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의 서큐버스-28화 (28/80)

〈 28화 〉 마족 여자 헌팅

* * *

“하, 아아아아……!”

기나길고 촉촉한 신음성이, 여관의 특실에 울려 퍼졌다.

여자를 마주하고 섰다.

구체적으로는, 침대에 뉘인 그녀를 내가 내려보고 있다.

“흐, 으응…… 하, 아앗……!”

팔목을 이마에 짚고는, 요염한 각도로 골반을 비틀어 널브러진 그녀.

약간의 고행이었다면 고행이었다 할 수 있는 난관들을 통해 낚은 마족 여자였다.

현재 무엇이 그녀의 숨을 막히게 하고 있는 건지, 연신 진한 애성에 가까운 신음을 헐떡이는 들숨과 날숨을 통해 내뱉는다.

헐떡이는 그녀를 보니 온갖 상념들이 교차한다.

전생 3년차.

이 잔혹하고도 아름다운 세계에 살아가는 주된 거주민들이자, 자의든 타의든 불가피하게 결국 얽힐 수밖에 없던 존재들.

악연들은 주로 남자들과 많았으나, 여자들과의 트러블이 없었다고도 못한다.

결국 동일한 동류들이니까.

“후, 응으읏…….”

후드 여마족이 달콤한 신음을 흘리며, 박력적이다 못해 폭발적인 흉부를 천천히 들썩대며 오르내렸다.

후드와 일체화된 브라탑에 단단히 감싸인 것을 상정해도, D컵은 되고도 넘치는 리나 씨의 이상이다.

뉘여진 시트에는 후드의 뒤로 비집어져 나온 미약한 연자색이 첨가된 은빛 산발이 등허리까지 퍼졌다.

천장에 부착된 광마석의 전등이 발산하는 아늑한 광량 아래에, 백색에 가까운 희푸른 피부가 옅은 사파이어처럼 윤기를 빛낸다.

나는 손가락들을 튕겨 클린즈와 브리즈를 재차 영창했다.

청결과 정화의 은혜와 기적이 나와 그녀, 침대 주변부를 감쌌다.

달콤한 향취에 휩싸인 그녀가 느릿하게 고개를 틀며 살며시 나를 올려보았다.

헌팅 현장에서 이미 실시했더라도, 오는 와중을 고려해서와 마음가짐의 측면이었다.

집사가 된 이후 나의 위생에 대한 감각은 결벽증에 가까워졌다.

나는 양발을 부츠에서 뽑으며 침대의 모서리에 무릎으로 올라섰다.

“으, 응…….”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그녀가 그저 멀뚱히 보기만 했다.

마족 여자들.

적이라 인식한 대상을 아이에서 노인까지를 눈 깜짝하지 않고 몰살할 수 있는, 아름답고도 사악한 악의 꽃들.

남자들과 별반 다를 것도 없다.

힘에 굴복하는 종특답게 강자들에게만 철저히 꼬리를 내릴 뿐이다.

나는 무릎걸음을 천천히 짓끌며 그녀의 엇갈리게 뉘인 다리들로 넘어갔다.

“흥…….”

그녀가 나의 움직임에 옅은 비음을 흘렸다.

면식도, 인연도 없는 오늘 처음 만난 남자가 자신의 다리를 넘어가 자리를 잡고 있는데도 일체의 미동조차 없다.

그저 신비한 존재를 처음 보듯, 혹은 무언가 흥미가 일렁이는 듯한 눈길로 바라보고만 있을 뿐이다.

어깨너비보다 넓게 벌린 무릎 사이로 그녀의 미끈하게 빠진 각선미를 위치시킨다.

그러자 그녀가 엇갈리게 널브러졌던 다리를 천천히 슬슬 쭉 곧게 폈다.

이대로 무릎을 들춰 나의 고간을 가격하면 절묘한 반격을 넣는다.

그럼에도 그 어떤 일말의 저항이나 항거조차 없다.

“…….”

침묵에 빠진 그녀가 그저 멀뚱멀뚱 눈꺼풀을 깜빡이며, 자신의 다리 좌우로 무릎을 꿇은 나를 올려보았다.

나는 무릎 사이에 위치시킨 그녀를 한동안 굽어보았다.

그러고는 그녀를 향해 서서히 상체를 기울였다.

