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의 서큐버스-52화 (52/80)

〈 52화 〉 마족 길드

* * *

“지금… 날아간 덩치가, 배드 브로스 파티의 리더 맞지? 바갈드.”

“맞아. 제4군단 광풍의 쇄도에서는 다크 솔저. 길드에서는 홍등급 모험가.”

“발톱 등급 퀘스트들을 싹쓸이하며 씨를 말리던 얄미운 새끼.”

“날을 잡아 밟아 줄까 하던 재수었던 놈이었는데.”

“그런데 왜? 녀석이 뭘 잘못했다구?”

마족들 사이에 술렁임이 자아내졌다.

나는 애초부터 이 세계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

현장에는 이미 나와 구면이거나, 명백한 악연이라 해야 할 관계로 맺혔던 녀석들도 존재했다.

“어이, 싸움은 나가서 하라고!”

후방으로부터 어떤 남자 마족 접수원의 외침이 공허한 메아리가 되어 울렸다.

“좋은 본보기지…….”

그럴 때가 필요했으며, 지금이 딱 실행할 적기이다.

나를 알던 녀석들에게는 달라진 나의 힘을 보여 각인시키고, 나를 모르던 녀석들에게는 내가 어떤 존재인지 인식시킨다.

강해진 나의 힘의 우위를 증명한다.

“무오오오옷! 강자! 강자의 출현이다!”

“마혈이 끓어오른다아아아! 마혼이 불타오른다아아아!”

안대 마족과 동석했던 황소 저악마들이 동시에 양팔을 들춰 테이블 뒤집기를 시전하며 벌컥 기상했다.

콰하아아앙! 요란한 폭성과 함께 테이블이 천장에 내꽂혔다.

2미터가 훌쩍 넘어가던 거구의 마족을 아이처럼 축소시켰던 더한 거체들.

각자 바닥에 놓은 초대형 병장기들을 한 손들로 집고는, 제각기 남는 왼손과 오른손을 내뻗어 삿대질한다.

“우리 고르타와 구르타 형제가 네놈을 마신님의 곁으로 보내 주겠다!”

“죄악과 업보를 심판받고, 죄성의 저울에 피와 살이 매달려 타오르거라!”

“난 그 새끼 안 믿어서 못 가, 병신들아.”

나는 믿지도 않는 신에의 강제 신앙 동참에 쓴웃음을 흘리며 자세를 다잡았다.

“나가서들 싸우라고! 개자식들아! 싸그리 나한테 죽고 싶나!”

후방으로부터 더한 격성이 된 남자 마족 접수원의 경고가 퍼졌다.

“무아하아앗!!! 무아하아앗!!!”

“후우우욱!! 푸후우우욱!!!”

황소 레서 데몬들이 제각기 뒷발들을 번갈아 끌며 일렁대는 불길들을 콧김으로 내뿜었다.

각자 한쪽을 축으로 삼은 디딤발들을 마구 굴려대다가, 이내 상체를 바짝 뒤젖혔다.

“무아아아아악!!!”

“음무우우우웃!!!”

이윽고 고개들을 푹 수그리며 그야말로 황소들처럼 저돌적으로 돌격해 들어왔다.

아마 마족의 간교와 화술에 의해 부려지고 있을 우둔한 존재들, 리더보다 강력한 멤버들이 엄청난 땅울림을 길드에 자아내며 몸을 바짝 수그리고 마구 발을 굴리며 달려들었다.

그와 동시에 주변의 모든 마족들이 귀신과도 같은 신묘한 몸놀림들로 일제히 이탈했다.

나는 힘을 개방해 좌우의 양팔을 마석화했다.

“무, 우우우우웃!!!”

“무하아아아악!!!”

좌우에서 동시에 터무니없이 커다란 배틀 액스와 워해머가 날아들었다.

핏빛 안광을 폭사하며 코와 입에서는 불길의 숨결을 내뿜는 옥스 레서 데몬들이 맹공을 가했다.

콰카카카카캉! 도끼와 망치와 팔이 초고속으로 맞부딪히는 철성이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

마계의 마광산들에서만 생산되며 군사와 사회의 다방면에 활용되는 금속.

검붉은 마혈이 칠흑색의 표면에 흐르는 듯한 형상, 평범한 철강보다 몇 배는 강력하면서도 고탄성의 성질을 보유한 마철강 특유의 흑적광이 눈이 멀게 할 듯이 번득댄다.

거기에 기력과 마력도 제각기 휘감겨, 눈앞을 추가적인 다채로운 색상들과 효과들로 현란하게 어지럽히는 데몬 스틸 웨폰들의 맹습.

“무호오오옷!!!”

“무하아악!!!”

마석화한 양완만으로 옥스 레서 데몬 둘을 상대로 대등히 맞선다.

여파에 휩쓸린 주변의 테이블들과 술잔들 및 음식들을 담은 접시들이 잡동사니들처럼 날아가 흩뿌려졌다.

