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화 〉 벤데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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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9. 벤데타 (1)
우리는 한 시간 정도를 더 그 욕탕 안에서 보냈다. 에스테야는 결국 내 품에서 까무러쳤고, 나는 힘없이 쓰러져 인형처럼 흔들거리는 에스테야를 몇 번이나 더 안았다.
그녀의 요청따라, 그 아랫배의 각인이 불에 지진 것처럼 발갛게 달아오를 때까지.
그 이후, 에스테야의 몸을 깨끗하게 씻기고 다시 옷을 입혔다. 입고 있었던 옷은 이미 우유가 가득 흘러 엉망진창이었고, 어쩔 수 없이 나는 내가 입고 온 망토로 그녀를 둘둘 쌀 수밖에 없었다.
장서관의 미로같은 책장을 지나 큰 홀로 다시 나오자, 사람들의 시선이 나에게로 머물렀다.
저 중 몇 명이 나의 벚꽃에게 욕을 보였나.
지금이라도 당장 머리를 반으로 찢어 쪼개고 두 눈을 뽑아 뒤집어 박아주고 싶었지만 참았다.
이 치욕은 에스테야가 그녀의 조그마한 손으로 직접 갚을 것이다. 나는 그 곁에서 에스테야를 지켜주면 되는 것이다. 이제는 연락책마저도 이 칼리지 안에 있으니 그녀의 곁을 떠나지 않을 수 있다.
그거면 됐다.
씨발, 사실 안 됐다.
그냥 적절히 스스로를 납득시키고 있을 뿐이다.
애시당초에 이런 일을 당하고 열불이 나지 않을 놈이 세상에 어디 있겠어.
하지만 나는 이를 갈며 에스테야를 안았고, 걸음을 옮겼으며, 기숙사로 돌아왔다.
까무러쳤던 에스테야는 이미 새근새근 잠들어 있었다. 많이 힘들었을 것이다. 까무러치기 십 분 전부터는 제발 그만해달라고 울며 나에게 매달렸다. 더 이상은 안된다고 애원하고, 끅끅 거리며 고개를 내저었다.
나는 묵묵히 에스테야를 탐하고 또 탐했다.
내 욕망이 바닥을 드러낼 때까지 그녀를 안고 허리를 흔드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그건 내 욕정이기도 했지만 에스테야의 소망이기도 했으니까.
일부러 나를 건드린 것이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나에게 상처가 되는 말은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에스테야의 조그마한 입술에서 내가 밉다고, 다시는 안 볼 거라고 흐느끼는 목소리는 나를 흔들리게 만들었다.
“…진심은 아니었겠지.”
아니, 사실 그 순간만큼은 진심이었을 것이다.
아득한 쾌락에 눈앞이 새하얗게 물들고, 명멸하다가, 다시 까맣게 꺼져갈 때쯤 되면 사람은 깊게 생각하지 못하게 된다.
에스테야라고 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해일처럼 절정이 몰려와 온 신경계를 불태우며 내달리고 있노라면 영혼은 비틀려지고 귓속에는 천사의 속삭임이 들려온다. 그쯤 되면 이미 이성은 사라져있다.
둘 중 하나다.
제발 그만해달라고 애원하던가, 제발 더 해 달라고 간청하던가. 에스테야는 전자였고, 그랬기에 나는 그녀를 사랑했다.
에스테야는 여전히 꽃의 기품을 가지고 있었으므로.
“에스테야.”
그녀를 침대에 내려놓으며 조용히 불렀지만, 대답은 없었다. 그저 그 어깨에 내 잇자국이 발갛게 피어오른 채로 새근거릴 뿐이다.
그 때, 에스테야가 내 목을 끌어안았다. 내 품에 다시 안겨들어왔다.
“하, 으…차서…운….”
내 꿈을 꾸는 모양이었다.
“응. 에스테야.”
그 분홍빛 가느다란 머리칼을 쓸어넘기며, 에스테야를 다시 품에 안았다. 침대의 대시보드에 몸을 기대고 기꺼이 그녀의 쿠션이자 베게가 되어주었다.
그것 또한 나에게 큰 행복이었다.
“차서운…나빠….”
심장이 좀 덜컥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잠꼬대였지만, 나를 들었다 놓았다 하는 걸 보니 내가 정말 이 조그마한 소녀를 사랑하는가 하는 생각마저도 든다.
사랑싸움은 더 사랑하는 쪽이 지는 거라던데.
어쩌면 언젠가는 내가 에스테야의 목줄을 놓아주게 될지도 모르겠다. 아니, 솔직히 지금도 에스테야의 눈물에 나는 한없이 약해진다.
“내가?”
그래서, 마치 꿈 속에서라도 내 말을 듣길 바라며 속삭였다. 낮고 작게, 휘프노스의 속삭임처럼.
에스테야의 고개가 끄덕여진다.
“차서운…나를…이렇게 만들…었어….”
끙끙거리며 내 몸을 끌어안고 있는 걸 보면, 아무래도 꿈 속에서조차 나는 에스테야를 괴롭히고 있는 모양이다. 얼마나 에스테야를 안고 또 안았으면 그녀가 이런 꿈을 꾸게 되었을지 약간의 죄책감이 느껴지긴 했다.
하지만 그 이전에 에스테야의 그런 모습이 너무 사랑스러워서, 나도 모르게 다시 한 번 아랫배가 들끓는다.
피가 몰리고, 뜨겁게 아랫것이 솟아올랐다.
“…돌겠네.”
“…응, 악, 흐으….”
