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의 서큐버스-65화 (65/80)

〈 65화 〉 다크 솔저

* * *

“신의 가호, 신호…! 나 갈레인 녹스 스퀴르갈 발테사이온은, 마신으로부터 하사받은 가호의 보유자다!”

갈레인이 음산한 얼굴로 양팔을 서서히 들췄다.

“데스 어라이즈……! 이 몸이 혹독한 죽음의 문턱으로부터 극적인 부활을 이룰 때마다, 전투의 여파와 비례한 강도의 강화가 이루어진다…! 혹독히 상처를 입으면 입을수록! 극심히 몸이 상하면 상할수록! 그 상태에서 회복만 이룰 수 있다면! 보다 드높은 전력의 증폭이 보장된다는 말이다…! 이게 무슨 말인지 아나?”

갈레인이 사신과도 같이 음산한 웃음을 띄웠다.

“나는, 네놈과 싸우는 것만으로 강해진다. 다른 불필요한 행위는, 할 필요도 없이.”

나는 등골에 식은땀 한 줄기가 차게 내달리는 것을 느꼈다.

이 녀석은 생각보다 엄청나게 위험하다.

“지금도 강화가 일어났다! 네놈이 죽을 듯이 두들겨 준 덕택에! 이제 나의 힘이 조금 앞설 것이다! 설령 네놈이 꺼낼지 모르는 기묘한 술수에 또 당해도! 일단 오늘은 네놈을 꺾지 못하더라도! 잠시 후퇴하면 그만이다! 그러다가 어느 날에는, 결국 네놈을 못 잡겠느냐!? 그 빌어먹을 공방의 파괴와 함께!”

그렇게 떠벌댄 갈레인이 스스로가 정말 자랑스럽다는 듯이 한쪽 입꼬리를 잔뜩 추켜올렸다.

나는 속으로 굳은 침묵에 빠져들었다.

역시 어마어마하게 위험한 새끼였다.

마신은 대체 이딴 새끼가 뭐가 예쁘다고 가호를?

신계의 신의 시점은, 하계의 필멸자의 시점과 다르기라도 한 건가?

으스대던 갈레인이 표정을 조금 풀어 탁하게 덧붙였다.

“다만 아쉽게도, 나 스스로의 자해로는 이룰 수 없다. 마신은 그런 추접한 행위를 경멸하시기 때문이다. 그딴 부정을 통한 성취는, 내게 이 전능한 가호를 하사한 그분께 모욕이기도 하지.”

이건 그나마 다행인가?

쓰러트린 적의 심장을 마석화해 나의 힘으로 취하는 능력보다, 더한 치트일지 모를 능력의 유일하게 존재하는 디메리트로써.

음욕의 여신 바빌론이 내게 하사한 파워 스톤.

마신 니크스가 갈레인에게 하사한 데스 어라이즈.

서로 다른 신들에게 가호들을 하사받은 사도끼리 겨루는 대리전이었다.

“만물의 마종을 주관하는 가장 어둡고도 깊은 권세를 갖추기에, 지고하고도 지대하며 무구한 존재! 내가 아직은 150세의 유마기에 운명의 영접을 이룬 그날! 그분께서는 내게 말씀하셨다! ‘어떤 곳’에서는, 기어이 마왕좌에 도달한 이 몸의 모습을 목도하셨노라고! 온갖 마의 권속들이 뒤엉켜 마혈이 흐르고 마염이 타오르는 진탕의 거친 가시밭길을 꿰뚫어, 정점의 보좌를 관철한 나 갈레인을 명백히 보셨노라고! 네놈은, 차기 마왕이 될 운명성의 궁극적 존재와 맞서는 것이다! 혼신을 떨쳐 울릴 영광으로 알도록!”

잔인한 비소의 갈레인이 팔짱을 끼고 근엄한 표정을 지었다.

“…자결해라. 더 이상 이 몸의 마검에 더러운 피를 묻히기도 아깝다.”

“이미 나한테 두 번이나 칼침을 놓고서는? 급성 해리성 장애라도 도지셨어?”

“아니, 지금 생각하니까 격렬히 후회가 되어서 그렇다. 그냥 하지 말았어야 했어.”

와우, 이 정도면 내가 여지껏 만난 마족들에서도 진정한 에이스다.

“남은 별 감흥도 없이 듣고 있는데, 혼자 자뻑의 극에 달해서는 무슨? 북 치고 장구 치는 수준을 넘어 혼자 다 해먹는 싱글 밴드 차렸냐? 그래서? 이미 마왕이야? 아니잖아?”

