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1화 〉 서큐버스의 사명
* * *
“…그런 일이 있었습니다.”
“지크으! 대체! 어떻게 그런 일이 있었던 거야아!?”
소파에서 양다리를 폴짝 뛰우는 나의 서큐버스.
즉각 공방에 복귀한 나는 모든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갈레인이라는 이름은 나도 몇 번 들어봤어! 도살자 갈레인! 10성기사 베기! 나이트 트롤 킬러! 그야 공방에 오는 마족 손님들을 상대하다 보면 별 이야기를 다 듣게 마련이니까! 마족의 상징과도 같은 이명은 대상의 마생을 상징! 녀석의 성향과 행적을 그대로 투영하는 별명들이겠지! 그런 녀석이 무려 신호의 보유자였어!? 마신의 가호인 데스 어라이즈!? 죽음의 문턱으로부터 부활할 때마다 강해진다!? 거기에 제4군단장의 아들이기까지 해!? 뭐 그런 괴물 같은 뒷배경과 치트를 지닌 조합의 녀석이 다 있냐구!”
리나 씨가 양 주먹을 감아쥐고는 연신 방방 뛴다.
“대체 그런 놈이랑 악연을 쌓아서 뭐 하려구!?”
“말했잖습니까. 그 씨발 새끼와 떨거지들이 리나 씨를 모욕했다구.”
“언어의 폭력은 결코 실질적인 육체를 해치지 못해! 그냥 입으로만 왕왕 짖는 것뿐이니까! 설령 녀석들이 나를 갈보에 창녀라 매도해도, 내가 진짜 그런 건 아닌데! 도대체 왜!?”
“전생에서도 그랬지만, 저는 잘못한 게 단 하나도 없는 사람이 대체 왜 몸을 사리고 벌벌 기어야 하는지 모르겠네요. 몸을 사리고 벌벌 기는 건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가 그래야죠? 결국 여기도 그 빌어먹을 구조는 매한가지네요. 이게 도대체 무슨 개병신 사회 구조입니까? 잘못한 새끼들이 두려워하고 벌벌 떨어야지! 잘못한 게 하나도 없는 사람이 왜 두려워해야 하냐구요!!!”
“쓰레기들과 충돌하면 정상인들이 손해니까 그런 거 아니야! 이 멍청아! 쓰레기들이 괜히 쓰레기겠어!? 온갖 수단을 동원해 정상인들에 피해를 입히는 것들이니까, 그런 것들과는 아예 충돌조차 말아야 된다는 거 아냐! 검은 얼룩에 다가가면 결국 같은 검은 얼룩이 묻어 더럽혀지잖아!?”
리나 씨가 고개를 수그리며 목소리를 드높여 부르짖었다.
“이제 너희들의 하나는 무조건 죽어야 하는 상황이 성립되었어! 그 녀석은 너가 여기 마계에서 살아가게 결코 안 놔둘 테니까! 그 정도 화려한 뒷배경을 가진 녀석이면, 온갖 불법적인 수단을 통해 우리를 파멸시킬 방법을 보유하고 있을걸!? 전력을 다해 너를 참살할 거라구! 너가 죽으면 난 어떻게 살아가라구! 이 일을 대체 어쩔 셈이야! 아흑……!”
찬란한 금실 같은 양 갈래의 허벅지까지 닿는 머리가, 절반 이상 거실의 바닥에 처량하게 늘어졌다.
양손으로 자그마한 어여쁜 두상을 싸쥐고는 북북 긁어대며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그냥, 그냥……! 좀만. 그저 조금만 참지, 그랬어. 매일같이, 너가 어디에 있더라도. 항상 너를 생각하며. 그렇게 서로를 생각하는, 나를 좀 생각해 주면서……!”
그녀 맞은편의 소파에 걸터앉아 등을 묻고 팔짱을 낀 나는 그저 참담한 표정으로 묵묵히 들었다.
똥은 무서워서 피하는 게 아니라 더러워서 피하는 거다.
일순간 전생의 유구한 속담이 회상되었다.
그냥 더러워서 피했어야 하나?
더럽다 걷어차 버리는 게 아닌?
결국 나의 신발에 묻었으니까?
“이미 저지른 일입니다. 함께 나아갑시다.”
가슴에 엄청나게 묵직한 응어리가 바위처럼 얹힌 느낌이다.
하지만 돌이킬 수 없다.
나는 참을 수 없었다.
그렇기에 저질렀다.
