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3화 〉 악의 꽃들
* * *
“여, 여자라구……?”
카티샤가 멍하니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양팔과 턱을 뚝 떨어트린 트노시아도 좀처럼 충격을 수습하지 못하며 황망히 바라봤다.
“우리가 느껴 버려 굴복할 시에, 너의 여자라구……? 파릴케와 마찬가지로?”
“나는 직업상 같은 설명을 반복해서 하는 것을 잘하는데, 또 해줄까? 한 100회 정도?”
“후, 후훗……!”
새빨간 세로 동공을 치켜뜬 카티샤가 실웃음을 실실 터트렸다.
차마 예상도 못한 말을 들은 것에, 진심으로 충격에 휩싸인 표정이다.
“후, 후…! 하하핫…! 후, 하하핫……!”
실성한 자처럼 하염없이 쪼개며 곁들이던 실웃음은, 이내 떠들썩한 광소로 변질되어 터져 나왔다.
“후후하하핫!!! 아, 핫핫핫핫핫!!! 흐, 흥미롭구나! 들었느냐!? 들었느냐!? 트노시아!? 이 녀석이 우리에게 내기를 제안하고 있구나!”
“히이잉……!”
카티샤가 새카만 흑자위의 핏빛 적안을 휘둥그레 치켜떴다.
우거지상이 된 트노시아가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는 흐느끼기까지 시작했다.
전희하는 카티샤가 양팔을 호전적으로 떨쳤다.
“악마는 내기를 매우 좋아한다! 사랑해! 조건과 무관하게, 힘과 지혜로 맞서 겨루는 행위 자체를! 자신의 소환자와 조건에 의거한 불가항력의 계약식을 맺고도, 내기의 종료 이후에도 계약자에 딱히 위해를 가하지 않은 악마들의 무궁무진한 전설 정도는 잘 알겠지!? 그것이 매혹적인 악마라는 존재다! 투철하지만 동시에 한없이 변덕스러운 대상! 어디 재미있게 해봐라! 그러면 내기의 결과에 전혀 운운하지 않도록 하마!”
마의 일족의 강렬한 외형적 특징.
눈자위는 먹물을 탄 듯이 시커멓게 물들어야 하지만 원래 흑자위였기에 변화는 없고, 핏빛 홍채는 진한 형광으로 발광하기 시작한다.
리나 씨도 분노하거나 격앙하거나 특정한 감정이 격화하면 눈이 저렇게 된다.
무서우면서도 은근히 멋있는 상태.
“카티샤 님…. 트노시아 님….”
뒤로부터 갑자기 방치 플레이에 놓인 파릴케의 탄식이 황망히 들려왔다.
“훙, 으읏……!”
양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다리를 엑스자로 맞물린 트노시아가 그저 가련한 한 마리 산양처럼 오들댔다.
어쩔 줄을 몰라 하며 양손으로 볼을 감싸쥐고는 양발의 발굽들을 동동 굴렸다.
나는 왼손의 약지에 끼워진 반지를 왼손의 엄지로 슬쩍 어루만졌다.
마족 여자 헌팅의 무사 성공을 기원하며, 몽마 오누이가 선물한 탈리스만.
너희들은 이 상황에 어떤 팁을 제시할까.
“…흠, 흐흠!”
감정의 고조를 가라앉힌 카티샤가 윗주먹으로 입술을 짚어 짐짓 헛기침했다.
눈동자에서 강렬하게 발광하며 자아내지던 형광의 기운이 가라앉았다.
핑크와 퍼플의 투톤으로 자라나 뒤얽힌 모색이 아주 복슬복슬한 중단발머리.
그 위에 걸친 본래 제복과 세트일 정모를 매만지며 한없이 순수하게 묻는다.
“……그, 그럼? 무엇을 하면, 되지?”
“무엇을 하기는. 옷과 털을 벗으라니까. 뒤의 파릴케처럼.”
나는 은근한 시선을 담아 트노시아에게 돌직구를 내던졌다.
“기대된다. 너의 앞구멍과 뒷구멍을 핥는 것이.”
그를 기점으로 극한까지 버티던 트노시아의 인내심이 폭발해 버렸다.
“끼, 끼햐아아앗!? 무리, 무리, 무리이이잇! 이 귀축과는 태생적으로 도저히 무리예욧! 역시! 죽이는 게 낫겠어욧!”
여전히 양손으로 볼을 감싸쥔 트노시아가 발광하며 오른발을 묵직하게 들췄다.
무릎이 굽어져 덜렁대는 발굽에 돌연 거뭇한 전격들이 파직대며 모여든다.
