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의 서큐버스-77화 (77/80)

〈 77화 〉 서큐버스의 사명

* * *

“자아, 이 정도면 되는 거야~?”

에우포리아의 전방에 위치한 꽤나 드넓은 공터.

서로 일정한 거리를 두고는 대치가 이루어졌다.

“자아, 네 말대로 나왔어. 이제 어쩔 생각이니? 귀여운 리나가 참으로 아끼는 섹스토이 호문쿨루스야~?”

팔짱을 끼고 슬쩍 다리를 벌려 선 메엘이 이죽댔다.

주변부로는 자줏빛과 보랏빛과 분홍빛의 나뭇잎들이 특유의 조화를 이루는 몽환의 숲 루스카가 두른다.

바닥은 검붉은 적토 중점의 흙바닥에 깔린 자갈밭이다.

전장의 바닥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롱부츠들로 연신 스윽, 슥 훑어댔다.

“까르르, 사는 곳도 하도 구려서 그런지 바닥도 이 모양이네? 걸을 때 쭉 뻗은 나의 각선미의 핏이 돋보여지지 않잖니? 마음에 들지 않아~!”

한없이 불량한 태도의 붉은 피부 서큐버스가 끝없이 이죽댔다.

“응, 으응? 참 대단하네. 역시 마생 오래 살고 볼 일이라니깐? 호문쿨루스 따위한테 마투의 신청도 당하고? 너, 참고로 날 이길 자신은 있어? 이제 나의 힘은 적혈급이다? 마왕군의 기준으로 치면 적혈급의 중급전사? 어지간한 데블들조차 설살 긴다구? 사실 몇몇 진상손님들도 일격에 두골을 부스러기처럼 파쇄할 정도는 되는데 참는 거야? 그야, 나는 당하는 걸 좋아하는 변녀이며, 참으면 돈이 들어오는 기쁨을 아니까안~! 앗, 흐응! 서큐버스의 사며엉~!”

드높게 외친 붉은 서큐버스가 질척한 전희성을 흘리며 육덕진 흉부 아래를 끌어안았다.

공터의 전방에서 누군가와 대치하기는 처음.

언제까지고 아늑하고 포근해야 했을 나와 리나 씨의 보금자리가, 이딴 사적이면서도 불경한 용도로 전락하다니.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눈앞의 빨갱이 서큐버스의 태도는, 아무리 인내심 강한 나라도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기에.

연금공방 에우포리아는 마계 건축법에 의거한 마강공법을 실시해 건축되었다.

내외부가 3위계 이상의 마력적 여파와 준하는 물리적 충격으로부터 버티는 지물형 결계로 강화되었기에 어느 정도의 전투 여파로부터는 멀쩡하다.

어차피 목적은 리나 씨인 그녀가 직접 집을 겨냥해 타격을 가할 가능성은 적겠지만, 가급적 공방을 등에 지고 싸우며 날아오는 공격들은 튕겨내는 식으로 해야겠지.

“주제도 모르고 선을 넘는 무뢰한은 쳐부숴야지.”

“응? 너 지금 뭐라구!? 무뢰한!? 쳐부숴!? 깔깔깔깔! 너 정말 사람 웃긴다 얘!”

옆구리를 짚은 메엘이 한쪽 손등으로 턱을 짚고는 혀를 가득 빼물었다.

짙푸른 혓바닥이 턱밑으로 한 뼘은 내려온다.

“그때와는 다르다…. 훨씬 준비가 되었다.”

갈레인 때와는 다르게, 지금은 아다마스도 착용하고 있어 나의 장기인 방어력에서 꿀릴 게 없다.

포스 배리어. 매직 배리어. 실드. 마석막. 아다마스. 마석화.

마법, 무장, 마석의 기본적 조합에서 발생하는 도합 육중의 시너지의 극강의 방어를 구사할 수 있다.

“컹! 커컹!”

나는 공방 주변을 어슬렁대는 헬하운드 녀석들에 시선을 돌렸다.

메엘이 손님인 줄 알고 딱히 적의도 내보이지 않고 말처럼 커다란 덩치들로 주변을 배회하고 있다.

나는 오른쪽 눈가에서 왼쪽 뺨으로 크게 가로지르는 세 갈래 발톱자국 흉터가 인상적인 리더 녀석과 눈을 마주치며 말했다.

“모두 이곳 반경에서 최대한 멀리 떨어져. 마의 일족이 발하는 복속령에 노출당하지 않게. 그리 되면, 나라 해도 너희들에 위해를 끼치는 것을 피할 수 없게 되니까.”

“커헝!”

즉각 낮게 그르렁대는 리더 녀석.

