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의 서큐버스-60화 (60/80)

〈 60화 〉 다크 솔저

* * *

“기포두꺼비의 생피… 52미리테. 철사지네의 다리들을 빻은 것과 염옥나물을 끓인 부산물을 뒤섞어, 마소와 정제수가 배합되는 부여식이 이루어지기 전의 과정에 투여하면… 지속성의 일면에서의, 일시적 약효의 상승 효과가……. 하지만 휘발성.”

지상의 무용담을 신나게 주고받던 마족들의 이야기는 어느새 다른 주제로 넘어가 있었다.

“애초 저희 마족이 가장 수가 많기도 하고, 종족의 대표명일 정도로 마족이 중심이니, 저악마와 악마는 별것 아니란 의미가 됩니다. 마의 일족은 선천적으로 강하기에 수련 따위는 안 한다지만 경우에 따라 다릅니다. 강해질 수단이 확실히 있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투신하는 데블과 달리, 혈통만 믿고 단련도 안 하는 레서 데몬이나 데몬은 순연한 혈통빨의 힘으로 마두나 마장의 자리를 버젓이 차지하는 경우가 있고. 정말 저열하고 띨띨한 자식들입니다.”

하얀 산발에 보라색 피부를 드러낸 다크 솔저가 목청을 높여 열변을 토했다.

“앞에서는 쫄아 바락바락 기면서, 뒤에서는 데블인 상관들이나 군단장들에게는 온갖 욕을 늘어놓더군요. 요행으로 그런 힘을 얻었을 뿐이며, 본래는 자신들에 상대도 되지 않는 하찮은 마족이라며. 적혈급조차 되지 않는 레서 데몬들이나, 적혈급에서 벗어나지도 못하는 데몬들을 보면 아주 진심으로의 살의가 듭니다. 자신만의 방식을 통해 꾸준히 비상하는 무모한 노력가들은 마족들에 진짜 많지요. 마왕군의 군단장들에 이르는 상위진들에 드글드글하게 포진된 데블들이 증명합니다. 제가 보기에는, 저악마들과 악마들이야말로 마신의 실패작입니다. 저희 마족들이 완성작이구요.”

투구를 벗은 다크 솔저 마족이 오만상을 찌푸리며 신랄한 욕설을 퍼부었다.

“저악마 새끼들이랑 악마 새끼들, 제발 싸그리 좀 뒈져 주지 않으려나요? 그러면 저희 마족들만의 진정한 마족천하가 찾아들 텐데요. 진심으로 모든 레서 데몬들과 데몬들이 죽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자 사복 마족이 짐짓 어르는 표정으로 검지를 입에 대었다.

“쉿, 그런 마족들의 본심은 함부로 밖에 내는 것이 아니다. 사회 각지에서 온갖 형상들로 위장하고 있는 무영대들이나, 녀석들을 숭배하는 교단원들이 들을라.”

“아차, 이놈의 입! 마왕군 특전대! 72악마교단! 크크크크큭!”

이심전심인 두 마족이 의견을 맞춰 히죽댔다.

곁의 다크 솔저들이 과장적인 포즈들로 창밖과 주변을 둘러봤다.

투구를 벗은 다크 솔저가 나의 방향을 흘끗 살폈다.

창가의 다크 솔저들이 연달아 전위적인 포즈들로 양팔들을 떨쳤다.

“아핫! 소마장님은 마족이시면서도 어지간한 저악마 자식들과 악마 새끼들과 견줄 적혈급이시니, 이 얼마나 강인하고도 강렬한 힘의 입증이십니까!”

“이미 통상적인 마족의 투귀급들인 준전사들과 암영급들인 하급전사들을 초월하신 중급전사이십니다! 이것으로 이미 마생은 폈습니다!”

“제8군단 칠흑의 절규 18사마단 3대마대 2중마대 1소마대의 마두인 자이르 님과 34명의 소마대원들을 이끄시는 자랑스러운 마전사!”

“나 자이르는 애초부터 이분의 진가를 알아보았지! 갈레인 님은 저 선혈을 투영한 마계의 하늘에 더욱더 드높게 비상하실 거라구!”

