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4화 〉 서큐버스의 사명
* * *
“우훗, 왜 그렇게 서큐버스의 사명이자 본업을 거절하려 드는 걸까나아……?”
끈덕진 흑발에 핏빛 피부의 서큐버스, 메엘 녹스 파키나 슈렐리안이 질척한 애성을 흘렸다.
브라탑 형식의 미니 코르셋에 받쳐진, D컵은 되고도 넘칠 듯한 흉부를 팔짱들로 비벼댄다.
짙푸른 혀를 기나길게 빼물어 날름대는 메엘을 리나 씨가 차가운 시선으로 바라봤다.
“각자 살아온 환경과, 추구하는 가치에 따라 다른 답안이 나올 수 있는 문제라고 봐요.”
리나 씨의 목소리는 다소 애잔하게까지 느껴지는 감정으로 낮게 떨리고 있었다.
“제가 정기가 부족하고 허덕여, 길거리에서 다리를 벌려야 할 정도로 쇠락한 몽마도 아니구……. 그리고 무엇보다.”
나의 서큐버스의 어떤 핑크 사파이어보다도 진하며 아름다울까 싶지 않은 분홍빛 홍채가 나를 향했다.
“미래를 기약한 남자가 있어요.”
“누구인데? 그게?”
메엘이 진심으로 모르겠다는 듯한 눈길을 흘리며 고개를 기웃댔다.
리나 씨는 그 질문에 딱히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돌린 고개를 내게 굳건히 유지할 뿐이었다.
그에 반사적으로 메엘의 고개도 함께 돌아갔다.
“……응?”
검은 눈자위에 감싸인 서큐버스의 진청색 눈동자가 나를 뚫어지게 주시한다.
처음에 딱히 무감각하던 눈빛은, 이내 폭발할 듯한 감정으로 치솟는다.
“너, 너어……! 서, 설마!? 저 인형 따위가?”
“네. 맞아요.”
“저, 정말……? 호문쿨루스 따위를 남편으로 삼으려구!? 니가 만든 것을!?”
“모두 맞아요. 결혼하고 나서는, 아이까지 낳아 엄마가 될 예정이에요.”
일순간 붉은 서큐버스로부터 발광이 일어났다.
“끅! 아! 하하하하핫!!! 푸! 하하하하핫!!!!!!”
공방의 구석에서 문을 잠그고 있어도 다 들릴 만한 전위적인 폭소였다.
팔목으로 배를 끌어안은 서큐버스가 소파에 걸친 양다리를 튕겨댔다.
“호문쿨루스랑 결혼으을!? 미쳤구나! 거기다 쟤와의 사이에서 캠비온을 낳겠다구!? 너 완전히 미친 거 아냐!? 무슨 서큐버스가 결혼을 해! 이 남자 저 남자에 들러붙으며 쪽쪽 빨아먹고 즐기기에 바쁠 텐데~! 남자들은, 생각보다 결혼한 여자들을 별로 안 좋아한다굿!? 풉! 끄끄끄끄끅!!! 아햐햐햐햣!!!”
메엘이 금방이라도 숨이 넘어갈 듯이 급격히 헐떡였다.
필사적으로 배를 끌어안아 심호흡을 가라앉히려 노력한다.
움직이지 않는 것은 정지한 듯이 굳은 나와 리나 씨뿐이었다.
“무엇이라고 생각하셔도 좋아요. 밖에 나가서 마음껏 떠들고 퍼뜨리셔도 좋아요. 하지만 이것은 진실이니까. 저는 서큐버스 리나. 나의 호문쿨루스에 대한 마음은, 처음 봤던 그 순간과 마찬가지로, 결코 변화하지 않아. 서로가 함께 무덤에 들어가고, 각자의 혼이 영결식마저 치른 이후에마저도.”
“아, 아~ 미쳤군. 확실히 미쳤어. 완전히 정신이 나갔어. 너 혼자 살다 보니, 분명하게 맛이 간 모양이구나. 이건 좀 심각한 사안이네.”
가까스로 숨통을 가다듬은 메엘이 눈물로 글썽대는 눈매를 검지로 훔쳤다.
잠시 공방의 손님의 접객을 위해 쓰이는 거실에 어색한 정적이 흘렀다.
그걸 신경 쓰지도 않는다는 메엘이 육덕진 허벅지들을 들춰 다리를 바꿔 꼬았다.
요염히 상체를 구부리고는, 자신의 차받침에 놓인 찻잔을 간드러지게 핀 검지와 소지에 엄지를 받춰 들춘다.
