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의 서큐버스-73화 (73/80)

〈 73화 〉 서큐버스의 사명

* * *

“창관…이라뇨?”

리나 씨의 침잠한 음성이 거실에 울렸다.

석유처럼 시커멓고 끈덕진 느낌의 정수리에 땋은 긴 흑발 꽁지머리. 핏빛처럼 시뻘건 원색의 붉은 피부색.

검은 눈자위의 서큐버스가 심해빛 눈동자를 반짝였다.

“살짝 혼란해. 그 물음은 질문의 의도 자체를 이해 못한 반응이니? 아니면 무언가 특수한 의도를 함유한 중의적 되물음일까?”

메엘이 그윽하게 내리깐 눈매로 송곳처럼 비죽한 자신의 손톱들을 다듬어댔다.

“어머, 창관이 뭐 하는 곳인지 설마 몰라? 진짜아~!? 서큐버스가!? 푸푸풉!!!”

붉은 서큐버스의 슬며시 비집어진 입새에서 피식 웃음이 터졌다.

“창관. 몸 파는 일. 만물의 마종을 주관하는 가장 어둡고도 깊은 권세를 갖추시고, 지고하시고도 지대하시기에 무구하신 마신이 우리 서큐버스에게 제정하신 자연스럽고도 당연한 섭리. 혹시 부연 설명이 필요해?”

그윽하게 눈매를 내리감은 메엘이 거듭 손톱들을 비벼 다듬었다.

“제게…… 창관에, 나오라구요?”

목이 멘 리나 씨가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하지만……? 저는, 이렇게 사회에서 버젓이 본업이 있는데에…?”

“그게 말이야. 요즘 사창가의 창관들에 공급되는 몽마들의 비율이 떨어졌어.”

메엘이 자신의 눈동자만큼이나 짙푸른 혀끝을 비죽 내밀어 입가를 할짝였다.

“마의 일족은 20세부터 79세까지 마유치원 바일 킨더가르텐을 통학하며 마계에서 살아가기 위한 가장 기초적인 지식을 수료. 80세가 되면 악마통합학원 이블 시드에 입학해서 200세까지 120년의 세월 동안 보다 심화적인 지식과 각자들의 일족들에 걸맞는 전투술을 습득하지. 100세에 1차 생존식, 150세에 2차 성장식, 200세에 3차 성마식을 올려 완전한 성마로 거듭나기까지의 필수 과정이고…. 몽마족 역시 그게 통상적인 전형일 텐데…. 요즘 좀 이상해. 창관에 들어오는 몽마들의 수급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거든.”

손톱 다듬기를 멈춘 메엘이 팔짱을 끼며 요염하게 다리를 꼬았다.

“마의 일족이 200세가 되는 새해, 마계 전역으로부터 마왕성 판데모니움의 대전에 모여든 유마들이 마왕님, 6마군장님들, 72악마교단의 일원들께서 참관하시는 목전에서 성마식을 치르는 것으로 마침내 어엿한 어른으로 인정받고… 이미 출생과 동시에 감별의 안석을 통해 측정한, 자신의 최적인 적성에 맞춰 배속된 마왕군 군단들의 일원으로 마침내 입대하는 것일 텐데… 우리 몽마들이야 어떤 뛰어난 적성이 있건 무조건 음몽군단으로 배속이라지만… 어쨌든 그 전형을 따르지 않고, 딴 길로 새는 놈들이 최근 무지 많다는 이야기야.”

그렇게 말을 마친 메엘의 안면에 심히 못마땅한 기색이 피어올랐다.

“몽마로서의 사명도 거부하고, 사회에서의 다른 직업을 찾거나 헤매는 나약한 녀석들이야 애초 언제나 있었다지만… 요즘은 유달리 그게 극심해졌어. 이제 상부에서는 연락처조차 단절하고 도주하거나 잠적하는 몽마들을 잡기 위한 추격대까지 편성된다는 소문마저 돌아. 몽마 사냥꾼들이라 불리려나? 핫, 불쾌하기는. 뭐, 어쨌든.”

메엘이 팔짱을 낀 손가락들을 토닥였다.

“모르겠어. 마왕권의 제3마군도 아케디아와 제5마군도 굴라에 오면, 몸이 편하게 돈을 쉽게 벌 수 있다는 소문이 그리 쉽게 이끌리는지. 아니면 무언가 대규모 납치와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지는. 몽마들은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았거든. 본래는 사창가에 공급되었어야 했을 수요들이 말이야. 요즘 이것 때문에 내가 있는 퀴르시드 환락가가 아주 흉흉해. 점주인 라미아 퀸 마담 언니고, 점원인 서큐버스들이고 분위기가 말도 아니란다?”

허벅지 사이에 손을 떨군 리나 씨가 의미심장하게 미간을 찌푸렸다.

