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의 서큐버스-68화 (68/80)

〈 68화 〉 다크 솔저

* * *

“…호, 혼자 행차하셨습니까?”

궁지에 몰린 갈레인이 필사적으로 화제를 돌리려 시도했다.

크루시아가 여전히 못마땅한 듯이 갈레인을 쏘아보았다.

“나의 신변을 왜 네놈이 신경 쓰느냐?”

크루시아가 까칠하게 내쏘았다.

퍽이나 냉랭한 어투다.

“아, 아니! 그…! 본디, 사복이 아닌 전투복의 군단장이 행차할 때에는, 최소 3인 이상의 전사장, 혹은 그보다 급수가 낮은 전투력의 소마대 하나의 인원은 대동해야 하는 군법의 규정상…! 불의의 습격이라거나, 불미스러운 상황 같은 미연의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네놈은 내가 그런 것도 숙지하지 않는다고 보느냐? 어딘가의 시내 한복판에서 싸움을 벌인 모자른 녀석처럼? 불의의 습격? 어떤 미친 녀석이 마왕군 군단장을 습격해? 용사와 떨거지들이 마계로 원정이라도 왔느냐? 불미스러운 상황은 또 뭐냐? 걸리적거리면 치우면 되지.”

“헉! 아, 알겠습니다…!”

그야말로 사색이 된 갈레인이 비지땀을 뻘뻘 흘리며 쩔쩔맸다.

크루시아가 내게 흘긋 시선을 돌렸다.

그러고는 하늘로 고개를 꺾었다.

“…먼저 가있겠다고 했는데, 아직도 도착할 기미가. 아, 저기 오는군. 이제서야.”

헬유레이아의 까마득한 동편 상공으로부터 새카만 점 여덟이 나타났다.

마계의 핏빛 상공에 깜빡이는 흑점들로 수렴하기 시작한다.

“크루시아 뉘임~!!!!!!”

여성의 패력이 실린 힘찬 함성이 상공을 쩌렁히 울렸다.

크루시아가 지긋한 미소를 머금고는 팔짱을 끼고 올려봤다.

“퀴헤에에에엑!!!”

“키샤하아앗!!!”

“크르으으!!!”

생명의 본능을 전율시키는 포효가 아득한 상공으로부터 울려오기 시작한다.

흑점만큼 점점이 작았던 형체들은 순식간에 자갈만큼이나 크고 뚜렷해졌다.

자갈에서 구슬로, 구슬에서 조약돌만큼 급속히 커지는 형체들을 인식한 순간.

“퀴샤하아아악!!!”

“큐화아아악!!!”

“크르르르!!!”

날카로운 쇳소리를 내는 흑비룡들이 창공을 갈랐다.

전후좌우와 종횡무진, 혹은 가로와 세로와 사선으로 붉은 하늘을 교차한다.

“크루시아 뉘임~! 잠시 시내의 노점상에서 이곳의 명물인 염산도마뱀 꼬치구이를 사먹느라아~! 죄숑합눼다아! 웅, 늄후움!”

약 50미터 정도 상공에서 산발의 더벅머리 여성의 실루엣이 우걱대던 꼬치를 쥔 손을 높게 들췄다.

“몹쓸 전사장이로군.”

그렇게 내뱉는 크루시아의 한쪽 입꼬리는 크게 승천하고 있었다.

“어, 어이!? 저, 전사장들마저 등장한 거야!?”

“정말입니까!? 제8군단이라면, 흑야마!?”

“7흑야마와 부군단장 모두가 왔다!”

구경하던 마의 일족 인파로부터 떠들썩한 소란이 자아내졌다.

그로 그럴 듯이 마왕군의 전사장조차 마계에서 평생 살아가도 보기 힘들다.

마왕군 대다수를 차지하며 통상적인 마족들에 해당하는 준전사들 및 하급전사들과, 상급전사들에서도 선택된 엘리트들인 전사장들이 생활하고 훈련하는 공간과 환경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그런 전사장들을 휘하에 둔 부군단장마저 등판했다.

마지막으로 전사장들과 부군단장보다도 드높은 정점이며, 마왕군의 핵심 간부라 볼 수 있을 군단장마저 친히 행차했다.

