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만의 마녀, 에스테야-1화 (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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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화 〉 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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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 프롤로그

살면서 내가 트럭에 치일 거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었다. 그게 이세계 픽업트럭이라곤, 더더욱 생각해 본 적 없었다.

하지만 지금 내 눈 앞의 여자애는 무엇이란 말인가.

“뭐야. 제대로 된 건가?”

낯선 천장이다.

조막만한 얼굴은 일단, 흐릿한 시야 때문에 잘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보다 먼저 눈에 보이는 것은 고풍스러운 천장이다. 마치 나뭇가지가 제멋대로 뻗어서, 누군가를 보호하기 위해 스스로 집이 된 것만 같다.

그뿐일까.

훅, 코에 단숨에 들이마셔지는 벚꽃의 향.

꽃놀이를 즐기러 갔을 때도 이토록 짙은 꽃향기는 맡은 적 없었다. 숨이 턱 막힐 만도 하건만, 나는 되려 그 향에 사로잡혔다.

하나는 확실했다.

그 꽃향기. 눈앞의 여자애에게서 풍겨오는 것이다.

“…으욱.”

말 대신 기이한 헛구역질이 나왔다. 속이 메슥거렸다. 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지? 내 몸 그대로 날아온게 아닌가? 아니, 차원 간의 어쩌구…를 건너다 보니 몸이 작살났나?

그렇다면 대체 뭐가 제대로 되었다는 거야?

“가만히 있어. 새 몸에 적응하기에는 시간이 좀 걸릴테니까.”

점차 시력이 돌아왔다. 홱 뒤도는 조막만한 등 뒤로 흩날리는 연분홍색 머리칼. 딱 봐도 내 코에나 올까 싶은 작은 키. 눈을 몇 번 더 깜빡이자, 그 실루엣이 좀 더 명료하게 눈에 들어왔다.

가냘픈 팔다리, 색 빠진 것처럼 새하얀 살갗, 작고 동그란 어깨와 뽀얀 목덜미….

그보다 새 몸이라니, 무슨 소리지?

그 즈음부터 슬슬 몸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손끝부터 서서히 굳은 몸을 깨워나가던 나는 십 분이 지난 다음에야 겨우 누워있던 침대에서 일어날 수 있었다.

침대?

이걸 침대라고 할 수 있나, 근데?

기이한 문양이 온 사방에, 바닥까지 번져 새겨져있는 돌침대…. 아니, 이건 제단이잖아, 시발.

“때맞춰 죽어줘서 고마워. 상황을 좀 설명하자면, 네 영체는 아스트랄계를 떠다니다가 내 주문에 붙잡혀 그 몸에 갇히게 된 거야. 아마 너에게는 죽자마자 다시 되살아난 것처럼 느껴지겠지만.”

“그게 무슨 개쌉소리냐?”

내 거친 말에, 연분홍 머리칼의 미소녀가 뒤를 돌아봤다.

…와, 씨발.

저게 사람 미모냐?

“분수를 모르고 말을 거칠게 하는 거 같은데.”

단정하게 신은 단화가 그녀의 걸음 걸음마다 또각거렸다. 머리 위에 화관처럼 돋아난 꽃들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오밀조밀하고 사랑스러운 이목구비, 조그마한 어깨 다음으로 눈에 들어오는 한 줌에 농락하기 딱 좋은 크기의 가슴.

아, 난 터질 것 같은 거유 싫더라.

여자애는 자고로손 안에 쏙 들어오는 맛이 있어야지.

“네 주제를 지금 알고 있어, 인간?”

인간?

“뭐, 넌 인간 아닌 것처럼 말한다?”

눈동자마저도 연분홍색이었다.

“하.”

조그맣고 붉은 입술에서 한숨이 뿜어져나온다.

머릿속이 이상했다.

당장 이 조그마한 여자애를 붙잡고, 엉망진창으로 망가뜨리고 싶다. 박고 또 박아서, 내 품에서 울며 애원하게 하고 싶다. 저 목에 목줄을 묶고 무릎 꿇려서, 조그마한 입 안에 내 좆을 박아버리고 싶다.

아니, 씨발, 내 머릿속이 왜 이 모양인건데?

“나는 에스테야 체라서스. 벚꽃의 마녀. 그리고 너는 내…임상실험도구야.”

“…배라도 째겠단 소리냐?”

“아니…그건 아니고.”

그 때, 에스테야의 조그마한 손이 내 아래를…그러니까, 그 물건을 움켜쥐었다. 나는 그제서야 내가 알몸이란 사실을 깨달았다.

씨발.

내 좆이 의지와 상관없이 발딱 섰다. 정확히는 내가 깃든 몸의 좆이었지만…무시무시하게 컸다. 20cm는 족히 되겠는데.

“뭐, 스읍, 어쩌려는….”

“…섹스가 궁금해.”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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