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의 서큐버스-50화 (50/80)

〈 50화 〉 파릴케

* * *

“핫, 아앙…! 지, 크.”

“파릴케……!”

젖은 살을 헤치는 소리가 울렸다.

침대의 가장자리에 걸터앉아 파릴케를 끌어안고 있다.

시트에는 과용으로 파손된 섹스토이들이 그녀의 온갖 질척한 체액들에 절어 너저분하게 널려 있다.

라루멘의 섹스토이 샵을 들러 수리를 받아야 한다.

“흐, 응… 쯉, 푸하압!”

나와 격렬한 딥키스를 나누던 파릴케가 고개를 뒤젖혔다.

얼굴을 그녀의 가슴골에 바짝 파묻었다.

나의 옆얼굴들을 멜론, 혹은 사람의 머리통만큼이나 커다란 젖통들이 감싸는 속에, 식은땀에 촉촉한 그녀의 가슴골을 할짝였다.

좌우 옆얼굴들에 바짝 밀착한 후끈하고도 말캉한 대과실들이 이루 말할 수 없는 푹신함을 선사했다.

“아, 흐, 으읏…! 지, 크!”

나의 바짝 숙인 정수리에 턱밑을 묻는 파릴케가 가늘고도 여리게 전희했다.

나의 등허리를 발목들로 더욱 바짝 조이며 대면좌위 체위를 구사한다.

한참 그녀의 단단한 계곡을 탐닉하고는 다시 고개를 들췄다.

고개를 묻은 채로 출렁대는 그녀의 젖살들과 유두들을 할짝이고 빨며, 오른손으로는 움켜쥔 그녀의 엉덩살을 튕겼다.

왼손에는 나의 육봉과 필적한 크기의 다른 이물을 쥐고 그녀의 항문에 몽둥이질한다.

“핫! 으아흐윽!”

파릴케가 나의 허벅지에서 그녀의 허벅지를 격렬히 튕겼다.

마지막으로 남은 딜도를 왼손에 쥐고 파릴케의 항문을 격렬히 쑤셨다.

투욱, 무언가 끊기는 소리와 함께 격렬히 진동하던 바이브레이터가 멈췄다.

왼손에 쥐고 그녀의 항문에 내내 박던 딜도를 내던졌다.

그러고는 이제 양손으로 그녀의 히프를 움켜잡아 완연한 대면좌위를 취한다.

결국 남은 왼손의 손가락들을 파릴케의 항문에 쑤셔 박았다.

탄력성이 완전히 상실되어 헐렁한 테니스공처럼 늘어진 항문에 손날을 박아 휘돌렸다.

피스톤과 핑거링과 피스팅을 비부들에 동시에 선사받는 파릴케가, 격렬히 고개를 비틀며 절정에 도달해 갔다.

“하읏! 햐아앗! 하, 아아아아앙!”

어떤 섹스토이들도 넣는 것은 허가되나, 육봉만은 거절하며 최후의 방어막으로 남기는 나의 서큐버스와는 다른 존재.

그녀는 애널도 가능하다.

불과 일주일이라는 짧은 기간만에, 나의 좆집이 되어 버렸다.

나의 서큐버스를 뒤잇는 존재.

나의 데블과 함께 극한의 쾌락이 선사될 레이싱의 끝까지 함께 달려갔다.

“앗, 아악!? 하, 으아앙! 지, 지크으! 나, 이제!”

“나, 나도!”

진한 와인색 눈을 크게 치뜬 파릴케가 경악에 물들어 바들댄다.

짐승처럼 뾰족한 특유의 송곳니들을 내보이며, 나의 상체를 끌어안고 버티던 허리를 활처럼 팽팽하게 휜다.

그녀의 하단으로부터 세차게 쏘아지는 조수가 나의 배꼽과 아랫배 주변을 세차게 때렸다.

나는 사정했다.

“하, 으아아아앙!”

거대한 백탁의 물폭탄이 파릴케의 자궁에서 터졌다.