“아니, 나는 이미 마왕이다. 네놈만 인정하지 않을 뿐. 그리고 나의 주변의 빌어먹을 녀석들을 포함해서. 이게 다 마왕을 자칭하거나 도전하려는 버러지들이 한두 놈이 아니라 문제다.”

“지금 나의 눈앞의 네놈도 그런 놈들의 하나구요.”

“내가 마왕이 되면, 그런 잡것들부터 모조리 극형에 처해 참살할 것이다. 육체는 의식이 있는 채로 덩어리를 뜯어내 칠흑해에 잠기게 하고, 영혼은 심연의 밑바닥에 집어던질 것이다. 그리하면 마계의 혹독한 기강도 보다 엄정히 바로 서겠지.”

나는 하도 어이가 없어 혀를 찼다.

“그나저나 ‘어떤 곳’은 대체 무슨 의미냐? 말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여기면 여기고, 저기면 저기지. 어떤 곳이 도대체 뭐야?”

“그걸 우리 따위의 하찮은 존재들이 어찌 알겠느냐? 신들이 이루는 신탁과 계시는 한없는 불확실성의 연속이다. 과도하게 의미를 해석하려는 것도 더없는 불경이자, 신성 모독의 행위에 해당한다. 교양조차 극심하게 딸리는 흄.”

신들이 신력의 발휘를 통해 미래도 내다볼 수 있는 신통력도 쓰는 것은 여러 문헌들을 통해 알고 있다.

뭐, 평행세계들과 같은 개념들이 엄청나게 많은데, 거기에서의 하나는 녀석이 마왕이 되었다는 말인가?

그렇다 해도 아직 이루어지지도 않은 일로, 저렇게 영혼의 레벨까지 자뻑 플레이를 펼치다니.

역시 종특적 중2의 피는 못 속이나?

나는 팔짱을 끼고 까칠하게 내뱉었다.

“어쩌라구? 능력이 밥 먹여 주니?”

“네놈……!”

자칭 차기 마왕이 격앙에 험악하게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나는 그런 모습에 더욱 쓰게 일갈했다.

“뭡니까? 마왕님? 너 따위가 차기 마왕을? 아서라. 그 정점에 도달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체의 산을 쌓고 피의 바다를 일으켜야 하는지 알아? 너의 동포인 마의 일족들이 오죽 악독하고 지독한 것들이냐? 그것들을 모조리 뛰어넘어 확실한 밑바닥으로 내깔 수 있어? 시산과 혈해의 패도를 이루어야 대강 근처의 문턱이라도 간신히 만져 볼 수 있을까 하는 수준이라고. 마물 1억 5천만, 마수 1,250만, 마족 300만이 살아가는 마계를 너무 간단히 보는 거 아냐? 숨은 강자들이 얼마나 이 세계의 천지에 드글드글한데?”

그렇게 말하면서도 나는 내심 긴장했다.

죽음의 문턱에서 부활할 때마다 강해지는 능력.

이 녀석이 지닌 치트라면, 마왕좌를 노리는 도전도 충분히 가능하기에.

“그 가호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상시 스스로를 죽음의 위기로 내몰아야 할 텐데, 그럴 깡이 있냐? 안 죽고 언제나 확실히 탈출할 수 있는 능력.”

“……뭣.”

갈레인이 붉은 눈을 공허히 치켜떴다.

적잖은 충격을 받은 표정이다.

“지금 잠깐 나와 주먹과 검을 나눈 것으로 미루어 보면 전혀 아닌 것 같은데? 마족들을 믿고 시행할 수 있어? 마물들과 마수들에게 먼저 끝장나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어?”

“그, 런……!”

전혀 여지껏 인식하지 못한 요소를 발견한 듯한 모양새.

자신의 가호의 문제점마저 파악하지 못했던 마족이, 의지와 무관히 살긋이 벌려진 입마저 달싹댄다.

단지 이 마계에서는, 그 편법을 효과적으로 시행할 수단과 신뢰할 만한 협력자가 전무할 것이 천만다행이지.

마족들과 하다가는 돌연 변심한 마족들의 급습을 받아 죽기 십상이겠고, 마물들이나 마수들의 앞에서 그러다가는 아예 그대로 죽어 밥이 되고 말 테니.

차라리 내가 마신에 저 가호를 받았으면 좋을 텐데.

