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화 〉 이상한 대학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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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1. 이상한 대학 (3)
이런 디테일들은 역시 내가 만든 세계관다웠다.
흡음재로 꽉 찬 문틀, 방음 주문은 기본적으로 걸려있는 기숙사실, 여차하면 나오지 않아도 되게끔 조리대까지 갖춰져 있는 방.
그래.
이런 세계관의 이런 대학에서는 이런 기숙사가 맞지.
“…저, 서, 서운…흣, 으.”
“왜?”
에스테야는 내 옷깃을 구겨잡은 채, 내 품에서 바들바들 떨고 있다. 여기는 아직 기숙사 복도고, 다행스럽게도 다들 정리에 마법을 동원했는지 남은 사람은 없었다.
그리고, 나는 에스테야의 치마 속으로 손을 집어넣은 채 그 허벅지를 만지작거리고 있었고.
“아니, 흐으, 꼭, 아, 그 안, 으로…읏, 그렇게…날 안아야 해…?”
공주님 안기로 여자애를 들려면 어차피 다리에는 팔이 닿게 되어 있다. 한 쪽 팔로는 등을 감싸고, 한 쪽 팔은 오금을 걸어야 하니까.
나는 그 상태로 조금 손을 나쁘게 두었을 뿐이다.
“왜? 아무도 없잖아.”
“그, 그래도 복도, 힉, 복도라고….”
에스테야는 울기 직전이었다. 다행스럽게도 기숙사는 2층의 21호고, 우리가 올라온 계단은 층의 끝자락인 25호의 문 앞이 도착지점이었다.
방까지는 얼마 남지 않았다.
“…그, 이, 있잖아. 이번에도…열차 때처럼…할 거야?”
나는 단호하게 고개를 내저었다.
“아니. 이번에는 다를거야.”
에스테야가 한숨을 푹 내쉰다. 분명, 안도의 한숨일텐데 그 뉘앙스가 조금…아쉬워하는 것도 같았다.
아니, 분명히 아쉬워하고있다.
한숨을 푹 쉬어놓고 괜히 내 눈을 계속 피하는 것을 보면 분명하다.
“월말마다 시험 본다며. 필기하고 실기. 졸업할 때까지 평가되고, 그게 전선파견과 마법사 사회에서의 급이 된다고 했잖아. 안 그랬어?”
“아니…오면서 네가 물어보길래 대답해주긴 했는데….”
“학업에 도움을 주는거야, 에스테야.”
에스테야는 입술을 꾹 깨물더니, 가느다랗게 노려보는 내 눈빛에 얼른 다시 제 입술을 놓아줬다.
입술 물어뜯는 걸 내가 싫어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거지.
“…알았어.”
*
정말 잘 둘러대.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거면서.
차서운의 눈빛 속에서 나는 위험을 보았다. 나를 향하는 욕망, 그리고 이상하게 그 안에 섞인 안타까움. 그리고 죄책감.
나를 안을 때마다 죄책감이 드는걸까?
불안했다. 그럴까봐.
죄책감 드는 관계는 오래가지 못하니까.
“월말마다 시험 본다며. 필기하고 실기. 졸업할 때까지 평가되고, 그게 전선파견과 마법사 사회에서의 급이 된다고 했잖아. 안 그랬어?”
내가 한 말이 맞았다. 물어보길래, 일부러…일부러 조금 자세히 말해줬다.
실기.
실기가 중요하긴 했다.
어차피 라스푸틴 칼리지의 마녀와 마법사들은 졸업하자마자 전선마법사로 파견되니까. 칼리지의 요새 뒤쪽에 있는 수없이 많은 구덩이와 크레이터는, 월별로 치러지는 실기고사의 흔적이기도 하다.
그 시험 하나뿐인 건 아니지만…분명, 가장 강력한 화력을 만들어내야 하는 상대평가 시험은 존재했다.
사람은 온갖 방법으로도 죽지만, 가장 시각적으로 강렬한 방법은 전선 전체를 두려움에 떨게 하고, 심하면 붕괴시킬 수도 있으니까.
