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화 〉 마족 여자 헌팅
* * *
간판부터 적나라한 몽마의 성인용품점에 들어섰다.
딸랑, 진입과 동시에 입구에 부착된 마법종으로부터 울리는 청명한 종소리.
점내에 정상적이지 못한 침입을 감지하거나, 내부에서 일정 이상의 파괴력을 접촉할 시에 알람의 효과를 발휘하는 매직 벨.
증폭의 술식으로 압축된 만드라고라의 비명이 주인과 인근을 순찰하는 경비대마저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요란한 폭성을 일으킨다.
조명이 적어 다소 어두침침한 내부.
간단한 설치와 마력의 주입만으로 수명의 한계까지 어둠을 몰아내는 은혜를 베푸는 마석등 따위는 없다.
모서리와 구석구석에 끈적하게 들러붙어 음험하게 타오르는 형형색색의 촛불들.
벽면에 가득 나붙은 흑마술의 상징들. 정체를 알 수 없는 온갖 존재들을 형상화한 물품들. 이름도 모를 온갖 생물들의 골격들과 두개골들로 만든 장식물들.
영락없는 할로윈 콘셉트의 의상점 분위기다.
너무도 익숙해 어색할 것도 없는 어스름을 헤치며 아무도 보이지 않는 카운터로 나아간다.
카운터에 양팔을 괴며 잔뜩 상체를 드밀어 굽어본다.
카운터의 밑바닥에는 분홍색 곱슬 머릿결에 창백한 피붓빛의 남자가 시체처럼 엎어져 있었다.
옆머리의 좌우에는 기다란 산양의 뿔이 돋아 위로 구부러졌다.
등허리의 미골과 등판의 견갑골에는 날개와 꼬리를 발출하는 균열이 선명하게 갈라졌다.
협소한 내부이기에 이쪽 거주민의 상징을 거두고 있을 뿐인 형체를 잠시 주시한다.
이내 카운터를 짚고 훌쩍 건너뛰어 남자의 머리맡을 발치에 두고 섰다.
외부에서 들어오는 인기척을 듣고, 발소리를 내며 걸어오고, 머리맡을 딛고 서도 일어날 기색이 없는 남자.
나는 시체놀이를 즐기는 남성의 훤한 등짝에 로우킥을 갈기며 달콤히 속삭였다.
“깨어나세요, 몽마여…….”
“꺄후우우울!?”
일순간 시체처럼 엎어진 남자에 요동이 일어났다.
전신에 감전이라도 일어난 듯이 경련하더니, 믿을 수 없을 운동성으로 온몸을 스프링처럼 박차고 뒤로 일어선다.
남자가 엎어진 강시가 기상하듯 부동자세로 꼿꼿이 솟구침과 동시에 잽싸게 다시 카운터 바깥으로 넘어갔다.
나의 매직 워드에 기상한 남자가 청색 세로 동공들로부터 두 줄기 붉은 안광을 일렁인다.
“끼효오오옷!!! 아아아아앙!? 앙! 아앙앙! 지, 크! 지, 크으으으~!!!”
퇴폐적 미형의 남성으로부터 버터에 크림을 처바른 듯한 느끼한 미성이 폭발하듯이 뿜어져 나왔다.
“홍! 아앙! 훙! 어허어엉! 어헝허어어엉~!!!”
“그 좆 같은 신음 소리 어떻게 처리 좀 안 되냐?”
그것은 알몸의 전신에 본디지를 휘감고 있는 변태남이었다.
광대처럼 허옇게 칠한 분칠, 입술에 바른 자줏빛 루주가 부담스럽다.
콧방울에서 뺨가죽과 귓전에 걸쳐, 문신처럼 수식하듯 잔뜩 뒤덮은 압박의 피어싱들을 돋보인다.
고간에는 검은 가죽 삼각팬티에 주먹을 쥔 팔뚝에서 팔꿈치까지에 필적할 길이의 금속 고깔을 차고 있다.
구성하는 형체 하나하나가 심히 혐오스럽다.
“오오오오옹~!!! 호오오오옹~!!! 지크! 지, 크으~! 이게 대체 얼마만이지!? 한 1년!? 아니, 거의 2년!? 그쯤 되었나!? 오홍홍~! 여기는 대체 무슨 일인 고야앙~!?”
“좀 묻고 싶은 게 있어서.”
“꺄후우우웅!? 지크가!? 내게 질문으으으을!? 앙! 화앙! 어훙! 어어어엉! 허어어어엉!”
“게이 비명이랑 호모 신음하지 말라구! 새꺄!”
보이스는 오페라의 중후한 테너에 비견되고, 페이스조차 어지간한 서양의 영화배우에 필적하는 마스크이면서, 변태 같은 태도로 오일처럼 느끼한 음색을 내뱉었다.
인큐버스의 고간에 장착된 반질반질하게 윤이 나는 메탈 콘으로부터 필사적으로 시선을 외면했다.
내부의 선명한 홈들에 살덩이가 불룩불룩 차오르며, 삐꺽대는 소리와 함께 거대한 머리를 담은 캡이 젖혀진다.
“묻고 싶은 게 있다.”