그날 이후 여관에 7일을 내리 투숙했다.

마계에서 가장 발달한 환락의 도시인 헬유레이아의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고급스러운 식사를 한다.

주중이나 야간이나 지상과 상공에서의 데이트를 하며, 돌아오고 싶어지면 함께 여관으로 돌아와서 잔다.

그러고는 이렇게 사랑을 속삭인다.

파릴케와 데이트를 했던 첫날의 밤을 보낸 다음, 공방의 리나 씨에게도 연락을 취했다.

나의 포켓 디멘션에 갖추고 있는, 공방에 설치된 통신 수정구와 마력의 파장의 동조를 맞춘 여분의 통신 수정구를 통해서였다.

지크~! 하며 떠오른 그녀의 밝은 얼굴에 간결한 사항들을 보고했다.

대략 성공했고, 돌아갈 때까지는 조금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내가 워낙 일을 잘 처리해 놓았기에, 내가 몇 개월은 없어도 공방은 잘 굴러간다는 리나 씨의 화사한 응대를 받으며 링크 크리스탈을 해제했다.

누구야? 욕실에서 씻고 타월을 목에 휘감고 나온 파릴케의 다소 싸늘한 시선을 받았다.

그러고는 재차 서로를 탐닉했다.

보다 적극적이 되고, 호전적이 된 그녀의 서비스를 받으며.

여지껏 지켜만 보던 마족 여자에게, 꿈만 꾸던 온갖 체위들을 모조리 시험해 봤음은 말할 것도 없다.

7일이라는 극도로 짧은 시간만에, 그녀는 남자를 이해하며 공략할 줄 아는 요부로 거듭나고 말았다.

그녀의 모든 포인트들에 수백 번 이상을 가한 사정이 여마족을 완벽히 탈바꿈했다.

그렇게 다시금 며칠을 초과했다.

“이제 나가자, 파릴케. 이러다 여관에서 살게 되겠다….”

“웅, 훕……!”

나의 면전에 깔린 파릴케의 육덕지고도 거대한 엉덩살들을 양손으로 쥐어짰다.

백탁의 수막에 그득하게 뒤덮인 히프가, 손가락들이 가득 파묻히는 사이로 음탕한 우유 거품을 부글부글 일으킨다.

69를 취하고 있기에 얼굴이 보이지 않는 파릴케가 나의 고간에서 젖가슴들로 육봉을 조여댔다.

입으로는 연신 육봉을 빨고 할짝인다.

“조금만, 더어……!”

나는 탄식하며 양손으로 활짝 벌리고 있는 파릴케의 꽃잎과 항문을 혓바닥으로 할짝였다.

연푸른 보배 같이 탐스러운 히프가, 온통 정액줄기들에 뒤덮여 유백빛으로 미끌댄다.

파릴케의 욕정은 끝이 없는 활화산과도 같았다.

마족이 성욕이 희박한 것도, 편견에 불과한가?

오래도록 발아하지 못한 씨앗일수록, 개화하면 엄청 아름답고 크게 피어나는 것처럼?

어쩌면 마족 여자들은 하나하나가 아찔한 요부들의 자질들을 갖췄을지도 모르겠다.

각자들에 내재된 음탕한 꽃을, 개화하지만 못하고 있을 뿐이다.

결국 다시금 벽면과 천장에서 이르는 밑바닥을 폭발적인 생명수로 채우는 사정이 실시되었다.

이미 주변에 잔뜩 싸질러진 정액의 바다에 재차 대량의 수량을 첨가한다.

“후, 우……!”

어마어마하게 터진 나의 사정을 입으로 모조리 받아들여, 집요히 삼킨 파릴케가 심호흡을 골랐다.

“…나, 데블이 아니라, 서큐버스로 태어날 걸 그랬나……?”

그녀는 음탕한 취향을 발달시켜, 나의 정액을 무조건 들이키게 되었다.