그리고 그런 ‘한 방이 강력한’, 예를 들면 폭발 마법 같은 주문은 대량의 마력을 소모하는 마법이다.
“아니…오면서 네가 물어보길래 대답해주긴 했는데….”
대답은 전혀 생각지 못한 방식으로 다가왔다.
“학업에 도움을 주는거야, 에스테야.”
무슨 미친 소리야.
차서운, 너 진짜 돌았구나?
입술 끝까지 그 말이 튀어나오려다가, 그러면…그러면, 그가 더 이상 나를 안아주지 않을 것 같아서 질끈 입술을 깨물었다.
아마, 아마 영원히 차서운에게 솔직해지지 못하겠지.
하지만 이렇게 그가 기회를 줄 때마다…모른 척 받아줘도 괜찮지 않을까.
차서운이 이번엔 또 나에게 무슨 짓을 할지 모르겠지만, 어차피 내가 그와의 관계가 필요한 건 맞으니까.
아랫배의 각인이 떠올랐다.
생각해보면, 이미 그는 내 목줄을 쥐고 있는 셈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에게 이렇게 쩔쩔 매 준다는 건, 나를 그냥 단순한…단순한 성욕풀이의 여자로 보지는 않는다는 뜻이 아닐까?
혼란스러운 머릿속을 겨우 추스르려고 애썼다. 다시 그를 올려다보니, 나를 가만히 노려보고 있었다.
아.
입술 깨무는 거 싫어했지.
또 그의 눈치를 보는 티를 내기는 싫어서 슬쩍 아랫입술을 놓았지만…슬며시 입꼬리가 올라가는 걸 보면 들킨 것 같다.
“…알았어.”
이제서야 기나긴 걸음 끝에 방 앞이다.
차서운은 나를 내려주었고, 내가 벽에 기대어 있는 동안 방문을 열었다.
열쇠는 그에게 하나, 나에게 하나.
기숙사 문이 드디어 열렸고, 서운은 내 손을 잡고 자기 품으로 잡아끌며 청천벽력 같은 선언을 내 귀에 속삭였다.
“에스테야.”
“응?”
“이번에는 삽입 안 할 거야.”
“…어?”
*
배신당한 것처럼 커지는 분홍색 눈동자. 순간 얼어붙어버린 가냘픈 몸.
아, 귀엽다.
“왜, 아쉬워?”
내 질문에 에스테야가 고개를 홱 돌렸다. 그리곤 내 발을 꾹 밟는다. 어차피 다리에 힘이 풀려서, 밟는 것도 아니고 올려두는 거에 불과한 수준이지만.
“너, 차서운, 으으…나 놀리는 게 재밌어?”
“어떻게 안 재밌겠냐. 반응이 이렇게 귀여운데.”
“아, 안 귀엽거든?”
기숙사 방에는 제법 없는게 없는 수준이었다. 꽤 괜찮은 수준의 원룸이랄까? 아니, 식탁하고 의자도 있다고.
나는 의자에 에스테야를 앉혀놓곤, 에스테야의 무릎을 가볍게 눌러 어루만졌다.
“곧 귀여워질거야.”
“흐으, 무, 무슨 미친 소리야…!”
살면서 들어본 적이 없는 말이었는지, 에스테야가 바르르 몸을 떨며 기겁했다.
하지만 저 꽉 오므린 다리 사이는 이미 달아올라선, 내가 그 허벅지를 치맛자락 밑으로 만질 때 벌써 단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천천히 에스테야의 허벅지에서 손을 떼고,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그 눈빛.
혼란스러워하는 그 눈빛이 좋았다.
“왜.”
내가 괜히 말을 툭 던지자, 에스테야의 몸이 바르르 떨린다.
“아니, 그, 뭐, 뭐…아, 아무것도 아, 안 해…?”
바닥만 쳐다보다 나를 흘끔흘끔 보는 모습이 퍽이나 안 귀엽다. 퍽이나 안 귀여워.
“내가 뭘 해 줬으면 좋겠어?”
