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6화 〉 서큐버스의 사명
* * *
“안냥~! 리나는 안에 있어!?”
“주인님께서는 현재 외출하셨습니다.”
석유처럼 검고 끈덕진 느낌의 정수리에 높게 올려 묶은 롱 웨이브 포니테일.
팔짱을 끼고는 남은 팔을 화사히 웃는 얼굴로 휘젓던 서큐버스 메엘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뭐? 너희 오늘 휴무일 아니었어? 그걸 알고 분명 있지 않을까 싶은 시간대에 온 건데?”
“연금과 합성을 위해 쓰이는 플라스크를 비롯한 필수 비품들이 떨어져, 시내의 유리상들에 급하게 구입하러 나가셨습니다.”
“뭐…….”
핏빛처럼 시뻘건 원색의 붉은 피부 서큐버스가 지긋이 입을 벌린다.
이내 완전히 팔짱을 끼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그런 필수 비품들과 물품들을 제대로 관리도 못하면서, 무슨 연금공방을 운영한다는 건지…. 암만 봐도 허술하네~! 뭐, 어쨌든 안에서 기다릴게!”
타악, 다시금 나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은 메엘이 한쪽 어깨로 나의 가슴을 밀치고 들어섰다.
안쪽으로 열린 현관문에 떠밀린 나는 뒷손으로 문고리를 다시 닫으며 그녀를 뒤따랐다.
눈앞에서 살랑대며 흔들리는 허벅지까지 늘어진 기나긴 검은 꽁지머리.
몽마 특유의 단아한 고유의 화향이 실내에 가득 들어차 갔다.
죄다 육덕지고도 음탕한 그녀의 미체에서 발산되고 있다.
거실에 들어선 그녀가 그녀가 돌연 펄쩍 뛰었다.
“후아…… 그럼 그때까지 시간이나 죽이고 있어야 된다는 말이잖아.”
풀썩, 메엘이 소파의 하나에 다리를 꼬며 착석했다.
공방이 제 집인 줄 알고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는 서큐버스.
“흥, 흠~ 나, 나앗~!”
미려한 콧노래를 곁들이며 못처럼 비죽한 손톱을 맞물려 다듬어대기까지 한다.
검은 에나멜 느낌의 로라이즈 팬티에 감싸인 육덕진 히프 아래로 쭉 뻗은 탄실한 허벅지.
이내 서큐버스가 손톱을 다듬던 한 손을 들춰, 나를 완전한 자신의 아랫사람 다루듯이 손짓했다.
“얘, 마계산의 홍차나 중간계 남방산의 커피나 좀 타와 보렴. 헬유레이아에서 여기까지 날아오느라 목이 타서 그러니까.”
“마실 것 말씀이시지요. 알겠습니다.”
나는 등을 돌려 메엘이 가리키는 방향인 주방으로 향했다.
즉각 매직 스톤 레인지의 불이 밝혀지고, 찻주전자에 담긴 물이 펄펄 끓는다.
모든 찬장들이 활짝 열어젖혀져 현재 갖춘 찬거리들을 개방하고 접시들을 나열한다.
부엌의 우측 벽면에 위치한 빙마석이 내장된 냉고로부터 식재료들을 꺼내 늘어놓고는 조리대에서 요리를 시작했다.
전생의 냉장고와 그닥 다를 것도 없는, 이세계 버전의 오버 테크놀로지 물품들의 하나.
사용자의 설정에 따라 냉장고와 냉동고의 전환은 물론이거니와, 범위의 지정에 따라 냉장실과 냉동실의 기능적 분류도 가능하다.
1층의 나의 개인실 전방에 위치한 실험실에도 온갖 특수성들의 소재들을 다목적에 맞춰 냉동시킨 냉고가 하나 완비되어 있다.
자체가 방대한 마력의 집산인 마대륙의 원천으로부터 제공되는 산물들의 은총으로 특수한 용도들의 마도구들이 풍부하며, 마광산들로부터 채광되는 다양한 속성들의 마석들이 넘쳐나는 마계에서는 평균적인 재력을 갖춘 평범한 가정집이라면 어디나 갖추고 있다.
중간계에서는 최소 백작급 이상은 되는 귀족들이나 그에 준하는 부를 갖춘 거상들과 부호들의 사저들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고가품이라 한다.
상시 빙마석이 급속으로 소모되며, 생각보다 정밀한 마도구인지라 숙련된 기술을 지닌 마도공의 정기적인 정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애초 마석등 자체도 중간계에서라면 평범한 서민의 가정은 꿈도 못 꾸는 고급품이다.