미약한 자기장마저 생성되며 발굽을 중심으로 휘몰아치는 형상에 카티샤가 냉엄히 제지했다.
“그만! 트노시아! 우리는 전투하러 온 것이 아니다!”
“죽, 어어어어어엇!!!!!! 호문쿨루스으으으!!!!!!”
카티샤가 말하거나 말거나 볼을 감싸쥔 트노시아가 발굽을 지면에 내찍으려 했다.
표정을 완벽히 역변한 카티샤가 사납게 일갈했다.
“그마아아아안! 트노시아!!! 진정 내가 분노하는 걸 보고 싶은 게냐!!!!!!”
화들짝 놀란 트노시아가 그대로 동작 그만에 돌입했다.
“헛!?”
카티샤가 상어이빨들이 모조리 드러나도록 이를 악물고는 움켜쥔 주먹들을 부들부들 떨었다.
어마어마한 악마기가 그녀의 주변으로 결집해 소용돌이처럼 휘몰아친다.
다리를 오므리고는 입을 가린 트노시아가 분노한 카티샤를 황망히 바라보았다.
이내 힘없이 고개를 떨궜다.
“죄, 죄송합니다…….”
카티샤가 격한 감정이 담긴 핏빛 홍채로 트노시아를 쏘아보았다.
트노시아가 2미터도 넘는 거체를 철푸덕 허물어트려 허벅지로 꿇어앉았다.
굳게 주먹을 움켜쥔 카티샤의 오른팔에 매달려, 굽힌 머리를 맞대고 고개를 비빈다.
“주, 죽여 주시옵소서……. 소마장님…. 카티샤 님….”
카티샤가 한동안 결연한 감정이 담긴 눈빛으로 트노시아를 내려보았다.
이내 완전히 분위기를 역변해 발랄하게 으스대며 내뱉었다.
“죽이지 않는다! 악마는 쓸모가 있다 생각되는 대상들에게, 징벌과 자비를 동시에 베푸는 공정하고도 모순적인 존재일지어니! 나는 관대하다! 고개를 들거라! 이 정도로 우리의 관계는 결코 변화하지 않는다!”
“카티샤, 니임…! 흐, 흐흑……!”
서럽게 흐느끼는 트노시아가 당차게 구는 카티샤를 우러러보며 매달리고 허덕였다.
키가 2미터가 넘어가는 성인 여자의 형상이, 160센티미터도 안 될 소녀에게 매달려 질질 짜는 꼴이 정말 가관이다.
묘사할 용지가 부족할 정도.
촌극을 견디지 못한 나는 불쑥 끼어들었다.
“연극 끝났냐?”
“응……?”
“공연 끝났냐고. 기다리던 관객들 다 지루해서 가겠다. 이제 시작해도 될까?”
흐느끼는 트노시아를 달래는 카티샤가 현실을 인식하지 못하듯 그저 멍하니 굳었다.
이내 다시 순수하게 돌아온 핏빛 눈망울을 동그랗게 떴다.
민망한 듯이 검지로 볼을 긁적인다.
“…그, 그래. 약간의 소란이 있었구나…. 어찌 되었든, 이 몸과 그대의 내기는 유효하다! 서로가 내건 조건에서 승리하기 위해, 전력을 다해 힘과 지혜를 겨루는 것! 이 몸은 매우 이끌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어서 하자꾸나! 트히히히힛!!!”
특유의 페이스를 회복한 카티샤가 손등으로 턱밑을 젖혀 경박하게 웃으며 발랄히 외쳤다.
“각오하는 것이 좋다구!? 지지 않기 위해 전력을 다할 테니까!? 나 카티샤는 진지해질 시에 화설산이 분출하는 마신의 용혈보다도 뜨거워지며, 칠흑해의 태산만큼이나 거대한 해마수들보다도 무서워진다! 트히히히힛!!! 트하하하핫!!!”
카티샤가 트노시아의 허리춤까지 풍성하게 흘러내린 검붉은 곱슬머리를 달래는 손길로 쓸어내렸다.
그에 침울해진 형상의 트노시아가 허벅지를 오므리며 커다란 몸체를 일으켰다.
내게 천천히 등을 돌리며 손목으로 눈물을 훔친다.
적갈색 양모에 뒤덮인 육중하고 탄실한 산양의 하체를 바짝 맞붙이고는, 불한당에 범해지기 직전인 여인의 것과 같은 눈길로 나를 바라본다.
나를 보자마자 죽이자고 기세등등하게 주장한 살기 넘치는 모습이나, 조금 전까지만 해도 다시 죽인다며 날뛰던 기세는 어디에도 없었다.