“아아, 이 지경까지 오기는 실로 힘들었지. 뼈를 깎아내는 고통에 비유하마. 하지만 그 과정을 감내했기에, 지금의 영광스러운 힘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이노라.”

사복 마족이 자신의 부하들의 쏟아지는 아부를 진심으로 만족스러운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받아들였다.

소마장이란 것은 전생의 군대의 개념으로 치면 소위인 소대장.

통상적으로는 장교 포지션에 해당하는 최약체의 데몬들이 배치되나, 무위와 실력에 따라 혈통과 관계없이 얼마든지 진급할 수 있다.

악마인 카티샤와 마족이면서도 실질적으로 동렬의 실력을 지녔다는 말이 된다.

마두라는 호칭은 마왕군 계급제의 최말단으로써, 병사들의 포지션인 마족들이 중점적으로 도맡는 분대장 개념.

내게 한동안 시선을 고정하던 자이르라는 투구를 벗은 다크 솔저가 다시 고개를 돌렸다.

나는 다시금 주의가 홀라당 날아간 것을 느끼며 깃펜을 놀렸다.

이블 버진으로 갔어야 하나?

아니, 거긴 여자들만의 공간이라는 느낌이 강하고.

여자 마족들, 여자 저악마들, 여자 악마들 역시 만만찮게 시끄럽거나 더하기에 도무지 집중할 분위기가 아니다.

사악하든 선량하든 여자들이 시끄러운 건 종족을 초월해서 매한가지다.

“흐핫핫핫핫핫!!!”

“갸하하하핫!!!”

“크카카카칵!!!”

“으핫핫핫!!!”

아무렇지도 않게 마계의 조직 자체에 험담을 늘어놓은 마족들의 사악한 웃음소리들이 빗발쳤다.

결국은 다시금 나의 시선이 그쪽으로 돌아가고 말았다.

사복 마족이 진지하게 눈빛을 고치며 덧붙였다.

“그리고, 다음 기회에 모두가 같이 휴가를 나왔을 때는 알고들 있겠지? 이미 착수에 있다.”

“아아, 그 이야기입니까?”

투구를 벗은 다크 솔저의 말에 투구를 쓴 다크 솔저들이 동시에 눈들을 빛냈다.

“현재 지상에 잔류해 오크 소굴에 은신처를 마련한 카루라 년이 몬스터 레어를 생성 중이다. 이미 인근의 모든 마물들과 마수들의 복속이 완료되어 1천의 군체를 이루었지. 이번에는 단순히 그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보다 크게 일의 규모를 키울 계획이다.”

팔짱을 낀 사복 마족이 의미심장한 목소리로 깊게 눈매를 깜빡였다.

“적합한 절차와 적절한 의식에 의거해 적출하고는 가공한 피의 결정체. 마의 일족이 자신의 마혈을 마결정화한 마혈석을 대지의 지맥에 이식할 시에, 즉각적인 코어로써 맥동하는 마혈석에 의해 주변 일대의 지맥을 중점으로 한 자연은 급속히 오염되어 몬스터 웨이브를 행사하기에 적합한 상태가 된다. 그 상태가 되면 제작자들이 원하는 특성의 신생 미궁의 탄생만이 아니라, 대규모 몬스터 웨이브를 초래할 근원적 발판이 마련된다는 것이다. 그 수는 수만조차 우스울 정도! 마족들 각자가 끌어모을 수 있는 전력을 초과해, 본연의 한계의 초월이 일어난다는 것이지.”

사복 마족이 실로 비릿한 미소를 입가에 끌어올렸다.

“그때가 되면 휴가를 받거나 내거나 해서 지상으로 나온 네놈들도 모조리 거들도록. 근방을 샅샅이 떠돌아 다니며, 각자들의 한도까지 마물들과 마수들을 복속하고 군체를 확장해라. 근교에는 마을 약 여섯 개와 도시 둘, 인간들의 요새 하나와, 무장한 성전사들이 주둔하는 디비누스 신성투사단의 성채가 위치해 있어 너무 쉬운 유린만이 아닌 적절한 볼거리도 제공받을 수 있을 거야. 수도원과 수녀원은 전통적으로 많은 보물들을 쌓아 놓는다. 그것들을 차지하고, 여차하면 증오스러운 성자들과 성녀들의 목도 따고. 기왕 지상에서 크게 한탕할 바에, 거하게 벌여야지.”

