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1화 〉 다크 솔저
* * *
“공격! 적습이다아아!”
“적은 하나! 흄인지 뭔지 모를 것!”
일제히 기상한 다크 솔저들이 난리법석을 떨며 전투 태세에 돌입했다.
갈레인이라는 마족은 오연히 쏘아보고 있는 가운데, 주변을 경계하며 행여나 은닉한 나의 아군이 있는지 살핀다.
철그럭대는 요란한 금속성들이 전신을 휘감은 칠흑갑에서 울린다.
검은 악마를 형상화한 마왕군 정병의 제식 무장.
“이 새끼! 뒈지고 싶냐! 겁대가리가 상실된 버러지! 대가리를 박살내 빈 골통을 술잔으로 만들겠다!”
“참혹히 죽을 줄 알아라아아! 배때지에서 쏟아진 내장을 모조리 도로 주워 처먹게 해주겠다아아!”
특정한 형태를 취한 손아귀들에 거뭇한 흑연이 일렁이며, 사용자의 의지에 발해 각종 병장기들의 형상들을 취한다.
하나의 손에는 팔뚝을 넘어가지 않는 길이의 철퇴가 형상화되어 붙잡히고, 다른 하나의 양손에는 역수로 취한 쌍단검이 제각기 쥐인다.
모두가 시커먼 그림자와 같은 칠흑의 색상이다.
어둠의 마나를 실체화하는 마족의 흑마술.
섀도 포스.
“죽어라아아아!!!”
“덤벼라아앗!!!”
마족들이 주객이 완전히 역전된 살벌한 위협을 가했다.
날개와 꼬리조차도 꺼내면 걸리적거릴 좁은 실내전을 상정한 병기의 선택.
놀랄 것도 없다.
저것이 이쪽 세계 거주민들의 통상적인 사고방식.
자신이 가한 것은 잊고, 자신이 당한 것만 생각한다.
“지랄들을 한다. 양심이란 개념조차 출생과 동시에 애미 블랙홀 속에서 소실하신 모태 사이코패스 새끼들.”
나는 그 꼴들이 하도 어이가 없어 그저 혀를 찼다.
“뭐, 뭐야……? 무슨 일이야…?”
“2층에서 떨어진 마족……! 여기서 떨어진 거 맞지?”
“저것 좀 봐! 창문이 완전히 깨지고 앞의 테이블이 엉망이야!”
“싸움질이냐? 이런 카페에서조차? 그냥 점원끼리 협공해서 쫓아낼까?”
1층의 마족들과 저악마들과 악마들이 2층으로 올라오는 층계참에 몰려 웅성대고 있었다.
끊임없이 밑으로부터 올라오는 시선들이 추가되는 속에, 일어선 마왕군들과 여전히 태연하게 앉은 사복 마왕군과의 대치가 이루어진다.
나는 남은 패거리를 하나씩 눈으로 훑었다.
“싸그리 튀어나와. 힘으로 밖으로 끌어내기 전에. 예절과 예의가 무엇인지를 성심성의껏 참교육해 줄 테니까.”
여지껏 굳건한 침묵을 유지하던 사복 마족이 입을 열었다.
“너희들은 앉아라. 둘이 하나를 협공하는 것은 모양새가 살지 않는다.”
“그, 그렇습니까? 갈레인 님.”
“알겠습니다!”
즉각 명령에 복종한 다크 솔저들이 손아귀들을 털었다.
명확한 형태를 취했던 병기들이 검은 흑연들로 화해 흩뿌려진다.
절도가 넘치는 동작들로 쓰러지고 넘어간 의자들을 붙잡아 세우며 동시에 착석한다.
나는 이마에 혈관들이 돋는 것을 느끼며 일갈했다.
“이 새끼들이 장난하나!!! 안 나와!?”
여전히 팔짱을 끼고는 벌레를 보듯 쏘아보는 사복 마족의 시선에 거듭 외쳤다.
“나오라고!!! 사람을 극한까지 도발해 놓고는, 장난 빠냐!?”
조금 전에 날아간 자이르와는 정반대로 하얀 흰자위, 붉은 눈동자에 세로로 갈라진 검은 동공을 가진 녀석이 얼음처럼 냉랭한 시선으로 일렀다.
“진정해라, 인간. 현재 지나치게 흥분하고 있군.”
“진정? 니가 지금 이 상황이면 더 흥분해 개지랄하며 길길이 날뛰지 않겠냐? 그리고 이미 느꼈을지도 모르겠는데 나는 인간이 아니다? 플라스크 속의 소인간 이식술을 받아 거듭난 흄 베이스의 호문쿨루스다.”