참 힘에 쉽사리 굴복하는 마족다웠다.
흘긋 고개를 돌리니, 침대에 엉거주춤하게 웅크린 파릴케가 그저 입을 멍하니 벌리고 바라보고 있었다.
알몸의 나는 큰 여인과 작은 소녀에 몇 발짝을 더 좁혔다.
트노시아는 조건 반사로 움찔했으나, 카티샤는 이죽대는 미소를 입꼬리에 걸었다.
트노시아는 꼬리를 내놓고 있지만, 실내라 그런지 카티샤는 파릴케와 마찬가지로 딱히 날개와 꼬리를 꺼내고 있지 않다.
뿔과 날개와 꼬리가 부분적으로 없거나, 모두가 없는 일족들도 있기에 아예 없을 수도 있고.
교접에 앞서 육신의 청결은 필수.
나는 브리즈와 클린즈를 순차적으로 영창해 그녀의 육체 상태들을 말끔히 정화했다.
꽤나 보편적인 클린즈는 그렇다 쳐도, 음마의 청결술인 브리즈마저 사용하는 모습에 여자들의 눈동자들이 이채를 띈다.
은은한 향기 속에 모든 준비가 완료되었다.
눈앞에 먹음직스러운 먹잇감들을 둘이나 둔 육봉이 폭발할 듯이 발기했다.
그에 두 여자들의 각기 다른 색상의 눈들이 부릅뜨였다.
“트히이이이잇!?”
“히햣!? 끼, 햐아아아악!!!”
양손의 손가락들을 교차해 입을 가린 카티샤가 경악 반과 환성 반의 기성을 내질렀다.
본능적 공포에 휩싸여 다시 기세를 회복한 트노시아가 이 여관을 박살내고 탈주할 듯이 발굽들을 동동 굴렸다.
어떤 소란이 자아내지든 말든 나는 그녀들을 향해 꼿꼿이 발기한 채로 우두커니 섰다.
그에 점차 진정을 되찾은 그녀들이 나와 서로의 눈치를 번갈아 보며 머뭇댔다.
“내가 몇 번이나 말해야 하지?”
“응? 무엇을?”
카티샤가 해맑은 미소로 반문했다.
“입고 있는 옷가지들이랑 털가죽들을 싸그리 다 벗으라고. 옷과 털을 벗으라고. 뒤의 파릴케처럼. 그렇게 지금까지 도합 3회를 말했는데?”
“……아.”
“스스로들 못 벗겠다면 내가 해주고. 그것까지 도와야 되나?”
일단 어떻게 털을 소거하는지 제모하는지 모를 원리의 트노시아를 제외한, 비교적 평범한 인간형인 카티샤부터.
나는 번개처럼 카티샤의 롱코트의 소매들을 붙잡아 낚아챘다.
그녀의 주변을 반시계로 돌며 오른쪽 소매는 오른쪽 어깻죽지로부터 통째로 잡아당기고, 마지막 남은 왼쪽 소매는 한 바퀴 돌기를 완료하며 양손으로 잡아당기는 것만으로 몸에서 쑥 빠진다.
활짝 열어젖히고 있었기 때문이다.
“힉!?”
놀란 악마 소녀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백색에 가까운 아주 미약한 분홍빛 피부의 소녀가 알몸에 가까운 전신을 끌어안았다.
“히, 이이이잇……!”
머리의 서비스 캡. 몸의 벨트 본디지. 가랑이의 T팬티. 손발에 끼고 찬 글러브와 부츠.
10대 중반 정도의 아직 미성숙하거나, 아니면 갓 물이 오르고 있는 육체적 발육도.
보고 있는 것만으로 정신이 이탈할 듯이 아찔한 복장.
막상 첫 번째 방어막이 해제되니 어깨를 끌어안고는 무서운 듯이 오들오들 떨었다.
“왜? 먼저 하자고 해놓고는, 남자가 강제로 옷을 벗기니까 당황스러워?”
“그, 그게……!”
“왜 떠는 건데? 설마 무서워? 호문쿨루스와의 내기가?”
“무, 무섭다고…? 악마인 이 몸이, 무서움을!?”
카티샤가 물기가 그렁한 핏빛 눈망울을 잘게 떨었다.
톱니처럼 뾰족한 윗니들로 아랫입술을 살긋이 머금는다.
이내, 양어깨를 끌어안고 있던 양손을 서서히 거뒀다.
웅크렸던 몸을 서서히 펴며, 곧게 허리를 펼치고 호기롭게 선다.
“아니다…! 이 몸은 현재 네놈과의 내기에 진심으로 흥미가 이끌렸노라! 서로의 혼신을 내건 이 내기의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정녕 두고 보아야겠지! 나는 어떠한 일에도 결코 굽힘 없이 당당하다! 크흥!”