그러니 나아갈 뿐.
“우리 몽마들이야 자존감을 내려놓은 존재들이기에, 무슨 일을 당하거나 말을 들어도 그냥 그러려니 하고 살아가지만…! 애초 본업도 창관에서 이리저리 굴려지는 신세라지만…! 마족들은 완전히 달라! 분노와 증오를 형상화한 결정체라구! 마족이 복수심이 얼마나 강한지 알아!? 자신의 입장에서 모욕과 수치라고 생각했던 것은 결코 잊지 않아! 설령 현장에서는 저항할 힘이 없더라도! 속에는 이미 독이 묻은 비수를 품고 벼린 거야!”
리나 씨가 물기로 그렁한 핑크빛 홍채를 들춰 절규했다.
“복수에 얼마나 세월이 걸리든 반드시 돌아온다구! 복수를 하기 위해 살아가는 미친 녀석들도 널렸어! 복수의 쾌감으로 전희하는 정신 나간 것들! 지상의 용사들이 늙은 뒤에는, 지팡이도 못 잡고 홀로 거동도 못할 정도로 노쇠한 상태의 기회를 노려 찾아온 여전히 젊은 마족에게 참혹하게 살해당한 사례들도 몰라!? 마왕군은 자신의 상관에게 진급전을 위한 마투를 걸 때도, 반드시 살해하는 것으로 유명해! 결국 군대라는 특성상 온갖 부조리를 그간 꼭 참았을 테니까! 아니면 재기도 불가능하게 온갖 수모와 모욕을 가하든지! 마경이나 중간계로의 도피나 자살밖에 남은 선택지가 없도록! 지크 너는 그런 족속을 건드린 거야!”
목이 찢어라 고함치는 서큐버스의 절규가 공방을 쩌렁히 울린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가! 죽음의 문턱에서 부활마다 강화!? 뭐 그딴 괴물 치트가 다 있어!? 너보다 더 강한 거 아니야!? 이후에는 너보다도 훨씬 강해져서 돌아오는 거 아니냐구! 그리 되면 어찌 이길 생각이야!? 이제부터 미친 듯이 복수의 칼날을 갈 텐데!?”
“그렇기에 이제부터 피나게 단련할 필요가 생겼습니다. 당신과 저를 지키기 위해서. 조만간 마족들의 공격이 있을지도 몰라요. 아마 야습의 형태겠죠. 헬유레이아 시내의 시공사들을 찾아, 공방 내외부의 전체에 보다 드높은 단계의 지물형 결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겠어요.”
“공방을…… 아주 요새처럼 강화라도 하게?”
“사람들이야 몸만 빼낸다면 그것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지만, 본거지가 홀라당 날아가는 건 다른 의미로 가슴이 아프니까요. 의외로 거금이 나가게 생겼습니다. 하지만 소재를 매각해 돈이 마련되었으니 괜찮습니다. 저희가 각기 용도로 나눈 텔레포트 스크롤도 한동안은 휴대하시기를. 제가 주인장과 몹시 친해지며 알게 된 여관이 있는데, 아예 그쪽으로 전송되는 좌표의 텔레포트 스크롤도 세팅하면 어떨까 합니다. 아예 이 근처에 있는 자체가 위험할 때에 발동하는 용도입니다.”
리나 씨가 빛바랜 허무한 눈동자로 바라봤다.
“복수하러 오면 어쩔 거야?”
“복수하러 오라고 그래요, 그 개새끼. 아주 전신의 뼈를 박살내 갈기갈기 찢어 죽여 버릴 테니까.”
“지크. 그러지 마.”
“오라 그러라고 해! 밤에 마족 수십 명을 끌고 와서 공방을 야습하라 해!!!”
“지크! 하지 말라구!”
“오면 오는 대로 싸그리 대갈통을 깨부수고 모조리 아굴창을 쳐부수면 되지!!! 개씨발 새끼! 내가 고작 그딴 것을 두려워할 군번이야!?”
“지크으으으!!!”
“그러다 밀리면 죽는 거고!!! 까짓 뒈지기밖에 더 하겠어!? 에라이!!! 씨팔!!!”
“지크으! 그러지 말라구! 하으항! 대체 왜 그래애애애!!! 흐아아아아앙!!!!!!”
애원하는 리나 씨가 목을 뒤젖혀 오열하며 다리를 튕겨댔다.
허물어지듯 엎어져서는 무릎 사이에 고개를 묻어 구슬피 흐느낀다.