같은 마술식과 마석식을 중첩한 원리인, 매직 스톤 레인지 하단에 부착된 매직 스톤 오븐에 들어찬 육류들이 노릇노릇하게 구워지고 바삭하게 익혀져 갔다.
“헬스 치킨 훈제와 닭다리 튀김. 블레이즈 버펄로 육회. 플레임 옥스 소꼬리찜. 블랙 위트로 구운 흑밀빵과 레드 라이스로 볶은 적쌀볶음밥. 점보 워트호그 커틀릿. 섀도 디어 등심 스테이크. 칠흑해산 철갑고래 지느러미 스튜. 심연산 심연어 절임. 새끼 딥 피라냐 꼬치구이. 외다리조개와 칼송사리의 어패류 수프. 비명콩과 지옥감자 찜. 블루 레튜스에 크림슨 베고니아 소스를 곁들인 샐러드. 디저트로 블러드 푸딩과 드라이 아이스크림 등…….”
배고픈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극받을 고소하게 피어오르는 풍미.
늘 그렇듯이 본디는 중간계 자생의 농작물들을 마족 원정대가 약탈해 반입한 것을 마계의 풍토에 적응시켜 현지화한 것과, 본디 마계산의 특산품들이 뒤죽박죽 혼재되어 있다.
일부는 마혈이 흐르는 마의 일족이 아니라면 결코 취식해서는 안 될 독성이나 치사량의 맹독성마저 함유되었지만, 아무래도 상관없겠지.
어차피 집에서는 나 말고 이런 유형의 식사를 먹는 사람도 없지만, 최대한의 한도로 차린 만찬을 접시들과 은접시들에 보기 좋게 나눠 담았다.
주방의 한 켠에 비치된 접대용 서빙 카트에 모든 층들이 들어차도록 빽빽이 싣고 거실로 날랐다.
서큐버스가 주문한 음료는 전혀 준비하지 않았다.
누구든 먹다 목이 막혀 죽을, 명백히 특정한 의도성의 내포.
약 1시간을 소요하고 그렇게 거실로 들어서자 심히 따분한 표정으로 팔짱을 끼고 다리를 꼰 서큐버스가 보였다.
“주문하신 요리들이 나왔습니다.”
나는 서빙 카트를 밀며 서큐버스의 곁까지 나아갔다.
그러고는 서빙 카트에 들어찬 열댓 개도 넘어가는 접시들을 테이블에 세팅했다.
일부는 도저히 애초 접객용인 테이블에 모조리 올라가지 않기에 주변부의 카펫 바닥에 늘어놓고 내깔았다.
그걸 소파의 팔걸이에 팔꿈치를 걸쳐 턱을 괸 메엘이 뚫어지게 바라봤다.
“뭐야?”
심히 심드렁한 표정으로 묻는다.
나는 화사한 미소로 답변했다.
“식사입니다.”
서큐버스의 표정이 노골적인 못마땅함으로 물들어만 갔다.
“대체 뭐니? 이것들은.”
“중요한 손님이 되실 듯해서, 한껏 솜씨를 발휘해 보았습니다.”
모든 음식을 준비한 나는 몇 걸음을 뒤로 물러나 공손히 손을 모아 시립했다.
“내가 주문한 건 단 하나도 없네?”
“시장하신 듯해 보였기 때문입니다. 무언가를 먼저 마시면 식사에 지장이 갑니다.”
“너 지금 나 조롱하는 거지. 그치?”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당신은 리나 씨의 상관이자 제게 있어서도 소중한 손님입니다.”
나는 들춘 오른팔을 크게 휘저으며 허리를 굽혀 신사의 인사를 날렸다.
“남기지 말고 모조리 드십시오.”
“이게 몽마의 식단이라고 생각해? 몽마가 정상적으로 먹는 식사냐구.”
“식사 맛있게 하십시오.”
“이게 몽마의 식사인지 알아, 몰라? 서큐버스를 여주인으로 모시는 녀석이?”
“압니다.”
“근데 이게 뭐냐구!!!”
빽 일갈을 내지른 서큐버스가 손짓을 낮춰 요리들이 잔뜩 깔린 테이블을 가리켰다.
“내가 차 한 잔만 얻어 마시자 했지, 만찬을 처먹여 달라고 했니? 엉!?”
“무언가를 마시면 식사를 할 수가 없습니다.”
