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만의 마녀, 에스테야-23화 (23/42)

〈 23화 〉 나와의 일상 (1)

* * *

022. 나와의 일상 (1)

미칠 것 같았다. 뱃속에, 뭐, 뭘 넣은 거지?

“힉, 이, 이거, 뭐, 무슨, 학…!?”

안에서 울리는게 한 번도 겪지도, 상상하지도 못한 감촉이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몸을 둥글게 만 채 뱃속을 괴롭히는 이질적인 쾌락에 헐떡이는 것 말고는.

“마음에 들어?”

차서운이 내 앞에 앉아선 뺨을 어루만진다. 그 손을 쳐내야 하는데, 얼른 쟤한테 화를 내야 하는데….

“흑, 제, 제발, 흐으, 하, 이, 이상….”

정신이 하얗게 녹아내릴 것 같아서 못하겠어.

뽀드득, 마찰의 소리를 내던 허벅지도 이제는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속옷이 적셔지는 것도 한계가 있다. 그 너머로 내가 칠칠치 못하게 흘려내는 단물이 배어나오면, 허벅지 사이에 고이기 시작하는 것이다.

나는 미끌거리는 다리 사이를 느끼며 서운의 옷자락을 잡고 애원했다.

“제발, 빼, 빼, 줘, 힉, 차, 차라리, 바, 박힐게, 응…?”

“안 되지, 에스테야.”

차서운은 고개를 내젓더니, 힘없이 벌어지는 내 입 안으로 손가락을 집어넣었다. 검지 끝에 남아있던, 내 단물의 희미한 단맛이 혀 끝에 닿는다.

눈물이 왈칵 나왔다.

차라리, 차라리 안겨서 박히면 포근하기라도 한데. 체온이라도 느낄 수 있는데. 살갗이라도 붙어 있으면 내 외로움이라도 위로받을 수 있는데.

이건 너무, 너무 일방적이어서.

“…차서운, 제발…흑, 흐윽….”

뺨을 타고 닭똥같은 눈물이 뚝, 뚝 굴러떨어진다. 어떻게든 그걸 빼 보려고, 나는 차서운의 앞인데도 내 치마를 걷고 가늘게 떨리는 손가락을 속옷 안으로 집어넣었다.

아물거리며 단물을 연신 뱉는 내…차서운에게 길들여진…그, 그 구멍 안으로.

“…하으, 흐, 시, 싫어, 이러고, 싶…지 않…흐으….”

쟤 앞에서 이런 모습 보이고 싶지 않았는데.

하지만 어떻게 견딜 수가 없잖아.

그 안, 아주 가끔, 소설 쓰다 만져보기만 했었던 그 안을 손가락으로 헤집었다. 내려다보는 차서운의 시선이 느껴져서 눈을 질끈 감았지만, 확 혀 깨물고 죽어버리고 싶을 만큼 수치스러웠다.

속이 뜨거웠다. 손끝에 만져지는 내벽이, 부정하고 싶을 정도로 뜨겁고 미끌거렸다.

‘내가, 내가 이렇게…까지…. 내 몸이…?’

싫어서, 부끄러워서,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손가락을 있는 힘껏 겨우 집어넣었는데….

차서운의 손가락에 비해 내 건 너무 짧았다.

손끝에 뭔가, 따뜻하게 데워진…딱딱한 표면이 닿긴 하는데.

“힉, 흑…아, 아, 왜, 안…닿…힉…!”

몇 번 문지르자 오히려 더 안으로 밀려 들어가 버렸다.

아, 안돼….

“차, 차서, 운, 흑, 제발, 학…이거, 우, 움직이는 거라도 그만….”

이, 이 나쁜 놈아.

제발 좀 그만 하라고!

*

에스테야의 희고 가냘픈 다리를 타고, 마치 실금이라도 한 사람처럼 단물이 연신 흘러나왔다. 치맛자락을 적시고 바닥에 고이는데, 발끝을 움찔거리는 모습이 너무 예뻤다.