팔짱을 끼고 굳게 눈매를 내리감은 녀석이 고개를 내저었다.
“아니, 나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감정적으로 결코 흥분하지 않는다. 늘상 논리적이며 상시 냉철한 이성을 탑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적의 살의와 전투의 열의에 휩쓸려서는, 전황을 보는 올바른 판단력을 상실해 일을 그르치기 십상이다. 그것은 사소한 실수로 목숨이 날아가는 전장에서, 전사들의 명운을 좌우하는 실로 커다란 요소로 작용하지. 가슴은 뜨겁게. 행동은 차갑게. 뜨겁고도 차가운 얼음이 되어라. 그것이 나의 마생 철학이다.”
“이 상황에서도 장렬한 개소리 설파는. 으이구. 그래, 니 똥 얼음똥이다.”
갈레인이 적안을 싸늘하게 치켜떴다.
“되려 내가 묻고 싶은데. 지금, 네놈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알고 있나?”
“쓰레기를 쓰레기처럼 날려 주었지. 쓰레기를 처넣는 쓰레기통이 없어서 아쉬웠지만. 그게 왜?”
야릇한 비소가 적안의 마족에 내걸렸다.
“논리력이 부족한 인간이라 이해하지 못하는 모양이군. 내가 다시 찬찬히 설명해 주지. 네놈은 마왕군을 건드렸다. 이들을 진두하는 소마장인 내가 목도하는 앞에서. 셋이나 되는 목격자가 있는 곳에서. 그게 무슨 의미인지 아는가?”
“논리, 논리. 씨알도 안 먹힐 개미 똥구멍 코끼리 사이즈로 확장시키는 개소리 내뱉을래? 니네 마족들한테 그딴 어휘만큼은 결코 듣고 싶지 않아. 다른 개소리들은 정신병자들을 상담하는 정신과 의사에 빙의해 신중히 들어줘도, 그것만큼은.”
“정신과 의사? 네놈 대체 무슨 헛소리를 내뱉고 있는 거냐?”
“물리 치료와 금융 치료에 특화된 결정체다, 병신아.”
나는 아리송한 의문에 빠져든 녀석의 미끈한 면전에 똑같은 비소를 내걸었다.
자신의 부하들이 먼저 시비를 털었다는 점은 끝까지 언급하지 않는다.
전형적인 내로남불의 사고방식이었다.
“니들이 롱소드로 이를 쑤시던, 랜스로 후장을 파헤치던 상관 안 해. 이제 나 역시 결국은 이곳에 살아가는 주민이며, 더 이상 인간도 아니니까. 그런데 어느 정도는 서로 선을 지켜야 할 거 아니야. 여기가 도서관이 아니라 아가리 닥치라 할 수도 없고, 내가 침묵을 요구할 권리가 있듯이 니들도 자유를 요구할 권리가 있겠지. 그런데 지나치잖아? 여기가 니들이 전세낸 복덕방이야? 동네 할방구들과 할망구들이 몰려나와 노가리 까고 화투나 치는 노인정이냐고. 왜 내 연구 방해하냐고. 시끄러워서 도무지 집중할 수가 없잖아. 덕택에 몇 개 생각하던 배합식도 지금 완전히 잊어먹었고. 생각할수록 개빡치게시리.”
고개를 들어 창틀의 뾰족뾰족한 유리 조각들만을 남기고는 완전히 날아간 창문을 바라보았다.
“거기다 가만히 있는 사람을 싸잡아 험담해? 거기다 내 역린을 뽑는 짓까지? 이건 니들이 선을 세게 넘었지. 넘어도 너무 세게. 고로 나는 결코 안 넘어갈 생각이야.”
깨진 유리창마저 이 녀석들에게 모조리 배상시키기 위해서라도, 이놈들을 잡아야 한다.
그윽하게 눈을 치켜뜬 갈레인이 한없이 거만하고도 간드러지는 미성을 흘렸다.
“뭐어, 내 아래의 녀석들이 조금 멋대로 날뛴 감은 있지만. 그렇다 해도, 나 역시 윗사람으로서의 책임감이 있다는 거지. 그쪽도 해명해 주셔야겠는걸? 이쪽 역시 쉽게 넘어갈 줄로 알고 있나? 인간?”