“장난하니!?”
“눈을 딱 감으시고, 포크 한 번이라도 뜨신다면 신세계에의 진입이 일어날 것입니다.”
“장난해!? 어!?”
콰르르르륵! 차차차차앙!
요란한 파열음과 함께 테이블의 다리가 휘도록 잔뜩 깔린 접시의 몇 개가 허공을 날았다.
마계의 기준으로도 중상급 이상은 되는 요리들이 마구 흩뿌려지며 휘날린다.
일부는 바닥의 카펫에 엎질러지고, 벽면까지 날아가 튀겼다.
접시들을 휘날린 메엘이 눈을 감으며 팔로 이마를 짚었다.
“하아! 평시에 이 정도가 너 혼자 처먹는 양인가 보네? 잘나셨어, 정말~!”
“몸에도 좋고 맛도 좋으며 한 숟갈만 뜨면 황홀경을 체험합니다.”
차차차차앙! 콰르르르륵! 와장차아앙! 쨍그라아앙!
테이블에 내깔린 모든 접시들이 쏟아지며 날아갔다.
공간이 안 되기에 카펫에 깐 접시들 역시 모조리 허공으로 날아간다.
몇 번의 발길질들이 추가적으로 더 걷어차이며 준비된 모든 요리들을 휘날린다.
순식간에 거실이 광인이 거나하게 난동이라도 부린 듯한 형상이 되어 버렸다.
“씩! 쒸익! 허윽! 허어어! 하아아아! 와아, 혈압 올라아아아……! 하!”
온갖 뒤섞인 음식물들에 더럽혀진 롱부츠의 발등을 툭 털은 메엘이 이마를 짚으며 탄식했다.
구이류를 망라한 다채로운 요리들이 쏟아지며 카펫을 잔뜩 적시고, 주변의 벽면을 넘어 천장에까지 튀었다.
향신료들도 아낌없이 썼으나, 난잡하게 뒤섞여 버린 혼합물들로부터 혼잡한 음미가 실내에 자욱하게 진동했다.
나는 한쪽 무릎을 굽혀, 카펫에 떨어지거나 깨져 박살난 접시들 속의 흩뿌려진 음식물들을 손끝으로 훑었다.
나름 정성껏 차린 어엿한 접대용 정식이 모조리 못 먹게 되었다.
모조리 버려야 되게 생긴 요리들을 둘러보며 진심으로 탄식했다.
“하나하나가 나름 값나가는 식재료였건만…….”
정장의 옷깃을 여미며 굽혔던 한쪽 무릎을 펴서 일어선다.
“이게 뭐 하는 짓입니까? 무례하군요.”
나는 아직도 분기를 참지 못해 살긋이 벌린 입으로 헐떡대는 붉은 서큐버스에 깐깐히 내뱉었다.
“그렇다 해도 사람이 정성껏 준비한 식사를, 이렇게 걷어차 버리는 것이 정녕 옳은 짓입니까?”
나는 현관문을 향해 손짓했다.
“기본적인 예의조차 탑재되지 않은 손님은 받지 않는 위주입니다. 당신은 금일 리나 씨를 만날 수 없습니다. 즉각 나가 주시기를.”
메엘이 표독스럽게 눈을 부릅떴다.
“야!!!”
아랑곳없이 나는 보다 싸늘히 목소리를 낮췄다.
“썩 나가라 말했습니다.”
나는 재차 현관문을 향해 손짓했다.
“이, 겟……!”
메엘이 상어이빨을 악물었다.
정녕 꿈의 악마라는 이명이 꼭 걸맞는, 악몽에나 나올 듯한 악독스럽게 일그러진 표정을 연출한다.
“주문도 똑바로 못 받아!? 이 머저리 불량품 인형 자식아! 배때지의 모든 내장이 풍선처럼 터져 뒈질 돌대가리 새끼! 대가리에 두뇌 대신 고철 덩어리나 장착한 쓰레기 녀석! 이 호흡 자체가 세상에 해악인 구더기보다 못하며, 썩은 비곗덩이가 차라리 향기로울 정도의 최악인 노폐물 새끼!”
“이쁜 페이스답지 않은 걸걸한 욕설이군요. 모두 당신의 고객들이 플레이 도중 내뱉던 멘트겠지요? 나름 무의식에 내재한 트라우마가 된 형태겠고?”
메엘이 앉은 몸을 움찔 들썩댔다.
”이, 이게에!”
