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0화 〉 서큐버스의 조련법
* * *
“자, 잠깐! 무엇을 원해!?”
메엘의 다급한 탄성이 터졌다.
공방으로 돌아온 나는 즉각 전방에 펼쳐진 거실로 직행했다.
현재의 그녀는 마력이 거의 소진되었기에, 형상화와 유지화에 있어 마력의 소모율이 가장 커다란 날개가 소실된 상황이다.
마력형 체조직인 날개와 꼬리와는 달리 머리에 언제나 남는 뿔과, 마력의 소모율이 상대적으로 빈약한 등허리의 꼬리만 남았기에 거추장스럽지도 않고 운반이 용이했다.
“잠깐! 서, 설마!?”
나의 옆구리에 끼워진 메엘이 아직 돌아오지 않은 몸의 감각으로 한없이 미약하게 버둥대며 필사적으로 외쳤다.
“그, 그러고 보니! 너, 나를 봤을 때부터 눈빛이 뭔가 이상했지!”
메엘이 이제는 이해하기도 어려운 맥락으로 마구 넘겨짚기 시작했다.
나는 바닥에 난잡하게 흩어진 온갖 음식물들과 깨진 접시 조각들을 밟지 않게 조심스레 사이사이를 디디며 소파로 갔다.
구이류를 망라한 다채로운 요리들이 돌변한 혼합물 쓰레기들로 온통 엉망이다.
주변의 벽면과 심지어 천장 일부마저 마찬가지.
내가 거하게 어그로를 끌었기 때문이라지만 참 성질도 화끈하게 부리셨어.
장장 1시간도 넘게 준비해 마계에서도 나름 중상급 기준에 속하는 진미들을 하나하나 일일이 걷어차 주시다니.
그것 역시 사실 플레이의 일환을 위한 준비였지만.
“호, 혹시!? 내가 하도 이뻐서? 보자마자 흑심을 품었다던지? 사실 이미 첫눈에 반한 상태였다든지? 그래서 혹시 이러는 거야!? 이게 본디의 목적!?”
메엘이 그녀를 옆구리에 끼운 채 그대로 소파에 착석하는 나에게 필사적으로 외쳤다.
나는 별 감흥 없는 심드렁한 눈빛으로 그녀의 새카만 눈알을 내려봤다.
메엘이 화사한 영업용 미소를 머금으며 재차 외쳤다.
“그, 그거라면 해줄게! 대줄게! 빼준다구! 어, 어디에든지…! 하고 싶은 대로 해! 남자들은 참…! 진작 그런 마음이었다 밝히지! 무, 무슨 체위를 원해!? 뭐든 가능하니 다 말해 봐!”
나는 멋대로 넘겨짚기에 바쁜 서큐버스에 냉랭히 내뱉었다.
“너 혹시 여지껏 꿈나라에서 릴레이 자위 챌린지하다 이제 뛰쳐나왔냐? 그건 니네가 전문이면서 왜 자꾸 그딴 참신한 개소리를 내뱉어? 현실을 파악 못하고?”
“어……?”
자신이 들은 이야기를 즉각 이해 못한 메엘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완전히 헛다리 짚었어. 보짓구멍과 뒷구녕에서마저 썩은 진물이 흘러내릴 구더기와 배설물의 혼합재 씨발년아. 그리고 내게는 리나 씨도 있겠다, 네깟 눈에 보이는 작대기란 다 쑤시고 다니는 너덜너덜한 암캐 따위에 눈이 왜 돌아가겠냐? 내가 그딴 발정난 비천한 수캐 개새끼 따위로 니 눈깔에 비치던? 혹시 그거 의안이었어? 최근의 시력 검사가 언제냐?”
“악……!”
입을 쩍 벌린 메엘의 표정이 경악에 물들었다.
나의 완전한 태도의 반전에 어이를 상실한 메엘이 그저 입술만 달싹댔다.
“왜? 유들유들한 줄 알았던 존댓말 집사가 갑자기 걸한 쌍욕을 박으니 정신이 알딸딸해? 심히 쇼킹한 체험에 자궁이 보들보들 떨려? 충격이 전이된 뇌가 아주 초진동하고 있어?”
“어, 어어……!”
“그쪽은 고귀한 애완견이자 사냥개로 절제된 모습이고, 이쪽은 비천한 투견이자 싸움개로 고삐 풀린 모습. 이게 내 본성이야, 개쌍년아.”
“…….”
눈조차 깜박이지 않는 메엘이 그저 멍하게 입을 벌리고 바라봤다.
나는 조롱을 연이어 쏟아부었다.
“몸 팔아서 적혈급에 도달했으니 존나 기분 좋겠다? 나는 지금까지 올라오는데 진짜 개고생했는데? 뭐? 자신은 1천 번 이상의 접대를 마친 백장미급의 선수? 뭐 이딴 듣는 것만으로 귀가 썩어 들어가는 소리를 씨불이며 감히 나의 리나 씨를 탈취하려 들어. 대가리 터지고 보지 찢어져 뒈질라구. 너가 감히 겁을 상실했지? 그게 누굴 건드리는 이야기로 직결하는지 몰랐지?”