지긋이 눈을 감은 메엘이 잔여한 찻물의 남은 몇 모금을 홀짝대며 모조리 들이켜 버렸다.
취향에 딱이었던 모양.
“으음~ 이 집 차가 참 맛있네.”
무언가 아쉽다는 듯이 입가를 할짝인다.
의례상 놓은 과자들은 역시 하나도 손을 대지 않았다.
정기가 주식인 몽마는 섭취한 음식물을 위장에서 분해해 마력으로 전환하는 식으로 어엿한 식사도 가능하다.
하지만 몽마들의 정식 식사가 아니기에 필요한 양분을 얻기까지 훨씬 많은 열량이 필요하다.
한없이 비슷한 형질을 지닌 흡혈귀들과 마찬가지로.
돌연 메엘의 눈이 예리하고도 음험하게 빛났다.
“음~ 아, 맞다. 그거 하나는 말해야 될 것 같은데.”
“무엇인가요.”
활짝 웃는 얼굴로 검지를 내세우는 메엘에게, 리나 씨가 거의 감정이 잔여하지 않은 공허한 표정을 내비쳤다.
“어디까지나 참고 사항. 나는 너의 상관으로서 교정권이 있는 것은 알지?”
“자신보다 하급의 마전사들에게 상급의 마전사들이 지니는 불변의 권한 말씀이시군요.”
“으응~! 그래! 자신의 휘하에 속한 마전사들이 보다 올바르고도 강인한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필수적으로 보유하며 발휘할 수 있는 권한 말이야!”
싱그러운 눈웃음으로 화사히 웃는 메엘이 끼운 깍지를 볼에 바짝 맞붙였다.
그에 맞춰 약간 긴장감을 굳힌 리나 씨도 덩달아 눈매와 미간을 살포시 찌푸렸다.
“마왕권에 살아가는 모든 신민들은, 각자들이 속한 마의 일족들에서 평균치로 예상되는 세금을 정기적으로 납세할 의무가 있지~! 마세, 혹은 마왕세라 불리는 세금 말이야~!”
“저희가 행여나 탈세를 저질렀을까 봐요? 그런 적은 단 한 번도 없고 꼬박꼬박 납부하고 있거든요?”
리나 씨의 더없이 까칠해진 말투에 메엘이 더욱 목소리를 드높였다.
“내가 하는 말은 그것이 아닌데에~!?”
“저희 공방에서, 벌어들이는 수입……?”
찡긋 윙크하는 메엘이 손가락을 튕겼다.
“맞아! 당연한 거 아냐~! 시청에 신고할 수도 있다아~!? 행여나 유령과 같은 사업체를 운영하는 것으로, 해당 마의 일족원이 납세할 수 있으리라 추산되는 평균치의 과세를 명백히 도피하며 회피하고 있다는 빌미로?”
그녀는 같은 음몽군단에 속한 리나의 상관.
공방의 실적을 체크해 괄목할 정도의 성과가 보이지 않으면, 창관에 나오라 강권하며 협박할 생각으로 여기에 온 것이었다.
“통상적인 서큐버스가 1년 동안 몸을 팔아 낼 수 있는 연수입보다도, 이 공방의 수입이 형편없다는 것이 입증된다면! 마군도 소속의 마시청에서 우르르 쏟아져 나온 마공무원들에 의해! 우르르르릉! 콰아아아앙! 하고는 철거 작업을 당한다는 거지! 업주와 직원들은 탈세 및 가담 혐의로 체포오~! 참고로 저항할 생각은 버리는 게 좋다? 최소가 암영급의 중상급 이상, 혹은 나와 같은 적혈급들도 드물지 않은 전사들의 모임이니까? 사회에서만 순해 보이는 공무원으로 일하고 있을 뿐이지? 사회에서의 마족은 부대에서의 모습과 성향이 완전히 다른 경우도 넘쳐나잖아!? 아, 어쩌면 공방의 철폐가 이루어질지도 모르겠는걸? 너가 꽤나 여기서 실적을 올리며 장사를 잘하고 있던 게 아니라면? 아, 아앗! 물론 당장 하겠다는 것이 아니야! 그저 최악의 상황에는 그럴 비극이 벌어질지도 모른다는 거지이~! 아흣!”
메엘이 목소리를 드높여 전희했다.
리나 씨가 바위와 같은 침묵에 빠져들었다.
