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5화 〉 악의 꽃들
* * *
“저, 젖만 빨겠다구……?”
트노시아가 황망히 눈자위를 껌뻑였다.
2미터가 훌쩍 넘어가는 커다란 동물형 처녀의 안구에 습기가 들어차 그렁댄다.
이윽고, 중대한 실수를 저질렀다는 듯이 다급히 흉부에 팔목을 교차한다.
“히햐아아앗!? 내가 대체 왜 이걸 풀었지!? 너어! 봤지! 봤지이! 봤지이이이이!!!”
“애초 가리는 게 의미가 있을지 모를 비정상적인 사이즈를 매달고 다니면서 무슨.”
“흐히이잇!!!”
트노시아가 수치심에 짐승의 송곳니들로만 이루어진 치열을 악물었다.
육덕진 여인과 탄실한 산양의 반인반양 형태로 결합을 이룬 꽤나 박력적인 모습을 취하고는, 사소한 성적 도발 하나하나에 과민 반응을 터뜨리는 광신교 원리주의 수준이다.
나는 두뇌에 주입된 마종 대백과사전의 지식들을 헤아리며 조언했다.
“너는 자신의 일족의 종특을 거스르고 있다.”
“뭐……?”
트노시아가 그게 무슨 뜬금없는 소리냐며 눈을 휘둥그레 떴다.
신창세기 당시, 마계의 천지의 형상을 창조한 마신은 나머지 여러 다신들이 불러일으키는 창조의 기운에 깊은 흥미를 느꼈다.
다채로운 신위의 구현을 한참 관찰한 마신은 이내 몇 가지 요소들에 착안했다.
자연. 동물. 식물. 사물. 현상. 감정.
발상을 얻어낸 마신은 자신의 뿔, 날개, 꼬리의 조각들을 그러모아 추가적인 창조의 위업에 착수했다.
마신이 발휘하는 권능의 조합은 다채롭고도 다양하며 특정한 형상들을 이루어 가장 먼저 악마들을 창조했다.
신위로써 조합되어 창조를 이루는 마신의 육체의 파편들은 갈수록 약해져, 악마들보다 완성도가 떨어지는 저악마들을 뒤이어 창조했다.
최후의 파편들로 저악마들의 창조를 완료한 순간, 신화의 과정에서 맺힌 마신의 핏방울들이 흩뿌려져 뿔, 날개, 꼬리를 지닌 악마인간의 형상인 마족들을 끝으로 창조했다.
자신의 조물주가 신물과도 같은 고혈을 흩뿌리며 직접 세상을 윤택하게 하는 모습에 전율한 마계의 천지는, 마신의 신력이 발휘하는 창조의 기운에 공명해 자신의 성의들을 경의의 표시로 내놓았다.
마신의 창조의 원리들이 그대로 답습된 아득한 규모의 발현이 일어나, 그것들이 다양한 형태들과 형상들의 마물들과 마수들이 되었다.
데몬은 자연, 동물, 식물, 사물, 현상, 감정의 요소들이 마성(??)과 결합을 이룬 완전한 존재.
레서 데몬은 데몬과 동일한 구성의 원리를 지니나 불완전한 존재.
데블은 데몬과 레서 데몬으로부터 가장 동떨어진 미약한 존재.
“…그게 무슨 말인지. 똑바로 밝혀. 내가 다시 분노해 버리고 말기 전에!”
트노시아가 송곳니들로 이루어진 치열을 사납게 악물었다.
“너는 발정났다구. 너의 일족이 깊게 관장하는, 육욕의 감정에 노출되어서.”
“뭐, 뭐어어어어……?”
기나긴 장탄식을 흘리며 황당한 표정을 짓는 트노시아가 더한 미궁에 빠져들었다.
지상의 마녀들이 펼치는 사바트에서 고트 레서 데몬들과 고트 데몬들은 필수 아이콘.
이따금 마계에 원정을 와서 펼치기까지 하는 다종족들의 소녀들과 여인들이 결집한 집회에서, 악마 숭배의 신앙을 받아들이는 주체로서 소환되고는 상시 자리를 지킨다.
집회의 끝에는 수십, 수백의 절륜한 경험녀들, 이따금 처녀들도 뒤섞인 마녀들과의 난교식에서 결코 꺼지지 않는 절륜한 정력을 발휘한다.