나는 쓰디쓴 조소를 마쳤다.
“논리적인 내가 지금부터 너가 강간당하는 이유를 합리적으로 설명해 주마. 첫 번째. 너는 리나 씨를 모욕했다. 두 번째. 너는 나를 모욕했다. 세 번째. 너가 좆나게 꼴린다. 이상 전달 끝.”
“힉! 히이이이익! 잠깐마안!!!”
이제부터 자신에게 벌어질 일을 직감한 메엘이 필사적으로 소리쳤다.
나는 그녀의 반응에 더욱 쓴웃음을 머금었다.
“몽마의 본질 튀어나온다? 그쵸? 실제로는 자존감이 누구보다 한없이 낮은 것들이면서, 자신들이 우위에 있다고 생각할 때는 온갖 기교와 말빨을 동원해 기세 좋게 밀어붙이고. 그러다 또 밀리면 이렇게 굴복해 버리기. 참 마생 편하죠?”
“자, 잠깐! 그러니까 잠깐마아아안─!”
“생각하면 니들도 참 딱하다. 하긴, 이리 태어나고 싶어서 그랬겠냐. 이게 다 좆같은 마계라는 시스템하에서 짜인 체계지. 우리 모두가 이 벗어날 수 없는 체스판에 놓인 장기말 같아. 작게 보면 희극이고 크게 보면 비극이겠네.”
“나와 거래를 하자구! 거래를! 그러니까 하고 싶은 대로 대줄게!”
“이제 내가 마음껏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는데 대체 거래를 왜 해? 이년 끝까지 골통 안 돌아가네.”
“흐이이이이익!!!”
메엘이 결사적에 가까운 육성으로 높게 외쳤다.
“나, 나는 영광스럽고도 강인한 마왕군의 일원! 으, 음몽군단 몽염사마단! 늪뱀연마대 2대마대 1중마대 3소마대의 소마장이야! 네, 네깟 놈이, 마왕군을 건드린 뒷감당을 할 수 있겠어!? 그럴 배짱과 뚝심이 있겠냐구!”
“이곳저곳 공연히 들쑤시다가 실종되고 객사하는 마족들이 한두 놈인 줄 알아? 니들이 타고난 종특 때문에 명대로 살지도 못하고 가는 놈들이 널린 주제를 도대체 왜 여기서 꺼내?”
계급빨을 내세운 협박이 전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직감한 메엘이 더욱 다급히 외쳤다.
“나, 나는 퀴르시드 환락가! 창관 몽염의 정원의 백장미 에이스이자 제6번째 선수야! 창관에서 6순위로 큰 매출을 벌어들이는 복덩어리라구! 내가 사라지면 수익원을 잃은 우리 창관에 속한 어깨들과 사냥꾼들이 추격에 나서지 않을 것 같아!? 내가 살해당한 흔적을 발견하는 순간 너도 더욱 무참하게 살해당할 거라구! 이따금 탈주하는 머저리 중간계 성노예들처럼 눈 뜨고 보기 힘들 정도로 잔혹하게 추노당할 거야!”
“흔한 더러운 매춘부 따위의 죽음을 과연 이곳 마계의 누가 알아줄까? 강자존이 가장 근본적인 통념인 이쪽 세계에서?”
“그러니, 정신 차렸으면 어서 빨리 나를 풀어…… 헉!?”
메엘이 심대한 충격을 받은 듯이 새된 소리를 내뱉었다.
나는 옆구리에 짐짝처럼 끼워진 그녀의 반응을 즐기며 느른히 내뱉었다.
“왜? 내가 못할 것 같아? 여지껏 도살한 마족이 한두 마리인 줄 알아? 시체 처리도 몇 번을 해봤는데? 난 연금술사라 흔적도 못 알아보게 녹일 온갖 약품들도 널렸어. 당장 만들 수도 있지. 마족과는 비교도 안 되게 비천한 취급인 실종된 서큐버스 시체 처리 하나 못할까.”
“아……! 아……!”
“좆이 빠질 정도의 온갖 방법으로 잔뜩 즐기고 죽인 뒤에, 뭣하면 적당히 토막쳐서 숲에 내버려도 지나가는 마물들과 마수들이 알아서 처리할 테고. 아까 봤던 헬하운드 녀석들에게 던져 줘도 잘 먹을걸? 걔네는 산 마족은 두려워해도 죽은 마족은 두려워하지 않으니까.”
“…….”
“군인의 죽음을 애도하는 사람은 있어도 창녀의 죽음을 애도하는 사람은 없어. 그게 매정한 진실이고 냉혹한 현실이야. 제발 눈을 떠서 상황을 직시해라.”
현재 자신이 처한 상황을 필사적으로 모면하기 위해 아무거나 꺼내 주워섬기던 메엘이 마침내 바위 같은 침묵에 빠져들었다.
나는 옆구리에 끼운 메엘을 번쩍 들춰 소파의 좌우 팔걸이에 엎더지도록 그녀의 몸을 걸쳤다.
