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만의 마녀, 에스테야-17화 (17/42)

〈 17화 〉 열차 안에서 (1)

* * *

016. 열차 안에서 (1)

“아니, 그…노, 노력한다며!”

에스테야가 빽 소리를 질렀다. 그러던가 말던가 나는 가만히 에스테야의 새하얀 허벅지를 쓰다듬었다.

“이건 보상이야.”

“무, 무슨 보상…힉.”

효력은 즉효였다. 하기사, 자신이 걸어놓은 주문이니까. 혹시 몰라서 효과는 강력하게 걸었겠지.

내 앞에서 몸을 배배 꼬고 있는 에스테야를 보자니 다시금 성욕이 돌기 시작했다. 허리 아래로 피가 확 쏠린다. 뻐근하게 그 안에서 달아오르는 게 벌써부터 느껴졌다.

“기브 앤 테이크야, 에스테야.”

“너…그, 힉, 설마, 흐으….”

“그래. 내가 너 지켜주잖아.”

치맛자락 안으로 손을 가볍게 집어넣자, 에스테야가 내 손목을 잡고 밀어냈다. 하지만 그 힘은 눈에 띄게 흩어지고 있었다. 내가 별로 힘을 주지 않아도 슬슬 밀려들어갈 정도로.

“아니…차, 차서운…여, 열차라고. 열차라니까…?”

“밖에서도 했는데?”

에스테야의 입술이 삐죽 튀어나오고, 눈물을 찔끔 머금은 눈이 나를 가느다랗게 노려본다.

그런다고 해서 내가 멈추진 않을거지만.

“이, 이, 짐승아….”

“칭찬 고마워.”

나는 가볍게 그녀를 안아선 내 무릎 위로 올렸다. 뒤에서 그 조그맣고 가냘픈 몸을 끌어안으며, 치마를 슬슬 걷어올렸다.

“아, 아아, 하, 하려면, 차, 창문은 닫고 해…!”

밖의 학생들이 흘끔흘끔 이곳을 보고 있었다. 하기사, 역사에서 그리 난동을 피운, 어쩌면 이번 학년 가장 유명한 마녀와 권속이 탄 칸인데.

궁금하겠지.

나는 오히려 보란 듯 에스테야의 치맛자락 속에 손을 집어넣곤, 그 허벅지를 주물렀다. 치마 위로 꿈틀거리는 내 손을 본 이들은 하나같이 얼굴을 붉혔고, 눈을 떼지 못했다.

암시이자 각인이었다.

에스테야는 내 것이라는 선언. 그 비슷한 것이다.

결국, 수치심을 견디지 못한 에스테야가 손을 휘저어 마법으로 창문을 닫았다. 찰칵, 문 잠기는 소리까지 완벽하다.

“잘했어, 에스테야.”

“흐으…너, 너 좋으라고 한 거 아니야….”

이내 시끄럽던 열차 달리는 소리마저도 희미해졌다. 느껴지는 것은 몸을 가끔 뒤흔드는 덜컹거림 뿐.

“어디부터 해 줬으면 좋겠어?”

“아, 안 했으면 좋…하으, 히이…?!”

그 귀를 깨물고, 귓볼 안쪽을 가볍게 핥자 에스테야가 조그마한 어깨를 잔뜩 움츠린 채로 파뜩 떨었다.

“그 정도로 벌써 놀라면 안 될 텐데.”

과감하게, 보드라운 허벅지를 움켜쥐던 손을 올렸다. 에스테야의 치마를 바짝 끌어올리곤, 그녀가 보는 앞에서 그 속옷에 손을 집어넣었다.

“…하, 하윽, 흐으으….”

꾹, 클리토리스를 누르자 몸 안에서 조그마한 여자애가 발발 떤다. 연한 분홍색 머리칼이 이리저리 내젓는 고개 따라 예쁘게 흔들리고, 가냘픈 허리가 바짝 펴졌다 다시 오므라들었다.