말을 마친 사복 마족이 더없이 만족스러운 미소로 눈을 감고 고개를 끄덕였다.

창가에 앉은 투구를 쓴 다크 솔저들이 거의 동시에 내뱉었다.

“설마 밤과 어둠의 일족의 사냥에 특화된 밤사냥꾼이 지역권에 있는 것은 아니겠죠? 녀석들은 성자들과 성녀들과는 다른 의미로 성가신데.”

“나이트 헌터스…….”

득의양양하던 마족들 사이에 돌연 여트막한 긴장감이 깔렸다.

사복 마족이 되려 전의가 자극된 듯이, 테이블에 팔꿈치들을 괴고는 끼운 깍지에 입을 맞대 붉은 적안을 이글댔다.

“그러다 견습 용사가 이끄는 군세가 튀어나오거나, 대규모 소집령을 선포한 영주군과 연합을 이룬 길드들이 총공세의 연계를 펼칠 수도 있겠지. 허나 그게 스릴 아니겠는가? 마신의 흩뿌려진 핏방울들이 되는 존재들이자, 평생의 마생 동안 영구히 녀석들과 대척하며 적대하는 운명을 지닌 자들로서.”

곁에 착석한 다크 솔저가 투구 속의 붉은 눈꼬리를 느른히 휘며 답했다.

“뭐, 결국 수로 짓누르면 되지 않겠습니까? 용사라 해도 힘이 무한정으로 솟아나는 게 아닌 이상, 분명 체력에 한계는 있겠죠. 여차하면 복속한 몬스터들을 방패막이로 삼아 다시 이곳 마계로 도주하면 됩니다.”

“백작이 지배하는 해당 영지에는 비스트맨들도 있는 듯하지만, 그래 봐야 흄들보다 약간 강한 정도이다. 드워프나 엘프도 조금 신경 쓰일 뿐 그닥 큰 위협은 아니지. 방심만 안 한다면 말이야.”

“우리가 녀석들보다 우월한 피조물들이니까요. 나약하고 하찮은 것들의 비명과 절규는 언제 들어도 감미로우니까요. 크하하!”

2층을 완전히 장악한 마족들이 멋대로들 떠들어대며 요란히 키득댔다.

나는 다시금 주의가 완전히 빼앗긴 것을 인식하며 혀를 내둘렀다.

도저히 집중할 분위기가 아니다.

대화하는 주제의 내용을 떠나서, 목소리들이 너무나 드높고 떠들썩하기에.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정숙을 원할 권리가 있는 만큼, 녀석들도 자유롭게 떠들 권리를 갖추고 있다.

나는 질색과 난감의 표정이 만면에 떠오르는 것을 필사적으로 갈무리하며 다시 시선을 돌렸다.

그냥 내가 음료와 소지품들을 들고 1층으로 내려갈까 하던 때였다.

그와 동시에 허벅지에 걸친 벗은 투구를 매만져대는 다크 솔저가 내게 흘긋 시선을 던졌다.

“아까부터 계속 신경 쓰였는데, 저기 구석에 앉은 새끼 조금 이상하게 생기지 않았습니까?”

그와 함께 모든 마족들의 시선들이 나에게 돌아왔다.

나는 필사적으로 태연을 가장하며 깃펜을 놀렸다.

“뭐야, 저건? 뱀파이어인가?”

“뿔이 없긴 한데, 그렇다고 보기엔 동공이 인간의 것이네요.”

“노예인가? 그럼 목울대에 차거나 박힌 데몬 서프레서는 어디에 있어?”

“이목구비도 뭔가 괴상한데요. 단일 개체, 혹은 신종의 마족이나 악마려나?”

나는 본격적으로 시작된 마족들의 수군거림으로부터 의식을 흐리며 양피지에 집중했다.

“콘드레인 나물… 콘드레인 나물… 콘드레인 나물….”

왜 같은 말을 녹음기이자 앵무새처럼 반복하고 있는 걸까.

본격적인 나의 지목과 함께 돌연 주변의 환경이 굉장히 거슬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나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들이.

“머리도 검고, 눈도 검어…. 애초 저것부터가 무지 웃긴 외모의 조합 아닙니까요!?”

