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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마녀, 에스테야-5화 (5/42)

〈 5화 〉 입학준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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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4. 입학준비 (1)

몇 번이나 에스테야를 안고 사정했을까. 슬슬 세기 어려울 때 쯤이 되어서야, 나는 더 해서는 안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내가 에스테야의 허리를 강하게 끌어안고 있었기 때문에 그녀의 보드라운 배는 더 이상 부풀 수 없었다. 사정할 때마다 강제로 역류해선 바닥으로 왈칵 왈칵 정액과 애액을 쏟아내야만 했던 거다.

게다가, 에스테야는 이미 수십 번의 절정 때문에 완전히 부서져선 반쯤 흐릿해진 눈으로 힘없이 흔들리고 있었다.

내 실수였다.

욕망을 자제하지 못했다.

“…에스테야?”

나는 조심스럽게 그녀를 불렀다.

“흐, 응, 흐앙, 아, 아아….”

에스테야는 의식이 새하얗게 날아간건지, 대답 대신 움찔거리며 연신 신음을 흘렸다. 새하얀 허벅지 안쪽에는 얻어맞은 것처럼 멍이 군데군데 들었고, 그 허리와 엉덩이, 그리고 상체에는 내 손자국이 남아있었다.

나는 가만히 그녀를 끌어안곤, 부드럽게 안아주었다. 에스테야의 머리를 화관처럼 두르던 꽃은, 더 이상 피지 못할 정도로 만발해선 꽃망울을 툭툭 떨어뜨리는 중이었다.

“예쁘네.”

사실이었다.

망가진 채로 내 물건에 박혀 매달린 에스테야 체라서스는…물론, 그 도도하고 새초롬한 모습도 귀여웠지만 지금도 굉장히 예쁘고 사랑스러웠다.

얼마나 내가 박고 싸댔던건지 몰라도, 에스테야의 아랫배에 새겨진 악마의 각인은 본래의 검은색에서 검붉은색으로 변해있었다. 아마 채도 높은 붉은색이 될수록 마력이 많이 남아있는거겠지. 그걸 본래는 머리 위의 꽃이 나타냈던 걸테고.

그보다, 에스테야의 머리칼이 조금 더 길어진 것 같은데. 이건 기분탓인지 잘 모르겠다.

“흐으…읏, 학, 흐으으….”

자기가 몸을 움찔거려놓고, 그 탓에 자기가 다시 신음하며 발발 떨고 느끼는 에스테야의 모습이 너무…너무 꼴렸다. 하지만 여기서 이제 멈춰야했다.

잘못했다간 너무 쇠약해져서 감기에 걸릴지도 몰랐다. 아니, 감기 걸리는 단계는 이미 지났나. 이미 감기는 걸렸으려나….

나는 에스테야의 팔 아래에 손을 집어넣곤, 천천히 그녀를 들어올렸다. 하도 얻어맞아 발갛게 달아오른 다리 사이에서, 아무리 봐도 괴물같다고밖에 할 수 없는 내 좆을 따라 에스테야의 속살이 발발거리며 딸려나왔다.

“흑…하으, 으, 흐으…!”

그마저도 내 손에 한껏 길들여진 에스테야는 몸을 파르르 떨어가며 단물을 아랫구멍으로 아물아물 내쏟았다.

“옳지, 에스테야. 예쁘다.”

마치 지친 여자친구라도 달래듯, 나는 에스테야를 공주님 안기로 안곤 주변을 둘러보았다. 딱 봐도 욕실처럼 보이는 문이 있었다. 그리고, 정답이었다.

“물은 마법으로 공급하려나.”

수도꼭지라는 게 있는 걸 보면, 일반적인 타입의 중세는 아니다. 하기사, 실제의 중세는 너무 더럽고 역겨웠지. 마녀라는게 실존하지도 않았고.

나는 고민을 그만두곤 그냥 수도꼭지를 열었다. 욕탕 안으로 김이 모락모락나는 뜨거운 물이 쏟아진다. 화장실 안에는 거울도 있었다. 비싸겠지. 마녀쯤이나 되니까 이렇게 커다란 거울을 집 안에 몇 개씩들여놓고 있는 것일 테다.