“그것이 창관업의 업보입니다. 설령 목돈은 좀 만지더라도, 종사자의 육체와 정신은 걷잡을 수 없이 피폐해져 가니까. 당신은 이미 파괴되었습니다.”
나는 현관문을 가리키던 삿대질을 그녀를 향했다.
“그게, 나의 여주인을 결코 창관에 내보내지 않으려는 이유입니다. 당신처럼 걸레 쓰레기로 전락하고 말 테니까.”
“하, 참. 나름 후임전사의 리얼돌이기에, 그나마 이쁘게 봐주려 했더니만.”
일순간 메엘이 간드러지던 하이톤의 미성을 음산히 내깔았다.
아마 그녀의 숨겨진 진정한 본성의 표출.
검푸른 눈이 사납게 노려봤다.
“야, 뒈질래?”
“죽는 것보다 더할 일을 겪을 것은 당신이겠지요.”
“너 죽고 싶지.”
“여지껏 제게 그런 망언을 내뱉은 반수 이상이 되려 역살해당했습니다.”
“그, 으으으윽……!”
검은 눈자위에 갇힌 짙푸른 눈동자를 치뜬 메엘이 부들댔다.
한쪽 입가에 미약한 거품마저 흘러나올 정도로 진심으로 격노했다.
“하, 아아……!”
이내 다시금 회복한 청초한 미성을 흘리며 눈을 감아 손으로 이마를 짚고는 절레절레 내저었다.
믿을 수 없을 페이스의 전환이었다.
아마 이것 역시 창관의 선수로서 습득한 대처법 및 처세술.
“응~ 아니지, 아냐. 나처럼 엄청 이쁘고 무지 비싼 여자가, 이딴 잡동사니 인형 따위에 휘둘려서야~ 흐응! 아, 그렇게 할까!? 옳지! 바로 그거네! 얘, 지금 너한테 기회를 베풀어 줄게! 참고로 남자한테는 포상이다아~!? 손님들 중에는 이용 시간 내내 이것만 하다 가는 성애자들도 무궁무진하다아~!?”
짙푸른 혀를 날름대는 메엘이 돌연 텅 비워진 테이블에 오른다리를 떡 걸쳐 올렸다.
탄실한 각선미의 허벅지까지 감싸는 검은 에나멜 느낌의 롱부츠.
“혹시, 나처럼 예쁘고 야한 여자의 맨발에 관심 있어어~!?”
이죽대는 메엘의 오른발에 검푸른 흑청색의 장미 화편들이 하늘하늘 피어올랐다.
미약한 몽마향이 풍기며 꽃잎들은 허공에 흔적도 없이 용해되듯 녹아들었다.
핏빛처럼 붉은 원색의 피부에, 육덕진 미체의 절반 이상은 충분히 차지하는 탄실하고도 쭉 뻗은 건강미 넘치는 각선미.
꼼질대는 다섯 발가락들의 첨단에는, 그녀의 못처럼 기다란 손톱 색상과 동일한 검은 발톱들이 비죽한 펜촉 모양으로 돋아 있다.
몽마복은 마력 재질로 구현화되는 원리로, 구현하고 있을 때는 실제 옷의 감각과 같으며 피부에 달라붙게 하는 기묘한 재주도 가능하다.
그것이 일부 몽마들이 정말 독특한 디자인의 옷가지마저 피부에 스티커처럼 찰싹 붙어 용케 유지시키는 원리.
그 의상에 뒤덮였다 개방된 일부 맨살의 형태가 나의 눈앞에 적나라하게 내보여지고 있었다.
여자의 발 성애자라면 눈이 돌아갈 형태의 결정체이긴 하다.
“자아, 포상이야! 핥아~! 마음껏 핥아두 돼~! 만약 개처럼 발가락 사이를 싹싹 잘 핥고 너무나 빨아들이면, 금일 있었던 일은 없는 걸로 해줄게! 아, 만약 너무도 기대 이상이면, 추가적인 서비스가 들어갈지도~!? 서큐버스의 리얼돌이자 섹스토이 아니랄까봐, 나름 물건은 튼실한 것 같으니까! 여기에 비비다 흩뿌리게도 해줄게!? 우, 훗!”
실로 어여쁜 형태이긴 하나, 나는 냉랭히 선을 그었다.
“더러운 암퇘지의 족발을 핥는 취미는 아직 없습니다만.”
“…이 개자식아. 죽을래? 죽고 싶냐? 어?”