아마 공방의 리나 씨에 대해 미묘한 경쟁심이 자리 잡고 있으리라.

“데블도 나름의 매력이 엄청나니까? 통칭되는 마족의 대표격이기도 하며, 서큐버스들보다는 비교도 안 되게 강하기도 하잖아.”

“…그렇다, 해도.”

이제 나와 리나 씨의 관계에 대해서는 충분히 밝혀 두었다.

그녀는 내가 살아가는 이유라는 것도.

그에 파릴케가 한 말은.

“내가 죽여두 돼?”

질겁한 나는 절대 그래서는 안 되는 사유를 밝혀 두었다.

겸사겸사 내가 전생자라는 것도.

그녀의 반응도 리나 씨와 딱히 다르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내 수긍했다.

애초 동방의 흄인 나는 서방의 흄과 외모가 확연하게 차이가 나는 존재니까.

나는 다른 세계의 동방의 흄이라는 것을, 조금은 이채로운 시선으로 흔쾌히 믿어 주었다.

리나 씨가 내게 오랜 흡정을 통해 암영급의 초입이 되었어도, 같은 암영급에 오랫동안 체류한 파릴케와는 여전히 현격한 수준과 실력의 차이가 난다.

통상적인 마족의 수준이라 볼 수 있는 파릴케와 교전해 장기전으로 가게 된다면, 필히 리나 씨의 패배로 귀결된다.

“죽이면, 내가 지크의 첫 번째 여자로 올라가잖아? 트노시아 님과 카티샤 님은 굉장히 애매하더라두.”

그런 말을 아주 천연덕스럽고도, 자연스럽게 내뱉었다.

마족녀의 전형답게 얀데레와 펨돔의 성향을 깊게 내보이려는 그녀.

나는 결국 그녀에게, 리나 씨와 차이가 없는 사랑을 맹세했다.

그러자 의외로 선선히 수긍해 버렸지만.

그녀는 명백히 나와 리나 씨의 관계를 의식하고 있어, 추후 어떻게 될지가 관건이다.

투숙 동안 수백 번도 넘게 자궁에 사정했다.

현재 그녀는 나의 아이를 확실하게 임신 상태다.

이대로 가면 파릴케는 무조건 나의 아이를 출산하겠지.

미녀들과 미소녀들과의 발기찬 섹스 라이프도 좋지만, 철저한 조율이 선행되어야 한다.

한쪽만 원하거나, 혹은 양측 모두 원치 않았는데 생긴 아이는 재앙일 뿐이다.

여성상위로 질구에 과다사정을 당한 파릴케가, 시트에 허벅지로 꿇어안아서는 나른한 눈길로 아랫배를 어루만졌다.

“나…… 지크의 아이를, 갖게 되는 거야?”

“피임을 원하면 말해. 얼마든지 약을 만들어 줄 수 있으니까. 약을 만들어 줄 테니, 피임약을 복용하는 편이 좋을 것 같아.”

“괜찮은데? 나, 지크와 나를 반반씩 닮은 아이를 가지고 싶어.”

파릴케가 더없이 순수하고도 현숙한 눈매로 나를 응시했다.

진하게 바라보는 그녀의 시선에 심장이 뭉클해졌다.

세상에는 자신의 아이들을 내버리고 살해하는 여성들도 참 많지만, 아무리 거칠고 사나운 마족 여자들이라도, 결국 자신들의 자식들에 대한 미약한 모성애는 누구나가 품는다.

마족 남자들보다 혈육애의 감정은 확실히 강렬하다.

아이가 생기는 순간, 여자의 제약은 절반 이상 증대된다.

아무리 마족 여자들이 역동적이라도, 결국 여성들인 이상 현실은 다르지 않다.

반마족, 지상의 종족들과 이어진 마족들 사이에 태어난 혼혈아들.

반마족들은 지상보다는 대우가 낫다 하더라도, 순수한 순혈의 마의 일족이 아니면 마왕군에 입대조차 거부된다.