그럼 리나 씨와의 협조하에 이미 종언급에 도달해, 실력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힘과 재력을 완벽히 갖추고 마왕도에서 초호화 저택을 구입해 떵떵거리고 있었을 테니까.

“결국 목숨 아까운 줄을 아는 쫄보라는 거지. 마왕의 그릇과는 한없이 거리가 먼.”

“…….”

지금은 이렇게 최대한 태클을 걸어 놓는 수밖에 없다.

녀석이 자신의 가호에 불확실성을 가지고, 기막힌 활용법을 찾아내거나 무모하게라도 남용하지 못하는 족쇄로써.

아무리 생각해도, 이게 그나마 최선이라고 생각된다.

약 500미터 정도 높이의 상공에서 실로 위험한 마족과의 대담이 이루어졌다.

“…그러면 어떠한가?”

고개를 떨구고 있던 갈레인이 머리를 서서히 들췄다.

의외로 정신적 데미지를 빨리 회복한 녀석이 비릿한 미소를 머금었다.

“…뭐, 그렇다 해도. 지금 걱정할 문제는 아니지. 일단, 여기에서는 할 일이 있으니깐……!”

스르응, 스산한 도성을 울린 갈레인이 매직 세이버를 내게 높고 곧게 들췄다.

“오늘 이 자리에서, 네놈을 죽인다…! 그리고, 나는 네놈과의 전투 경험을 양분 삼아 보다 높은 곳으로 비상한다. 이 강자존의 세계에 정점으로 위치하는, 고고하고도 지고한 마왕좌에.”

“이하동문이야. 미안하지만 내걸었던 공약은 취소할게. 넌 살려 두기엔 무진장 위험한 녀석이다. 오늘 놓치거나 하면, 미래에 정말 큰일나겠어. 오늘 여기에서, 널 무조건 죽인다.”

갈레인이 세이버를 허리춤의 칼집에 패도하며 사납게 입꼬리를 튕겼다.

“킥! 서로가 목적이 같다니! 실로 유쾌하지 않은가!? 프하하하핫!!!”

“그래, 웃겨 복근이 파열되실 지경이네. 아하하하하.”

무미건조한 웃음을 머금은 나는 다시금 움켜쥔 주먹들을 들춰 대련세를 취했다.

이제 회복은 완료되어 다시 싸울 수 있다.

마력의 소모가 극심해진다면, 물약을 빨며 녀석에 맞서야겠지만.

“맘대로 위를 향해 날갯짓해 날아가려면 날아가. 나는 나만의 방식이 있다. 다만 맞선다면, 밑바닥에는 더한 밑바닥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지.”

“흐하하하핫!!! 실로 가치가 있는 녀석이구나! 왜 내가 밑바닥 따위를 신경 써야 하나!? 네놈과는 달리 끝없이 상공만을 향해 비상할 존재인데!”

왼손을 들춰 왼쪽 눈매를 짚은 갈레인이 음산하게 큭큭대며 뒤로 날갯짓해 물러났다.

항마력을 극한까지 자극하는 중2병의 극치 포즈.

“차기 마왕님.”

“뭐냐?”

“제발 뒈지시기를.”

“…그딴 모욕과 망발도, 이걸로 끝이다.”

활짝 전개한 마익으로 세찬 돌풍을 자아내며 뒤로 끊임없이 빠진다.

제법 아득한 거리가 되었다 싶을 시점, 왼눈을 짚고 있던 왼손을 나긋하게 들췄다.

꽤나 섬세한 예술적 장식과 문양이 표면에 세공된, 검붉게 타오르는 불꽃을 형상화한 매직 건틀렛.

마철강 특유의 어두운 색조와 투박한 철성.

왼팔목에서 왼손까지를 감싼 완갑과 수갑이 일체화된 방어구가, 돌연 스멀대는 검붉은 불꽃에 휘감긴다.

마기를 통한 화속성의 산물인 마염의 한차례 발현이 일어나며, 검누런 마력의 고유색마저 추가적으로 휘감겼다.

아마 착용자가 힘을 발휘하며 동조한다면, 공명성을 드높인 구조로부터의 전도율을 통해 극대화된 위력을 출력하는 형식.

“이 몸의 비술에 멸해지기에 적당한 자격을 증명했도다! 실로 적합한 제물이니라!”

갈레인이 곧게 내뻗은 왼팔목을 오른손으로 든든히 붙잡아 지탱했다.