군단장은 백작, 부군단장은 자작, 전사장들은 남작의 마귀족들인 것이 일반적이며, 일부는 자유분방한 종특에 걸맞게 봉토와 고용인의 관리가 귀찮다며 귀족위마저 사양하는 경우도 존재.

주변부로부터는 제8군단 칠흑의 절규의 군단장, 부군단장, 전사장들 모두가 등장했다는 소문에 마족, 저악마, 악마를 위시로 한 온갖 마물들과 마수들의 무리가 그야말로 구름처럼 몰려들고 있었다.

“젠장…….”

나는 대체 왜 이 상황의 한복판에 놓인 것인지 정말 이해할 수 없어 욕만 내뱉을 뿐이었다.

온갖 형형색색과 다채로운 면전들의 마의 일족들이 지상의 크루시아 하나라도 보겠다고 목들을 뽑아대고 기웃댄다.

상공을 이리저리 휘가르던 검은 비룡들이 커다란 날갯짓을 휙휙대며 서서히 강하한다.

다크 와이번.

지상의 와이번들과는 생태와 습성의 측면에서 다르며, 보다 크고 강하면서 사나운 마계의 고유종.

나무처럼 굵다가 두터운 밧줄처럼 급격히 가늘어지는 꼬리를 제외한 몸체만 5미터 이상.

좌우로는 체장의 2배도 넘어가는 진홍색과 진자색이 어우러진 웅장한 비막을 펄럭댄다.

카페 전방의 공터에 휘몰아치는 황사를 자아내며 각기 공간을 점유하고는 내려앉았다.

“퀴시히이이익!!!!!!”

핏빛처럼 시뻘건 동공들에 칠흑처럼 시커먼 비늘들.

투구를 쓰고 부분적인 용갑을 걸친 검은 비룡들로부터 찢어지는 포효음들이 터졌다.

목줄기는 찰갑 형식의 철편이 뒤덮고, 안장의 좌우로는 제8군단의 문양이 찍힌 천이 늘어졌다.

걷혀 가는 자욱한 흙먼지 속에서 다크 와이번에 승룡한 여덟 인영들이 서서히 모습들을 드러냈다.

한 명의 안장 뒤편에는, 내게 걷어차여 머나먼 허공으로 날아갔던 자이르가 실신한 채로 짐짝처럼 결박되어 있었다.

“흣차, 이제서야 도착했습니당~! 크루시아 님!”

상공에서 드높게 외쳤던 목소리의 주인이 다크 와이번의 고삐를 놓으며 펄쩍 뛰어내렸다.

야성적인 인상에 브라탑과 가죽 쫄바지의 옷차림인 산발의 더벅머리 여자.

탄탄한 잔근육질의 몸매를 지닌 그녀가 기지개를 켜더니, 깍지를 끼고는 그대로 쭉쭉 몸을 스트레칭했다.

“흐햐햐햣~! 지루해 죽는 줄로만 알았네. 역시 짐승을 타고 다니는 건 별로야. 두 팔과 두 다리가 달린 존재라면 자고로 직접 걷고 뛰어야지!”

좌우로 허리를 기웃대는 그녀 주변의 나머지 전사장들은 딱히 내리지 않는다.

제각기 다양한 마의 일족들의 이채로운 시선들이 나를 고정하고 있었다.

“빌어먹을.”

나는 전신의 모근이 저릿저릿 곤두서며, 뒷덜미로 오한이 찾아드는 느낌에 이를 악물었다.

누구도 현재의 나로서는 결코 못 이긴다.

파리채에 후려쳐지듯 가볍게 참살당할 뿐.

주변의 땅과 하늘로는 1천의 규모도 아득히 넘어갈 듯한 구름처럼 몰려든 구경꾼들이 생성되어 있었다.

보도와 도로를 콩시루처럼 뻑뻑하게 메우고, 허공과 상공을 도미노처럼 가득하게 채운 마의 일족들이 날갯짓하고 마력으로 부유하며 지켜본다.

“시가지의 상점 지붕에 처박혔던 저 녀석을 확보하고, 주인장과 건물주와 손해 배상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느라 조금 늦고 말았습니다. 군단장님.”