힘이 있더라도 혈통을 따지는 거름망에 얄짤없이 걸려 나간다.

리나 씨와의 캠비온의 논의도 결정짓지 않았는데, 그녀의 희망은 다소 무리감이 있다.

아직은 나와 그녀의 하프 데블이 세상에 날 때가 아니다.

적어도, 확실한 심적 여유를 갖추기 전이라면.

“…아니, 아직은 우리가 아이를 가질 때는 아니야. 무엇보다, 파릴케에게 가장 큰 짐덩어리가 될 거야.”

“……정말, 괜찮은데.

파릴케가 그윽하게 눈매를 내리깔며 나른한 손길로 그녀의 아랫배를 어루만졌다.

그녀는 서큐버스가 아닌 데블.

몽마와 달리 마족은 자신의 태내에 흩뿌려진 씨앗의 조절이 불가능하다.

나는 깊은 실망감에 물든 파릴케를 설득하는 시간을 갖출 수밖에 없었다.

“흐음…….”

격정과도 같은 밤이 지나고는, 다시금 아침이 되었다.

통유리에 쳐놓은 커튼으로 비집고 들어오는 붉은 햇살을 받으며, 나의 곁에는 함께 이불을 덮은 파릴케가 바짝 밀착해 자고 있다.

나의 왼쪽 가슴에 잔뜩 얹힌 후끈하고도 묵직한 살집들.

꼭 내리감은 눈꺼풀, 은실처럼 두터운 속눈썹이 퍽 곱다.

나는 그녀의 왼쪽 어깨를 끌어안은 왼팔이 아닌, 자유로운 오른팔을 들춰 그녀의 옆머리의 뿔을 슬며시 쥐어 보았다.

즉각 손아귀에 고무처럼 퍼지는 뿔.

나는 밋밋한 탄성을 흘렸다.

“역시 리나 씨와 동일하네…….”

마족들의 뿔, 마각은 내부에 마혈이 들어차 경질화된 원리와 구조다.

두부의 마각들에 특정한 흐름으로 의식하면, 내부의 경화된 마혈이 액체화해 흡사 스펀지처럼 말랑말랑하게 된다.

그 상태의 뿔들은 손아귀로 쥐어짜도 튜브처럼 퍼지는 탄성적인 상태가 된다.

따라서 뿔들이 침대의 머리맡을 꿰뚫는다거나, 뒤통수에 자라난 뿔들이 베개에 걸리적거린다거나 하지도 않고 수면을 취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다.

당연히 이 상태로는 고무처럼 말캉하기에 손잡이의 기능도 없다.

전투의 용도로 꿰뚫거나, 내지르거나, 들이받거나, 마력을 결집해 발산하기도 불가능하고.

맨바닥에 눕거나 무언가에 머리를 들이댈 때는 여전히 미약하게라도 걸리적거리겠지만.

제각기 형태들과 색상들이 다른 꽤나 멋드러진 상징들을 갖췄으면서도, 목이 길어 슬픈 짐승이 아닌 뿔이 달려 괴로운 민족인 웃지 못할 애환들이었다.

“의외로 재밌네…….”

이대로 가지고 놀아도 꽤나 괜찮은 촉감의 장난감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응….”

내가 말랑말랑한 그녀의 뿔을 끊임없이 주물대는 촉감에, 파릴케로부터 미약한 신음이 일어났다.

탁한 핏빛의 세로 동공이 서서히 치켜뜨인다.

“으, 응? 지크……?”

나른하게도 방긋 미소 지으며 아침 인사하는 그녀.

“일어, 났어……?”

들춘 손으로는 나의 앞가슴을 부드럽게 쓸어내린다.

“역시나.”

기상과 동시에 나의 손아귀에 바짝 쥐였던 물을 뺀 튜브처럼 말랑한 뿔이, 경화된 마혈이 차올라 돌처럼 딱딱해진다.

안경을 끼는 사람이 기상과 동시에 안경을 찾는 것처럼 습관이겠지.