“마계의 우리와도, 중간계의 흄들과도 확연히 벗어나는 인상이군. 마치 본래 이쪽 세계의 주민이 아닌 것처럼.”

“뭐야, 저거? 도대체? 흄은 맞어?”

“물어볼까? 인간 맞냐고? 크큭!”

선천적으로 사악한 존재들의 흥미를 이끈 상황으로부터, 전력을 다해 주의와 의식을 돌리며 깃펜을 놀렸다.

본격적인 모략의 개시와 함께 집중력이 저하되어 오류가 나버렸다.

나는 어금니들을 조금 꽉 깨물며 깃펜을 놀렸다.

계산하던 배합식을 신경질적으로 슥슥 그어 먹칠하고는, 곁에 놓인 새로운 양피지를 붙잡았다.

망가진 공식을 새롭게 써나간다.

머릿속에 가물가물 떠오를 듯하던 배합식에 재차 집중을 기울였다.

갓 떠오르기 직전이던 아이디어가 날아가 버리는 것만큼 성질과 화딱지가 나는 것도 없다.

“짜증나네…….”

나의 얼굴은 시비를 몰고 다니는 형상이다.

특이하게 생겼기 때문이 아니라, 이곳 세계에서 살아가는 존재들의 외형적 형질과는 너무나도 먼 외모이기 때문이다.

마의 일족들은 뿔과 날개와 꼬리에 다양한 피부색을 지닌 인간형들을 지니고, 온갖 괴물형들도 있다곤 해도, 기본적인 얼굴들의 베이스는 서양인들.

마계가 아닌, 15신조물들에서 가장 많은 인구의 흄들이 살아가는 중간계에서도 어딜 가나 눈길을 받거나, 아이들의 학교라면 놀림과 따돌림을 당할지도 모를 동양인의 외모.

혼돈 악들의 성향들이 살아가는 마계에서 처우가 어땠을지는 말할 것도 없다.

훌륭한 시빗거리라고밖에.

외출할 시에 광마법의 위장술인 할루시네이션이나, 상위 호환의 환마법의 변장술인 디스가이즈나, 여전히 같은 환마법이자 완전한 상위의 변신술인 폴리모프를 사용하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자신의 타고난 본질을 스스로 거부하는 셈이 되기에 하지 않는다.

고트 레서 데몬인 트노시아 역시 2미터가 훌쩍 넘어가는 자신의 거체에 지대한 콤플렉스가 있으나, 그냥 수긍하고 산다.

리나 씨도 로브를 걸치고 후드를 눌러쓰며 마스크마저 쓰는 위장이나 변장을 제안했으나, 내가 일언지하에 완강히 거부했다.

누가 자신의 고향에서 마스크를 쓰고 지내나?

나는 스스로 당당하기 때문이다.

잘못한 게 없는데, 전혀 숨을 이유도 없다.

전생한 초기 몇 개월은 아주 나약한 모습을 보였어도, 이제는 결코 그러지 않는다.

“이제 그 단계는 넘었지…….”

욕을 먹는 것에는 아주 익숙하며, 마계 전생 이후에는 평생 처먹을 욕을 다 들었기 때문이다.

개인과 가족과 조상을 들먹이는 욕설을 들어도 참을 수 있다.

어떤 것 딱 하나만 안 건드린다면.

결코 뽑지 말아야 할 역린.

마족들의 온갖 더러운 조소와 험담이 빗발치는 속에, 투구를 벗은 다크 솔저가 손으로 턱을 매만지며 고심에 빠졌다.

“잠깐, 분명 어디선가 본 듯한 얼굴인데에…….”

한참 생각하던 마족이 내게 권총 모양을 취한 손짓을 들췄다.

“아, 그러고 보니 저 새끼!? 거기에서 봤던 얼굴이군요!”

“네? 어디서 보셨습니까? 자이르 님?”

“마평원 제르디아로 들어가는 길목! 몽환의 숲 루스카의 입구에 위치한 연금술사의 공방!”

“아! 서큐버스가 운영하는 곳 말입니까?”

나는 치아와 치열을 짓씹으며 거칠게 깃펜을 놀려 나갔다.

팔짱을 끼고는 등받이에 등짝을 늘어트린 자이르가 노골적으로 목소리를 드높였다.

