈해 하렘을 차렸겠지. 나의 몸은 악마의 살점으로 되어있고, 계급 높은 마녀 하나를 손에 넣으면 그 마력의 공급 때문에라도 나를 기소하거나 막대하지 못할테니까.
하지만 나는 에스테야 하나만을 바라보고 있다. 또한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너.”
에스테야가 내 품에 고개를 묻었다.
“나한테 왜 그래?”
목소리가 한없이 떨려온다. 울기 직전의, 흐느낌이 가득 배어든 음성이다.
혼란스럽겠지.
“네가 사랑스러워서.”
나는 그녀를 끌어안고, 가볍게 허리를 흔들었다. 반쯤 빠졌다가 그 내벽 안으로 박혀들어가는 감촉이 만족스럽다. 에스테야는 나를 올려다보면서, 숨을 토막내어 할딱였다. 하지만 여전히 나를 본다. 눈빛을 피하지 않는다.
“흑, 하윽…이, 이러면서, 고백하는, 사람이, 어딨, 흑…!”
내가 생각해도 기괴하다. 내가 생각해도 이상하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나와 에스테야는, 이게 더 어울리지 않을까.
욕망으로 시작한 관계잖아.
에스테야의 분홍빛 머리칼을 쓸어넘겨주었다.
“에스테야.”
“하, 흑…마, 말 걸, 지, 마, 흐윽…헤윽, 흐극…!”
에스테야의 손톱이 다시 내 등을 파고들었다. 연신, 연신 허리를 놀려대자 그 가냘프고도 여린 몸이 견디지 못하고 다시 절정에 경련한다. 나는 그녀를 더 밀어붙였다. 더 세게, 더 강하게 밀어붙여서, 숨도 쉬지 못할 정도의 쾌락에 밀어넣는다.
“흑, 하극, 그만, 그, 흐으, 만, 그만….”
좆 끝에 가득 사정감이 몰려왔다. 내 귀두를 긁고 문지르는내벽의 돌기와 주름을 더 이상 참을 수 없다.
왈칵.
에스테야의 가녀린 몸뚱이가 다시 바들거리고, 세차게 그 안을 채우는 정액에 툭, 내 품에 기대 숨을 고른다.
“…차서운….”
힘없는 목소리다. 내 등을 할퀴며 껴안던 팔도, 이제는 멈춘 괘종시계의 추처럼 툭 떨어져 늘어진다.
“왜, 에스테야.”
평소와는 조금 달랐다.
절정과 쾌락에 미친듯이 광분하는 밤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마냥 달콤하고 사랑스러운 분위기도 아니다.
어색하고, 간질간질하고, 서먹서먹하다.
“…너랑 나는, 무슨…무슨 관계일까?”
내 고백에 에스테야에게 고민을 던져줬기 때문이겠지. 에스테야는 여전히 내 품에 안겨있다. 내게 답삭 들려선, 그 아래를 내준 채로 박혀 있다.
“차서운….”
“응.”
“…너, 나보다 예쁜 애가 있으면…걔한테 갈 거야?”
에스테야가 나를 올려다본다. 내가 박고 있는 것도 아닌데 펑펑 눈물을 흘린다. 그런 경우가 처음이라서, 나는 당황하고 말았다.
“너한테 나는…뭐야? 그냥…마음대로 안을 수 있는…예쁜 인형 같은 거야? 이제 나는 네게 묶여서 도망갈수도 없게 되어버렸는데, 나는…나는…내 처지가 궁금해. 그냥…네 인형인거야?”
그 조그만한 등을 쓰다듬자, 에스테야의 울음이, 그 흐느낌이 더 거세어졌다. 내가 입을 꾹 다물자 그걸 긍정의 표시로 여겨버린 것 같았다.
“…그래. 알았어.”
에스테야가 내 품에 이마를 다시 찧는다. 그리곤 그 몸이, 걷잡을 수 없이 떨리기 시작했다. 숨길 수 없는 흐느낌이 서러운 울음이 되어 쏟아져나오고, 내 가슴팍을 에스테야의 눈물이 서럽게 적신다.
나는 그렇게 그녀를 안은 채로 침대에 앉았다.
“…히윽, 히극….”
울음 반, 자세가 바뀌어서 그 속을 헤집는 쾌락의 신음 반이다.
“에스테야.”
“…왜.”
눈가가 새빨갛게 달아올라있다. 눈물은 아직도 뺨을 타고 흘러선, 그 턱에서 떨어진다. 그리고 내 가슴께로 투명하게 추락했다.
“내가 그냥 네 몸만 좋아하는 거 같아?”
“…틀린 말은 아니잖아. 막, 막 나한테 이상한 거나 박고….”
꼬리나 로터를 말하는 거겠지.
“그건 에스테야가 너무 사랑스러워서 그런거야.”
에스테야가 입을 꾹 다물었다.