다른 전사장들보다 조금 앞쪽에서 착륙한 존재가 나긋하고도 간드러지는 미성으로 입을 떼었다.

어깨에 검은 깃털들이 우수수 솟은 까마귀를 형상화한 착 달라붙는 복식, 아이러니하게도 눌러쓴 후드는 새하얗다.

후드 속에 시허연 분칠이 된 얼굴과 새카만 루주가 발라진 입술, 눈매 아래에 뒤집힌 주십자로 마십자를 형상화한 마혈문이 보였다.

마신의 상징인 역십자를 눈에서 흘리는 듯한 형상의 마족의 문신을 가지고는, 끈적한 어둠을 먹물의 덩어리처럼 주변으로 일렁이는 남자.

억누르려 해도 걷잡을 수 없이 감도는 강렬한 악마기를 내재한 크로우 데몬.

“부군단장님……!”

갈레인이 들춘 엄지로 자이르를 가리키는 까마귀 악마에 군례를 취하며 경의를 표했다.

“수고했다, 네헬리츠.”

금빛 쌍각의 여군단장이 근엄하게 치하했다.

7흑야마(???).

임프. 웨어울프. 뱀파이어. 발로그. 크람푸스. 카코데몬. 아가토데몬.

“시라크 님…? 카라 님. 이네사 님. 다이타로스 님마저…? 아켈리드 님! 뮤라 님…! 데시헬 님……!”

총 7명의 전사장들을 번갈아 훑는 갈레인이 그야말로 숨이 넘어갈 듯한 목소리를 쥐어짜냈다.

“헤에, 저 녀석인가? 제8군단의 떠오르는 혜성과도 같은 존재인 갈레인과 주먹다짐을 벌인 게?”

안면 아래로 걸친 타오르는 검푸른 불줄기를 형상화한 듯한 전신갑.

덥수룩한 턱수염의 호남형 임프가 검은 흑자위에 퍼런 벽안을 번득였다.

입꼬리를 귓가까지 가득 찢어 상어이빨을 드러내고는 실로 흥미롭다는 표정.

혼자 뛰어내린 야성적 인상의 여자가 씩 웃으며 양팔로 옆구리를 짚었다.

“흐응~? 저런 톡 치면 막대처럼 부서질 것처럼 허약하게 생긴 녀석이? 너 밑에 꼬추는 달렸냐? 혹시 있어도 새끼손가락처럼 무지 쪼그만 거 아냐? 크힛!? 저런 건 그냥 내버려두시고, 얼른 마회에 참석하러 가시죠!? 크루시아 님?”

쿡, 다크 와이번의 하나에 승룡한 누군가가 소리를 내어 노골적으로 웃었다.

붉은 포니테일에 착 달라붙어 몸태를 드러내는 흑정장의 여자였다.

“어멋, 역시 암컷 짐승이라 그런지 즉각 수컷의 크기부터 헤아리는군요.”

“닥쳣! 미친 박쥐년아! 남자를 진짜 쪽쪽 빨아먹는 것들이 누군데!?”

산발 더벅머리 여자가 즉각 고개를 돌리며 앙칼진 고함을 내질렀다.

꽁지머리 여자가 여봐란듯이 지긋이 눈웃음을 짓고는 팔짱을 꼈다.

“혹시 저 남자의 물건의 크기가 크면, 즉각 바지를 내리고 엉덩이를 까서 앙앙대며 박힐 거예요? 아니잖아요! 그런데 확인도 안 해보고 무슨 겉보기만으로 작다니, 약해 보인다니를 논해요!? 전사로서 크나큰 실책이자 자격 실격 아닌가욧!? 당장 전사장 반납하고 은퇴하시길~!”

“닥쳐, 닥치라구웃! 차라리 다른 새끼들에게 비슷한 소리를 들어도! 뱀파이어에게만은 듣고 싶지 않아! 나는 웨어울프니까! 드워프와 교미하고! 엘프의 발을 주무르고! 천족의 깃털을 다듬으며 용족의 발톱을 핥고 거인족의 똥을 빠는 일이 있더라도! 네년의 말만큼은 안 들어!”