그러자 그녀가 이마를 짚고 있던 손목을 들춰 느릿하게 자신의 허벅지에 밀착시켰다.

연푸른 피부의, 노출도 드높은 옷차림의 마족 여자가 점차 가까워진다.

양손으로 그녀의 양어깨 좌우의 시트를 짚었다.

서서히 고개를 하강한다.

“음…….”

남자가 자신의 얼굴을 향해 서서히 다가오는 것이 영 어색했는지, 그녀가 침묵을 깨고 다시 비음을 흘렸다.

익숙하지 않아서일까, 의외로 긴장해서일까?

허벅지들 좌우로 찰싹 맞붙인, 손톱들이 비죽한 희푸른 손가락들이 연신 꼼질댄다.

계속 서로의 얼굴이 점차 가까워진다.

찰나처럼, 혹은 영원처럼 느껴질지 모를 서로의 거리가 축소된다.

그러고는 어느 순간 만남이 정지했다.

마침내, 코끝이 맞닿는 순간이 왔다.

“…….”

느긋하거나, 혹은 여유로운 암여우를 연상시키는 인상.

아찔한 서양의 미인을 투영한 연푸른 피부에, 옆머리 좌우의 완만하게 구부러진 뿔들이 인상적인 마족의 여인.

완벽히 맞춰진 서로의 눈높이에서 나를 응시한다.

서로의 코에서 오가는 들숨과 날숨이, 인중을 간지럽히며 감미롭게 오간다.

그녀의 피부색보다는 짙은 입술이 가늘게 벌어져, 무언가를 전하려는 듯이 파르르 떨린다.

“아.”

그녀가 옅은 탄식을 내뱉었다.

나는 호문쿨루스가 되었더라도 전생의 인간의 형질은 그대로 보존했다.

눈동자가 변색되거나, 머리카락이 탈색되거나의 변화는 있지도 않다.

호문쿨루스는 이식된 숙주의 원형은 보존하며, 육신의 다방면은 본래의 형질에서 한계까지 개변한 초월종으로 거듭나게 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코앞의 여자는 여러모로 나와 꽤나 상이한 외모다.

“으, 음……!”

그녀가 벌려져 메마른 입술을 달싹댔다.

진한 와인색, 혹은 탁한 핏빛의 세로로 갈라진 동공이 청초한 흰자위 사이에서 영롱히 빛난다.

비율적으로도 적지 않은, 마족들의 상징과도 같은 시커먼 흑자위가 아니다.

그렇다 쳐도 나와 근본적으로 틀린 명백한 이종족의 여자.

“읍……!”

그녀가 목울대를 꿀렁여 마른침을 꿀꺽 넘겼다.

살긋이 벌려진 입새에서 짐승처럼 뾰족한 송곳니들이 돋보이며, 달아오른 속으로부터 올라오는 달큰한 단내마저 풍긴다.

톱니처럼 뾰족한 상어이빨 유형의 마족이 아니다.

그렇다 해도 분명한 이종족의 여자.

전생이나 현생이나 나의 외형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내가 전생해서 가장 힘들게 했던 원흉.

그 일족이 되는 여자가 나와 코끝을 맞대고 있다.

“응…….”

그녀가 검붉은 눈동자를 반복적으로 깜빡이며 나를 또렷이 주시했다.

내가 그녀를 눈빛에 담는 것을 놓치지 않으려는 듯이, 그녀 역시 결코 나를 시선에서 놓치려 들지 않는다.

내게 마음을 읽는 재주 따위는 있지도 않다.

멘탈리스트처럼 인간의 마음을 읽는 독심술은 가능하지도 않으며, 사이코메트리처럼 사물에 깃든 기억을 읽어내는 특술 따위는 더더욱 없다.

그저 간편한 치트 하나를 취득해, 피나는 노력을 통해 쟁취하며 살아왔던 것들이 여지껏의 행적일 뿐이다.

고로 내게 거리에서 강제적으로 추행을 당하고, 여관으로 강제로 끌려온 그녀의 심경 또한 모른다.

그녀도 사실 몸이 달아오른 상태일까?

아니면 당장 나를 잡아 찢고 천장을 꿰뚫고 비상해, 일대의 반경에 광대한 화풀이를 시전하고 싶을까?

그렇다기엔 너무도 평안하다.

마치 현재 자신이 처한 상황에 지극한 호기심을 느끼듯.