그래. 이 사랑스럽고도 순수한 어린 마녀는 한 번도 연애라는 걸 해 본 적이 없었다. 그저 소설 속의 연애만을 보고, 배워서, 다시 소설로 썼을 뿐이지.
“…진짜로?”
나는 에스테야의 꼬리를 잡아올렸다. 그 끝으로 에스테야의 턱을 간질인다.
“진짜로.”
에스테야가 내 목을 끌어안았다. 더 깊게 박힐 걸 알면서도, 내 품에 몸을 내던지듯 끌어안긴다. 허리가 바짝 튕기는 모습이 사랑스러웠다.
“하극, 흐으, 흐엑, 흐으….”
“그러길래, 왜 그렇게 갑자기 안겨.”
왜인지 이미 알았다. 에스테야의 등을 천천히 쓰다듬었다. 그녀의 입술이 귀에 닿았다. 이내, 그 달콤한 말도 내 귀에 닿는다.
“그럼, 있잖아, 차서운….”
우물쭈물거리는 게, 그러다 몸을 한 번 비틀면 박힌 쾌락에 움찔거리는 모습이, 내게 예뻐보이려고 헝클어진 머리를 연신 쓸어넘기는 손길이 다 사랑스러웠다.
“…나한테 사랑한다고 해 줘.”
들릴락 말락 작은 목소리.
모든 여자가 그렇다. 원하는 건 확신이다. 자신을, 자신만을 사랑한다는 확신. 에스테야가 바라는 것도 그거였다.
“에스테야.”
아스포델의 꽃말은 ‘나는 당신의 것’.
흑장미의 꽃말은 ‘당신은 나의 것’.
그녀가 원한다면 사랑한다는 낯간지러운 말 따위 백 번도 더 해줄 수 있었다. 내 이상형이었으니까. 어차피 이 세상에서 나갈 생각 따위는 하지도 않았다.
목숨이 조금 위험하고, 에스테야가 조금 위험하긴 했지만….
내가 살던 현실은 지루하고 고루하며 답답하고 끔찍하다.
다만 한 가지가 마음에 걸린다.
에스테야의 인생을 이렇게 만들어버린 원흉은 나인데, 내가 그녀에게 사랑을 속삭여도 되는걸까?
긴 침묵이 내 고민과 함께 시간을 타고 떠내려갔다.
“…차서운?”
불안해하는 에스테야를 나는 다시 세게 끌어안았다.
“하윽…히윽, 차, 차서, 운…대답, 대답 해 줘….”
에스테야의 눈가에서 다시 눈물이 샘솟는다. 내 목을 꼭 끌어안곤 품에 칼 맞은 새처럼 파고든다.
“…내가, 내가 싫어…? 아니면 정말로…정말로 그냥 나를 인형으로만 보는거야…?”
나는 아직도 대답하지 못했다.
나에게 에스테야와의 ‘사랑’을 논할 자격이 있는가?
“…미안해, 잘못했어, 그, 그런 거 안 물어볼게, 차서운…. 미안해….”
에스테야가 내 품에서 무너진다. 내게 몇 번을 박혀도 좋다는 말 한 마디 안 하던 그 꼿꼿하던 여린 마녀가, 내품에서 애원하고 고개를 내젓는다.
“내가, 내가…내가 잘못했어…떠나지 마, 나, 나 버리는 거 아니지…? 차서운, 차서운…. 사랑, 사랑 안 바랄 테니까…. 부담 안 줄 테니까…. 미안해….”
단순히 마력이 필요해서 나를 갈구하는 게 아니다.
그런 확신은 있었다.
애시당초에 마력을 공급하는 사내가 한 명도 없던 에스테야였고, 제단이 자연적으로 모으는 쥐꼬리만한 마력으로도 칼리지 입학을 따내는 세기의 천재였다.
에스테야는…나를 갈구하고 있었다.
“다시는…다시는 너한테 사랑 안 바랄게…차서운….”
그런 소녀가 내게 매달려선 애원한다. 떠나지 말라고 울며 사정한다. 성욕이 동할 때 안기는 인형이 되어도 좋으니 곁을 지켜달라며 울먹인다.
나는 결정을 내렸다.
“너는 나를 사랑해, 에스테야?”
에스테야는 고민도, 더 이상의 흐느낌도 없이 실토했다.
“…그런, 그런 것 같아, 너, 너 없이는 싫어….”
“내가 매일 밤마다 괴롭히는데?”
에스테야가 고개를 거세게 내젓는다.
“외로운 것보다 그게 좋아. 나는, 흑, 다시 혼자가 되고 싶지 않아….”
“그게 사랑이야, 에스테야?”
에스테야의 입술이 딱 다물렸다. 힘겹게 몸을 일으켜서 나를 마주본다. 눈물이 멈추지 않고 흘러 떨어졌다.
“그런 내 사랑은 싫어…?”
…아.
외통수를 맞은 건 나다.
나는 에스테야의 눈물을 이길 수 없구나.
“…아니. 나도 너를 사랑해, 에스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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