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화 〉 깊은 위로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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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8. 깊은 위로 (3)
이탈리아에는 벤데타가 있고, 알바니아에는 카눈이 있다.
중세소설을 쓰기 위해 이것저것을 뒤져봤던 나로서는 얕고 넓은 지식이 많을 수밖에 없다. 내가 알기로, 복수 제도는 인류학적으로 없는 것보다는 나은 법이다.
그 자체로 구성원들간의 분쟁을 억제한다.
하지만 제대로 문명이 뿌리박힌 사회라면 당연히 사적인 복수법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결국에는 모두가 파탄에 이르게 된다는 사실을, 고려의 복수법을 사례로 들어 설명할 수 있다.
그럼에도 벤데타와 카눈은 현존한다.
21세기에도.
“…차서운.”
에스테야는 아직도 몸을 가누지 못하는지, 내 품에 안겨선 꼬물거릴 뿐이었다. 마법을 써서 주변을 깨끗하게 치운 다음에야 나는 노마법사를 불러들였다.
별 말은 없었다.
그저 푹 쉬고, 다시 돌아가라는 말 정도. 그리고 앞으로 이 장소는 우리들을 위해 내버려두겠다고 했었다. 마지막으로, 그가 바로 ‘은의 별’ 결사에서 온 접선자였다는 사실을 밝히고 노마법사는 돌아갔다.
“왜.”
“…너, 몇 송이 뜯어먹었어?”
나와 에스테야는 같은 욕탕에 있었다. 몸집이 작은 에스테야가 내 위에 올라타선, 자꾸만 나를 자극했지만.
“글쎄다.”
“…글쎄다라니. 앞으로는 좀 세. 그게, 어, 얼마나…귀한 건줄 알아?”
마녀가 된 화인은 세계관 전체를 통틀어도 에스테야밖에 없으니, 귀함으로 따지자면 정말로 귀하겠지.
씻는답시고 나를 데려와서 내 위를 점한 에스테야를, 나는 가만히 끌어안았다.
물이 참방거린다.
“…읏.”
에스테야의 얼굴이 붉어진다. 그럴 만 했다. 아직도 빠듯하게 달아오른 내 물건이, 에스테야와 내 배 사이에서 큼직하게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었으니까.
“왜. 또 하고 싶어?”
내가 그 귀를 만지작거리며 묻자, 에스테야가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그, 오, 오늘은…오늘은 예외야.”
“…?”
“내, 내가 하고 싶었던 게 아니라…그…아, 씨, 몰라.”
에스테야가 내 가슴팍에 이마를 콩 찧는다. 자기 입으로 좀더 해달라고 하던 방금 전이 그렇게나 부끄러웠는지, 아무것도 못하고 내 품에서 움찔거린다.
하지만 내가 에스테야를 모를 리 없었다.
하기 싫은 애가, 내 몸과 닿기만 하면 발정나는 주제에 나체로 함께 씻자고 욕탕에 들어와?
말도 안되는 소리지.
나는 에스테야의 허리를 가볍게 움켜잡았다.
“…차, 차서운…?”
“너, 솔직히 말해봐.”
“…히끅?”
놀랐는지, 딸꾹질이 먼저 기어나왔다. 가냘픈 상체가 파르르 떨면서 딸꾹거리는 모습이, 퍽이나 사랑스럽다.
“당장 박히고 싶은데 차마 그 말 못하겠지?”
다시 딸꾹질.
“아, 아, 아니, 아니거든…!”
“아, 그래?”
눈을 가늘게 뜨고, 바가지로 따뜻한 물을 떠서 에스테야의 머리 위에 끼얹어줬다. 그리곤 그녀의 몸을 뒤집어, 뒤에서 끌어안는다.
“…부, 불안하게 왜 그래?”
“아니, 에스테야가 싫다니까. 안 하려고.”
다시 딸꾹, 몸이 떨린다.
“…어?”
당황스러워하는 에스테야를 안은 채로, 그 가슴을 움켜잡았다. 한 손으로는 허벅지 안쪽을 가볍게 주무른다.
“히, 흐으, 서, 서운…?”