“뚫린 아가리로 지껄이냐. 그리고 나 인간 아니라고 몇 번을 말해, 병신아. 귀가 먹어서 못 알아들은 거냐? 아니면 어떤 의도로 도발을 일삼고 있는 거냐? 송곳 있는데 귀지도 파주고 고막에 천공도 생성해 줄까?”
갈레인이 안타까운 얼굴로 고개를 내저었다.
“아니, 폭력을 휘두른 시점에서 완전히 네놈의 잘못이다. 야만인과 문명인의 차이란 무엇이라 생각하느냐…? 고귀한 문명인은, 비천한 야만인과 다르게 대화와 논리를 통해 문제와 사안을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이다…. 기분에 따라 대뜸 저질러 버리는 짓은, 비천한 짐승과 전혀 다르지 않아……. 저기 변경의 척박한 오지에서 나뒹구는, 저주받을 야만마족들과 야생악마들과 마찬가지로 말이지. 이 몸은, 현재 네놈에 대한 고소를 생각하고 있다. 제8군단 칠흑의 절규 18사마단 3대마대 2중마대 1소마대의 소마장이자, 네가 날린 마두 자이르 녀석을 포함해 34명의 소마대원들을 거느린 책임자로서.”
“호오? 협박질을 시전하시겠다?”
나의 호전적 어투의 반문에 갈레인이 턱을 끄덕였다.
“연금공방이라고 했지? 72악마교단. 28위계 허언의 베리스가 연금학회장으로 있고, 48위계 연금의 하겐티가 연금부학회장으로 있으며, 61위계 변환의 자간이 사무국장으로 있는 연금학회와도 필히 연관이 있겠고……. 제9군단 악심의 충만의 상급 부대인 사마단 본부에는, 사회에서는 금융조사원의 3급 조사원이자 재물 조사 및 부정 축재에 대한 감사권의 권한을 지닌 친척이 군무 중에 있다. 마침 베리스와도 연줄이 닿아 있지. 공식적으로는 무리지만, 비공식적으로는 사적 알현권도 사용할 수 있는 걸로 아는데… 최근 그 공방에서 구입한 포션에서, 이상한 불순물이 나왔다고 위증을 시도하면 어떻게 될까…? 이것저것 온갖 음해와 모략을 뒤섞어서.”
나는 본능적으로 긴장감을 뻣뻣하게 굳혔다.
“제7군단 극독의 침투 소속이자, 사회에서는 마왕성의 재정부에 직원으로 근무하고 계시는 맹우이자 아는 형님마저 있다. 간단한 밀고를 넣으면 어떨까? 최근 그 공방에서 대규모의 탈세 및 부정 행위가 포착되었다는 제보라거나? 다른 연금공방들의 품평을 교묘한 공작으로 떨어트리는 것에 더해, 취급 포션에서는 변경의 야만마족이나 취급하는 광마약의 성분도 대거 검출되었다구. 아예 압수 수색이 필요하다는 명목마저 덧붙여서 말이지이……? 겸사겸사 그간 축적한 모든 재산권의 차압까지 고려해서.”
금기의 등반 시도에 나는 모든 치아가 박살날 정도로 악물었다.
“선 넘지 마라? 간단히 혼쭐만 나는 수준에서, 진짜 뒈지는 수가 있다?”
“이 몸이 지닌 몇몇 연줄과, 인연을 활용한다면… 그 폐가를, 이전부터 없었던 것처럼 간단히 허물어 버리는 정도는 간단하다만……?”
“아가리 주의해서 털어라? 너도 강냉이 몽창 날리기 전에?”
“나는 결코 쉽게 안 날아갈 듯하다만? 그전에 네놈의 잘린 목과 사지가 인형처럼 흩날리겠지.”
나는 태도를 반전해 가볍게 양팔을 떨쳤다.
“와~! 진짜 무서워서 돌아가시겄네! 그래서!? 이제 쫄은 내가 대화로 해결하자고 하면!?”
갈레인이 기다렸다는 듯이 자지러지는 비소를 입가에 내건다.
“꿇어라. 개처럼 넙죽 엎드려서는, 머리를 박고 싹싹 빌어라. 나의 구두 밑창을 핥아라. 그러면 이 드넓은 마심에서 미약한 아량을 베풀어 생각해 보마.”
간드러지게 다리를 꼬았던 녀석이, 허벅지까지 올라오는 롱부츠의 밑창을 들춘다.
꼬았던 다리를 테이블에 오만하게 걸쳤다.
“바닥에 머리를 박으며, 이마가 터질 지경까지 조아려라.”