“어머, 어쩜 표현조차 저리도 짐승 냄새가! 하나같이 빨고, 핥고, 다듬고, 주무르는 교미와 직결되네요!”

“닥쳐! 닥쳐! 닥쳐! 닥치라굿! 내가 거기까지 펄쩍 뛰어올라 네년의 아가리를 찢어 놓기 전에! 크르으!”

“찢어 보셔요~! 저는 그전에 이미 당신의 목덜미에 송곳니를 박아 달콤한 피를 빨아들이는 와중일 테니까! 호호!”

“이년이 진짜! 팔다리가 완전히 따로 돌아가도록 박살나야 정신 차리겠구나! 누가 저 음흉한 것들을 좋아한다구! 에휴!”

노골적으로 경악하는 산발머리 여자로부터 원초적인 짐승에 가까운 강렬한 기운이 방출됐다.

정장의 여자의 손으로 가리고 웃는 깔깔대는 잇새로 마족보다도 뾰족한 송곳니가 보였다.

같이 있는 것만으로 서로 거나한 시트콤을 찍는 웨어울프와 뱀파이어.

중간계의 엘프와 드워프의 관계와 엇비슷하다.

“둘 다 거기까지 하는 편이 좋아.”

“크흥!”

“피잉!”

네헬리츠의 간드러지는 미성에 카라와 이네사가 동시에 서로를 외면했다.

태생과 동시에 천성적 원수인 늑대와 박쥐의 깊은 반목과 알력.

과거 마계사에 초래됐던 몇몇 일족의 분쟁, 혹은 여러 마왕들이 궐기해 마계를 찢고는 같은 마족끼리 내전이 벌어졌던 대마전시대에도 몇 번이나 서로를 말살하려 꾀한 전적이 있다.

고로 다른 마의 일족들 사이에서 양자 동의하에 이루어지는 마투와는 다르게, 둘의 분쟁은 보다 엄격하며 훨씬 뻑뻑한 규제로 금지된다.

웨어울프와 뱀파이어가 사소한 말다툼을 벌이는 것을 신고만 해도, 당사자들은 처벌받고 신고자는 포상금을 지급받을 정도.

애초 둘의 주요 활동 무대는 중간계이기에 마계만 벗어나면 간섭은 완벽히 사라진다지만.

“강자는 비슷하게 힘을 추구하는 자의 도전욕을 자극하지. 기회만 된다면 즉각 마투의 신청을 걸고 싶다만… 실력으로나 시기로나 지금은 때가 아닌 듯하군.”

삭발에 가까운 짧고 검붉은 흑적발 좌우의 하단으로 굽은 한 쌍의 흑각에는 마염이 휘돌며 타오른다.

인간형을 취하고 있어도 최소 3미터 이상의 거체로, 승룡한 특대형의 다크 와이번을 여전히 힘겹게 보이게 만드는 중후한 풍채의 거한.

고대 그리스 로마풍의 리넨 아머를 단출히 걸친 발로그가 걸걸하고 묵직한 음성으로 존재감을 과시했다.

“나쁜 아이였으면 당장 바구니에 담아 마계로 납치했을 텐데! 그리고 잔뜩 혼쭐을 내주며 가득 체벌을 가해 눈물과 콧물을 쏙 뺐을 텐데! 하지만 저렇게 커다란 어른이라 바구니에 들어가지 않고, 이미 이곳이 마계라 어쩔 수가 없네에!? 쿠킷~!”

거뭇한 털가죽으로 뒤덮인 몸뚱이에, 염소와 인간이 융합된 형상의 악마가 악독하게 비웃으며 시붉은 혀를 쭉 빼물었다.

특이하게도 다크 와이번의 등자에 걸친 한쪽 발은 발굽이지만, 다른 쪽은 사람의 발바닥이다.

축일의 악마.

지상의 성축일이나 성탄제와 같은 축제에 나타나, 욕심이 많고 탐욕스러운 기질인 주신교도의 아이들을 바구니와 자루로 납치한다.

마계로 납치된 아이들은 크람푸스만이 정밀하게 제련할 수 있는 형태의 악마기의 주입을 통해 부작용과 거부 작용이 없이 마인이 된다.