“박지만 않으면 되는거지?”
“아, 아니, 그, 그게…읏, 하으….”
오히려, 박지만 않으면 더 달아오르겠지. 방금 전 내게 들린 채로 몇 번이나 박혀 가버렸지만, 이런 가벼운 터치 몇 번에 다시 달아오르는 걸 보면 에스테야도 참 귀여웠다.
이게 다 마법 덕택이긴 하지만….
결국 이걸 건 사람은 에스테야 본인이니까.
“차, 서운…?”
에스테야의 조그마한 등을 내 가슴팍에 딱 안아 붙여둔 채로, 그녀의 가냘픈 다리 사이의 균열과 클리토리스를 만지작거렸다. 장난감처럼 누르고, 튕기고, 문지를 때마다 에스테야의 자그마한 손이 주먹을 꾹 쥐었다 힘이 풀린 채 파르르 떤다.
“힉, 하, 흐, 흐으, 아, 아아….”
아쉬움에, 안달난 몸을 겨우 추스르며 숨을 가쁘게 내쉰다. 어깨가 들썩일 때마다 그 폐에 숨이 가득 채워졌다 다시 가라앉는게, 내가 움켜쥔 젖가슴 너머로 느껴졌다.
“…이, 이러면, 흐으, 재밌어…?”
“그럼. 너 반응 진짜 귀엽다니까.”
“아니, 씨, 하으…읏, 하, 으…!?”
클리토리스를 빠르게 문지르자, 에스테야의 몸이 다시 발발 떨었다. 헐떡이며 내 몸 위에서 건져올린 치어처럼 바들거리다, 이내 가벼운 절정을 맞이했는지 파득거리며 굳는다.
“힉, 하, 흐으, 흐극, 아, 아…!”
조그마한 몸이 쾌락에 경련한다. 에스테야는 몇 번 더 움찔거리더니, 축 늘어진 몸을 겨우 뒤집어 내 목을 끌어안았다.
“서운….”
목소리가 어딘가 서글펐다.
“응, 에스테야.”
“나…있잖아. 누가 뭐라고 해도 신경 안 쓸 거다.”
물에 잔뜩 젖어서 우는지, 울지 않는지 알 수가 없다. 어깨가 파들거리긴 하지만, 그게 쾌락의 잔열 때문인지 흐느낌 때문인지 분별이 가지 않는다.
“…아까 다른 사람들이 나더러 그러더라고. 네 품에 안겨서 앙앙거리면 좋냐고.”
아니.
씨발, 어떻게 애한테 그런 말을 하지?
그 때, 에스테야가 내 팔뚝을 조그마한 손으로 꾹 잡았다. 내 몸 위로 기어올라와서, 내 어깨 너머를 짚는다.
가냘픈 상체가, 내 잇자국이 선연한 어깨가, 내 손자국이 붉은 젖가슴이 보인다.
그 위로 에스테야가 나를 내려다보고 있다.
“막…내 머리 위로 우유를 들이붓고, 내 등을 짓밟았어. 내가 울어도 멈추지 않더라고.”
“씨발, 누가….”
“근데 있잖아.”
에스테야의 작고 가벼운 몸이 다시 나를 끌어안았다. 목에는 따스하고 가냘픈 팔의 체온이, 내 가슴팍에 닿는 말랑하고도 따끈한 온기가 느껴진다.
에스테야는 내 귀에 입술을 대고 있었다.
“…좋아.”
속삭이는 목소리. 귀에 대고 속삭여도 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은 목소리.
“네 품에 안겨있으면…좋아.”
찰박거리는 물소리, 공간을 뿌옇게 메우는 수증기 속으로 에스테야의 희고 아름다운 몸밖에 보이지 않는다.
“나는…네가 걔네들한테 우유를 붓고, 등을 짓밟지는 않았으면 좋겠어. 뻔하면 뻔한 말이지만, 그러면…너랑 걔네들이랑 똑같은 거잖아.”
그게 왜 똑같아.
순간 이성이 마비되는 것 같았다.