“그렇게 좋아?”

“아, 아니야…흑, 힉, 하으, 아, 진짜….”

몇 번 만져줬을 뿐인데도 벌써 단물을 아물아물 흘리는 에스테야의 다리 사이로, 나는 그 아랫구멍에 가볍게 손끝을 가져다댔다.

“…너, 또…?”

”싫어?”

에스테야는 대번에 싫다고 외치려 했었는지 사납게 입을 열다, 목에 뭐라도 걸린 듯 말을 하지 않고 뻐끔댔다.

다리를 잔뜩 오므린채로 허벅지의 가녀린 살집을 서로 비빈다. 그 사이로 단물이 뚝, 뚝 떨어진다.

재미있었다.

“솔직히 말해. 하지 말까?”

내 짓궃은 질문에 에스테야는 대답도 하지 못하고 고개를 푹 숙였다. 나는 그녀에게 적절한 핑곗거리를 주기로 했다.

지금 당장 자신의 몸이 내게 길들여졌다는 것을 인정하기는 어려울테니까.

“하지만, 내가 박아주지 않으면 에스테야는 마력이 바닥나고 말 걸? 필요한 거 아니었어?”

이 조그맣고 어린 물고기가 던져진 떡밥을 허겁지겁 무는 걸 보며, 나는 에스테야의 가느다랗고 보드라운 머리를 쓰다듬었다. 손끝에 닿는 꽃망울의 감촉이 배덕적일 만큼 보드라웠다.

아, 맛있었는데.

입 안에 감도는 꽃잎의 보드라운 감촉과, 실제의 꽃이었다면 선사해주지 못했을 그윽한 달콤함이 기억났다.

한 입 먹은 에스테야는 그토록 달콤했다. 끝맛에 감도는 약간의 쌉싸름함은 화룡점정이었다.

그 때, 에스테야가 머리를 쓰다듬던 내 손을 겨우 잡았다. 바들바들 떨리는 손끝으로.

“이, 이번엔, 꼬, 꽃은 안돼….”

씹을 때마다 반응도 예뻤는데.

“왜 안 돼?”

“그, 그건…나, 저, 정말 망가질 것 같았단 말이야….”

사랑스럽다. 내 품에서 망가지고 싶지는 않다는거지? 그건, 곧 나에게 예쁜 모습만 보이고 싶다는 뜻과 별반 다를 거 없었다. 이미 에스테야는 나와의 섹스를 반쯤 합의했었으니까.

“그럼 말이지, 에스테야.”

나는 그녀의 손목을 역으로 휘어잡곤, 에스테야의 아래를 어루만지는 내 오른손 손등 위로 내려놓았다.

“…응?”

“네가 스스로 해.”

“…뭐, 뭐라고?”

에스테야의 분홍색 눈동자 가득 사랑스러운 당혹감이 차오른다. 눈물이 찔끔 고이자, 나는 냉큼 입맞춤으로 그걸 훔쳐마셨다. 놀라 바짝 움츠린 모습이 그렇게 예쁠 수가 없었다.

“…지, 지금 나더러…네 품에서 자, 자, 자위를…하, 하라는거야…?”

자위.

그 단어를 꺼내는 것만으로도 이 조그마한 마녀는 얼굴을 바짝 붉혔다.

“맞아. 한 번도 해본 적 없어?”

“아, 아니, 그, 그게 아니…읏. 그, 그런 건 왜 물어!”

조금 더 몸을 달게 해 줄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나는 둥글게 문지르던 검지손가락을 에스테야의 질 속으로 부드럽게 밀어넣었다.

품 안에서 바르작대던 몸이, 순식간에 빳빳하게 굳더니 바들바들 경련한다.

“힉, 하, 좀…흐으, 마, 말이라도, 하으…하, 하고….”

그 안을 느릿하게 어루만지며 문지른다. 돌기와 주름들을 손 끝으로 밀어올리고 쓸어내리면서, 뜨겁고 보드라운 속살을 마사지하듯 풀어주었다.