마력과 마염과 마기가 조화를 이루어, 전율적인 파괴를 구축한다.

그 한복판에 위치한 갈레인이 잔인하게 웃으며 왼손을 뻗쳤다.

“한 줌의 재가 되어, 덧없이 휘날리기를!”

차기 마왕이 목청을 드높여 쩌렁히 포효했다.

“나의 적을 불살라라! 어둡게도 불타오르는 칠흑의 용이여! 퓨어 다크니스 드래곤!”

크오오오오! 화르르르륵!

그와 함께 주둥이를 쩍 벌린 용의 형상을 취한 터무니없이 광오한 기운이 갈레인의 왼팔에 구현화되었다.

“하아아아압!!!”

투콰하아앙!!! 콰르르르륵!!!

갈레인의 함성과 함께 왼팔에 형태를 취한 흑염룡이 미사일처럼 내쏘아졌다.

크오오오오오!!! 크르으으으으!!!

주둥이를 쩍 젖힌 칠흑의 불길에 휘감겨 타오르는 용이 쩌렁한 폭성을 울리며 쇄도했다.

표면에는 검붉은 마염이 나선형으로 휘몰아치는, 강철마저 엿가락처럼 녹일 듯한 마기의 폭염이 치달았다.

초기에 직경 5미터 정도의 뱀과 같던 용의 몸체는, 공기의 접촉과 함께 주변 대기의 마나를 폭식하듯 집어삼키며 기하급수적으로 크기를 불렸다.

몇십 세대에 인구 몇백의 작은 마을을 일격에 소각할 위력.

인구 몇천의 소도시 한복판에 거대한 분화구를 생성하고, 병력 몇천이 주둔하는 중규모 성채에 기능 상실과 재기 불능의 피해를 가할 파괴력.

나는 아파트처럼 두꺼운 직경에 흑사의 몸뚱이를 갖춘 용머리가 치닫는 광경에 혀를 찼다.

“그러니까 용족을 날아다니는 도마뱀이라 비하하는 새끼들이, 왜 녀석들의 형태를 취한 기술을 사용하냐고!”

마의 일족에는 오랜 전통과 모순점이 있다.

수인족은 짐승이라면서 경멸하고, 용족은 날아다니는 도마뱀이라 멸시하면서, 각자들이 필살기들처럼 개발해 갖추는 비술들에는 그런 존재들의 형상을 구현화해 잘만 갖다 붙인다.

자신의 것이 더 멋지다며 자랑질까지 하며, 멋진 고유기를 지닌 마족은 설령 위력적 측면은 후달리더라도 단지 멋있다는 이유로 부러움의 대상이 된다.

전생의 예시로 비유하자면, 한국인과 일본인이 서로를 싫어하나 막상 각자들의 제품들과 문화들을 잘만 즐기는 것과 같달까?

선택적 취향조절장애!

“가라아! 퓨어 다크니스 드래곤! 녀석을 송두리째 불태워, 한때 존재했다는 흔적조차 이 세상에 남기지 말아랏!”

기술명 외치며 쓰기.

참 중2혈에 뼛속까지 물든 중2병 마족다운 발상이다.

나는 맹포히 쇄도하는 파멸의 흑염룡을 향해 이미 결집을 마친 마력을 끌어올렸다.

“…나는 그딴 기술명은 붙이지도 않지만.”

나지막하게 탄식한 나는 오른손에 마력을 발현했다.

크오오오오! 파카카카칵!

일순간 나의 오른손에서 사나운 맹수의 울부짖음이 헬유레이아의 상공에 쩌렁히 울려 퍼졌다.

용의 소름끼치는 흉성과는 조금 다른, 보다 원초적으로 생명의 존재감을 자극하며 전율시키는 포효의 형태.

대형 버스보다도 커다랗다고 봐도 좋을 네발의 짐승이 급격히 형태를 구축한다.

그것은 검붉은 마기로 일렁이며, 검은 줄무늬에 푸르른 모피를 가진 호랑이였다.

“로스트 에고.”

들개는 호랑이를 꿈꿨다.

내가 되고자 꿈꿨으나 결코 될 수 없었던 대상.

마기를 통한 수속성의 발현인 마빙으로, 나의 전력의 결집을 이룬 형태가 쩌렁한 폭성을 울리며 내쏘아졌다.

커흐으으응!!! 크르르르르!!!

대기마저 극한의 한기로 얼리는 호랑이가 허공을 내달렸다.