“아니, 그게 아니라…씨, 네가 나 이렇게 만들었잖아!”
결국 참다 못한 에스테야가 내 정강이를 걷어찼다.
아니.
정강이는 아프다고.
“…억.”
정강이는 어떻게 못한다고!
내가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지자, 에스테야가 그제서야 속이 시원하다는 듯 콧김을 내뿜었다. 눈물이 그렁그렁하게 고인 눈으로 날 내려다보며 쏘아붙인다.
“그, 그러길래 누가 나 놀리래? 어? 너, 너는 마, 마녀가 우스워? 우습냐고!”
가끔.
이럴 때는 내가 강철의 연금술사가 된 건가 싶을 때도 있다.
예를 들면 바닥의 석재를 구슬처럼 뽑아내서, 타원형의 엄지손가락만한 물체로 빚어낼 때.
마법이란 참 편리했다.
“마녀가 우스운 건 아닌데….”
나는 조용히 에스테야를 올려다보며, 손가락을 가볍게 튕겼다. 무형의 손이라도 튀어나온 것처럼 에스테야의 허벅지가 예쁘게 벌어진다.
“미, 미친, 차, 차서운! 이, 이런 거에 마법 쓰지, 흡…?!”
이미 달콤하게 적셔진 그 안. 나는 에스테야의 속옷 속으로 손을 집어넣어선, 방금 빚어낸 그 타원형의 비즈를 그 안에 꾹 눌러박았다.
“이런 건 어때.”
“힉, 하, 뭐, 뭐, 뭘 넣는, 거야…!”
클리토리스를 가볍게 엄지로 눌러 문지르자, 에스테야의 허벅지 안쪽이 바들바들 경련했다. 검지손가락으로 집어넣은 비즈를 좀 더 깊게, 좀 더 깊이 밀어넣는다.
“학, 아, 하지, 하지 마….”
하지만 그러면서도 에스테야는 제 얼굴만 가릴 뿐이지 내 손을 잡지 않았다. 조금의 저항도 없다. 오히려, 그녀의 아래는 내 손가락과 밀어넣은 비즈를 아물거리며 물고 있었다.
“조금만 견뎌 봐, 에스테야. 그 정도도 못 참아?”
내가 놀려대자, 에스테야의 눈시울이 붉어지더니 결국 눈물 한 방울이 툭 굴러내렸다.
“아니 이게, 흑, 차, 참는, 흐으…그런 게 아니잖아…!”
꾹, 눌러 손가락이 들어갈 수 있는 곳까지 집어넣고 나서야, 나는 느릿하게 손가락을 돌려 뺐다.
그리곤 에스테야에게 손가락을 내밀었다.
“…시, 싫어.”
“정말로?”
에스테야는 깊이 파고든 이물감에 연신 몸을 비틀고 있었다. 하긴 그렇겠지. 내가 그 내벽까지 손가락으로 어루만졌으니, 아마 온몸이 달아올라 있을 것이다.
나는 에스테야가 보는 앞에서 손가락에 방울져 맺힌 그녀의 단물을 가볍게 닦아냈다.
그리고, 손가락을 다시 튕겼다.
“…하, 하으, 흐으으….”
그제서야 다리를 오므릴 수 있게 된 에스테야가, 의자에서 굴러떨어지더니 바닥에 오므렸다.
아마 아랫배 깊게 박힌 비즈 때문이겠지.
“차, 차서운, 미, 미친…어, 얼른 하, 하던가 하지 이게, 뭐, 뭐야…흑, 하으….”
전생에 나는 제법, 도구를 사용할 줄 아는 인간이었다.
“그게 뭔지 몰라?”
“내가, 흑, 어떻게 알아….”
하긴.
중세에 바이브레이터가 있을 리 없지.
나는 다시 손가락을 튕겼고, 에스테야의 몸은 불에 데기라도 한 듯이 바짝 웅크려졌다.
“힉, 이, 이거, 뭐, 무슨, 학…!?”
“에스테야. 삽입은 안한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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