나는 입술을 짓씹으며 눈을 감았다.
정말 화가 난다.
하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결코 참아서는 안 됐다.
묵직한 응어리의 세계에 들어왔으면, 묵직한 응어리를 품고 살아가기에 익숙해지자.
외출하고 돌아왔더니, 공방은 파괴되고 리나 씨는 한복판에서 싸늘한 시체가 되어 있을지 모른다.
그런 일이 없도록 이제 피나게 단련할 계기가 생겼다고밖에.
“흑……! 흐윽! 흐으응!!!”
눈을 뜬 나는 목을 놓아 서럽게 우는 리나 씨에 고개를 돌렸다.
“…미안합니다, 리나 씨. 흥분했네요.”
“흐윽…! 힝!”
나는 잠시 침묵을 지켰다.
감정적으로 무너진 그녀가 다시 진정할 수 있도록.
이윽고 그녀가 시간이 정지한 것처럼 너무도 서서히 고개를 들췄다.
진심으로 구슬픈 감정의 핑크빛 눈망울이 가득 흘러내리는 습기로 그렁댄다.
“용서해 주세요. 제가 잘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공허하게 눈을 뜬 리나 씨가 서서히 눈을 깜빡였다.
나는 착잡한 감정으로 말을 내뱉었다.
“저의 욕은 얼마든지 참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당신의 욕만큼은 결코 참을 수 없었습니다. …그뿐입니다.”
상체를 곧게 들춘 리나 씨는 양손을 허벅지 사이에 파묻고 있었다.
그저 눈만을 깜빡대며 들어찬 물빛 보석들만을 털어낼 뿐이다.
하지만 나의 관점은 명확하다.
결코 리나 씨를 모욕한 녀석들을 용납할 수 없다.
녀석의 쫄따구가 리나 씨에게 영업 방해 행위를 저질렀다는 것도.
생각만으로 다시 머리에 피가 거꾸로 솟구치며 혈압이 오르는 느낌에 재빨리 생각을 털었다.
어쩌면 조금 리나 씨에게 한 말들을 그대로 번복하며 다시 똑같은 챗바퀴 돌아가는 소리가 될까봐.
다소곳이 착석한 리나 씨가 눈을 그윽하게 내리감았다.
“…나는 잊은 일이었는데. 마족에 그런 진상들이 한둘이야? 그냥 종특이 그런 걸 어떻게 해? 너가 전생하기 전에, 나 혼자 있을 때 겪었던 일들을 늘어놓으면 혈압 올라 잠도 못 자겠네? 흔히 있는 일을 가지고, 그러게 왜 그렇게 과민하게 반응했어.”
“당신을 사랑하니까.”
“에구. 또 그 소리.”
“정말이야. 내가 너 때문에 살아가는 걸 모르냐?”
화사히 웃는 리나 씨가 더없이 싱그러운 미소를 입가에 가득 내걸었다.
그런 그녀의 표정을 훑은 나는 소파의 팔걸이에 팔꿈치를 괸 팔로 이마도 짚고 내뱉었다.
“특히나 저의 주변인들의 욕은 눈이 돌아갑니다. 왜 저 때문에 관계도 없는 주변인들이 욕을 처먹어야 합니까? 누가 그 빡치는 꼴을 참을 수 있습니까? 제게 욕을 해야지, 왜 주변인들에 욕하냐구요? 도저히 참을 수 없었습니다. 그렇기에 저질렀습니다. 저는 본래 그런 성격입니다. 이해를 구할 수도 없겠지만 양해해 주시기를.”
“그럼 이런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 때마다 매번 미쳐 날뛸 거야? 분노에 몸을 맡겨 불과 물도 못 가리고 마구 뛰어들 거냐구.”
“반복하지만 주변인들의 욕은 못 참습니다. 제가 모자라고 부족해서 욕을 가득 처먹는 것은 상관없다구요. 아마 진실일 수도 있을 테니까. 그렇다면 차라리 저의 욕을 해야지, 왜 저의 주변인을 뜬금없이 들먹이며 욕하냐구요. 미친 새끼들이 싸그리 뒈지고 싶어서 환장했나. 저는 당신이 욕을 먹는 것도 못 참고, 저로 인해 주변인들이 욕을 먹는 것도 못 참습니다. 이해를 부탁할 수가 없으니, 그저 양해만 희망합니다.”
“지크는 깊은 의미에서의 심신 수양이 여러모로 필요하겠네~. 특히나 마계에서 살아간다면.”