시푸런 빙정을 맹렬한 눈보라처럼 흩뿌리며, 존재의 인식마저 동결시킬 산중왕이 맹포히 뛰쳐나간다.

쩌적대는 스산한 빙결음을 내는 극한의 한파가 마찬가지로 포식성을 띄고, 대기에 마찰과 함께 크기를 불려 나갔다.

나는 즉석으로 구현화한 나의 비술로, 갈레인의 비술을 전력으로 맞받아쳤다.

그것을 지켜보던 갈레인의 눈이 크게 뜨이며 탄성이 터졌다.

“그것은……! 코어 다크니스 타이거!”

“니 멋대로 불러라! 병신 새끼야!”

비슷하면 비슷하지, 결코 부족하지 않을 위력.

늑대들마저 죽일 수 있는 존재, 하지만 그릇의 한계로 결코 도달은 불가능할 애틋한 꿈이 용과 맞부딪쳤다.

크르르르르릉!!!

크오오오오오!!!

공간을 박차는 달음박질로 내달리던 호랑이가 즉각 용의 목줄기를 물어뜯으며 매달렸다.

그에 용이 크게 몸을 비틀며 뱀과 같은 몸체로 호랑이를 칭칭 휘감고는 함께 목줄기를 물어뜯었다.

갈레인의 왼팔에서 방출된 흑염룡과 나의 오른팔에서 방출된 흑빙호가 격렬히 충돌했다.

“하아아아아압!!!”

“으아아아아아!!!”

각기 왼팔과 오른팔을 내뻗고는 각자의 형태에 힘을 주입하며 서로에 밀어붙였다.

대기가 맹렬히 휘몰아치며 피부조차 찢어발길 듯한 칼바람을 전방위의 사방팔방으로 내쏜다.

흑청색과 흑적색의 힘의 파도가, 서로를 물들이려 시도하는 여파에 공간이 전율의 비명을 토했다.

이대로 미는 쪽이 이 지겨운 접전의 승리를 거두게 된다.

밀리는 쪽은 두 가지의 합산된 힘에 떠밀려 무조건 소멸이다.

죽을 수는 없다.

집에 기다리고 있는 여자가 있기 때문이다.

마왕좌에 대한 강렬한 열망을 품은 녀석 역시 전력을 다하고 있다.

서로가, 서로의 진심을 내건 생사결이었다.

크허어어어어어어!!!

크오오오오오오오!!!

호랑이가 전력의 체중을 내걸어 맹포히 날뛰는 용을 진정시키나 역부족이다.

호룡과 용호가 서로 이와 발톱을 맞대는 격렬한 힘싸움이 계속된다.

즉전에 대등했던 서로의 힘은, 이제 용이 더욱 강하다.

차이를 인식한 나는 오른팔을 들췄다.

그와 함께 양팔로 용의 목덜미를 붙들고는, 목줄기를 물어뜯던 호랑이가 허공을 박차 힘차게 비상했다.

경악한 갈레인이 크게 눈을 부릅떴다.

“뭣!?”

다급히 오른팔로 부여잡은 왼팔을 들춰 위치를 이탈하는 자신의 용에게 방향성을 주입한다.

하지만 재빠르게 선수를 쳤던 나의 전반적인 조작성이 더 빨랐다.

까마득한 상공으로 아득하게 멀어져만 가는 용과 호랑이.

나는 이루어지지 못한 꿈을 기폭시켰다.

퍼어허어어엉!!! 퍼퍼퍼퍼퍼펑!!!

나의 호랑이가 갈레인의 용을 붙들고는 그대로 대폭발했다.

고도로 집산된 힘의 여파에 노출된 용도, 함께 폭발에 휩쓸려 폭탄이라도 된 것처럼 터졌다.

요란한 불꽃놀이를 방불케 하는 쩌렁한 폭성이 헬유레이아의 상공에 울려 퍼지며, 폭죽놀이가 된 호랑이와 용이 성대하게 화한 형태를 흩뿌렸다.

퍼퍼퍼퍼퍼펑!!! 콰콰콰콰콰쾅!!!

“허, 허어어어엇……!”

고개를 뒤젖힌 차기 마왕이 마계의 붉은 상공을 검푸르고 검붉게 물들이는 색의 난무에 망연자실한 탄식성을 흘렸다.

결코 내가 될 수 없었으며, 앞으로도 될 수 없는 존재.

서로의 꿈은 화려한 폭죽이 되어 비산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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