이미 자신과의 경험녀거나, 자신에게 처녀성을 바친 마녀들에게는 축복의 의미로 마력을 선사한다.
연중발정기인 몽마들과 달리 사바트가 아닌 이상 성욕이 발휘되지는 않지만, 산양의 악마들은 성욕이 희박하다는 마족의 통념과는 완전히 어긋나는 이면을 지닌 것이다.
트노시아는 그런 일족의 여성.
고트 데몬들과는 달리 불완전한 고트 레서 데몬이기에, 보다 폭발적으로 발휘될 수도 있고, 의외의 요소에서 갑자기 발정기가 찾아들 수도 있다.
장명종인 마족은 종특상 성욕이 희박할 뿐이지, 제대로 몰두한다면 몽마는 아무것도 아닐 정도로 섹스 킹과 섹스 퀸이 될 기재들이 버글버글 넘쳐난다.
딱히 마족들만이 아니라 마찬가지의 장명종이자 성욕이 희박한 천족, 용족, 거인족들도.
“저, 정말…… 내가, 바, 바, 발정이라구……?”
필사적으로 팔목을 교차해 가슴을 가린 트노시아가 맞물린 다리들을 오들오들 떨어댔다.
검붉은 터럭들이 곱슬곱슬한 산양모에 뒤덮인 허벅지에는, 비부로부터 실금된 보기 민망할 정도로 희끄무레한 우윳빛 물줄기들이 덕지덕지 뒤엉켜 있었다.
코를 찌르는 새콤한 내음이 진동한다.
바꿔 말하자면, 눈앞의 트노시아는 걸어다니는 섹스.
부화만을 기다리고 있는, 통념이라는 알에 감싸였을 뿐인 섹스의 화신.
조교와 조련에 따라, 성감대를 개발하고 성욕을 개방함에 따라, 몽마보다도 더한 섹스의 완전체로 거듭날 수 있는 존재.
통상적으로 어떤 사안에 대해 완강한 거부감을 표출한다면, 두 가지 사유가 기인한다.
진심의 경멸감으로 혐오하고 있거나, 전력으로 숨기기 위한 필사적 위장이거나.
그녀는 아마도 후자. 피는 못 거스르며 못 속인다.
나는 석상처럼 고정된 트노시아에 불과 한 발짝을 남기고 바짝 접근했다.
“증명하라구. 너는 누군가의 교미를 지켜보는 것만으로, 쉽사리 가버리고 적셔지는 변녀가 아니란 것을. 고결한 마전사라면, 남자가 젖통에 매달려 빨아들이는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란 것을.”
코앞에서 마주하니 과연 위압감이 상당하다.
상체는 아름다운 여인의 형상이라 하더라도, 키는 2미터가 훌쩍 넘어가는 거체인지라 목덜미를 뒤젖혀 올려봐야 한다.
그렇게 발정난 음탕한 산양녀를 한참 올려보는데, 돌연 그녀의 눈망울이 차오른 습기로 그렁댔다.
“흐, 힉……!”
“얘 오늘 왜 이렇게 많이 우냐? 누가 보면 내가 손찌검하고 몽둥이로 찜질한 줄 알겠어.”
“그 녀석, 커다란 덩치가 콤플렉스이니라…….”
상황을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던 카티샤가 불현듯 끼어들었다.
“덩치가 왜? 마족만 해도 2미르타가 넘는 녀석들은 드물지도 않고, 저악마에서 악마로 본격적인 괴물체들이 많아지면 4, 5미르타는 기본이거나 10미르타도 넘는 놈들이 출몰하잖아? 너도 지금 인간형을 유지하고 있을 뿐인 것처럼.”
“그런 의미가 아니다! 아무리 힘을 추종하고 숭상하는 마의 일족들이라도, 결국 보편적인 미의식에 대한 관념은 중간계의 종족들이나 다른 아계들의 녀석들과 다르지도 않다! 단지 이곳 마계에서는 징그럽거나 소름끼치는 괴물체들도 어엿한 악마적 미로 치부될 뿐! 허나 그게 근원적인 여성의 미도 왜곡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지 않느냐!”
갑자기 퓨즈가 켜진 카티샤가 열변을 토했다.