“그에 대해 엄청 재미난 일화가 있는데 들어보시겠습니까!?”

“무엇입니까!”

“궁금합니다!”

“호오, 무슨 일이지?”

“한 6개월 정도는 된 일입니다. 당시에는 휴가이기도 했고, 하도 사회에서 쉬다 보니 몸이 굳은 것을 느껴 운동이나 할까 하고 마경에 들어가고 있었죠. 그러다 그 공방을 보게 되었습니다. 의외로 장사진을 이룬 게 매출이 쏠쏠한가 봅디다? 호기심이 들어 일단 줄을 서서 기다렸습니다. 그러고는 제 차례가 되어서는 슬쩍 화두를 던졌죠.”

무리에서 두 번째로 높은 마족이 더욱 노골적으로 목소리를 드높여 갔다.

“서큐버스답게 얼굴도 반반하기도 했고? 저 녀석이 지금 안에 있는지 물으니까, 헬유레이아의 시내로 비품의 구매를 위해 외출을 나갔다며 상냥하게 응대하더군요. 그래서 잘됐다 싶어 저질러 버렸죠. 뭐, 나름 합리적인 창관의 가격대로 화대 던져 줄 테니, 지금 이 자리에서 다른 모든 손님들이 보는 앞에서 벌거벗고 제 물건을 한 번 빨아 볼래 화두를 던졌죠. 아예 지금 이곳에 있는 다른 손님들한테도 엉덩이를 흔들며 돌아가며 박힌다면, 꼴리는 정도에 따라 추가적인 팁을 던져 주겠다는 조건을 내걸었습니다. 그랬더니, 자신은 미래를 기약한 남자가 이미 있다면서, 네까짓 게 뭔데 임자가 있는 자신을 건드리냐며, 장사고 뭐고 다 때려치우며 매대에서 뛰쳐나와 길길이 날뛰면서 공격을 가해 오더군요! 몽마답지 않은 개소리나 지껄이면서! 눈자위까지 새카매져서 발광하는 눈동자로 달려드는 꼴이 어찌나 웃기던지! 건방진 것을 짓밟아 주기보다는, 그냥 튀는 게 훨씬 더 열받을 듯해서 잽싸게 튀어 버렸습니다요!”

“크, 하하하하학!!!!!! 끄아하아아앙!!!!!!”

“끄허허허헉!!!!!! 우캬캬캬캭!!!!!!”

“풋.”

리더 마족의 싸늘한 냉소와 나머지 마족들의 폭발적으로 떠들썩한 폭소가 터졌다.

고막이 터질 듣한 소음이 쩌렁히 빗발치며 테이블이 쾅쾅대고 의자들이 들썩댄다.

찌이익, 뇌내에서 한계까지 참던 나의 리미트가 찢어지는 소리가 울렸다.

입술이 터질 듯이 짓씹는 내게 녀석이 대놓고 손가락질하며 비웃었다.

“아핫! 저 새끼! 부들대기는! 필사적으로 억누르는 게 보이네요!”

상황을 주도한 마족이 자랑스럽다는 듯이 우렁차게 외쳤다.

“성욕 따위야 수십 년 수명의 단명종들이나 품는 비루하고도 비천한 욕구라지만! 아주 이따금은 꼴릴 때가 있지요! 순전한 악의와 욕망의 발현으로써! 그래서 시도해 봤는데, 결과는 화려한 실패~! 아쉽지만 다음 기회에~! 한 번 더 도전해 볼까 고민이랍니당! 우훗!”

나는 이마에 돋은 혈관들이 모조리 터지는 착각을 느꼈다.

내가 있었다면 그런 일을 도맡아 담당하니, 내가 외출을 나갔을 때 벌어진 일.

리나 씨는 낮에 그런 일이 있었다는 말도 없이, 언제나 한없이 해맑음이었다.

“그때 저희도 동참해도 되겠슴까!? 자이르 님!”

“셋이 가면 각자 입과 똥구멍과 보지를 점유하면 됩니다!”

“오냐! 그냥 각자들 하고 싶은 구멍들에 쑤셔 박아! 어차피 서큐버스니까 되려 좋아할 테니 상관없다!”