반박의 가치조차 느끼지 못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것은 협박인가요.”
“아니, 협박은 무슨? 그냥 엄청 좋은 것을 권유하고 있을 뿐인데에~!? 너 예전보다 꽤나 비뚤어진 것 같다아!? 혹시, 저기 서 있는 바보처럼 생긴 인형한테 받은 악영향인가아~!? 확! 여기서 부숴 버려!?”
“그만두세요.”
“아, 햐햐햐햣! 농담이야! 농~담! 어여쁘고도 깜찍하며 귀여운, 우리 리나 녹스 에파네 페를렌데~! 나의 사랑스러운 후임전사아~!”
메엘이 리나 씨에 고개를 바짝 들이대며 한없이 그윽한 눈길을 내쏘았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신기하다? 무슨 연금술사의 공방에 집사가 있어? 저렇게 집사복도 차려입고 말이야? 무슨 역할 플레이니?”
“제 철저한 취향으로 저렇게 옷을 입혀 놓은 것이니 신경 끄세요. 저의 집사라구요. 뭐 이렇게나 간섭이 많으셔요?”
“어멋~! 우리 리나의 말투가 미묘하게 까칠해졌구나! 어쩜 그런 모습이 더욱 귀여울까~!”
커다란 흉부 아래로 팔짱을 낀 메엘이 백옥처럼 새하얀 상어이빨을 드러내며 환히 웃었다.
“가뜩이나 요즘 사창가에서 드높아진 몽마들의 이탈률과 탈주율로 골머리인데… 너와 같이 서큐버스의 사명을 거부하는 아이들이 있으면 곤란하다는 거야. 인간은 인간에게. 몽마는 몽마에게. 천사는 천사에게 걸맞는 삶의 방식이 있어. 나는 단지, 너가 같은 여자로서 마구 꿰뚫리는 쾌감을 각성하길 바라는 마음뿐이야…. 저 같잖은 인형 따위는 빨리 떨쳐 버리거나 파괴해 버리고 말이지. 세상에, 서큐버스가 자신이 만든 인형과 어울리며 뒤섞이고! 사이에 애까지 만들 생각을 갖추다니! 내가 이걸 밖에 퍼뜨리면 난리가 날걸~!? 물론 나는 선량하고도 착한 서큐버스이기에 비밀로 붙여 줄게~! 너가 창관에 나오기로 약속만 해준다면 말얏! 우훗! 부디, 그 점을 유념해 주었으면 좋겠구나~?”
얼음과도 같은 무표정이 되어 버린 리나 씨가 냉랭하고도 싸늘히 발언했다.
“메엘 님…! 아무리 부대에서는 제게 명령권과 교정권을 갖추신 선임이라 하셔도, 사회에서의 본업마저 깡그리 무시하시는 것은 결코 옳지 못한 처사라 판단됩니다. 왜 제가 창관에 나가지 않기 위한 빌미로 연금공방을 운영한다 보셔요?”
“그러니까 니가 몰라서 그러는 거니까!? 애초 창관에 대해 지대한 오해를 하고 있잖아! 아니야! 그냥 엄청 기분 좋은 일이야! 입과 보지와 똥구멍에 동시에 번갈아 가며 박힌 적 있어!? 하앙~! 상상만으로 보지가 또 찌릿찌릿해지려 한단다~!?”
맞쥔 깍지를 볼에 잔뜩 맞붙인 메엘이 짙푸른 혀를 음탕히 날름댔다.
“물장사 하루 이틀 하니? 내가 이 바닥에서 경력만 몇 년인데에~! 자그마치 76년이야! 금해로 너가 228세, 내가 276세니까. 나야 200세의 성마가 되고는 바로 창관으로 나가 굴려졌으니 단순 계산으로는 그런 건가? 뭐, 여하튼~!”
메엘이 자랑스럽다는 듯이 굽히며 셈하던 손가락들을 화사한 미소를 지으며 활짝 펴보였다.
“똥구멍과 보지와 입에서 동시에 후비던 굵다란 자지들이 빠져나가고는, 모조리 안면에 결집! 얼굴에 쏟아지는 세차고도 강렬한 화이트 샤워! 피부가 따가울 정도로 물총처럼 두드리는 수압! 너가 그것을 알앙~!?”
붉은 서큐버스가 흉부에 양팔을 크로스해 큼직한 젖통들을 출렁였다.