“하, 하으으…흐, 흐으, 하으….”

에스테야의 몸이 조금씩 쾌락에 길들여져갔다. 근육은 이완되고, 가냘픈 몸은 물 젖은 솜처럼 풀려나간다. 내 손길에 허벅지 안쪽을 움찔거리면서, 그 허리를 곱게 들어올리다 내려놓는다.

사랑스럽다.

그렇게 에스테야를 조금씩, 조금씩, 천천하지만 확실히 열락의 끝자락으로 밀어낸다. 서서히 달아오르는 몸에 에스테야의 폐도 가쁘게 숨을 토해낸다.

그리고.

마지막의 단 한 발자국 앞에서.

나는 손을 멈추었다.

*

미칠 것 같아.

왜, 왜…나는. 마, 맞아. 내가 마법을 걸었지.

“하, 하으으, 흐, 흐으, 하으….”

참을 수 없는 쾌락에 몸이 느릿하게 통제를 잃어간다. 처음에는 발끝부터, 이내는 무릎 아래, 이내는 골반 아래의 다리가 모두 힘이 풀려 움직이지 않았다.

그가 안의 깊은 어딘가를 슬쩍 만지고 모른체 지나갔을 때는 바짝 달아오르는 몸에 허벅지가 발발 떨리기까지 했다.

나는…나도 모르게 소망했다.

그가 얼른, 얼른 나를 열락의 끝자락으로 밀어 떨어뜨려주기를. 어서 나를 절정에 달하게 해 주고, 내가 자제력을 잃게 해주기를.

그러면 부끄러움 없이, 그의 품에 안겨서 그저 그의 리드에 몸을 내맡기며 다시 부서질 것만 같은 쾌락을 느낄 수 있을 테니까.

비록 그 끝에는 언제나 망가지지만….

이미 나는 그 맛에 중독되어버렸는걸.

하지만, 천박해지고 싶지는 않아. 그의 앞에서 값싸고, 경박한 모습을 보여주기는 싫어.

그러니까 얼른 나를….

그 때.

차서운이 손가락을 멈추었다.

“…왜, 왜…?”

물어봐놓고, 나는 내 입을 스스로 틀어막았다. 이런 걸 말하면 안 되는데. 이런 걸 물어보면 안되는데.

아직 차서운의 손가락은 여전히 내 안에 박혀있었고, 부끄럽게도…걷혀올라간 치마 아래로, 내 구멍이 그의 손가락을 탐하며 아물대는게 보였다.

단물이 그의 손아귀 가득 고이고, 그 밑으로도 떨어지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어떡해.

어떡해….

“더 하고 싶어, 에스테야?”

고개를 내저어야 해. 싫다고 말해야 해. 그만해달라고 해야 하는데….

여기서 멈춰주지 않았으면 좋겠어.

내가 싫다고 해도 계속 했으면 좋겠어.

나를 이렇게까지 만들어놓고…이제와서 나한테 선택권을 주는 척 한단 말이야?

눈물이 속눈썹 끝에 걸렸다가, 툭 떨어져 뺨을 타고 굴러내렸다. 나는 입술을 깨문 채 고개를 숙였고, 이런 내 속마음을 스스로 부정하며 중얼거렸다.

“…해야, 해야 한다며.”

피식 웃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자기 품에서 손가락 하나에 끙끙대며, 그마저도 빼내지 못하고 갈등하는 내가 얼마나, 얼마나 값싸보일까.

그건 싫었다.

그래서 변명해야 했다.

“어, 얼른 해. 하, 하라고. 나는, 다, 다른 마녀들에게 지고 싶지…않아. 그러니까….”

그 때, 차서운이 내 귀에 대고 속삭였다.

“그러니까, 네가 내 손을 움직여 봐, 에스테야. 네가 좋아하고, 가장 잘 느끼는 곳으로. 응?”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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