본연의 페이스를 완전히 회복한 리나 씨가 요염히 손등으로 턱밑을 받치며 히죽댔다.
즉전의 침울한 모습은 어디에도 없다.
분위기를 조금 바꾼 리나 씨가 잠잠히 발언했다.
“…아니면, 이제 장사는 충분히 했어. 내일이라도 자산을 정리하고, 헬유레이아의 시청에 파산 신청을 하자. 그리고 나와 함께 마계의 어딘가로 도피하자. 녀석들과 패거리가 결코 찾아낼 수 없을, 마경 한복판이나 마수해 혹은 마수림 가장 깊숙한 곳이라도. 내가 노력한다고 해서, 위대한 대연금술사가 된다는 보장도 없고……! 서큐버스 주제에 연금술사는 무슨. 어차피 자질은 지지리도 없는 멍충이니까.”
돌연 리나 씨의 안색이 시뻘겋게 달아오르며 고개를 푹 수그렸다.
허벅지 사이에 묻은 손가락들을 매만지고 꼼질대며 화사한 금빛 트윈테일을 휘적댄다.
어찌나 얼굴이 상기되었는지 솟구치고 있는 혈류로 폭발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였다.
“내가 모은 돈으로 최초로 집을 가진 여기서, 너와 결혼식을 올리고 싶었는데…. 서큐버스와는 지지리도 안 어울리는 웨딩 드레스도 입어 보고. 정식으로 부부가 되어 로맨틱한 초야도 보내고, 캠비온들도 너가 타령하는 대로 잔뜩 낳아 주려 했는데…. 언젠가는 엄마가 될 생각을 하고 있으니깐. 결국 몽마의 슬픈 꿈이 되려나.”
나는 지긋이 눈을 감으며 완강히 고개를 내저었다.
“아니오, 저희는 어디에도 떠나지 않습니다. 이곳에 언제까지고 붙박이처럼 틀어박혀 있을 거라구요. 잘못한 게 하나도 없는데 대체 왜 떠나야 합니까? 떠난다면 가해자 새끼들이 여기 마계를 떠나야죠. 가급적이면 이승도 떠나는 편이 좋고. 제발 그편이 최적일 텐데.”
“지크! 또 그 소리야!? 현실을 좀 보라구!”
고개를 번쩍 들춘 리나 씨가 발끈해 소리쳤다.
그러고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떨군다.
기어드는 목소리로 힘겹게 발언했다.
“…그도 아니라면, 마계를 떠나자. 너와 외모는 꽤나 판이하다지만, 너의 동족들이 가장 많은 중간계로 이주하자. 그리고 거기에서 지상인들을 상대로 공방을 차리자. 딱히 주변국들과 전란이나 도적떼들 같은 것도 없는, 괜찮은 풍토와 환경을 가진 적당한 왕국에 정착하는 거야. 지상인들은 마계인들과는 비교도 되지 않게 순하고 착하잖아? 거기도 탐욕스러운 영주의 폭정이나, 주신교도들에 부가되는 주신세나, 도적떼들의 패악질이나, 여기 마계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닐 마물들과 마수들의 몬스터 웨이브도 이따금 있다지만, 그야 사람이 살아가는 곳에서는 언제나 있으며 안고 가는 개념이고….”
리나 씨가 양손을 들춰 손가락들을 이리저리 세며 헤아렸다.
“아예 웨어울프나 뱀파이어 같은 밤의 일족들을 전문적으로 사냥하는 밤사냥꾼들마저 있지만, 녀석들은 수렵명이 떨어진 때가 아니라면 평시에는 아예 보기조차 매우 힘들고. 지상의 마물 같지 않은 허약한 것들이야, 내가 모조리 복속해 버리면 위협도 안 될 테고. …아마, 나는 평생 후드를 깊게 눌러써서 뿔을 가리고, 위장용 마술들로 추가적인 은닉까지 하며 살아가야겠지만.”
“고작 생각한 게 이젠 지상으로의 도피행입니까? 기각. 제가 당신이 그 꼴로 살아가게 허가할 것 같습니까? 리나 씨가 그리 좋아하는 반복 피스톤질도 아니고 말을 번복하게 하시네요. 우리는 결코 마계를 안 떠납니다. 이곳에 붙박이 옷장처럼 틀어박힐 거라구요.”
“야! 진짜! 지금 누구 때문에 이 사단이 났는데, 그런 말투로 잘난 듯이 말하는 건데!? 앙!?”