바위처럼 딱딱하다. 아침의 남성의 그것처럼.

풀발기가 아닌 뿔발기 상태, 파릴케가 나를 보고 뿔로 발기했다는 표현이 딱일까?

그걸 빤히 바라보는 파릴케가 꽤나 민망한 표정이 되었다.

어여쁘게도 적당히 도톰한 입술을 살긋이 벌렸다.

“……왜, 내 뿔을?”

“아무것도 아냐.”

뿔발기한 파릴케가 던지는 당혹스럽고 의아한 시선에, 나는 내색하지 않으며 손을 거뒀다.

나는 파릴케의 등짝 너머에 파묻힌 손으로 그녀의 어깨를 더욱 바짝 끌어안았다.

잠시 약간의 침묵이 흘렀다.

단 2주라는 기간만에, 너무도 끈적한 관계로 전진하고 말았다.

나는 헛기침을 고르는 것으로 침묵을 깼다.

“파릴케.”

“……응?”

나는 약간의 긴장감을 굳혔다.

“2주일 전에, 내가 루에나 교차로에서 파릴케에게 가했던 행위. 혹시 화났어?”

그녀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내, 한없는 장난기에 가까운 미소를 머금는다.

“아니, 화났다기엔, 굉장히 당황했다고 할까? 지크는, 인큐버스들조차 저지르지 않을 일을 대범하게 지른 거니까?”

“나는 최대한 합리적이려 노력하는 존재야. 냉철한 논리성과 투철한 이성의 조합에, 자존심만큼 의미가 없는 것도 없다. 그게 더군다나 힘이 모든 것을 좌지우지 하는 이 마계라면야. 펼 때는 펴고, 굽힐 때는 굽혀야 한다는 말이지.”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데……?”

“너가 불쾌했다면, 여기에서 머리 박아 사죄하마. 어쨌든 내가 잘못한 거니까. 너의 아리땁고도 치명적인 발가락들을 머금고는, 하나하나 핥아 줄까? 너의 연푸른 보옥과도 같은 미체를, 발끝에서 머리끝까지 혀로 하나하나 클리닝하는 벌칙을 즉각 실행할까?”

“됐, 거든~!”

찡긋 윙크하는 파릴케가 검지를 내뻗어 나의 입술을 꾹 짓눌렀다.

그러고는 자신의 입술에 가져가 입술을 딛고는 요염히 빼문 혀로 할짝인다.

정말 치명적이고도 요염한 악의 꽃이다.

“진짜로, 됐으니깐……. 그리고, 당시에 내가 못 견딜 수준이었다면, 즉각 지크를 공격하지 않았을까? 나는, 그…….”

그러고는, 희푸른 안색을 자줏빛 홍조로 붉힌다.

“나는… 남자와의 첫 경험을… 배꼽과 같은 엄청나게 이상한 곳으로, 엄청나게 느껴 버렸어……. 이후 여기에서 지크와 온갖 방식으로 사랑을 나눴지만, 그때와 같은 아찔함은 다시 체험할 수 없을 거야…….”

파릴케가 싱그럽게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나는 다시금 그녀를 호명했다.

“파릴케.”

“으응? 지크?”

나는 꽤나 고심한 본론을 내던졌다.

“나와 동거할래?”

정말 오랫동안 품은 고심.

일순간 그녀의 눈이 이채를 띄었다.

놀라움과 당황이 아닌, 명백히 다른 형질의 감정.

파릴케가 가느다랗게 눈을 깜빡했다.

“이것을…… 마음이 통했다고 하는 걸까?”

“무슨 소리야, 파릴케?”

”지금 지크의 말…… 내가 하고 싶었던 것이거든.”

나의 가슴에 묵직한 추가 낙하하는 착각이 일어났다.

균열로부터 핑크빛 벚꽃들이 흩날리며, 새가 노래하는 화창한 봄날이 찾아든다.