“그건 좀 수상쩍은 냄새가 나는데요…. 제5마군도 굴라와 제3마군도 아케디아는 마왕권 6마군도들의 북서부와 남부에 위치. 저희가 있는 제6마군도 룩스리아는 북부에 위치. 아케디아와 굴라라면 마물들과 마수들을 부리며 변경을 노략질하고, 마족들을 납치하는 야만마족들의 준동과 침탈이 극심한 지역들이잖아요? 소수의 지휘계 마족들을 제외하고는, 대량의 마물들과 마수들로 편성된 수마군의 두 개 군단이 야전군으로서 상시 주둔하는 이유이기도 하고…. 북서부와 지리적으로 멀지 않은 북부인 이곳까지 이따금 마경의 외곽에 야만마족이나 야생악마가 출몰하거나 목격됐다는 보고가 들어오는데….”

리나 씨가 불안한 눈빛으로 고개를 솟구쳤다.

“…설마? 야만마족이 배후에 관련된 현상? 높은 보수의 일자리라는 허언을 빌미로, 몽마들에 대한 납치를 벌이고 있는 거 아녜요? 녀석들이야 마의 일족들에서 힘이 가장 약한 저희를 상시 노렸으니까요. 아니면 광마약의 대규모 유통이라거나? 이쪽의 내부에 내통자가 있지 않는 이상, 그렇게 쉽게 대규모 실종의 흔적을 은닉할 수 있을 리가? 설마 변경의 마왕군 일부가 내통하고 있는 걸까요? 그건 최악인데요.”

“그거야 우리도 모르지? 알 바도 아니고, 어차피 하루하루를 살아갈 뿐인 소시민 주제에, 그런 것을 과도하게 알려 하다가는 무조건 다칠 뿐이야. 어쨌든, 흐음.”

메엘이 간드러지게 손등으로 턱밑을 쓸었다.

돌연 붉은 피부 서큐버스를 둘러싼 주변의 공기가 끈적하게 변화하기 시작한다.

“공급이 수요에 비해 넘쳐나는 거야 정상이지만,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는 현상이 발생하면 안 되잖아? 덕택에 창관의 기존 선수들만 죽어 나가는 상황이야. 제대로 휴가도 못 나가면서! 물론 돈은 몰리기에 더더욱 벌어 좋다지만! 그러다 시간은 훌쩍 바람처럼 지나 벌써 부대에 복귀일이이~! 이 얼마나 끔찍하고 무시무시한 생각이니!? 아햐햐햐햣!!!”

요사스러운 웃음을 터뜨리는 메엘의 주변으로 숨이 막힐 듯한 화향이 진득하게 밀려 나왔다.

짙푸른 혀를 빼물어 요염히 날름대는 메엘이 내게 흘긋 턱짓했다.

“저건 이제 치우고. 어떻게 서큐버스가 남자 하나로 만족하니? 적어도 수백에 달하는 육봉들에는 뚫려 봤어야지.”

그에 확연히 당혹한 기색을 보이는 리나 씨가 파르르 떨리는 눈매를 내리감으며 말했다.

“부대에서는 소마장님. 사회에서는 저보다 깊은 연배의 선구자이자, 모든 잠드는 종들의 음탕하게 녹아드는 꿈의 악마이신 메엘 님. 즉전의 말씀하신 발언은 용납하기 힘듭니다.”

“저 인형 싸는 양은 적당하니? 그게 가장 중요한 관건인데? 흄 베이스니까, 따로 흡정했거나 서큐버스들로부터 양도식을 치르기 전엔 무정기 상태인 인큐버스들과는 다를 듯하긴 한데?”

돌연 리나 씨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제가 가장 공을 들인 예술품이에요……. 전신의 혈액을 강제로 정액으로 변환시켜 뽑아내는 체액조종을 쓰지 않고도, 기본이 수십 초 정도는 됩니다. 음낭에 조금 특수한 것들을 이식해 두었거든요. 굉장히 기분이 좋았거나, 처한 상황에서 발생하는 쾌감에 따라 최소 두 배 이상 폭증해요……. 최근 급격한 힘의 성장을 이루고 있는데, 그에 맞춰 마찬가지로 사정량도 증대되고 있는 느낌이에요. 갈수록 정기의 농도와 질도 좋아지며 높아지고 있어요.”

“어머! 조금 싸는 편이로구나! 남자라면 기본적으로 그 정도는 되어야지! 하지만!”

메엘이 팔을 번쩍 들춰 리나 씨를 삿대질했다.

“서큐버스라면 강간도 좀 당해 보고 윤간 경험도 있어야지~! 길거리에서 당하는 것과 다르게, 무려 창관에서는 그런 것들을 즐기며 당할 수 있다아아~!? 돈도 엄청 쏟아져 지갑이 빠르게 두둑해져!? 기타 온갖 플레이들을 고객들과의 합의하에 질척하게 즐길 수 있어어~!”