“…하. 이건 감사해야겠네.”

에스테야의 눈물 고인 눈동자에서도 봤듯이, 제법 쓸 만한 외모였다. 아니, 원래 살던 한국에서라면 혼혈계 배우라도 될 법한 끝내주는 외모다.

키는 아무리 봐도 190cm 언저리까지 올라가있었다. 검은 머리는 기름을 발라 대충 넘겨서 질끈 묶었고, 눈동자는 강렬한 황금색이었다. 그에 비해 에스테야 체라서스의 키는 아무리 봐도 160cm 초반이었다.

개쩌네.

이 체격차는 꼴린다.

“하긴, 얘도 키도 작고 못생기고 좆도 작은 남자를 만들어놓고 박히고 싶진 않았겠지.”

아마 이 모습이 에스테야의 이상형일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더 기분이 좋았다. 손만 대도 몸을 달아오르게 만드는 이상형의 남자라니. 에스테야를 공략해 내 것으로 만들기에 더없이 좋은 이상적인 조건아닌가.

이내 욕탕에 물이 어느정도 차기 시작했다.

“잠들어도 돼, 에스테야.”

나는 에스테야의 귓속에 속삭이며, 물 속에 들어가 앉았다. 흔들리는 수면 때문인지, 품 안에 끌어안은 에스테야의 조그마한 몸뚱이도 이리저리 흔들렸다.

아, 언젠간 욕탕 안에서도 따먹어야겠다.

“흐으, 앗, 흐으, 으….”

에스테야의 몸 곳곳을 손으로 문지르며, 그녀가 흠뻑 흘렸던 식은땀과 달라붙은 정액과 다리 사이의 애액을 꼼꼼하게 씻겨냈다. 에스테야는 내 손끝이 클리토리스나 허벅지 안쪽을 스칠 때마다 곱게 떨었지만, 결국 마지막에는 따스한 물과 끌어안아주는 내 품의 포근함을 이기지 못하고 잠들었다.

잠든 에스테야를 따먹지 않기 위해서, 나는 무진 애를 써야 했다. 이미 아랫것이 흉흉하게 달아올라선 에스테야의 등줄기를 꾹꾹 누르고 있지만, 그걸 박아넣었다간….

별 일이 없지 않을까?

아니, 악마의 정기는 마력충전이 된다며.

그럼 오히려 잠들었을 때 편하게 몇 번 더 채워주는게 더 신사적인 거 아닐까?

짝!

나는 일단 내 뺨을 때렸다.

이 씨발 새끼가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거야. 까무러친 에스테야를 끌어안고 예닐곱번은 더 싸질러댄 주제에, 씻겨놓고 또 한다고?

와 씨발….

내가 생각해도 너무 개새끼다.

하지만…꼴리는걸.

나는 극한의 인내심을 발휘해, 에스테야를 물 속에서 건져 안아들곤 타월로 닦았다. 그 머리를 곱게 털어주고, 물기를 빼고, 내가 낸 온갖 자국과 멍으로 얼룩진 희고 고운 몸을 부드럽게 닦아낸다.

“…조금 미안하긴 하네.”

아프지는 않았을지 몰라도, 아마 쾌락에 쾌락이 겹쳐 밀려와선 뇌가 녹아버리는 것 같은 기분이었겠지. 마지막에는 거의 끅끅거리며 흐느끼던데.

나도 피곤하긴 했다. 일단 끌어안고 잠드는게 상책인가.

그렇게 생각하고 에스테야를 안아든 채 다시 침대로 돌아왔다. 그녀를 눕히고 옆에 따라 누우려던 그 때, 눈에 띄었던 그 편지가 다시 시야에 들어왔다.

여전히 거슬리는 수신인 표시였다.

허섭스레기는 무슨. 이렇게 예쁘고 꼴리는 미소녀 본 적 있냐고. 나는 코웃음을 치며 편지를 뒤집어보았다. 발신인은 ‘편집장, 그라함 기스테르’라고 적혀 있었다.