건장한 장정보다도 커다랗지만, 가냘픈 나뭇가지처럼 휘둘리는 배틀 액스와 워해머가 나의 양팔과 맞부딪치며 쾅쾅대는 충격파가 발산되었다.

한시도 눈을 떼놓을 수 없는 격전의 공방 와중 접수대로 흘긋 시선을 돌린다.

이 모든 상황을 중재시킬 존재, 애초 내가 찾기도 했던 존재인 그녀는 보이지 않는다.

나는 호통치던 남자 접수원이라 추정되는 남마족이 황급히 접수대 안쪽의 거대한 통로로 사라지는 것을 보았다.

현재 나와 대적자들의 사이에서 발산되는 힘의 여파를 감지했기 때문에 꼬리를 내린 것이다.

“무아하아악!!! 마신의!!! 곁으로!!! 가라!!!”

“죄악과!!! 업보를!!! 심판받으라!!! 죄성의 저울에!!! 매달리거라!!!”

“그 새끼 안 믿는다고!!!”

눈에서 형형한 적광을 내뿜는 황소 저악마들이 전혀 죽지 않는 저돌적 기세로 끝없이 달려들었다.

하나는 나름 호방한 인상의 인간형 얼굴, 하나는 말 그대로 미노타우로스 같은 소머리 그 자체.

하지만 후자는 마수족의 일원인 미노타우로스와 심대한 차이가 있다.

레서 데몬들과 데몬들은 자연, 동물, 식물, 사물, 현상, 감정의 요소들이 마성과 불완전하거나 완전한 결합을 이룬 마신의 피조물들이기에.

자신들 역시 다른 나머지 존재들이 외형적 특징이 비슷하다고 해서 비교되는 것을 극상의 모욕으로 받아들인다.

당연히 힘과 위상의 측면에서도 현격한 차이가 있다.

수인족인 옥스 비스트맨, 마수족인 미노타우로스, 저악마족인 옥스 레서 데몬이나 악마족인 옥스 데몬은 자갈, 바위, 암반, 바위산만큼이나의 차이가 있다.

“무아아아아악!!!”

“무훠훠훠훡!!!”

시뻘건 눈꼬리를 흩날리며 불의 콧김과 입김을 내뿜는 옥스 레서 데몬 형제가, 어떤 철옹성마저 쇳덩이처럼 우그러뜨려 날려 버릴 거칠고 드센 협격을 퍼부었다.

좌와 우에서 협과 격을 동시에 맞춘 기둥처럼 묵직한 공세가 휘가르다가, 이따금은 시간차를 두고 일정한 간격으로 물레방아에서 두레박이 낙하하는 듯한 직격을 떨어트렸다.

철저히 함께 싸우는 것을 상정으로 훈련된 움직임이었다.

아마도 트노시아와 비슷하거나 조금 약하지 않을까 싶은 기량들.

하지만 나는 3주 전의 마경에서 나를 넘는 경험으로 강해졌다.

미드나이트 걸즈로부터 취한 유사흡정, 파릴케와 2주의 시간을 보내며 그녀로부터 잔뜩 취한 유사흡정은 다시금 나를 마경에서의 사투 시점보다도 상승시켰다.

이제 이 정도는 이길 수 있다.

나는 홀연히 무언가 홀가분함이 피어나는 것을 느끼며 오른쪽 다리에도 마석을 휘감았다.

오른쪽으로부터 묵직한 파공성을 가르는 전추를 움켜쥔 오른팔을 세워 받아낸다.

좌측 대각선으로부터 바람을 휘가르며 곧게 떨어지는 배틀 액스에 신형을 비틀어 하이킥을 날린다.

과아아아앙! 마철강 재질에 줄기지던 마력마저 휘감겼던 초대형 양손 도끼날이 우렁찬 금속성을 내며 양철판처럼 찌그러져 날아갔다.

“무우우웃!?”

도끼날이 빠져 버린 도낏자루만을 멍하니 들춘 옥스 레서 데몬이 바보 얼굴을 내쬐었다.

급격히 좌로 몸을 비틀며 전추를 받아내던 오른손과 왼손을 동시에 위로 내뻗치며 펄쩍 뛰었다.

옥스 레서 데몬의 옆머리 좌우의 손잡이들을 붙잡고는 공중에서 몸체를 역회전한다.

녀석의 뒤로 완전히 공중제비를 돌아 뛰어넘음과 동시에, 회전력으로 인해 반사적으로 자연스럽게 들린 녀석의 거체가 장난감처럼 붕 날았다.

강렬한 악력으로 좌우 옆머리의 소뿔들이 박살나며 뽑혀 버렸다.

“무아하아아악!!!”

거센 포효를 내지르는 옥스 레서 데몬이 나의 등을 넘어 전방으로 휙 날아갔다.

투콰르르륵!

“허거거걱!? 크하아아악!”

“무후우우웃!!!”