발끈한 리나 씨가 특유의 트레이드 포즈로 옆구리를 짚고는 삿대질한다.
왱알앵알대는 리나 씨의 설교를 한쪽 귀로 듣고 남은 귀로 흘리며 곰곰이 생각했다.
중간계 이주.
나 역시 멀쩡할 것은 아니다.
전생의 지구에서도, 현대임에도 얼마나 동양인들이 서양인들에게 차별을 받던가?
이곳 마계인들과 마찬가지로, 중간계인들의 외모는 전생의 서양인들과 동일한 이목구비 형질.
마계보다는 덜할 뿐이지, 동양인인 나는 생김새 때문에 여전히 온갖 시비와 갈등에 시달릴 가능성이 있었다.
정착한 왕국에 속한 지방의 영주와 세금과 관련해 간섭을 받거나, 온갖 시시콜콜한 것을 들먹이는 이상한 놈들이 들러붙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다.
최악의 상황에는, 석궁 및 은탄환과 성수에 버무린 못 박힌 쇠사슬 채찍과 같은 온갖 성물들로 밤의 일족들을 격멸한다는 밤사냥꾼들에게 리나 씨가 발각되어 사냥당할지 모른다.
아예 전생의 옛날 중국과 비슷하며 무공이라는 체계가 존재하는 머나먼 동방으로 넘어가지 않는 이상은 불 보듯 확실하다.
어쩌면 내가 여지껏 마계에서 겪은 것과는 전혀 다른 형태의 갈등을 직면할 공산이 컸다.
내가 아직까지는 결코 저지르지 않은 살인마저 하고 말 가능성도.
결국 나와 리나 씨 모두 괴로워질 양상 및 상황.
“우리는 마계인입니다. 저도 겉모습만 이럴 뿐이지 실질적으로는 마혈이 흐르는 마족이라구요. 잘못한 게 없는데 어째서 떠나야 합니까!? 우리는! 어디에도 떠나지 않습니다! 이곳이 우리의 고향이며, 우리는 이곳의 주민이기 때문입니다!
나는 목청을 드높여 나의 확고한 지론을 토했다.
나의 서큐버스가 핑크빛 홍채를 지긋이 깜빡대며 그저 바라보았다.
이내 팔을 들춰 이마를 짚고는 고개와 트윈테일들을 절레절레 내저었다.
“이건 아무래도 쉽게 결론이 날 이야기가 아닌 것 같네.”
“그러게 말입니다. 이렇게나 끊임없이 서로의 의견이 충돌해서야 원.”
나는 꼰 다리의 무릎에 깍지를 끼우며 느른히 웃었다.
기왕 말이 나온 김에 덧붙일 것이 마침 떠오른다.
“공방의 강화식과 관련해서 나온 말인데, 어쩌면 공방 자체의 규모도 증축해야 할지 몰라요.”
“응? 왜?”
“이틀 뒤에 파릴케가 가족이 되러 오는 것처럼, 몇몇 여자들이 더 올지도 모를 것 같거든요.”
“후오오오오~! 지, 진짜아아아!?”
눈에서 별빛을 총총히 내쏘는 리나 씨가 즉각 자리를 박차 날아올랐다.
허공에 꿇은 무릎을 띄우고는 내게 바짝 다가와 고개를 드민다.
역시 음마다.
“파릴케를 제외하고도 관계를 맺은 여자 레서 데몬과 여자 데몬도 있습니다. 현재는 딱히 만날 필요가 없어서 그냥 있는데, 어쩌면 그녀들도 들어올지 모를 것 같고……. 길드에서도 의외의 인연들과 둘이나 엮였습니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그녀들도 함께 동거하게 될지 몰라요. 그렇다면 층을 늘리고 방도 늘리는 것은 필수죠.”
“우홧! 왜 진즉 얘기 안 했어! 왜! 왜애!? 너와 나의 사이에 같이 몸을 뒤섞을 여자들이 잔뜩 늘어나기만 하면야, 나야 대환영이지이~! 더 짜릿하고 아찔하게 가버릴 수 있잖앙~!? 서큐버스들 사이에서는 여자들 여럿과 남자 하나와 잔 경험은 무조건 있어야 해! 함께 했던 여자들이 많을수록 자랑이기도 하구! 에헷~!”
찡긋 윙크하는 리나 씨가 내게 콧대가 밀착할 정도로 얼굴을 바짝 드밀었다.