“그 녀석…. 상반신은 저렇게 잘 빠지고 얼굴도 예쁘면서, 여러 마족, 저악마, 악마 남자들로부터 퇴짜를 맞은 적이 수두룩하거든. 결국 하반신은 반인반양의 괴물이라면서! 그것조차도 취향으로 넘길 수는 있는데, 키조차 너무 큰 것만은 여성미가 떨어지기에 실격이라며! 그녀가 저리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것이 아니거늘, 어찌 남정네들은 그리 독단적인 잣대를 드미느냐!”
“이해가 안 가는 일이네. 보편적인 미의식에 대한 관념은 같고, 기괴하고 징그러운 괴물 새끼들도 마계니까 어엿한 미로 치부되기는 한데, 또 여자가 키가 너무 큰 건 안 된다구?”
“네놈도 얼마나 말이 안 되고 이중적인지 알겠지…? 하지만 그게 남성들이 통념적으로 여성들에 품는 관념이다…. 중간계나 다른 아계들이라 해도 딱히 다르지 않다…. 그녀의 궁극의 역린…. 여지껏 트노시아가 받은 상처지…. 그밖에도 말로 풀기 힘들 사연들이 참 많다. 대체 여자의 키가 큰 게 무엇이 문제냐?”
“너희들이 지상의 커뮤니티들에 흄이나 드워프나 엘프로 모습을 위장하고 침투할 때 쓰는 환마법 디스가이즈를 적용하고 지내면 되잖아? 그건 날개와 꼬리와 달리 상시 남는 뿔조차도 완전히 은닉해 두피의 안쪽 내피에 초압축 원리로 숨기고, 이렇게 커다란 신장도 골격 자체를 아담하게 축소시킬 수 있잖아?”
“…되겠느냐. 마족이 마계에서 그런 모습으로 지내는 것은, 마족임을 거부하겠다는 건데.”
말을 마친 카티샤가 팔짱을 끼고 시선을 떨구며 쓰게 탄식했다.
나는 분기를 가득 담은 그렁대는 눈길로 쏘아보는 트노시아에게 툭 내뱉었다.
“너의 키가 너무 높다. 낮춰.”
사실은 직설적으로 솔직하게 말해야지.
“흐, 이이이익……! 흐, 으으으윽……!”
트노시아가 꽉 머금은 송곳니들을 부들대며 분주히 시선을 외면했다.
놀랍다.
현장에서 가장 강인하면서도 굳건한 기질로 보이던 그녀에게, 이런 소녀 감성이 있었을 줄이야.
나는 콤플렉스가 제대로 찔려 질질 짜대는 소녀소녀한 트노시아에게 제안했다.
“1,000골디아, 어때?”
트노시아가 일그러졌던 눈망울을 동그랐게 떴다.
“……뭐?”
“오늘 내기의 결과에 상관없이, 끝나고 나서 너희 셋에게 금액을 지불하지. 군무가 아닐 때의 마왕군은 딱히 방탕하게 지내지 않는다 하더라도, 식비나 무장과 마도구의 유지비나 기타 이런저런 비용이 많이 나가잖아? 끝나고 셋이 나눠 가지고는, 맛난 거나 사 먹든지 예쁜 옷이나 사 입어. 내가 돈이 조금 많은 남자거든. 최근 또 엄청 돈이 들어올 일이 있었어. 매춘처럼 느껴져서 기분 나쁘게 느껴지면 안 받아도 되고.”
할 말을 잃은 트노시아가 턱을 뚝 떨궜다.
“네, 네놈!? 그, 그게, 무슨 소리더냐? 결과에 관계없이 돈을 지불? 아니, 악마들과의 내기에서 대체 그걸 왜 내는데!?”
카티샤가 완전히 톤을 역변한 황망한 목소리로 반문했다.
“우리들을 악마들이 아니라 완전한 여자들로 보고 있는 것이냐!? 건방지고도 발칙하구나! 하찮고도 저열한 호문쿨루스 따위가!”
“나는 순수 마족이 아니라서 마혈을 끓어올리며 육신과 영혼에 종속적 각인을 새기는 마신에의 맹세의 서약은 불가능하지만, 이 세계에서의 나의 이름과 나의 남성을 걸고 맹세할 수는 있다.”
“끙, 흐으으으읏……!”
“하아….”
카티샤가 너무도 어이가 없어 말을 찾지 못한 채로 그저 부들댔다.