이게 심장이 아픈 기분이로군.

얼굴이 자줏빛이 되어 버린 파릴케가 숨이 넘어갈 듯이 말을 더듬댔다.

“그게…… 공방의 방문 이유였기도 해. 나는… 다른 마족들과는 너무도 다른, 지크에게 깊은 흥미를 느껴 버렸거든…….”

나는 목이 메는 감정을 억누르며 그녀에 물었다.

“그래서?”

“지크를, 조금 더 곁에서, 지켜보고 싶어, 서…….”

그녀의 후끈하게 달궈진 안색으로부터 열기가 훅 피어오를 정도였다.

연신 어디다 시선을 둘지 몰라 황급히 눈짓을 피해댄다.

“혹시…… 공방에서 일을 구할 수 있지 않나, 싶었거든. 그러면, 지크를 가까이서 볼 수, 있을 테니깐…….”

이것이 그녀가 나의 일에 대해 집요히 캐물은 이유였다.

모든 의문의 해결.

굉장한 열기를 발산하는 파릴케가 가까스로 떨리는 눈빛을 내게 들췄다.

“그리고, 데이트의 끝에…… 내가, 먼저 밝힐 생각이었는데…… 지크가, 이렇게, 더욱 큰…… 제안을 해줘 버렸어…….”

그윽히 눈매를 감은 파릴케가, 내게 얼굴을 들이대며 살긋이 벌린 입술을 들이댔다.

“우리는, 절묘하게도 궁합이 맞는 모양이야…….”

츄우웁, 그녀로부터 먼저 가해진 키스.

잠시 심장의 통증과 두근두근한 뭉클함을 즐겼다.

호문쿨루스인 나를 이루는 심장은 야생 악마의 것인데, 왜 이리도 아픈 걸까?

나는 그녀에게 물었다.

“부모님은?”

“나의 고향인 제3마군도 아케디아에서 다크 솔저들로 복무하고들 계신데… 200살도 훌쩍 넘은, 다 큰 딸의 사생활에 간섭하겠어? 연락 안 한지도 좀 되었어. 마족의 부모 자식 관계는, 딱히 사이가 나쁜 건 아닌데 서먹서먹한 경우가 많아. 수틀리면 서로 원수처럼 죽이려 드는 것도 다반사고.”

파릴케가 한쪽 눈매를 가늘게 치켜뜨며 손톱들을 질끈 깨물었다.

단숨을 흘리는 그녀의 눈썹들이 도도하게 솟구쳤다.

“딱 3일! 3일만 주겠어!? 그럼 짐을 싸서, 지크와 함께 살러 올게! 군무가 아닐 때는 병영의 막사가 아닌, 시내의 적당한 여관에서 지내고 있으니까! 그렇다 해도 이런저런 짐들이 많아 정리가 필요하거든!? 딱 그 정도면 될 것 같아!”

“그렇게 좋아?”

“응! 난 지크와 붙어 있는 게 좋으니깐!”

파릴케가 한없이 화사한 눈웃음을 지었다.

그러고는 돌연 상념에 잠긴다.

“내가 살 방은…… 있는 거야?”

“없어. 그게 문제야.”

“지크의 방은 있지?”

“당연하지.”

“그럼 됐어.”

발랄히 환호하는 파릴케가 양팔을 떨쳐 만세 자세를 취했다.

“지크의 방에서, 함께 사는 걸로~!”

나는 그녀에게 나의 연구실이자 침실을 내주고, 적당히 거실에서 잘까 생각하고 있었던 참이었다.

이런 아찔한 미녀와는 그렇게 해서라도 동거하고 싶다는 환상이 엄청나게 끓어올랐으니까.

“되려 더욱 좋은 거지! 침대만 하나 있으면 된 거 아니야!? 나는 지크의 위에서 자면 되니깐~!”

한없이 색정적인 미소를 지으며, 내게 찡긋 윙크를 날리는 그녀.