“그래. 그래야 악마지.”
애초 이런 복장을 하고는 왜 부끄러움을 느끼는지 기제부터가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나는 양손으로 그녀의 자그마한 양어깨를 낚아챘다.
“히햣!?”
조금 전의 당찬 기세는 온데간데없이 다시 튀어나오는 소녀적인 탄성.
나의 발기한 육봉이 그녀의 벨트들에 휘감긴 상체에 짓눌려 꼿꼿하게 직립했다.
“으, 응……!”
남근의 초밀착에 크게 부릅뜨인 붉은 눈들이 연신 입술을 달싹대며, 목울대를 꿀렁이면서 마른침을 넘겨댄다.
트노시아의 미약하게 떨리는 눈길과 허탈한 탄식성을 받아내며, 그녀를 으스러뜨릴 듯이 단단하게 포옹했다.
앞이마와 옆머리에 네 개나 달고 있는 손잡이들에 찔리지 않도록 주의하며, 그녀의 왼쪽 어깨 너머로 느른히 고개를 비틀며 들췄다.
그닥 발육했다고 보기는 힘든, 마침 색상도 딱 복숭아 같은 엉덩살들의 엉덩이골에 팽팽하게 매몰된 T팬티가 보인다.
요망하기 짝이 없는 계집아이 같으니.
대체 무슨 생각을 하면 이런 복장을 하고 다닐 수 있을까?
그런데 이 정도 옷차림은 워낙 빗치 패션이 두드러지는 마족 여자들 사이에 그닥 파격적이지도 않다.
진정한 충격과 공포는 서큐버스들이지.
나체로 거리를 돌아다니다가 경비대에 적발되는 몽마들은 연례행사도 아닌 정기 이벤트급이니까.
마침내 확인한 뒤태와 함께, 나는 그녀의 벨트들을 하나하나 풀어 나가기 시작했다.
“음……!”
철커덕대는 치렁한 금속성을 울리며 목에 초커처럼 휘감은 벨트부터 풀려 나간다.
너무도 손쉽게 풀어 버리고는, 어깨에서부터 팔뚝에 이르기까지 휘감긴 벨트들로 이동.
하지만 생각보다 버클들을 단단히 끼우고 있어, 푸는 데 걸리적거릴 뿐더러 의외의 시간이 소요된다.
미약한 신음성을 간헐적으로 흘리는 카티샤가, 오른손을 천천히 들춰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철커덕대는 청명한 금속성과 함께, 10개도 넘어갈 벨트들이 촤르륵대며 그녀의 발치에 우수수 떨어졌다.
그와 동시에 그녀가 잽싸게 팔목을 교차해 가슴을 가렸다.
육봉 바깥의 해면체에 짓눌리던 감촉이 벨트들에서, 말캉하고도 후끈한 피부의 촉감으로 변화했다.
“이거 굉장히 모순적인 행동인 거 알지?”
“…….”
아랫입술을 질끈 깨문 그녀가 말없이 침묵만을 지켰다.
내가 그녀의 벨트들을 풀게 방치하면, 필연적으로 그녀의 흉부를 휘감은 벨트도 풀어 젖가슴을 보게 된다.
그것이 싫어서.
그리고 자신이 말한 당당해지겠다고 한 선서와 모순을 일으키는 것이 싫어서, 태연한 척도 하려는 겸 스스로 다 풀어 버리는 일을 저지른 것이다.
악마라 해도 결국은 옆의 산양녀와 마찬가지의 소녀.
참 속이 들여다보이는 복잡한 심리의 흔하고 흔한 여자였다.
신장 차이가 제법 나기에 나의 육봉이 그녀의 교차된 팔목을 넘어 턱밑까지 맞닿을 지경이 되었다.
밀착한 육봉을 그대로 고정한 상태로 가슴을 교차하고 있는 그녀의 양손을 잡아당겼다.
SM풍의 스파이크들이 치솟은 레더 글러브들부터 쑥 벗겨낸다.
즉각 몇 센티미터 가량의 손톱들이 드러난 맨손의 끝들에서 고양이처럼 솟는다.
악마녀답게 비죽한 손톱, 날개나 꼬리와 마찬가지로 연장과 축소가 자유로운 마력형 체조직이기 때문이다.
“습관일 뿐이다…….”
그러고는 보다 급격히 허리를 낮추며, 그녀의 무릎 밑까지 오는 검은 광택의 아미 부츠를 벗겨냈다.