걔네들은 너에게 직접적으로 잘못을 했고, 너는 걔네들에게 직접적으로 잘못한 게 없는데.
그게 어떻게 똑같아?
“에스테야. 잘 들어봐. 이럴 때는….”
“그러니까 내가 할래.”
“…어?”
에스테야가 천천히 몸을 아래로 미끄러트렸다. 바짝 달아오른 좆이, 그 귀두가 에스테야의 허벅지 안쪽에 닿아 미끄러진다.
나는 그제서야 에스테야가 나를 데리고 욕탕에 들어온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자신의 욕망에 휘둘릴 필요를 느낀 거겠지.
벤데타. 카눈. 그 모든 복수는 자신이 직접 수행하는 것이다. 명예와 긍지를 되찾기 위해서는, 남에게 위탁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
에스테야가 허리를 바짝 들어올렸다.
빠듯한 삽입감이 내 좆을 감싼다. 만족스러운 쾌락이 밀려들어왔다. 아랫배에 다시 욕정이 들끓는다.
“…하, 흑, 이, 이렇게 크게 만들지 말걸….”
귀엽게 후회하며, 에스테야는 몸을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내 아랫배를 한 손으로 짚어 지탱한 채로, 다른 한 손으로는 머리를 귀 뒤로 곱게 넘긴다.
내게 예뻐보이고 싶은 건 여전한가보다.
“네가…직접 복수할 수 있게 도와달라, 이 말인거야?”
“…그래. 맞아. 네가 새겨준 각인이 불씨처럼 달아오를 때까지, 내가 그만해달라고 해도 계속, 계속 나를 탐해줘. 나를 채워줘. 부탁이야. 나, 나 이렇게 억울하게는 못 살 거 같아.”
이미 내가 하도 그녀를 안고 박아대서인지, 에스테야는 내벽과 허리 모두를 움찔거리며 가냘프게 돌리고 있었다. 그 모습은 비록 어설펐지만, 어설픈 만큼이나 사랑스러웠다.
그 안에 박힌 내 물건이 좀 더 크고 단단하게 달아오를 만큼이나.
“흑…아, 씨, 하윽…너, 너무 깊….”
“해 달라는 거야, 말라는 거야, 에스테야?”
내가 피식 웃으며 에스테야의 허리를 붙잡자, 그 분홍빛 눈동자가 눈물을 가득히 머금은 채로 나를 쏘아보았다.
“…말했잖아.”
눈을 살짝 내리자, 곱게 벌어진 에스테야의 다리 사이로 모습을 감춘 내 물건이 보였다. 에스테야는 어떻게든 다리에 힘을 줘서, 사납게 달아오른 좆이 뿌리까지 박히는 건 막고 있었다.
그렇게 해버리면 자기 몸이 먼저 무너버릴게 뻔하니까.
하지만 나에게서 착정을 하기엔 에스테야가 너무 가냘프다. 고작해야, 내가 자신을 이성 잃고 탐할 정도로…내게 무방비하고, 사랑스럽고, 가녀린 모습을 보여주는 것 정도지.
그걸로 충분했다.
이 작고 예쁜 여자애가 내 좆에 박힌 채 올라타선 더 해 달라고 눈물짓는다. 이걸 어떻게 참아.
나는 그녀의 벤데타를 도울 뿐이다.
“좋아.”
예고도 없이 콱, 쳐올리는 허리에 에스테야의 몸은 단 한 번 만에 무너졌다.
“힉, 헤극, 흑, 하윽, 자, 잠…!”
단숨에 이런 자극일줄은 생각도 못했는지, 아니면 방심하다 단숨에 꿰뚫려서인지. 에스테야는 내 어깨를 붙잡고 머리를 품 안에 꽁꽁 찧으며 할딱였다.
그 내벽 안이 돌기와 주름들을 움찔거리며 내 좆을 붙잡고 경련했다. 찰박거리는 물소리가 좁은 욕실 안을 메아리쳤고, 에스테야의 할딱이는 신음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에스테야의 허리를 끌어안고 깊게, 깊게 끌어내려 박아올리며 속삭였다.
“네가 해달라고 했어, 에스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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