어느새 불쑥 튀어나온 큼직한 박쥐 날개들이 행글라이더처럼 그녀를 허공에 고정한다.
나는 그녀의 모습에 피식 웃으며 손바닥으로 이마를 쓸어내렸다.
“뭐, 그런 거죠…….”
어쩐 이유인지는 몰라도, 나는 함께 살 인원들이 늘어날 느낌을 받았다.
만약 여자들을 함께 동거할 가족으로 맞아들인다면, 밤의 즐거움을 떠나 공방을 방어할 인원들도 느는 셈이 아닌가?
의외로 전술적으로도 득이 넘쳐날지 모른다.
나름 머리를 굴린 결과였다.
“언제! 언제에!? 나머지 여자들은 언제 와아!?”
“…그냥. 모르겠습니다. 아직 그럴 가능성은 전혀 없지만, 그저 느낌이에요.”
트노시아. 카티샤. 아비카. 규리스.
결국 그녀들도 공방에 들어와 함께 동거하는 가족이 될까?
그런 느낌이 불현듯 강렬히 들었다.
리나 씨를 필두로, 파릴케, 트노시아, 카티샤, 아비카, 규리스가 돌아가며 내게 봉사를…….
마의 일족 여자들과, 매일 녹아드는 밤을…….
“상황에 맞지 않는 상상.”
나는 재빨리 고개를 털어 상념도 털어 버렸다.
정면의 시선에서 리나 씨가 어느새 사라져 있었다.
반사적으로 시선을 내린다.
소파에 앉아 다리를 벌리고 앉은 사이에 무릎을 꿇은 그녀가 보였다.
“너가 꼴리는 이야기를 꺼내서 나를 흥분시켰어. 책임져.”
분위기를 요염히 역변한 그녀가 손바닥을 내밀어 나의 고간을 느른히 어루만지기 시작했다.
뭐지? 갑자기 플레이인가?
“파릴케가 오면, 저지를 짓도 이미 다 구상하셨나요?”
“이를 말이겠어? 수십 가지 체위와 수백 가지 플레이도 넘어가. 상황에 맞게 내뱉을 대사들의 생각들도 모두 마쳤어. 굉장한 미녀 마족이던데, 보다 음탕하게 굴려지도록 길을 들여 놓아야지.”
“실로 요망한 서큐버스로군요.”
나는 담백히 내뱉었다.
아이러니하게도, 파릴케를 생각하니 나의 하물이 우뚝 곧추섰다.
이미 나의 앞섶을 끄르고 하물을 끄집어낸 그녀는 자신의 손길에 의해서라고 생각하겠지.
“뭐 하시는 겁니까?”
“뭐긴, 뭐겠어? 서큐버스의 사명이지. 밥 먹을 시간도 됐고.”
“이건 너무 뜬금없는데요.”
“아내되는 자가 남편의 정액을 좀 탐내는 게 어때서? 당연히 참아야지.”
매끄러운 질감의 스판 같은 검은 장갑에 감싸인 손아귀가 만개발기한 나의 육봉을 머리에서 뿌리까지를 슥슥 쓰다듬었다.
그녀의 면전을 향해 곧게 겨냥된 미사일을 실로 진한 눈빛으로 응시한다.
응시의 마법 게이저가 쏟아지며 벌써 나의 물건에서 강제로 투명한 눈물을 짜이게 만들었다.
“정확히 10발 뽑기 전에는 이 자리에서 못 움직인다? 그리고 뒤에는 바로 나의 침실로 직행. 너의 뜨끈한 화이트 샤워를 얼굴이니 상체니 등짝이니 온몸에 잔뜩 받아야겠어. 침실의 침대고, 벽면이고, 천장이고 온통 백탁빛으로 덧칠되도록. 아무리 환기해 밤꽃 냄새가 빠지지 않을 지경까지.”
“네에, 그러시든가요.”
“하아……! 앙, 후움.”
달콤하게 미소 짓는 나의 서큐버스가 혀를 날름대며 본업에 돌입한다.
“음…….”
나는 해면체에 살살 맞닿는 말캉한 설면의 감각에 몸을 내맡겼다.
즉각 불구덩이처럼 후끈한 구강으로 물건이 쭈욱 빨려드는 느낌과 함께 나는 눈을 감았다.
이틀 뒤에는 파릴케가 온다.
지금 리나 씨의 행위에 함께 추가가 되겠지.
실로 기대된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