나의 행동에 따라 갑자기 전투로 촉발될 수도 있을까?

아니면 사실상 그녀는 현재 내게 몸을 허가한 상태일까?

어떤 진도를 빼야 할까?

아직까지는 모든 것이 무리수의 영역에 잠긴 듯해 보였다.

고로 나는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

여기서 전투로 변화한다면 헌팅은 사실상 실패다.

“…….”

그녀는 침묵을 지켰다.

언제부터인가 유지하고 있는 상태이다.

그녀는 알 수 없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제 내게 무엇을 할 건데? 빨리 하지 않고 뭐해? 지금 사실 빈틈을 찾고 있는 중이라구? 하는 순간 너는 필히 반격을 받을 거야?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

이때만큼은 내게 마음도 읽는 전능이 없는 것이 극히 아쉽다.

알아야 그녀의 마음을 헤아리고 다음 행동을 할 수 있을 테니까.

나는 여러 감정들이 이루어 용솟음친 심경을 내뱉었다.

“마족……!”

연인 관계인 여주인의 명령에 따라, 외간 여자와 외도를 저지르러 왔다.

그게 감내할 수 없는 죄책감과, 인내할 수 없는 죄악감을 이루어 형언할 수 없는 극한의 배덕감을 자아내는 것 같다.

전생이나 현생이나, 기본적 윤리가 통용되는 곳이라면 어디의 통념으로도 결코 용납될 수 없는 상황이다.

그게 설령 악의 가치관을 투영하는 민족이라도.

명령을 위장한 간청이기에 그저 실행할 뿐.

“……후우.”

그녀가 시선을 외면하며 탄식하는 나를 그저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마족의 붉은 동공에, 나의 검은 동공이 또렷하게 반사되고 있었다.

나의 가슴이 미약하게 뛰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현재 나의 심경은 무엇인지를, 도저히 겉잡을 수가 없었다.

선과 악의 가치관에 얽매이지 않게 되었더라도, 판단력마저 상실한다는 개념이 아니다.

이게 과연 도덕적으로 옳은 행위인가?

생각하면 무언가 마음이 찡하다.

“응…….”

나긋한 비음을 흘리는 그녀의 눈동자에 뚫어지게 시선을 고정했다.

미소랄 것도 없는 표정을 짓고 있다.

그것을 보며 소용돌이가 휘몰아치던 나의 심경은 굳건해졌다.

이미 던져진 주사위.

엎어져 돌이킬 수 없는 물.

여기서 돌아갈 수는 없다.

그편이 되려 어떤 변수가 일어날지조차 모르는 선택이 된다.

되돌아갈 수는 없고, 나아갈 수밖에 없다면.

그저 할 뿐이다.

나는 그녀의 콧대를 빗겨내며 입술을 낮췄다.

“…….”

그녀가 침묵에 빠져들었다.

희열인지 분노인지 오묘한 표정을 내건 그녀에, 그저 입을 맞췄다.

남자가 먼저 마음을 밝히는 편이 맞는 걸까?

그렇다면 심경에 솔직해진다.

계획을 실행할 뿐이다.

부드러운 온기를 머금은 살갗이 맞닿았다.

빗겨낸 콧대들에서 교차하는 날숨과 들숨이 생생히 교차하며, 놀리는 입짓의 세기에 맞춰 보드랍고도 말캉한 접촉의 촉감이 생생히 전달된다.

여주인이 아닌 두 번째 여자와의 키스.

여러 감정들이 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것을 억누르며, 나는 그녀에게 조금씩 키스를 가했다.

그녀는 어떠한 반응도 없었다.

그저, 신기함인지 의아함인지, 알 수 없는 눈빛만으로 나를 물끄러미 응시할 뿐.

나 역시 그녀의 수많은 매력 포인트의 하나인 입매에 입맞춤만 선사할 뿐이다.

남자는 키스를 시작했으나, 여자는 딱히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얼마나 홀로만의 촉촉하게 젖은 외로운 애욕을 즐기고 있었을까.

돌연 인형처럼 반응이 없던 그녀에 변화가 일어났다.

혼자만 놀리고 있던 서로의 겹쳐진 입술이었다.

나는 놀라움에 가늘게 눈을 치켜떴다.

“쯥, 쯔읍…….”

입술을 놀리는 그녀가 키스하기 시작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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