혹은 끝까지 울어 쓸모없다고 판단된 아이들은 잡아먹히거나.

침대에 누워 머리맡의 어머니가 읽어 주는 동화를 들으며 자라난 지상인들이라면, 유년기 한복판에 자리한 단상의 악몽으로 군림하는 유서 깊은 악마족.

“악마가 눈치 볼 게 뭐가 있어! 하고 싶으면 하고, 하기 싫으면 안 한다! 마신경 죄성고해기 제6장 13절에 명확히 명시된 ‘네 바라는 바를 행하라.’의 말씀! 모든 마의 일족의 기본적인 근간이자, 피와 살을 이루는 마언도 몰라? 다이타로스!?”

퀴클롭스를 연상시키는 낮으나 오똑한 콧대의 상단에 박힌 녹빛 외눈.

푸른 생머리의 앞이마 좌우와 옆머리 양옆에 도합 사각의 뿔들이 돋았다.

화사한 블라우스와 스커트 복장에서 드러낸 팔꿈치와 무릎의 주변부로는 찰갑 형식의 붉은 갑편이 돋아나 마치 신체의 일부인 것처럼 뒤덮었다.

박쥐 날개처럼 돋은 귓가에서부터 턱선과 목선을 걸쳐 검붉은 살점마저 뒤덮듯 증식한 여자 카코데몬이 상어이빨을 드러내며 발로그를 떠들썩하게 지적했다.

“오! 뮤라! 그 말씀에는 약간의 모순이 있습니다! 갈망의 이행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를 빠뜨리셨군요! 바로 우리 주변의 이웃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이웃이 당신의 육편을 원한다면 골편도 뜯어 바치기를! 이웃이 당신의 육체를 원한다면 영혼도 바치기를! 그 방법으로 평화가 이루어집니다! 오오, 마의 세계에 빛이 찬란합니다~! 세상의 모든 가정에 마신의 은총과 평화가 깃들기를~! 네마!”

은은한 빛무리가 감도는 새하얀 실크 로브를 걸치고, 눌러쓴 후드의 좌우 옆머리로는 세 쌍의 새하얀 백각이 도합 여섯이나 돋았다.

백색의 기운에 금색의 광결정들이 은은히 흩날리는 신성력 특유의 파장이 뿔들의 테두리들을 휘돈다.

밀가루처럼 시허연 안면에는 거뭇한 혈관들이 거미줄처럼 돋치고, 석유가 들이부어진 듯이 시커먼 안구를 지닌 존재가 입가 주변으로 꿰매진 흔적이 역력한 찢어진 입술을 달싹대며 마기도문을 읊었다.

합장하듯 곱게 맞붙인 양손의 젓가락만큼이나 기다랗게 자라고 휜 비죽한 손톱들이 진정한 본질을 선사한다.

마의 일족에서는 극히 이례적으로 광속성과 성속성에 특화되었으며, 무려 성력과 신성력을 다룰 수 있는 성악마인 아가토데몬.

종의 취약점인 신성한 힘에 내성을 갖춘 유일무이한 독보적 존재이고, 마기를 변질시킨 성마기마저 다룰 수 있는 존재의 눌러쓴 후드의 뒤통수에서는, 마치 천사와 같은 핏빛 후광마저 핏방울을 흩뿌리며 떠올라 심히 요악스러운 형상을 연출한다.

또한 경건한 성자의 복장과 말투를 흉내내며 신실히 내뱉는 대화들도, 실질적으로는 교묘히 악념과 악행을 부추기는 선동이다.

존재 자체가 신성의 모독이자 위선의 투영들.

“이제 모두 왔군.”

팔짱을 낀 크루시아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지긋이 눈을 감고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이제 어쩌냐?”

나는 사망한 표정근으로 갈레인에게 고개를 돌렸다.

“……어, 버버.”

갈레인이 그야말로 악마에게 혼이라도 빼앗긴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자칭 차기 마왕인 자신보다 강한 존재들이 동시에 아홉이나 등장했기 때문이다.

서로가 공통적으로 좆된 현장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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