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8화 〉 서큐버스의 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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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하하핫!!! 햐, 햐햐햣!!! 간만에 잔뜩 힘을 끌어내는 기분이야아~!”
붉은 서큐버스가 어깨를 끌어안고 허벅지를 오므리며 전희성을 내질렀다.
비부에서 끊임없이 흘러내리는 끈덕진 우윳빛 물줄기가 육덕진 허벅살들을 타고 질질 흐른다.
“자아, 어떤 방식으로 능욕해 줄까나아~!?”
검푸른 마력의 칼바람을 전신에서 일으키는 그녀가 오른손의 채찍을 오버핸드 그립으로 드높게 들췄다.
왼손으로는 움켜잡은 채찍의 몸체를 목덜미 아래로 넘기고 좌측 겨드랑이 사이로 끼워 반신을 요염히 휘감았다.
젖통 일부와 몸마저 셀프 본디지처럼 휘감은 서큐버스가 음란히 혀를 빼물었다.
“마이알레 로사! 말 그대로 붉은 돼지라는 뜻의 아이란다! 휴무인 다른 서큐버스들은 예쁜 옷이니 화려한 장신구들이나 알아보기 바쁜데, 나는 무기점을 지나던 도중 유독 이 아이가 눈에 띄었지, 뭐니!? 그래서 냉큼 집었단다! 이유가 뭐겠어!?”
메엘이 오른팔을 휘둘러 몸을 휘감았던 채찍을 측면으로 기나길게 떨쳤다.
착! 차악!
다시금 왼손으로 붙잡은 채찍의 몸체를 팽팽히 잡아당겨댔다.
“바로 너 같이 나의 몸을 노리는 음탕 종자들을 말 그대로 빨간 돼지고기처럼 다져 주라고! 나는 제값을 주고 시간을 예약하기 전에는 발가락 끝조차 만져 볼 수 없을 비싼 여자란다!”
화르윽!
질긴 피혁성을 울리며 긴장하는 혁편의 표면으로 검붉은 마염이 피어올랐다.
“부르는 거야~! 달콤한 지옥의 꿈에 빠져드는 멜로디를! 목이 찢어지도록 외치는 피와 비명의 화음으로!”
일순간 메엘이 커다란 동작으로 채찍을 들추며 주변으로 휘저었다.
순간 검푸른 용오름이 채찍이 원을 그린 궤도로부터 치솟았다.
후우우우웅!
돌연 전장으로 화한 공방 전방의 공터에 맹포한 선풍의 기류가 자아내진다.
“아핫핫핫핫!!! 꺄핫핫핫핫!!!”
그 한복판에서 간드러지나 무지막지한 채찍질을 휘돌리는 서큐버스가 붉은 태풍처럼 군림했다.
바닥에 자욱하게 깔려 있던 자갈들이 모조리 중력이 역전한 듯이 역류해 까마득한 상공으로 치솟았다.
왼팔로는 육덕진 바스트 아래로 팔짱을 낀 메엘이 혀를 날름대며 전희했다.
“최소한 절명의 순간만큼은, 거하게 몽정하게 해줄게!”
전류의 스파크가 파직대는 마력풍 속에서 중력을 잃고 떠오른 자갈들이 허공을 무수히 휘돈다.
태풍을 만나 둥둥 떠도는 바다의 쓰레기 같았다.
광포한 악단의 연주를 현란히 지휘하던 그녀가 눈을 부릅떴다.
기나길게 혀를 빼문 메엘이 새카만 눈자위를 번득이며 채찍을 곧고 드높게 들췄다.
“싸버렷!”
일순간 드높게 들춰진 채찍이 직각으로 내리쳐졌다.
차아악!
좌우로 충격파를 치솟는 강타와 함께, 맹포히 휘돌던 회오리바람 속의 자갈들이 일제히 나를 향해 내쏘아졌다.
작은 언덕조차 흙더미로 분해시킬 묵직한 운동 에너지들의 육박.
검푸르게 일렁이는 염동력의 기운에 휘감겨 쇄도하는 투석들에 나는 눈을 반개했다.
타카카카칵!
마석화한 양완으로 날아드는 돌멩이들을 모조리 쳐내 버렸다.
눈부시게 빛나는 찬란한 마석으로 변화한 팔들이 휘가를 때마다 쪼개진 석편들이 가루로 흩날렸다.
일부는 주먹질로 부수고, 일부는 수도로 염동력에 휘감긴 자갈돌들의 궤도를 빗겨내 모조리 날려 보냈다.
흘긋 공방에 시선을 돌리니, 피격마다 해당 지점에 물결처럼 울렁대는 지물형 결계가 발동하며 효과적으로 튕겨내고 있었다.
저 정도는 자체적으로 방호 가능.
아직까지는 본격적인 전투의 여파에 휩쓸리지 않았다.
“좀 싸네? 조루는 아닌가봐!? 그럼 이건 어떨까~!”
뇌쇄적으로 몸을 비꼰 자태로 메엘이 다시금 채찍을 높게 들췄다.