하지만 무엇보다 나를 흥분하게 만든 건, 에스테야가 제 그 조그마한 손으로 직접 그 안을 헤집었다는 거다.

아득한 배덕감이 아랫배에서 끓어오른다. 바지 앞섶 아래로 늘어졌던 내 물건이 사납게 달아올랐다. 확 쏠린 피가 단단하게 내 것을 세운다.

“힉, 흑…아, 아, 왜, 안…닿…힉…!”

그 안에 손을 넣고 연신 헤집으면서, 더 달아오르는 감당 못하고 할딱이는 에스테야의 모습.

점차 망가져 헝클어지는 머리칼이 그녀의 새하얀 목덜미에 달라붙고, 식은땀 때문인지 새하얀 블라우스가 가냘픈 상체에 붙어 설핏 그 안이 비친다.

내가 열차에서 후크를 풀었던, 그 브래지어다.

자기 머리칼 색과 꼭 같은 색의.

“차, 차서, 운, 흑, 제발….”

하지만 에스테야의 조그마한 손으로, 그 가냘프고도 단풍잎같은 손으로 내가 깊게 찔러 박아넣은 로터를 꺼낼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안색이 창백해졌다가, 다시 발갛게 달아오르는 걸 보면 되려 더 깊게 들어가고 만 거겠지.

에스테야는 결국 내 옷자락을 잡곤 사정했다.

“학…이거, 우, 움직이는 거라도…그만….”

오늘 몇 번을 우는건지, 발갛게 달아오른 눈시울이 틀 것만 같다. 너무 예쁘지만, 그러다 눈매가 퉁퉁 부어버리면 어쩌지.

그것도 귀엽겠다.

“내가 그만해주면, 에스테야는 나한테 뭐 해줄건데?”

“히윽, 흐, 뭐, 뭘…바, 바라는데….”

뭘 바라느냐라.

하고 싶은 건 있었다. 생전에 여자친구에게는 해보지 못했던 것이다. 현대문명인의 금기랄까…그런 게 있으니까.

“멈춰 줄 테니까, 빼지 마.”

에스테야의 눈이 이만큼이나 커졌다.

그 분홍색 눈동자에 내가 비친다.

정말 야수같다.

“뭐…힉, 뭐, 흐으, 라고…?”

“빼지 말라고. 에스테야가 내 말 안 들으면, 이제 그걸 다시 움직이게 할 거거든.”

로터와 달리 내가 빚은 이 비즈가 조금 더 고성능인 부분은, 역시 그 움직임을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면….

일반 로터로서는 할 수 없는, 진동한 채로 그 안에서 한 바퀴 회전하기 같은 거.

“…학, 흑, 아, 아, 아…힉, 흐긋, 아, 안, 흡…!”

에스테야의 허리가 감전이라도 당한 것처럼 움찔움찔 경련하고, 그 허벅지가 바들바들 떨더니 이내 허리를 곧게 펴곤 무릎을 맞댄 채로 곱게 뽀드득 다리를 비빈다.

그렇다고 해서, 점차 다가오는 절정의 순간을 피할 수 있지는 않겠지만.

“어때, 에스테야. 내가 원하는 건 그건데.”

“힉, 하, 흐, 머, 머, 멈춰, 제, 발, 그만…! 힉…!”

타원형의 비즈를 가로로 놓고, 다시 이번엔 가로로 그 안에서 한 바퀴 돌렸다. 웅, 하는 진동이 그 내벽 안을 감당할 수 없는 쾌락으로 자극하겠지.

이내, 에스테야의 기대하던 반응이 왔다.

“…흐으, 흐극, 끄으, 하, 흐, 싫…가기 싫…흑…아…!”

목에 화살이라도 맞은 새끼사슴처럼 곱게, 발발거리며 파뜩파뜩 떨었다. 그 순간에도 마치 누군가의 품을 찾듯 내 손을 자기도 모르게 잡은 채로 놓지 않는다.

“힉, 학, 흐, 아, 알, 알았, 어, 하, 할게, 할…그만….”