한때 인간이었던 나는, 한때 마족이었던 요녀를 탄생시키고 말았다.

원없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우리는, 이내 정리하고 복장을 갖춰 여관을 나섰다.

언제나 변함없는 포지션으로 위치하는 그랄에게 밀린 대금을 지불, 함께 탐욕의 적월의 여관의 입구에 섰다.

파릴케가 어쩐지 조금 고심인 듯한 표정으로 내뱉었다.

“트노시아 님이나, 카티샤 님은 그렇다 쳐도…… 여자들을 계속 사귈 예정이야?”

“그건 어찌 될지 모르겠는데. 그런데 나는 내가 좋다는 여자들은 마다하지 않는 위주야. 파릴케처럼.”

그녀가 왠지 뾰로통하게 한쪽 볼을 부풀렸다.

“여자들이 지나치게 많아지면, 지크도 곤란하지 않아? 그 서큐버스, 그리고 나랑 트노시아 님이랑 카티샤 님도 충분하지 않아?”

벌써 넷을 감당할 수 있겠어? 그렇게 덧붙인 그녀가 뒷짐을 지며 고개를 기웃대면서 물었다.

어쩐지 처연한 듯한 기색으로도 쓸쓸히 말한다.

“설마…… 나를 버리려는 건 아니겠지?”

“그렇게 되면 이 목숨을 거둬. 이 육체의 흉부를 도려내, 남자의 심장을 가져가. 나는 스스로가 한 서약을 깨뜨리는 짓은, 스스로의 생명의 포기와 같다고 보니까.”

파릴케가 화사하게 웃었다.

까치발을 띄워 내게 찬란하고도 영묘한 조각과도 같은 미모를 들이댄다.

쪽, 부드럽게 입맞춤한 그녀가 떨어져 나갔다.

“우훗. 3일 뒤에 봐~!”

그렇게 말을 마친 파릴케는 즉각 등을 돌려 떠났다.

아침이 되었다고는 해도, 여전히 어느 정도 번잡한 마족들의 인파에 휩쓸려 순식간에 사라진 그녀의 뒷모습의 방향을 한동안이나 주시했다.

“돌아갈까.”

완연한 임무의 완료.

복귀의 때였다.

공방으로 돌아가자, 점심의 휴식 시간인지라 딱히 손님들을 맞고 있지 않던 핑크빛 홍채의 서큐버스가 반긴다.

“지~크! 신나게 보냈어!?”

옆구리를 척 짚고는, 발끝을 띄워 사르르 날아오는 나의 서큐버스.

“대~박! 우홋! 어떻게, 어떻게에~? 그렇게에! 마족들의 기준에서도, 엄청나게 예쁜 마족 여자를 꼬신 거야!?”

나는 간결하게 대답했다.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습니다.”

“다른 마족 여자들은? 걔 혼자야!? 이름이 뭐라고 해!?”

자신의 호재인 것처럼 좋아하는 리나 씨.

허벅지까지 닿는 화사한 금빛 트윈테일의 그녀가, 허공에서 핑그르 돌았다.

“야~호! 드디어 할 수 있게 되었네! 나, 다른 여자랑 같이 너랑 자고 싶어 엄청 몸이 달았다구!? 그런데!? 그게, 이제 됐어어! 몽마의 꿈이, 현실로오오~! 유후!”

음마인 그녀는 반려되는 남자의 외도를 적극적으로 반기는 성향.

통상적인 여자들과는 완벽히 정반대 기제이기에 가능했다.

“지크~? 기대되지 않아? 나와 걔가 너에게 함께 가하는 봉사! 엄청 기분 좋을 거라구!? 나, 벌써 같이 할 온갖 것들과 체위들도 다 생각해놨다?”

기쁨을 주체할 줄 모르는, 요염한 암고양이 같은 미모의 서큐버스 그녀.

나는 아이처럼 신나 날뛰는 그녀의 모습에 그저 웃었다.

진정 남자를 위해 존재하는 환상종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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