나와 메엘의 사이에서 얼쩡대던 녀석이 이내 무리에 고개를 돌려 몸을 빼고는 목을 낮추어 크게 짖었다.

“커헝!”

즉각 녀석들이 가운데의 리더를 중심으로 산개해 흡사 군대의 진형을 연상시키는 형태로 분산된다.

공방에서부터 전방위로 일제히 흩어진 녀석들이 빠르게 내달려 즉각 시야에서 사라져 버렸다.

“몇 시간 정도 지난 뒤에 돌아와.”

마지막으로 고개를 돌린 리더 녀석이 나와 눈을 마주치고는, 다시 고개를 돌려 루스카 숲으로 사라졌다.

그러고 보니 녀석에게는 아직 이름도 정해 주지 않았구나.

그래도 명색이 헬하운드 패밀리를 이끄는 리더인데.

이후에 스카페이스는 너무 흔하고, 좀 참신한 이름을 지어 주기로 할까.

어떻게 나와 녀석들 사이에 말이 통하는지는 의문이다.

내게 몬스터 혹은 비스트 테이머의 자질은 전혀 없을 텐데?

호랑이가 되고 싶었던 개의 정체성이기에, 같은 동류와 말이 통하는 것인가?

“이거야 지금은 알 수 없는 문제고…….”

고개를 내저어 상념을 털어낸 나는 전방의 대적자에 집중했다.

“어머어~ 내가 그깟 개새끼들을 구태여 건드릴까봐? 녀석들을 복속해서 함께 협공할까봐? 너 따위야 이 한 팔로도 충분하지이~!”

손으로 입을 가린 메엘이 간드러지는 비소를 머금고 육덕진 흉부를 출렁댔다.

“그깟 개새끼들이라 하지 마시죠. 말조심하시기를. 그들도 어엿한 견권이 있으며, 세상으로부터 존중받을 권리가 있는 객체입니다.”

“풉! 크, 하핫!? 얘가 또, 무슨 개소리를 하는 거래애!? 아니다! 확실히 너 잘못 봤다! 사람을 빡치게 하는 줄만 알았지만, 나름 퍽 웃기게 할 줄도 아네! 우리 그냥 화해할까아!? 너를 폐기하기는 아까워서 말이야. 여기서 무릎 꿇고 이마에서 선명한 피가 터지도록 싹싹 굽힌다면? 아니면 여기 야외에서 질펀한 섹스나 한 판 때릴래!? 리나가 돌아올 때까지 말이야!”

“꿈 깨십시오. 비천한 몽마 매춘부.”

메엘이 팔짱을 낀 오른팔을 살짝 들춰 휘저었다.

그와 함께 별이 창연한 우주를 연상시키는 공간이 허공에 연성되었다.

나의 차원구와 별다를 풍광도 아닌 곳에서 무언가를 움켜잡아 쑥 빼냈다.

차아악!

돌연 탱탱하고도 질긴 가죽 소리가 공터에 울렸다.

검붉은 뱀처럼 매끈한 표면에 일정한 간격을 기점으로 달라지는 패턴이 몇 갈래나 뒤얽혀 끝에서 마감되는 채찍이었다.

자루의 밑동에 박힌 눈알을 연상시키는 시커먼 마석이 요악스러운 흑광을 선명히 빛냈다.

아마도 어느 정도 수준의 보조와 강화가 뒷받침되는 중급 이상 매직 웨폰.

서큐버스치고는 보기 드문 호신용 장비에 대한 과감한 투자다.

“퀴르시드 환락가. 창관 몽염의 정원의 백장미 에이스. 제6번째 선수. 이명 나락의 흡정주. 메엘 녹스 파키나 슈렐리안.”

입새에서 비죽 빼문 혀를 날름댄 메엘이 냉랭히, 차갑게 선고하듯 내뱉었다.

“넌 죽을 거야. 기필코. 반드시.”

검은 눈자위에 핏빛 피부가 인상적인 서큐버스가 톱니처럼 뾰족한 이빨들을 드러내며 잔인하게 웃었다.

화르윽. 그 말을 기점으로 메엘의 채찍 표면에 한 줄기 불꽃이 타올랐다.

검고도 붉게 타오르는 지옥불의 불길, 마염이었다.

“꼴값을 떨기는. 그래 봐야 싸구려 창부 주제에.”

“으흥~! 너도 어느 정도 독설꾼의 기운이 있구나! 자궁이 바르르 떨려어~! 완전 내 취향인데에~!”

스스로의 차원구에서 출납한 채찍을 굳게 움켜쥔 메엘이 검지로 입술을 짚었다.

풍만한 골반을 위아래로 요염히 흔들어대며 내뱉었다.