그러자 그녀의 매직 위프에 휘감겨 타오르던 마염이 순간적으로 주변 공기를 집어삼키며 몸집을 키우듯 발화했다.
화르으으윽!
그와 함께 검푸르게 휘도는 용권풍의 테두리에 검붉은 마염이 둘러지며 강화를 걸친다.
“너의 남성미를 내게 과시해 보렴~! 앗, 흥~!”
메엘이 크나큰 팔짓으로 회오리를 생성시키는 채찍질을 휘돌렸다.
지옥의 서큐버스가 휘두르는 채찍질이 허공을 이글이글 작열시키며 휘갈랐다.
차아악!
그녀가 2차적으로 채찍을 내리쳤다.
그와 동시에 검푸르고 검붉게 휘돌던 회오리 속의 자갈돌들도 일제히 검붉게 물들었다.
구체적으로는 마염에 불타오르기 시작했다는 표현이 맞다.
“내게 자지가 터질 듯이 발기해 봐! 흐라아아압!”
콰르르르륵!
날선 기합성과 함께 회오리 속의 지옥불에 불타는 자갈돌들이 전방위로 후둑대며 낙하했다.
삽시간에 사위가 진주황색 화광에 물들며, 불과는 비교도 불가능할 정도의 초고열에 작열하는 대기가 아지랑이처럼 일렁거렸다.
공터 외부를 두른 모든 나무들이 마염에 휩싸여 불타오른다.
불비보다도 더한 불돌비, 화석우가 순식간에 주변의 풍광을 살라먹으며 집어삼켰다.
흡사 여러 종교들의 경전에 명시된 불의 심판이 찾아든 것 같았다.
“꺄하하핫! 왜 그러니!? 벌써 포기한 거야!? 통구이의 운명을 받아들이기로!?”
이 서큐버스는 나와 리나 씨의 추억이 깃든 숲마저 아낌없이 방화를 시도하고 있다.
나는 분기를 머금으며 기나긴 불꼬리를 이으면서 나의 방향으로 낙하하는 화석들에 팔목을 크로스했다.
파차아아앙!
나의 전방으로 눈부시게 빛나는 마석막이 생성되어 쏟아지는 불비를 받아냈다.
직경 10미터는 되는 반구형으로 매직 스톤 배리어를 연성해 나와 후방의 공방으로 쏟아지는 불돌들을 모조리 막아냈다.
파차차차창!
나의 주변으로 마모되고 파열하는 수정체들이 눈부신 빛무리로 산란한다.
흡사 전방위로 다채로운 프리즘 빛의 질주가 자아내지는 것 같았다.
마력에 마염마저 이중으로 휘감긴 조합을 맨손으로 튕겨내기엔 조금 위험하다.
아마도 큰 무리는 없을 거라 예상되지만, 안전을 중시했기에.
“어맛!? 재밌는 술수를 부리는 인형이구나! 그럼 더욱 파티의 흥을 돋워 볼까나아~!”
채찍을 휘둘러 불타는 회오리에서 화석들을 흩날리던 메엘이 돌연 왼손을 번쩍 들췄다.
푸슈욱!
그에 아직 불타지 않은 주변부의 나무들이 지반으로부터 송두리째 뽑히고는 우수수 떠올랐다.
그녀가 허공에 몇 차례 손을 휘젓자 상단의 나뭇가지들이 가지치기를 당하듯 말끔히 깎였다.
한 번 더 팔을 휘두르자 나뭇조각을 흩날리며 끄트머리가 연필처럼 뾰족하게 연마되었다.
왼 손등으로 턱을 짚은 그녀가 염동력에 휘감긴 오른손의 채찍을 힘차게 휘둘렀다.
“얍! 꼬챙이나 되렴!”
후우우우웅!
원목들을 뽑아 끄트머리를 뾰족한 파쇄추처럼 연마한 나무 기둥들이 일시에 날아들었다.
마의 일족의 전형, 염동력의 사용과 활용에 실로 능수능란한 용법을 선보였다.
딱히 체술도 필요 없이 선천적으로 타고난 능력에 특화된 서큐버스였다.
“슬슬 때인가.”
다시금 슬쩍 고개를 돌리자 여전히 공격을 버텨내는 공방의 모습이 보였다.
하지만 이 이상은 부담이 오기 시작하겠지.
전진할 때다.
파차차차창! 후둑투두둑!
위로부터는 불의 꼬리를 기나기게 뒤잇는 화석들이 유성우처럼 낙하한다.
앞으로부터는 굳게 닫힌 성문조차 열어젖힐 대형 꼬챙이들이 묵직한 파공음을 가르며 연신 날아든다.
측면과 후방을 제외한 방위에서 마염에 휘감긴 화석들이 낙하하고, 마석막을 뚫지 못한 기둥들이 깨지고 갈라진 목편들로 흩날렸다.
주변부에서 석편들과 나뭇조각들이 땅에서 자아내지는 소낙비처럼 흩뿌려졌다.
방어에만 임하던 나는 본격적인 공세에 나섰다.
마석막을 내세우고 발걸음을 옮기며 굳건히 나아갔다.