메엘이 앉은 소파에서 시큼한 산취마저 점차적으로 배어 나왔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곤란해요. 사회에서는 메엘 님, 부대에서는 소마장님. 저는 미래를 기약한 남자가 있기에… 이미 관계도 다 맺었다구요? 바로 쟤에요. 저의 반려.”
리나 씨가 결연하고도 굳은 표정으로 내게 손가락을 들춰 가리켰다.
메엘이 찢어지는 비소를 머금으며 내게 사납게 눈을 흘겼다.
“나도 거듭 말하지만! 혹시 저 인형이니!? 그게 대체 어쨌다구!? 서큐버스는 최소 남자가 10명, 20명은 있어야지! 단골의 고객들을 만들면, 얼마나 용돈들을 꽂아 주는지 알아? 지갑에 남자들의 정액에 푹 절은 화대가 마를 날이 없어~!”
메엘의 로라이즈 팬티의 국부가 맞닿는 부위에서 희끄무레한 액즙이 실금되어 소파를 적시기 시작했다.
붉은 서큐버스가 그것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끌어안은 육덕진 미체를 위아래로 들썩댔다.
“…우선, 리나 너는 먼저 매드 고블린과 매드 오크가 중점인 난폭한 손님들에 다뤄질 필요가 있어. 선수들이 머무는 봉사실에 홀로 놓이는 거야. 그리고 최소 수십 이상은 되는 소마대급 인원들에게, 집중적으로 윤간을 당할 필요가 있다는 거지. 녀석들은 마왕군의 수마군 소속으로, 마족들과 저악마들과 악마들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성욕이 강렬한 녀석들이거든. 변경에서는 우리를 중점적으로 납치해서 능욕하고는 자신들의 새끼들을 임신시킨다네? 어쨌든 아찔하고도 강력한 남성미 넘치는 손님들~! 한 일주일 정도는 꽤나 너덜너덜한 신세가 될 거야. 턱이 잘 안 벌어지고, 조갯살이 흐물해지고, 똥구멍도 퉁퉁 부어터지고.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연속적으로 당할 테니깐.”
팔짱을 낀 메엘이 소파에 맞닿는 자신의 국부를 격렬히 비벼댔다.
“이름하여, 신입 길들이기! 몽마들이야 이미 한참 어린 유마기 때에 주로 가족과 주변을 통해 동정을 졸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지만, 아직도 너처럼 희소하게 순결을 보유했던 아이들이 있지! 보다 특별한 케어와 세심한 힐링이 필요한 온실 속의 화초들~! 우리 서큐버스들의 주식은 정액인 것은 당연히 알지? 초기의 길들이기 때는 창관에서 근무한 몽마들이 잔여 정기로 다양한 형태의 음식들을 구현한 정기식 같은 것도 없어. 무조건 욕정을 빼러 온 손님들로부터 질척하게 쏟아지는 정액이야.”
스스로 질척한 음설을 내뱉으며 잔뜩 발정난 서큐버스에게 이미 주변은 안중에도 없었다.
“아, 참고로 리나 너는 어느 곳으로 박히는 것을 좋아하니? 그것은 꽤나 중요한 요소거든. 창관의 선수들은 각기 상대한 손님들의 수와 보낸 밤의 횟수에 따라, 금장미, 은장미, 흑장미, 백장미, 청장미, 홍장미의 여섯 등급으로 나뉘거든. 모험가 조합의 여덟 등급제에서 뒤의 녹등급과 황등급만 빼고는, 창관에 걸맞게 채용시킨 형태야. 수십의 단위인 홍장미와, 수백의 단위인 청장미도 넘어, 얼마 전에 천을 좀 넘은 나는 백장미인데… 머리를 비우고 몸을 팔아 치우며 신나게 흡정한 덕에 힘조차 무진장 강해졌지만? 몽마로서는 희귀하며 중급전사의 적혈급 반열이고? 이것도 사실 우리 몽마족만이 지닌 극강의 이점인데? 창관에서 몸만 계속 팔아도 강해지는? 비위가 좀 필요하며 건강과 정신이 버티느냐가 문제지만?”
메엘이 녹아들 듯이 음탕한 시선으로 리나 씨를 주시했다.
“어디를 잘 구사하냐에 따라서도 진급의 심사에서 묘하게 갈린다? 이건 확실하게 해야 해? 창관도 결국은 등급이 올라가야, 상승한 연봉과 증가한 휴가와 같은 뒤따르는 혜택도 주어지니까? 나는 취향이 애널인데? 여지껏 내 똥구멍에 박은 남자들은 하나같이 엄청나게 폭발시켰다? 직장이 후끈후끈하며 너덜거릴 정도로? 체액조종에 당해 끊임없이 싸지르다 졸도해서 실려 나간 수컷들도 적지 않다?”