내 허벅지에 가녀린, 내게 박혀 푸른 멍이 가득 박힌 허벅지 안쪽을 댄 채로 에스테야가 낑낑거렸다. 하지만 힘겨워보였다. 에스테야는 절정에 달하지 못했고, 꿈 속에서 그저 괴롭힘당할 뿐이었다.
“아니…야, 흑, 빨리…하으….”
그제서야 나는 내가 에스테야의 나체를 끌어안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했다. 망토로 둘둘 말아 데려올때는 아니었지만, 지금은 대놓고 살갗이 맞붙어있다.
나의 실책이었다.
“…어떡한담.”
잠든 에스테야를 탐하는 거야 쉬운 일이다. 하지만 그 후폭풍을 감당하기가 조금 두려웠다.
그러다 진짜 내가 밉다 그러면 어쩌지?
그러다 정말로 다시는 날 안보겠다고 밀어내면 어쩌지?
물론 에스테야에게 마법은 반쯤 생명유지의 수단이다. 그녀에게 그 강력한 마법의 재능마저도 없었더라면 칼리지의 눈에 띄지도 못했을거고, 그렇다면 쥐도새도 모르게 죽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지 아비의 품에서 탈출할 수 없었을수도 있다.
“하극…흐으, 으, 어, 얼른….”
에스테야의 다리 사이에서 단물이 흘러나온다. 아무리 꿈속이라고 해도, 없는 물건의 감촉을 느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게다가 내 것과 같이 존재감이 큰 녀석이라면, 아무것도 박지 않고 꿈 속에서 그 감촉을 느끼긴 어렵겠지.
나는 조심스럽게 에스테야를 안아 내 품 위에 엎어놓았다. 그리고 느릿하고 부드럽게 바짝 달아오른 내 물건을 에스테야의 뱃속에 밀어넣었다.
“히…흑, 흐으….”
뻐근한 삽입감에 다시 피가 뜨겁게 도는 듯 하다. 에스테야는 여전히 내 품에서 잠들어있었고, 되려 내게 박힌 채로 숨을 더 편하게 내쉬었다.
무슨 꿈을 꾸는건지.
“하, 흐으, 좋아….”
꽤나 자극적인, 아니,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자극적인 모습이었다. 평소라면 보지 못할 에스테야의 모습이었고, 게다가 잠든 그녀를 모르게 끌어안는다는 배덕감까지 뇌리를 기어올랐다.
그녀의 뱃속에서 빠듯하게 달아오르는 내 것을 느끼며, 나는 천천히, 천천히 허리를 움직였다. 잠든 에스테야의 속살은 꿈 속의 나마저도 지금의 나처럼 파렴치하게 구는지 여전히 바들바들 떨며 내 것을 조였다.
“하, 히극, 헤윽, 흐으….”
꽤나 망가진 신음을 내며, 에스테야는 내 목을 끌어안았다. 내가 하도 그녀를 내 위에 엎어놓고 끌어안은 채로 박다보니 꿈도 그렇게 꾸는 모양이다.
하지만 나는 이 자세가 좋았다.
무엇보다 많은 피부가 달라붙으니까. 서로 끌어안은 채 하는 섹스는 많은 감정적 교류를 일으킨다.
설렘도, 부끄러움도, 욕망과 욕정도.
나는 그녀의 안에 깊이 박아넣었다. 더 이상 넣을 수 없을 정도로. 단단한 자궁경부를 지나 그 깊은 곳까지 틀어박히고, 그 위를 밀어올린다.
“…하, 헥, 흑, 히끅, 하으….”
밀려올라가는 자궁에 복막이 눌린 에스테야가 내 품에 안긴 채로 떨어진 참새처럼 곱게 떤다. 잠들어서 머리조차 어떻게 다듬지 못한 채로, 꿈 밖의 내가 어떻게 볼지 걱정조차 하지 못한 채로 망가져간다.
그 모습이 너무 아름다웠다.
그래서는 안되었다.
하지만 나는 몇 번이고 다시 허리를 느릿하게 놀렸다. 그 속살이 더 선명하게, 부끄러움이나 수치스러움마저도 내치고 내 것을 잡아 물어온다. 그 속살의 돌기와 주름이 경련하며 내 것을 감싸 조이고, 조그마한 몸으로 나를 매혹해 깊은 사정감의 낭떠러지고 점차 밀어붙였다.
“미안…에스테야.”
결국 나는 참지 못했다.
에스테야의 뱃속에서, 그 깊은 위쪽까지 눌러가며 박힌 물건이 크게 요동친다. 왈칵, 뜨거운 정액을 내뿜으며 그 안을 다시 한가득 채웠다. 세차게 밀려들어오는 이물감에, 에스테야는 결국 절정을 맞이해 내 품에 안에서 파뜩파뜩 떨었다.
그 긴 열락의 여운 끝에, 에스테야가 미간을 찌푸리며 눈을 떴다.
“…꿈이, 아, 아니었…어?”
에스테야의 황망한 목소리에 조금 미안해졌다.
“에스테야.”
“…차서운, 이 나, 나쁜 자식아.”
왈칵,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터져나왔다. 에스테야는 내 가슴팍을 때리려 손을 들어올렸지만, 뱃속에 박혀있는 거대하고도 뜨거운 살점의 기둥에 붙잡혀 다시 몸을 움츠렸다.
“하, 하극, 흑…이, 이거, 이거 빼….”
그 모습은 너무 예뻤고, 미안함과는 별개로 다시 나의 가학심에 불을 붙였다. 나는 몸을 반쯤 일으켜 침대에 기대며 에스테야를 품에 꼭 끌어안았다.
“빼 주세요, 해 봐.”
나는 열심히 자기합리화 중이었다.
이건 그녀의 벤데타를 돕는 것이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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