절정에 달해 왈칵 그 밑으로 단물이 쏟아지고, 기숙사 안에 달콤한 벚꽃의 향이 가득 배어나갈 무렵.

에스테야가 나에게 항복을 선언했다.

나는 로터의 움직임을 멈추고, 실 끊어진 인형처럼 축 늘어진 채 할딱이는 에스테야를 품에 안은 채 머리를 쓸어넘겨줬다.

“그러게. 빨리 항복하지.”

“차, 차서운, 너, 너는…미, 미쳤…어….”

눈물을 뚝뚝 흘리는 에스테야의 분홍빛 눈동자에는 나에 대한 원망이 가득했다.

…왠지 가슴이 아프다.

‘…내가 너무 심했나?’

하지만, 에스테야는 나의 품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고작 한 번의 절정, 그것도 박힌 것도 아니다. 사실 에스테야 또한 마법으로 제 안에 박힌 걸 절정이 지나간 이제는 뺄 수 있겠지.

그러나 하지 않는다.

그 조그마한 손으로, 바닥에서 할딱이다 기어올라간 옷자락만을 내 눈치를 보며 정리할 뿐이다.

“에스테야.”

“…왜.”

“그렇게 싫어?”

내 목소리는, 내가 듣기에도 조금 흠칫할 만큼 건조했다.

“…어?”

당황한 에스테야가 눈을 깜빡인다. 그리곤, 입술을 깨문다. 깨물다 내 눈치를 다시 흘끗 보곤 놓는다. 어떻게 대답해야 할 줄 몰라 해매는 그 모습이, 흔들리는 동공이 나로 하여금 결심하게 만들었다.

이 세상에서 이 소녀 하나만 내 곁에 있으면 된다.

이 세상에서, 에스테야 하나만 살아있으면 된다.

나머지는 어떻게 되어도 좋다.

내가 만든 좆같은 세상, 내 손으로 부숴버려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그녀만 내 곁에 남는다면.

“많이 싫으면, 지금이라도 그만할까.”

에스테야는 눈을 질끈 감더니, 내 팔뚝을 꼬집었다. 다시 눈을 떠선 나를 올려다봤다.

“…날 이렇게, 흐으, 길들이면…재밌어?”

다시 금방 그 눈가에 눈물이 맺힌다.

“…어?”

이번에는, 내가 당황해서 되물었다.

“한껏 날 가지고 놀아 놓고, 이제와서, 흑…그러면 나더러 어쩌라고….”

속에 쌓인 게 많았는지, 에스테야의 몸이 흐느낌에 움찔거리기 시작했다. 조그맣고 가냘픈 어깨가 들썩이고, 앙증맞은 손으로 내 멱살을 잡는다.

없는 힘으로 흔들면서.

“왜, 왜 자꾸 물어보는거야. 어? 내가, 흐으, 내가…다, 다, 바, 받아, 받아주고 있, 있잖아…!”

발갛게 달아오른 뺨과 부어버린 눈시울의 색을 구분하기 어렵다. 눈물이 눈가를 지나 연신 굴러떨어진다.

아.

“…그만 물어봐.”

에스테야는 내 품에 이마를 찧듯 얼굴을 파묻었다. 나는 가만히 그녀를 끌어안았다. 조그마한 등을 쓸어내리자, 어린 카나리아의 날갯짓처럼 에스테야의 몸이 곱게 떨었다.

“나…부끄러우니까…물어보지…말란 말이야….”

나의 카나리아. 나의 어린 암사슴. 나의 벚꽃.

머릿속 한 구석에서는 어떻게 에스테야를 앞으로 예쁘게 괴롭히고 완전히 내 것으로 차지할까 고민하면서도.

나는 그녀를 살릴 방법을 떠올리고 있었다.

나와 함께, 영원히.

“안 물어볼게, 에스테야.”

네가 수치스러움과 죄책감 없이 나의 곁에 남아 오래도록 살 수 있도록. 그게 무엇이든지.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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