“관심 없어요. 그런 불결한 곳에 쟤의 것을 박히고 싶지도 않아요. 쟤도 싫어할 테구요. 딜도나 비즈야 괜찮지만.”
“어머, 섹스토이는 괜찮지만 저 아이의 육봉은 안 된다는 거야~!? 그건 좀 특이하네! 혹시 유마기 때에 어떤 트라우마가 있었니!? 친오빠나 주변의 다른 인큐버스로부터 똥구멍으로 강간당할 뻔했어!?”
“그만하시라구요!”
눈을 부릅뜬 리나 씨가 카랑하게 목소리를 드높여 호통쳤다.
여지껏 투철한 포커페이스를 지키던 그녀라고는 믿기 힘든 반응이었다.
나도 그녀가 애널에 섹스토이를 넣는 것은 되는데, 왜 나의 육봉을 박는 것은 한사코 거부하는지 의문이었다.
무언가 근접한 이야기인 걸까?
“응, 응. 아흣! 그러니깐.”
이미 주변인들은 아랑곳없는 메엘이 본인만의 공간에서 유체이탈 화법을 구사했다.
“…그렇게 항문부터 길들이는 거야. 나도 매드 고블린 챔피언의 곤봉에 가까운 거근을 항문에 박을 때는 꽤나 괴로웠어. 하도 크고 돌기가 표면에 우둘투둘하게 치솟은 형태가 흉악해서, 박음질마다 내 몸을 팍 뚫고는 목구멍까지 치솟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였으니깐. 근데 결국은 가버리게 되더라? 절정의 순간에 직장에 파악! 하고 뜨거운 샤워가 콸콸 쏟아지는 느낌! 최소 수십 초는 넘게 예정된 쾌락에, 뻐금대는 오줌 구멍과 활짝 벌어진 보지에서 물들을 질질 쏟아내며 가버린 다니깐~!? 하앙, 상상만으로 또 젖어 버렸어! 어떡행~! 앗, 흐응~!!! 향!!! 아, 괜찮아! 처음만 그렇지, 결국 다들 익숙해지니깐~!? 아햐햣!!!”
나의 서큐버스를 창관에 넘기려는 서큐버스.
“……!”
눈을 질끈 감고는 입술을 깨문 리나 씨가 허벅지에 얹은 손들을 바들대고 있었다.
진심으로 역겨움을 전력을 다해 참고 있는 기세였다.
“이제 돌아가 주세요. 그리고 저는 결코 창관으로 가지 않아요. 이곳에서 어엿한 직업을 갖추고 있으며, 납세도 제대로 하고 있으니까요. 통상적인 서큐버스가 내는 연수입 따위보다야도 훨씬.”
“흥, 그읏! 그, 그걸!? 어떻게 믿니이이!? 아흐으응!”
나의 서큐버스와 창관의 서큐버스.
사이에 위치한 나는 형언할 수 없이 복잡한 감정이 들었다.
공방을 뜬금없이 찾아온 이 서큐버스는, 군대에서의 계급빨을 이용해 사회에서의 자신의 하급자를 협박하고 있다.
지독한 부조리이자 강압이다.
아무리 마족은 전원이 마왕군이며, 사회와 부대의 차이는 군복을 입냐와 안 입냐의 차이만 있다고 해도.
순전한 자신의 편의를 위해, 사회에서 전혀 상관없는 일을 하던 후임을 끌어들여 근무의 순번표를 좀 더 널널하게 만들 의도.
몽마들은 그나마 온건한 성향이라고는 해도, 결국 마의 일족인 것은 마찬가지다.
한없이 음탕한 서큐버스의 전형이라 볼 수 있는 메엘에 비하면, 섹스토이 샵을 운영하는 라루멘과 피피카는 매우 선량한 수준.
“안 되지…….”
리나 씨가 창관으로 넘겨지는 순간, 재기 불능의 걸레로 전락하고 만다.
그런 불상사는 나의 신념과 투혼을 바쳐서라도 막아야 한다.
갈레인 따위보다도 심대한 위협이다.
나는 그런 심념을 흘리며 뒤에서 공손히 손을 모아 시립한 상태로 고개를 내저었다.
드르륵, 리나 씨가 앉았던 섀도 디어의 소파가 거칠게 뒤로 떠밀렸다.