목소리를 드높이며 전희하는 붉은 피부 서큐버스가 손바닥 길이만큼이나 기다란 음란한 혀를 빼물었다.

“너도 마물들과 마수들에게 강간당하고 싶지 않니!?”

“싫어요.”

“가학적인 성향의 마족들에게 죽음 직전까지 매질당하고 채찍질당하고 싶지 않니!? 몇 번, 몇십 번인지도 모르게 오줌과 조수를 뿌리며 가버리고는, 천장에 팔목이 매달린 채로 축 늘어지고 싶지 않니!? 마무리로 더러운 창녀라며 온몸에 오줌이 추적추적 끼얹히고는, 내던져진 화대가 잔뜩 든 가죽 주머니에 얼굴을 강타당하고 싶지 않니!?”

“싫습니다.”

“너가 아무것도 몰라서 그래애~!”

발정에 가까운 희성을 내지르는 서큐버스가 제풀에 신나 소파에 걸친 다리들을 번갈아 튕겨댔다.

눈매를 굳게 내리감은 리나 씨가 입술마저 꾹 다물었다.

파르르 떨리는 입을 지긋이 벌린다.

“…마물들과 마수들을 굉장히 좋아하시는 모양이네요.”

“응! 애초 마족들이랑 저악마들이랑 악마들이야 태생적으로 성욕이 희박하다지만, 마물들과 마수들은 성욕들이 얼마나 강렬한데? 수마군 소속들이 주요 고객이야! 오직 우리 서큐버스에게 싸기 위해 마왕군의 급료를 악착같이 저축하는 미친 발정난 녀석들도 널려 있어! 자위행위까지 최대한 참았다가 오는 뭘 좀 아는 녀석들도 있다아!? 하다가 안이나 밖에 싸는 순간 아주 분수가 따로 없다니까! 정액의 양과 농도도 올라가기에 훨씬 좋기도 하지만~! 아흐응~!!!”

메엘이 리나 씨와 엇비슷한 젖통들을 팔뚝들로 끌어안으며 혀를 빼물고 전희했다.

“너도 알다시피 고블린들과 오크들이 성욕이 굉장히 격렬하잖아. 관계가 시작되면, 적당한 음마술로 강화했을 때에 그렇게나 우악스럽고 멋진 양물일 수가 없어~! 수십 초!? 체액조종으로 뽑아내면 걔네도 그 정도는 기본이야아! 너도 어서 빨리 엉망진창으로 꿰뚫렸으면 좋겠다, 얘~!”

“메엘 님…….”

표정이 전혀 변치 않는 리나 씨가 깊게 탄식성을 내뱉었다.

마주하는 두 서큐버스 모두 실내에서 소파에 앉은지라 날개와 꼬리는 넣고 있다.

자유로운 성향인 몽마들은 실내에서도 날개와 꼬리를 빼고 다니는 경향들이 두드러진다지만.

“얘! 서큐버스는 자고로 몸을 팔아 가며 사는 거라구! 어째서 서큐버스의 사명을 그렇게나 거부하는 걸까나아!? 너가 아직 윤간을 당하며 잊고 있었던 자신을 되찾는 쾌감을 깨닫지 못해서 그래! 눈앞에 불이 번쩍 켜지는 느낌일걸~!?”

“싫습니다…….”

철벽과도 같은 리나 씨의 태도에 메엘이 나에게 더욱 노골적으로 시선을 흘겼다.

“본디 서큐버스는 수많은 파트너를 유지하는 관계야! 애초 그게 태초부터 우리라는 종의 생존을 위한 필수 법칙이었어! 대부분의 서큐버스들이 그렇게 해! 전혀 그릇될 것도 없고, 비윤리적일 것도 없다구! 마신께서 제정하신 섭리를 그대로 따르며 추종하는 것뿐인데 무슨!? 저 인형 따위에만 얽매이지 말라구우~!”

요염히 빼문 혀로 입가를 할짝이는 메엘이 팔을 곁으로 들춰 내게 삿대질했다.

꾹 눈을 내리감았을 뿐인 리나 씨가 그저 서서히 고개를 내저었다.

그에 더욱 애가 탄 듯한 메엘이 목소리를 드높였다.

“내가 있는 창관에 선수가 부족해 죽겠어~! 좀 나오렴!”

“싫어요.”

“돈이야 잔뜩 벌고 있는데 휴가를 못 나가고 있단 말이야~! 벌써 한 달도 넘게 묶였어. 좀 나오면 안 되니~!?”

“싫다구요.”

리나 씨가 굳건한 방어의 태도를 고수했다.

절개가 넘치는 나의 서큐버스였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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