“있잖아! 내가 재미있는 이야기 하나 해줄까? 약 32년 전? 하여간 몇십 년 전! 하여간 그때 중간계로 휴가를 나갔을 때 겪었던 일이다!? 적당한 오지에 세워진 주신교 소속의 고아원을 발견했어! 재밌게다 싶어 대뜸 침투했지! 원장으로는 오늘내일하는 늙은 신부가 성력을 좀 쓰기에, 가볍게 상대해서 목을 참수하고는 현관문의 쇠창살에 내걸었고… 여자아이들과 비벼도 상관없지만 취향은 아닌지라 모두 잠시 재웠고, 나 혼자 소년 22명을 발정시켜 독식했는데…….”

서큐버스의 오므려진 비부에서 희끄무레한 꿀물이 잔뜩 치솟았다.

“주로 여성상위 중심으로 온갖 체위를 변형하며 소년들의 정기들을 쪽쪽 뽑아 주었지…. 온몸에 싱싱하고도 건강한 정액이 사방으로부터 끊임없이 흩뿌려지던 기분과 온도! 으음~!”

참 본능에 충실한 갈보였다.

“그렇게 일인당 열댓 번? 체액조종으로 뽑으니까 죄다 애늙은이처럼 늙어 말라비틀어지더라? 그러다 갑자기 웬 정의의 사도가 도착한 거야! 무려 인근의 수녀원에서 지나가다 이변을 알아채고는 다급히 파견된 젊은 수녀! 친누나인가 했지. 그런데 아니더라!? 웃긴 게 직접 혈연적인 관계는 없지만, 자신에게 있어 의붓동생과 마찬가지인 남자애가 내가 빨아 먹은 한 아이라는 거야! 물론 애늙은이가 되어 평생 제대로 서지도 않을 수준이 됐지. 울부짖으며 아주 격분해서 달려들더라? 그러고는….”

스스로의 경험담을 늘어놓는 음설만으로 취한 메엘은 이미 혼자 오르가슴에 도달하고 있었다.

“의외로 실력은 별것 없었기에 쉽게 제압했어. 다만 움직이지는 못하게 사지를 절단해 주었지. 그리고, 그 남자아이에게 다시 흡정을 시작했어. 남동생을 빼앗겨 절규하는 누나에게, 소년들의 생명력이 잔뜩 들어차 구멍들에서 온통 흘러내리는 나의 엉덩이를 잔뜩 내보이면서…! 그렇게, 나는 새로운 쾌감을 각성했단다아?”

메엘이 몽마의 음란하고도 기다란 혓바닥을 날름댔다.

“있잖아, 내가 왜 이 이야기를 하게?”

메엘이 이지러진 도담한 흉부 아래로 팔짱을 껴보였다.

“너도, 리나가 보는 앞에서 아주 비참하게 될 거다아~!? 지금 확실하게 정했어! 죽이는 건 안 되겠어! 그 오누이와 똑같게! 육봉을 뿌리부터 잘라, 잘근잘근 씹어 줄게에. 그리고 엉망진창인 상태의 너와 격렬히 뒤섞는 것을 리나가 왔을 때 보여 주는 거야! 그걸로 그 아이도 확실하게 무너지겠지! 더 이상 녀석을 지탱하는 버팀목은 없다는 것을! 이젠 나 메엘의 말에 복종할 수밖에 없다는 것으을~! 앗! 흐응!”

나는 욕구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서큐버스에 애초부터 각오 상태였던 정신을 더욱 굳혔다.

이런 악질과 리나 씨가 얽혀 있었으며, 오늘 내가 여기서 무언가를 해내지 않는다면 그녀는 정말 이 악녀의 마수에 떨어지고 만다는 것을.

내가 여지껏 무엇을 위해 살아갔는지 이때야말로 굳게 각인할 때라는 것을.

“절대 넘기지 않는다….”

나는 서서히 전신에서 마력을 일으키며 준비했다.

간신히 스스로의 흥분을 가라앉힌 메엘이 채찍을 쥔 손을 꼼지락대며 고개를 기울였다.

“유언은?”

“무슨 유언?”

“인형. 유언 말이야. 너가 모든 즐거움이 끝나고는 완전한 기능 정지에 들어가기 전에.”

나는 코웃음 쳤다.

“그런 건 전생 이후 단 한 번도 생각하지 않아 잘 모르겠군요. 당신의 끝도 없이 부패해, 정화조차 불가능할 하수구들의 수질 관리나 어떻겠습니까?”

“그 더러운 하수구들에 신념과 영혼마저 모조리 뽑아내며 절규하게 해줄 테니까안~!”

드높게 전희하는 서큐버스가 폭발적으로 마력을 끌어올렸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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