꽤나 칭칭하게 감긴 끈들을 풀어 나가는데, 이번에도 그녀가 양다리에 마력을 불어넣었다.
그러자 그렇게나 든든히 휘감긴 끈들이 모조리 투두둑 풀려 나갔다.
벨트 본디지의 해제와 마찬가지.
“마력이 보편화된 세계의 편의란 게다…….”
방망이처럼 호리하고 낭창한 각선미를 감싸는 군화들도 발을 순차적으로 들추며 뽑아낸다.
그러자 드러난 발가락들의 단정하게 줄어든 발톱들도 펜촉 모양으로 비죽 돋았다.
맨손과 맨발의 상태에서는 무조건 늘리고 있는 게 버릇이었다.
리나 씨와 파릴케의 발가락과는 다르게, 진짜 악마인 그녀의 발가락들을 빨아들이면 어떤 느낌일까?
이 발가락들 사이에 풋잡을 받으면 어떤 기분일까 드는 호기심을 억누르며, 다시 몸을 일으키며 상체를 폈다.
“힉!?”
가벼운 손짓으로 그녀의 머리에 얹힌 정모를 낚아챈다.
그와 동시에 동물의 귀처럼 두 갈래 머릿결들이 정수리에서 좌우 대각선으로 솟구쳤다.
북슬북슬한 중단발머리로부터 팔뚝의 길이에 필적하게 솟은 터럭들이다.
진짜 동물귀 속성이네.
정모를 뒤로 훌쩍 남기며 지켜보는 오직 하나의 남은 곳.
마지막으로 남은 그녀의 비경으로 양손을 디뎠다.
“흣……!”
골반에서 가리개에 가깝게 가파른 T팬티가 벗겨지는 그녀가 여트막한 신음성을 흘렸다.
약간의 주저감.
하지만 이내 조금씩 허리를 움찔대며 호응하기 시작한다.
그녀의 팔목을 넘어 턱밑까지는 나의 육봉이 단단하게 직립되어 밀착된 상태이다.
물건의 크기가 워낙 커져서 이런 행동에도 이따금은 제약이 크다.
어떻게 어렵게 그녀의 번갈아 들춰대는 양발에서 T팬티를 뽑아내 뒤로 휙 던지자마자, 그녀가 허벅지를 바짝 오므렸다.
삼각지에 자라난 수림의 무성함이 매우 덜하다.
기묘한 상념을 흘리며, 탈의가 완료된 카티샤로부터 트노시아에게 시선을 돌렸다.
“후, 우우……!”
카티샤보다 더 커다랗게 터져 나오는 산양 저악마의 나지막한 탄식.
내가 이렇게 됐는데, 너는 뭐해?
카티샤가 아마도 그러한 뜻이라 생각되는 은근한 눈길을 주었다.
그에 트노시아가 카티샤의 자세와 마찬가지로 양팔을 자신의 가슴에 교차했다.
수북한 양털에 뒤덮인 다리들은 바짝 맞물린다.
일순간 그녀의 상체와 하체에 미약한 요동이 일어났다.
그녀의 상징과도 같은 덥수룩한 양모의 특정 부위들에 소용돌이가 일어나고 있었다.
흉부와 비부 주변부의 털들이 휘몰아치는가 싶더니, 이내 가슴과 국부를 덮던 털들이 주변으로 말려들며 완전히 제거되었다.
마치 투명한 면도기에 제모된 듯했다.
차마 발굽을 제외한 전신의 모피를 소거하지는 못한다.
여자의 최후의 방어막인 듯했다.
어떤 수식으로도 부족할, 터무니없이 거대하고도 박력적인 갈빛 대과실들이 산양을 형상화한 저악마 여인의 손아귀들에 붙들려 가려졌다.
국부는 그녀의 특성으로 인해 그야말로 제모를 가한 백보지처럼 털 한 올 없이 밋밋한 형상이 된 것이 장관이다.
“하, 아아아……!”
기나길게도 터져 나오는 강인한 구릿빛 피부 산양녀의 탄식.
완료된 식단들.
악마 소녀와 저악마 여인이 형언할 수 없는 감정들이 담긴 눈들로 나를 보고 있었다.
가드를 올리고 있는 여자들.
어느 쪽부터 무너트려야 될까?
잠시 생각했다.
마계는 힘에 의한 순리가 절대적 원리를 이루는 곳.
위가 흐르면 아래도 흐르며, 위가 무너지면 아래도 무너진다.
그렇게 어렵게 고심할 필요도 없는 사안.
이내 결정한 나는, 그대로 고개를 굽혔다.
“응……!”
휘둥그레 뜨인 눈의 카티샤에 깊게 키스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