미리 벽면에 날아가 내꽂히고는 성대하게 허물어진 잔해에서 나뒹굴던 안대 마족에 그대로 추가된다.

급작스럽게 자신에게 부가된 하중에 눈이 뽑힌 안대 마족과, 뿔이 뽑힌 황소 저악마가 고통을 함께 공유하며 나뒹굴었다.

“무아하아앗!!! 고르타 형니이이임~!!!”

남은 소머리의 레서 데몬이 당한 인간형 얼굴의 형제에 분노해 양팔을 떨치고 상체를 뒤젖혀 전력을 발산했다.

쩌렁한 격성을 내지르며 오러가 일렁이는 워해머를 재차 나의 후방에서 내찍었다.

나는 디딤발을 박차 지반에서 사뿐하게 내뛰었다.

콰아하아앙!

“무아하아아앗!?!?”

지반에 크레이터가 생성되며 파쇄된 투석들이 스프링클러처럼 치솟았다.

큰 피해를 자아내지 않기 위해 오직 사람 하나 둘레 정도만 패게 타점을 압축해 내찍은 일격, 화려한 헛방을 내찍은 옥스 레서 데몬의 고개와 상체가 뒤젖혀졌다.

뒤로 뛰어 몸을 돌리는 아크로바틱한 도약으로 3미터도 훌쩍 넘을 옥스 레서 데몬의 뒤통수에 도달한다.

서둘러 장정보다도 거대한 워해머를 뽑으려 하나 지반에 박혀 약간의 딜레이가 발생한다.

나는 남은 왼발에도 마석을 둘러 니킥을 녀석의 뒷머리에 내꽂았다.

“구아하아아악!!!”

뽑으려 안간힘을 쓰던 지반의 워해머를 놓친 녀석도 그대로 전방으로 날았다.

콰하아아앙!

“그어하아악! 겍! 뭐, 뭐야아아아~!?!?”

“무후우웃!!! 후우우우웃!!!”

“무하악! 무훠어어어억!!!”

요란한 파괴음과 함께 상봉한 셋의 형체가 뚫린 길드 바깥의 벽면으로 치솟았다.

안대 마족, 인간형 얼굴 황소 레서 데몬, 소머리 황소 레서 데몬의 파티 미팅이 이루어졌다.

마계에서는 하도 건물 내부에서 싸우는 일이 잦아, 건설 단계에서부터 건축물들의 내외부에 기본적으로 둘러지는 지물형 결계를 뚫고 나갈 정도의 충격.

“…….”

실내의 모든 세로 동공들이 일제히 팽창했다.

다색의 눈색들과 머리색들과 피부색들을 지닌 존재들이, 현상을 일으킨 중심인 나에게 뚫어지게 고정되었다.

현재 길드에 모인 마족들의 대략적인 수준을 추산해도, 결코 약하지 않을 수준의 멤버들이 순식간에 당한 모습들.

“뭐들 그렇게 놀래냐. 니들이 약자들한테 허구헌날 하는 짓인데.”

실내에는 그저 고요함만이 감돌았다.

후방의 접수원들도, 전방의 모험가들도.

모두가 그저 얼음장처럼 굳은 침묵을 지켰다.

마족들이 사회에서 어떤 일들을 하든, 결국 진정한 본분들은 마왕군의 전사들.

접수원들도, 모험가들도 모두가 마왕군들이다.

당연히 이곳 길드의 마족 모험가들과 그닥 차이가 나지 않거나, 되려 조금 상회하는 실력의 접수원들도 우르르 달려들어 제지할 수는 있지만 명백한 격차를 느꼈다.

그래서 직접 나서는 제지가 없었던 것이다.

“나와 구면이거나, 혹은 호기심이 들거나 하는 놈들도 모조리 덤벼.”

일부 비릿한 비소를 이죽대거나 썩은 미소를 짓는 녀석들이 보이지만, 직접 달려들 존재는 없어 보였다.

엄연히 따지면 현재 이 길드에는 그렇게 강한 마족들은 없기 때문에 이런 퍼포먼스가 가능하지만.

그렇다 해도 행여나 쉽지 않을 것 같다 싶으면 기가 막히게 잔머리들이 잘 돌아가는 존재들이다.

무엇이든 안 좋은 요소들은 참 발달했다.

“후우…….”

나는 눈을 감으며 상체를 젖혔다. 그러고는 크게 심호흡을 했다.

이런 날이 오게 될 줄 누가 알았을 것인가?

암흑과 좌절로 덮였을 나의 지난 3년에, 마침내 가느다란 빛줄기가 내쬘 줄은.

마침내, 마족들에게 큰소리를 칠 수준에 올라왔다.

이미 딱히 덤빌 의향이 있는 대상들은 없어 보여도.

현재 마족들에게 으름장을 놓는 이 기분이 지독히도 좋았기에.

나는 후련함을 숨기며 재차 못을 박았다.

“누구든 덤벼. 모조리 박살내 버릴 테니까.”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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