솔직히, 당사자에게 온 편지를 남이 뜯어보는 건 대단한 결례다. 하지만 당사자가 까무러칠 때까지 몇 번이고 들고 박아가면서 싸질러대는 것도 이미 충분한 무례 아닐까.

하지만 그 이전에, 당사자에게 묻지도 않고 생체 딜도 겸 리얼돌에다 대뜸 빙의시키는 건 더한 무례이지 않겠나.

나는 망설임없이 편지의 봉랍을 뜯었다. 투둑, 인장이 찍힌 푸른색의 실링 왁스가 조각나 떨어진다.

*

이번에 새로이 우주의 섭리를 엿볼 권한을 이어받은 벚꽃의 마녀에게 장엄한 경고의 의미로 이 편지를 보낸다.라스푸틴 칼리지는 숭고한 마도의 진리와 질서를 수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대륙의 유일하고 지고한 마법 대학으로서, 그곳은 고귀함과 고결함, 그리고 정갈함을 갖춘 인재만이 입학할 수 있는 곳이다.그대에게 라스푸틴 칼리지의 입학초대장이 갔다는 것은 분명 착오일 터이며, 발푸르기스 의회의 상임이사가문인 본 기스테르 일가는 나, 가주 그라함 기스테르 폰 에드네스카의 선언과 원로 전원의 재가에 따라 벚꽃의 마녀, 에스테야 체라서스의 칼리지 입학허가 철회를 요구했다.설령 라스푸틴 칼리지가 그들의 결정을 철회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칼리지의 학생회장이 기스테르 일가의 차기 가주인 세드릭 기스테르라는 사실을 잊지 않기를.스스로가 아직 우둔하고, 깨어있지 못하며, 마도의 길에 걸음한지 얼마 되지 않는 일개 화인(花人)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명심하길 바라며.

추신. 그대의 저서인 ‘호문쿨루스와의 자정’은 금일을 기해 판매중지되었으며, 그동안의 인세는 편지 뒷면의 일회성 주문을 읊는 것으로 인출할 수 있음을 알리는 바이다.

*

허섭스레기가 누군지 정말 투명하게 보이는 편지였다.

나는 색색거리며 잠든 에스테야를 마냥 내려다보았다. 편지 자체는 공문서이자 인세 입금서류이니 고아한 말투로 써 놓고, 겉보에는 ‘허섭스레기’같은 말을 적어놓은 걸 보면 어지간히도 에스테야를 얕본게 분명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 집도 그랬다. 아늑하고 편안하긴 했지만…넓거나 호화롭지는 않다. 에스테야 혼자 살기에는 넓었지만 나만 함께 살아도 딱 맞는 공간 정도일 것이다.

사내의 몸을 빚어서 영혼을 불러들인 건, 어쩌면 스스로의 외로움과 힘겨운 삶을 조금이나마 생기로 채우려는 게 아니었을까.

나는 이불 속으로 미끄러져들어가선, 지쳐 잠든 에스테야의 조그마한 몸을 끌어안았다.

“…으응.”

잠꼬대 같은 귀여운 소리와 함께, 에스테야도 내 품 안에 파고들어 안겼다. 사랑스러웠다. 어떻게 이렇게 예쁜 애를 그렇게까지 괴롭힐 수 있나 싶을 정도로.

아, 물론 나도 괴롭히긴 했지만….

가만히 손을 뻗어 에스테야의 아랫배에 새겨진 각인을 어루만졌다. 색색거리던 숨이 조금 가빠졌지만, 깨지는 않는 것 같았다.

그래.

어차피 이곳에서 살게 된 거, 에스테야의 악마로서 그녀를 대마녀의 반열에 올려놓는 것이 나로서도 편안한 삶을 영위하는 방법일거다.

나는 에스테야의 작은 이마에 입맞추곤, 속삭였다.

“에스테야 체라서스.”

대답은 없었다.

“내가 네 뱃속에 가장 강력한 마력을 가득 채워주마.”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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