움직이는 요새가 되어 파상 공격을 쏟아붓는 적의 원천을 분쇄한다.
“어머, 고백하러 오는 거야!? 이제 지긋지긋한데!”
메엘이 톱니들을 내보이며 배를 붙들고 크나큰 비웃음을 터뜨렸다.
이윽고 오른손의 마염에 휘감겨 불타오르는 채찍을 장난스럽게 휘돌렸다.
그러자 맹포히 휘돌던 회오리가 돌연 그녀의 좌우에 두 갈래로 분할했다.
“격렬한 거부를 표출해 줄게! 아핫핫핫핫!”
차아학!
질긴 가죽 소음이 재차 울렸다.
그와 함께 검푸르고 검붉게 휘도는 회오리들이 재차 몇 기로 더 분열하여 사방팔방으로 마염에 휩싸인 화석들을 내쏘았다.
이번엔은 지옥불에 불타는 자갈돌들이 일제히 방향을 꺾어 마석막 뒤의 나에게 사각을 점하며 덮쳐들었다.
하나하나에 시전자가 직접 조종하는 의지가 함유되어 있었다.
“쯧, 지만 염동력 쓸 줄 아나.”
나는 혀를 차며 뒤통수로 차원구를 전개해 5급 마법검의 검신을 절반 정도 뽑아냈다.
파카카카칵!
찬란히 빛나는 반구형 수정체 형상의 마석막은 끊임없이 전방으로 밀어붙인다.
사각에서 들어오는 화석들은 염동력으로 조작되는 마법검이 검집에서 뽑히지도 않은 상태로 후려친다.
창틀의 먼지를 터는 먼지떨이와도 같은 용법으로 그저 귀찮은 방해물처럼 날아들 뿐인 돌들을 모조리 훑어 쳐냈다.
다 꺼내서 방비할 가치도 없는 수준이었다.
“어머! 정말 지능적으로 싸우는구나! 상황에 특화된 전법을 그때마다 적용하면서! 하앙~! 너를 보니 보지가 보들보들 떨려엇~!”
왼손으로 뺨을 어루만져대며 전희하는 메엘이 오므린 허벅지를 빠르게 들썩댔다.
전투하면서 느껴 버리는 음탕한 여몽마가 진심으로 전희하며 흔적들을 핏빛 허벅살들에서 우윳빛으로 번득였다.
정말 제대로 된 미친년이다.
아무리 리나 씨가 밝히는 서큐버스라지만 저 정도로 엇나가지는 않아서 천만다행이다.
“뒤지게 시끄럽네. 쌍년이.”
완료된 준비, 나는 이미 충분한 마력의 충전을 마친 마석막을 전방으로 쏘아냈다.
“자아~! 이걸로 정말 끝이니깐! 지옥으로 잘 가렴~! 엇?”
왼손과 채찍을 제각기 휘두르며 무언가를 또 하려던 메엘의 붉은 얼굴이 일순간 하얗게 물들었다.
“힉!?”
서큐버스의 짙푸른 세로 동공이 부릅뜨인다.
어마어마한 충격파를 동반하는 직경 10미터는 되는 마석막이 번개처럼 코앞에 쇄도했다.
내내 방심으로 임하던 그녀로서는 예상치도 못한 맹습이었다.
“히햣!?”
펄러억!
메엘의 등에서 한 쌍의 박쥐 날개가 치솟아 나왔다.
엉덩이에서 엉겁결에 꺼낸 악마의 꼬리도 살랑대는 메엘이 다급히 날아올랐다.
후우우우웅!
묵직한 파공음을 울리는 초대형 반구 형태의 마석막이 아슬아슬하게 그녀의 한쪽 발끝을 스치고 지나갔다.
그와 함께 그녀가 자아내던 파괴적인 잔향이 거짓말처럼 싸그리 사그라들었다.
모두 마력에 의해 자행된 현상이었기 때문이다.
다만 마염에 불타는 숲은 서로의 사이에 끈적한 불줄기를 젤리처럼 늘어뜨리고 불똥들을 후둑대며 타오르고 있었다.
고개를 돌린 메엘이 저편으로 멀어지다가 찬란한 빛의 결정을 흩날리며 소멸하는 마석막을 어이없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그, 그거 쏘아낼 수 있는 거였어? 오직 제자리 고정형 방어막이 아니라!?”
그러고는 그녀의 고개가 무언가를 깨달았다는 듯이 뒤늦게 다시 젖혀졌다.
“아차……!?”
그녀가 순간적으로 시선을 빼앗긴 순간.
나는 이미 허공에서 날갯짓하는 그녀에 불도저처럼 날아든 이후였다.
마석화한 오른손으로 그녀의 오른뺨에 마석에 휩싸인 돌 싸대기를 날렸다.
짜아아아악!
쌍년의 뺨따구가 내갈겨진 파열음이 공터에 울렸다.
“끼햑!?”
고개가 제대로 돌아간 메엘의 새된 비명이 후렴으로 뒤따랐다.
찰진 타격감에 나는 비릿한 미소를 내걸었다.
“1빠.”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