허벅지까지 닿는 화사한 금빛 트윈테일을 솟구친 리나 씨가 그대로 등을 휭 돌려 거실을 떠났다.
“얘! 얘애~!? 리나! 어딜 가니~!? 아직 대화하던 도중인데에에! 하읏! 하아아앙!”
절정을 향해 도달해 가는 메엘이 손가락들로 국부를 짓누르며 격렬히 비부를 질척였다.
“리나 씨.”
집사인 나는 반사적으로 자리를 떠나는 여주인을 뒤따랐다.
뒤로 상체를 활처럼 휘며 소파에 기대 자위하는 서큐버스로부터 츄츗대는 젖은 물소리가 울렸다.
“하앙~!? 인형! 너는 결코 나를 못 먹어~! 하찮은 호문쿨루스 따위에, 이 야릇하고도 아찔한 음체를 내줄 것만 같아앙~!? 항! 하앙! 하아앙!”
메엘의 신음성을 뒤로 흘리며 먼저 젖혀진 리나 씨의 침실로 뒤따라 들어간다.
리나 씨가 즉각 침대에 허물어지듯 몸을 내던지고 있었다.
“후아, 지쳤다…….”
“괜찮으십니까, 리나 씨.”
“응. 괜찮으니까? 다만 진이 좀 빠졌을 뿐이야.”
팔목으로 이마를 짚고 뻗은 그녀가 몸을 가느다랗게 헐떡였다.
“리나 씨…….”
“오후 동안 잠시 매대 좀 봐줘. 미안, 본래는 나의 순번인 건 아는데, 도저히 손님들에게 표정 관리가 될 것 같지 않아. 상시 화사한 웃음이 우리 에우포리아의 모토인데, 지금으로서는 안 되겠네. 나는 조금 누워 있어야겠어….”
“편히 쉬시기를.”
나는 천천히 뒷걸음질을 쳐 리나 씨의 침실에서 퇴장했다.
소리가 나지 않게 문을 조용히 닫고는, 마지막으로 그녀의 모습을 확인하며 문고리에서 손을 뗀다.
그러고는 등을 돌려 즉각 1층으로 향했다.
다시 1층의 거실로 도달한 내게 활짝 열려 덜컹대는 현관문이 눈에 들어왔다.
외부로 보이는 주간의 마계의 핏빛처럼 붉은 하늘과 석유처럼 시커먼 구름들.
멀지 않은 곳에 헬하운드 패밀리의 리더 녀석이 혀를 빼물고는 곰만한 덩치로 앉아 있었다.
“월! 월월!”
한쪽 입새로 혀를 길게 빼문 녀석이 내게 반갑게 짖었다.
주변으로는 다른 헬하운드들이 공방 전방의 공터를 네발로 어슬렁대는 것을 보며, 메엘의 기척이 공방에서 완전히 사라진 것을 확인했다.
내심 불편했기에 결국은 방으로 도망쳐 버린 리나 씨.
멋대로 떠들다 자위를 저지르고는 도망쳐 버린 메엘.
나는 붉은 피부의 서큐버스가 앉았던 소파를 고개를 돌려 돌아보았다.
섀도 디어의 가죽을 가공해 어둡고도 부드러운 질감의 고급스러운 소파.
전희하며 자위하던 여몽마가 앉았던 곳으로 천천히 발걸음을 옮긴다.
“…….”
소파는 실로 흥건하게 젖어 있었다.
비부가 밀착했던 자리와 주변부.
희끄무레한 물줄기가 온통 질척히 실금되어 쿠션을 적시고 있었다.
나는 서큐버스가 자위를 저지르며 잔뜩 흘린 애액을 향해 낮춘 손길을 내뻗었다.
우유를 연상시키는 강렬한 산취의 액즙에 검지를 돌돌 휘돌리며 충분하게 묻힌다.
그러고는 손가락을 들춰 서큐버스의 애액을 빨아들였다.
삽입된 남성의 촉감을 예민화하는 작용의 서큐버스의 애액.
즉각 반응한 나의 바지 속 하물이 폭발할 듯이 무릎까지 곤두섰다.
실로 시큼한 여몽마의 액체를 맛보며 나는 생각했다.
나의 서큐버스를 창관으로 영입 시도.
총체적 난국. 새로운 난관의 도래.
이 위기를 적극적으로 극복할 필요성이 있었다.
“문제의 발생이로군…….”
새로운 위협이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