다시금 목소리를 내깐 메엘이 벌컥 자리를 박찼다.
마력의 결정화를 이루는 화편들이 오른다리에 하늘하늘 모여들어 롱부츠를 재차 형상화하고는, 구둣발들을 또각대며 내게 성큼성큼 다가와서 와락 멱살을 낚아챘다.
“이 비루하고도 비천한, 극상으로 천박한 것이이이!!! 축생!!!”
나의 얼굴에 쩍 젖혀진 입으로부터 발사된 침방울들이 잔뜩 흩뿌려졌다.
마의 일족이 분노한 증거, 메엘이 표독스럽게 일그러진 얼굴로 검은 눈자위에 둘러싸인 진청색 눈동자를 형형하게 발광했다.
“어째서 당신이 고객들에게 주로 듣던 악담을 끊임없이 제게 그대로 써먹습니까? 줏대도 없고 자존감마저 내버렸습니까? 아아, 평소 내재된 억울한 욕망의 표출인가 보군요. 참으로 딱합니다.”
“야!!!”
아이러니하게도, 이 상황마저 남성의 본능을 극한까지 자극시키는 농염한 화향이 감돈다.
나의 눈높이보다 다소 낮은 그녀를 그저 심유한 눈길로 내려봤다.
“이리 나오시지요. 공방 내부의 기물이 파손되면 곤란합니다.”
“이게에! 니가 뭔데 명령질이냐!”
나는 부드럽게 손목을 휘저어 나의 멱살을 움켜잡은 메엘의 손아귀를 떨쳤다.
“나오십시오.”
“그러니까 네까짓 게 뭔데 명령질이냐구!”
“나오라 말했습니다.”
“이게 진짜 죽고 싶어 환장했네! 야! 너가 대체 뭐야!?”
“나오지 않으면, 힘으로 끌어냅니다.”
메엘이 이죽대는 비웃음을 입가까지 내걸었다.
“어멋~? 정녕 너가 이래라저래라 할 권리가 있다고 보는 거야? 그 아이의 상관이자, 너의 주인보다도 더욱 드높은 존재에게에~!?”
“마지막 경고입니다. 즉각 밖으로 나오지 않으면 힘으로 끌어냅니다.”
“……이게 건방지겟.”
붉은 서큐버스가 다시금 상어이빨을 악물고 부들댔다.
한참의 분노의 표출.
이윽고 쩌렁한 목소리로 외쳐댄다.
“어머~! 그 아이가 참으로 아쉬워하겠네? 그렇게나 아끼며, 자신의 남편이 될 인형이 처참히 산산조각이 나서 공방의 지붕이니 벽면이니 전방의 공터니 비료처럼 흩뿌려진 것을 볼 때? 앗, 흥~! 그 모습도 나름 귀여울 것 같아아~! 기대되네에~! 오히려 잘 됐나? 너만 사라지면 그 아이를 확실하게 창관으로 끌어들일 수 있을 테니. 이 우스꽝스럽고 같잖은 공방은 처닫아 버리고 말이얏!”
나는 재차 현관문에 손짓했다.
“그만 주절대고 빨랑 튀어 나가십쇼. 정말 떠벌떠벌 질리도록 나불대네.”
“뭐어, 잘 된 것이려나? 옆에서 뭐라 왕왕대는 방해꾼 녀석이 확실하게 떨어져 나갈 테니깐. 이걸로 확실히 창관에 끌어들일 수 있겠어! 우훗! 녀석이 창관에 들어와야, 영업을 전담시키고 내가 한동안 휴가를 나가지! 우훗~!”
메엘이 정수리에 땋은 커다랗고 길쭉한 포니테일을 휙 내저었다.
쏟아진 음식들로 온통 난장판이 된 거실을 지나, 즉각 현관문으로 성큼성큼 나아간다.
먼저 손을 내뻗어 문고리를 돌렸다.
“알았어. 밖으로 나와. 맞짱을 원하면 까야지~?”
나긋하게 내뱉은 붉은 서큐버스가 즉각 열어젖혀진 문밖으로 나가 버렸다.
나는 열린 현관문 외부로 들어오는 주간의 마계의 핏빛처럼 붉은 하늘과 석유처럼 시커먼 구름들의 풍광을 잠시 바라보았다.
“개잡년.”
이윽고 발걸음을 옮겨 공방 앞의 공터로 까마득하게 멀어지는 메엘의 뒷모습을 따라 나갔다.
건방진 걸레에 참교육을 시전할 때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