갈레인이 짐승적인 송곳니들과 가지런한 새하얀 이빨들을 모조리 드러내며 싱그러이 웃었다.
그에 나는 고개를 굽혔다.
녀석의 면전 바로 앞까지에 바짝.
“엿먹어. 들개는 늑대들의 발목을 물어뜯어 놓는 존재야. 나는 한 번 발동된 싸움은 결코 멈추지 않는다. 특히나 이건 피할 형질이 아니다. 나의 신념과 혼신을 걸고 맞부딪쳐야 할 사안이다. 마족과 대화할 때마다 혈압이 올라 죽을 것만 같다. 그러니 그냥 튀어나와라.”
나는 싸늘한 냉시를 날리는 갈레인의 면전으로부터 살인미소를 거뒀다.
“나가자. 나는 한 푼도 여기 매장에 배상하고 싶지 않으니까. 그건 죄다 니들의 주머니에서 나올 거야.”
혼돈 악의 사고방식들을 다루는 방법은, 같은 혼돈 악 스타일로 조지는 것이다.
본인들도 익숙한 것이기에 딴지를 걸거나 토를 달 이유도 없다.
“나와라!”
나는 그대로 녀석들의 좌석 너머의 창턱을 짚고 몸을 날려 훌쩍 뛰어내렸다.
7미터도 넘을 높이에서 지면에 깃털처럼 사뿐히 착지해서는, 카페의 앞에 제법 넓게 트인 공터를 향해 걸어 나간다.
본디는 야외 테이블들이 빽빽하게 위치했으나, 공교롭게도 현재는 죄다 치운 상태.
보행자들이 통행하는 보도는 한참 앞에 있다.
나아가던 도중 나는 돌연 급가속했다.
“뭐야아, 이 쓰레기느으은!”
뻐어어어엉!
“끄아하아아악!!!”
옆구리가 제대로 정통으로 걷어차인 녀석이 그대로 짐짝처럼 날았다.
먼저 자신의 투구가 날아간 궤적을 정확히 뒤따른다.
이마에 손차양을 짚으며, 녀석이 날아간 궤적의 포물선을 따라 관측했다.
“대체 누가 쓰레기를 무단 투기했어!”
2층으로부터 1층으로 추락해, 깨진 포석에 처박혀 있던 녀석.
평범한 인간이 휘두르는 날붙이는 맨몸으로 깨트릴 정도.
마족은 엄청 내구도가 강하기에 결코 쉽게 죽지 않는다.
군복을 입은 마왕군을 죽이면 매우 귀찮아진다.
결코 죽지는 않게 가볍게 조절했다.
가벼운 전신 골절은 겪겠지만.
어느새 카페의 입구와 보도로부터는 싸움의 냄새를 맡은 마의 일족들이 귀신처럼 몰려들고 있었다.
“다들 비켜! 뭔 구경꾼들이 이렇게들 많이 왔어? 무슨 축제야?”
나는 아직 어떠한 미동도 자아내지지 않는 2층을 향해 외쳤다.
“썩 나오라고!!!”
그와 동시에 주황색의 피붓빛과 피처럼 붉은 머리의 신형이 창문에서 치솟았다.
타악, 떨어진 나뭇가지보다도 부드럽게 사뿐하게 착지한 녀석이 이쪽을 주시했다.
맨몸에 걸친 열어젖힌 롱코트를 펄럭대며 실로 여유로운 걸음걸이로 따라 나왔다.
“으핫핫! 싸움이다!”
“어이! 어느 쪽에 걸래!?”
“당연히 빨간 머리의 마족이지!”
“근데 저게 혹시 신종 악마면 어떡해?”
구경꾼 마의 일족들로부터는 벌써 떠들썩한 도박판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어느새 일정한 거리까지 접근을 마친 적발의 마족이 붉은 눈동자를 싸늘히 주시했다.
“나왔다. 인간. 이제 어쩔 셈이지?”
불과 6미터 정도, 10보도 안 되는 거리에서 나는 녀석과 마주 하고 섰다.
주변에는 흡사 축제와도 같은 떠들썩한 난장판이 자아내지고 있었다.
나는 허리춤의 검을 매만지며 대적하고 있는 녀석에게 선언했다.
“너 적금 깨야겠다?”
“……?”
즉각 이해하지 못하기에 의아함에 물드는 얼굴.
나는 분명히 말하는 것으로 의미를 못박았다.
“이 개싸움, 니가 무조건 질 거거든.”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