파릴케의 비슷한 감정을 담았을 나지막한 탄식이 후방에서 들려왔다.
트노시아가 너무나 황당한 눈으로 그저 굽어보고 있었다.
이윽고 고개를 뚝 떨군다.
나는 눈매에 깊은 음영이 드리워진 트노시아에게 물었다.
“할 거야, 안 할 거야?”
즉각적으로 대답이 튀어나오지는 않았다.
약간의 침묵.
이윽고, 죽은 듯이 정지했던 트노시아가 메마른 입술을 달싹거렸다.
“……그런 것, 필요 없다. 단 1브리아라도, 네놈에게는… 네놈에게만큼은, 단 한 푼도 받고 싶지 않아…. 받을 상황도 아니며, 받을 이유도 아니기 때문이다….”
트노시아가 숙였던 고개를 번쩍 들췄다.
“나는, 영광스럽고도 강인한 마왕군의 일원! 순결하고도 정결한 어둠의 마전사! 마신의 아름다운 악의 꽃이다!”
기세를 역변한 트노시아로부터 사나운 악마기가 폭사되어 방출되었다.
카티샤보다는 다소 옅은 적색과 흑색의 뒤섞인 기운이 전신에서 아지랑이처럼 일렁대며 범상치 않은 여파를 발생시킨다.
조금만 더 힘을 주입한다면 객실을 날릴 수준, 방의 온갖 기물들이 폭발적으로 방출되는 여파에 버티지 못해 전율하듯 부들부들 떨렸다.
“끼햐아아앗!? 트노시아! 뭐 하느냣! 진정해랏!”
카티샤가 작은 몸이 날아가지 않게 다급히 수습하며 외쳤다.
파릴케가 이불을 온몸에 둘러 침대에 거북이처럼 바짝 웅크렸다.
“네놈이 내 육체에 어떤 파렴치한 짓을 저지르더라도, 결코 육욕에 굴하지 않는다! 정신론으로 격파할 수 없는 대상은 없다아아아! 정신은, 육체보다 강하다아아아아아앗!!!”
말을 마친 트노시아의 비부에서 끈덕진 애액이 바지직 비집어져 나와 허벅지를 적셨다.
무릎까지의 검붉은 산양모들이 온통 희끄무레하게 뒤덮여 뒤엉키고 산취가 진동했다.
트노시아가 가슴을 가리고 있던 팔뚝들로 자신의 대폭발 젖통들을 가득 들췄다.
일순간 시야에 일어나는 박력적인 갈빛 대진동.
그녀가 무릎들을 바짝 굽히며 나의 면전에 비현실적 젖통들을 위치시켰다.
“자아! 빨아라! 빨아! 이 크기만 커다랗고 불편한 젖통들을, 마음껏 빨라구우우!!! 참고로 나는 남자의 경험도 없고, 임신과 출산의 경험도 없기에 젖은 안 나올 거다! 하지만 그렇게나 여자의 젖을 빨며, 그리운 어미의 모성애를 느끼고 싶다면야! 그렇게 하고 싶다면야, 이 젖꼭지들을 메말라 비틀어지도록 쪽쪽 빨아 보아라! 에라이! 유아기로 정신이 퇴행한 터무니없는 귀축 녀석! 크흥!”
질색하는 트노시아가 열혈적으로 일갈하며 쩍 벌어진 입에서 침방울들을 흩뿌렸다.
시야를 완벽하게 가리는, 너무도 커다란 갈빛 과육들의 시각적 폭력.
나는 계략의 성공에 속으로 쓴웃음을 머금었다.
“어서 빨라고오~! 나의 젖을!”
살긋이 빼문 혀를 요염하게 머금기까지 한 트노시아가 젖통들을 나의 면전에 흔들어댔다.
마족과의 정사에 저악마와 악마도 추가되었다.
전생 최초의 첫 헌팅이 어쩌다 4P로 비화되게 되었다.
데블, 레서 데몬, 데몬 모두를 한자리에서 따먹게 되다니…….
나는 트노시아의 보은과 은혜가 넘쳐나는 유방들에 얼굴을 묻었다.
그녀들을 목도한 순간 나는 맹세를 굳게 새기고 있었다.
현장의 모든 여자들.
오늘 무조건 나의 것으로 만든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