타악, 마침내 나는 끄적이던 깃펜을 놓았다.

대체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지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얼굴로, 창가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아핫! 아핫!!! 저 새끼!!! 드디어 여기를 봅니다요!?”

“혹시, 부르셨나요? 이런 반응?”

“크핫핫핫핫핫!!!!!!”

“아핫핫핫핫!!!!!!”

질리도록 아는 이쪽 세계 거주민들의 비웃는 얼굴들이 지척에서 어른거렸다.

나는 자리에서 고요히 몸을 일으켰다.

산발의 하얀 머리칼과 보랏빛 피부의 투구를 벗은 다크 솔저에게 곧장 직행한다.

또각또각, 그렇게 급하지도, 딱히 서두르지도 않는 구둣발 소리를 울리며 녀석들의 테이블에 도달했다.

내려보는 시선과 올려보는 시선들.

등받이 뒤로 낀 깍지에 뒷머리를 괸 백발의 마족이 태연히 능글맞은 인사를 건넸다.

“여어, 안녕? 어디의 흄인지 모를 것.”

나는 마족의 전형적인 투영, 검은 눈자위에 갇힌 청색 눈동자와 상어이빨을 한 녀석을 일말의 감정을 소거한 무표정으로 내려보았다.

“하도 같잖아 참는 척해줬더니만, 뭐 이리 아가리들을 놀려? 여기가 니네가 전세낸 동네 다락방이냐? 시끄러워 집중할 수가 없게.”

“킥! 참았다는 놈이 그렇게 턱 근육이 아작나도록 주둥이를 꽉 무냐?”

“그거야 의지와 무관한 반사 작용이고. 니들이 사람 조지고 죽이는 스킬 가르치는 학원 시절에 안 배웠어? 수업 시간에 눈깔 오픈하고 잠들었냐?”

“어쩌라구. 우리가 뚫린 입들로 멋대로 지껄이겠다는데.”

심해처럼 시퍼런 벽안의 마족이 포식자의 세로 동공을 호전적으로 치켜떴다.

“니가 뭔데 리나 씨의 영업 방해를 하냐?”

“어쩌라구. 우리가 말하고 싶은 대로 말해야겠다는데.”

나는 반복적으로 강건한 메시지를 단호하게 못박았다.

“니가 뭔데 리나 씨의 영업 방해를 하냐구.”

뒷머리에 깍지를 낀 녀석이 더욱 이죽대는 태도로 눈동자만을 치켜떠 올려봤다.

“어쩌라구. 우리가 하고 싶은 대로 하겠다는데.”

“그럼 나도 하고 싶은 대로 해야겠네.”

나는 즉각 주먹을 날렸다.

뻐어허어억!

“끄어하아악!!!!!!”

오른뺨을 기준으로 안면이 통째로 함몰된 녀석이 즉각 유리창을 깨고 날았다.

타격이 안면을 넘어 목과 어깨까지 휜 녀석이 그야말로 야구공처럼 날았다.

박살난 상어이빨들이 수십 개도 넘게 하얀 강냉이처럼 흩날렸다.

콰다앙! 카페 1층의 외부 밑바닥에 둔탁한 추락음이 울렸다.

“크헉! 자이르 님!!!”

“자이르 니이이이임!!!”

반사적으로 벌컥 기상한 다크 솔저들로부터 자지러지는 절규가 터졌다.

사복 마족은 여전히 굳건히 팔짱을 끼고 다리를 꼰 채 앉아 있었다.

거만한 붉은 시선만을 마치 벌레를 보듯 나에게 들췄을 뿐이다.

탱그러러렁, 홀로 남은 투구만이 요란한 금속성을 울리면서 주인이 있던 자리의 밑바닥에서 청승맞게 나뒹굴었다.

투구도 마력을 휘감은 발로 힘껏 차올려, 깨진 유리창 밖의 아예 머나먼 상공까지 날려 준다.

“홈런이네. 주인은 땅볼인데.”

손차양을 짚은 나는 거리와 궤적의 포물선을 확인하며 느른히 내뱉었다.

동서고금과, 무수한 이세계들과 무궁한 다차원들에 통용되는 불후의 명언.

“나도 꼴리는 대로 한다.”

시비충은 박살내야 제맛이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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