“흐, 흐햐아아앗! 서, 서큐버스 살려!!! 누, 누가 도와줘요옷!!!!!!”
“여긴 거주권에서 떨어진 교외고, 지금 시간대에는 올 녀석들도 전혀 없어. 그러니까 닥쳐, 씨발년아. 귓전 울리니까.”
“끼햐아아아악!!!”
“서큐버스의 사명? 어차피 몸 팔아 살아가는 비천한 거렁뱅이 년들이 뭔 놈의 불타 죽고 얼어 죽을 사명이야. 토악질 쏠리게시리. 그런 식으로 치면 매일 뱃속에 생기는 똥오줌도 생성의 사명이 있겠네.”
“싫어! 싫어어어!!! 살려 줘어어어엇!!!”
“만약 정말 그딴 게 있다면, 내가 정면으로 비웃어 주마.”
마나가 소진되고 마비류로 근육이 굳은 메엘이 보기 안쓰러울 정도로 머리와 사지 말단을 아주 미약한 강도로만 움직여댔다.
내가 앉은 소파의 좌측 팔걸이로는 메엘의 뒤통수가 늘어졌고, 우측 팔걸이로는 뒷다리들이 축 늘어졌다.
딱히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시선 밑으로 메엘의 훤한 등짝과 미끈한 나머지 뒤태가 훤히 노출된 상황이다.
마나 블라스트의 작렬과 함께 마력의 소진으로 사라진 날개와는 달리 용케 꼬리는 남아 힘없이 덜렁거렸다.
나는 왼손에 쥐고 있던 메엘의 채찍을 앞쪽 테이블에 내던졌다.
그러고는 오른손을 서서히 들춰 메엘의 엉덩이를 향해 낮췄다.
“헛……!?”
요란하게 비명을 질러대며 발광하던 메엘이 힘겹게 고개를 뒤젖히며 경직했다.
“예상대로 엄청나게 부드럽네.”
후끈한 물이 들어찬 물주머니를 주물대는 기분.
실로 찰진 엉덩살의 감각이 나의 손바닥에 가득 들어차 휘돌았다.
“하지, 마아……!”
“뭐 이리 반응이 대조적이야? 아까까지만 해도 내내 변녀처럼 임하던 페이스는 어디 갔고?”
나는 그녀의 말을 가볍게 씹고 더한 강세로 좌우의 엉덩살들을 우악스럽게 쥐락펴락했다.
“히, 이잇……!”
무엇을 어떻게 해도 이곳에서 결코 빠져나갈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메엘이 미약한 감각만이 남은 몸을 미세하게 옴찔댔다.
리나 씨나 파릴케에게는 시도할 수조차 없던 온갖 하드코어한 플레이를 감행할 생각이었다.
그러던 도중 검지와 중지로 브이를 펼쳐 위쪽과 아래쪽의 비부들을 향해 꾹 짓눌렀다.
“힉!”
비부들이 찔린 메엘이 화들짝 놀라 그대로 냉동 고등어처럼 얼어붙어 버렸다.
한동안 검지와 중지를 번갈아 교차하며 너머에 음렬과 항문이 있을 곳들을 꾹꾹 눌러댄다.
그러고는 다시 손바닥을 펼쳐 좌우의 엉덩살들을 오가며 육덕진 그립감을 만끽했다.
리나 씨나 파릴케와는 또 다른 감각.
실로 따스하고도 말캉한 감촉의 살집의 쿠션이 손아귀에 가득 들어차고도 남아 감내할 수 없는 감각으로 넘실댄다.
역시 여자마다 가슴의 형태와 느낌이 틀리듯이 이쪽도 틀린 것이 맞다.
돌연 그녀가 용수철처럼 등허리를 솟구쳤다.
마비 상태였다고 믿을 수 없을 순간적인 저항이었다.
“흐이이이잉!!! 싫, 어어어어엇!!!”
“왜 이리 발악해? 서큐버스는 누가 만져만 줘도 좋아하고 그냥 가버리는 거 아니었어?”
“흐, 햐아아아악!!! 아냐, 아냐, 아냐, 아니야아앗!!! 흐아아아악!!!”
순진한 소녀처럼 회귀해 버린 듯한 메엘이 마구 비명성과 울부짖음이 뒤섞인 소음을 내질러댔다.
나는 그런 그녀의 반응을 즐기며 나의 오른손에 쥐인 엉덩살들을 더더욱 강한 강도로 주물대며 반죽했다.
“이것 참 무진장 꼴리는 몸매긴 하네.”
나는 브라탑 형식의 미니 코르셋을 걸친 그녀의 휑한 등짝을 굽어보며 내뱉었다.
색상의 기조는 리나 씨와 동일한 검은 에나멜 느낌의 올 블랙.
서큐버스의 코스튬은 대체적으로 의복과 속옷을 동시에 대응하는 개념.
참 탈의하기도 편하다.
“애널 전문이라 했던가?”
한참을 메엘의 엉덩이를 주물럭거리던 나는 급격히 손아귀에 힘을 주었다.
촤아하아악!
메엘의 로라이즈 팬티가 날선 파열음을 울리며 찢겨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