“그래서엉!? 서방뉘임? 무엇부터 하시겠습니깡!? 식사부터!? 목욕부터!? 아니면, 저.부.터어어어어~!? 오홍홍홍홍~!”
나는 싸늘한 경고를 날렸다.
“자지털을 싸그리 뽑아 눈썹에 이식해 버린다? 평생 얼굴도 못 들고 다니게?”
“오훙~! 그러면 남녀노소 모두로부터 폭발적인 시선을 이끌 수 있으니 조와용~!”
나는 더욱 싸늘한 경고를 날렸다.
“똥꼬털도 싸그리 뽑아 눈썹에 추가 이식해 버릴까?”
“나는 상시 왁싱을 실시하기에 그런 거 읍따!”
“아, 그러세요. 겨털도 없으시니 확실히 무리긴 하네요. 그렇다면 머리털은 어떨까!”
나는 살인미소를 머금으며 번개처럼 다시 카운터를 건너뛰었다.
양손으로 인큐버스의 머릿결을 붙들어 굳건한 클린치를 가하고는, 불꽃과도 같은 니킥을 고간에 폭발시킨다!
우드드드득, 쇳덩이 속에서 풀발기 상태의 거근이 분질러지는 소리가 울렸다.
“우갸아아아악!!! 호오오오오웅!!!”
녀석이 황홀의 비명을 내질며 고간을 감싸고 주저앉았다.
에라이, 씨발!
마족 여자 꼬시기 참 더럽게 어렵네.
고간을 감싸고 허벅지로 꿇어앉은 녀석을 내려보고 있는데, 돌연 카운터 안쪽의 방으로부터 인기척이 들려왔다.
“하와와와왓! 이게 무슨 일!? 대체 무슨 일!?”
누군가 나오는 것과 함께 나는 다시 번개처럼 카운터를 건너뛰었다.
내가 대체 왜 이러고 있지?
인큐버스와 동일한 색상의 생머리와 눈색과 피붓빛, 하지만 셀프 귀갑묶기를 실시하고 있는 웬 치녀가 벌컥 튀어나왔다.
“라루멘 오빠!? 이게 대체 무슨 난동!? 술취한 마족이 또 행패를 부리고 있어!? 또 맞아서 뻗은 거야!? 아니면 몹쓸 저악마들과 악마들이 터무니없는 난동을!? 즉각, 섀도 파이터나 다크 솔저의 경비대를─”
나를 확인한 치녀의 눈동자가 터질 듯이 부풀었다.
“꺄하아아앙!!! 지크 오빠다앙!!!”
“오랜만. 피피카.”
“끼햐아아앙!!!”
양손을 맞쥔 서큐버스의 눈에 하트가 켜졌다.
꿇어앉았던 라루멘이 좀비처럼 파들대며 몸을 일으켰다.
오므린 허벅지가 여전히 부들대는 게 조금만 슬쩍 툭 밀어도 쓰러질 것 같다.
“헤으으으응…! 딱 좋은, 거시기의 쾌감을…! 피피카가 방해했다는능…….”
“힉!? 정말!? 도로 들어갈까!? 지크 오빠가 계속 걷어차게!?”
“하아, 이 연놈들……!”
나는 진심으로 우러나는 깊은 탄식을 흘리며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웅후후후훗! 오랜만에 친구를 보니, 인큐버스의 본능에 불이 켜져서 말이양! 미안휑!”
“반가운 거랑 본능에 불이 켜지는 거랑 대체 무슨 상관인데?”
“후후후후훙! 그것이 몽마양~!”
나의 싸늘한 반응에 라루멘이 허탈한 폭소를 터뜨렸다.
저놈은 인큐버스답게 꽤나 잘생긴 편인데, 왜 분칠을 하느냐는 질문에 실로 기묘한 답변을 내놨다.
자신의 소울을 살리기 위해서라나?
남자들도 온갖 기괴한 화장들을 하곤 하는 마족들에 그닥 드문 것도 아니라지만.
“그래애~! 나도 지크 오빠를 보니, 보지가 찌릿찌릿해짐을 멈출 수가 없는 거얼~? 어때!? 지금 여기서 한 판!?”
“너도 적당히 해. 여자는 진짜 적당히 봐주려 하지만, 선을 넘으면 어찌 될지 모른다.”
“헤으응!”
“헤응!”
얼굴값들을 참 못하는 몽마 남매가 쌍으로 오두방정과 난리법석을 떨었다.
그렇다 해도 이들을 보는 나의 마음은 사실 평안하다.
진지하고 악독한 마족들의 틈바구니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현된 처세술일까?
하나하나가 배우와도 같은 몽마들의 재간을 보고 있노라면, 어딘가에서 유쾌해지며 들뜨는 미묘한 고양감이 있다.
이기적이며 제멋대로인 마족들보다는 그나마 온건하며 싹싹한 편이다.
나의 여주인이 몽마이기도 하고.
각자 개성들이 넘치며 꽤나 유쾌한 성향들이기에, 나는 몽마들과는 그나마 잘 지내려고 하는 편이다.
물론 여자를 도구와 물건으로 보는 쓰레기 인큐버스들이나, 남자는 무조건 올라타 노예로 후릴 생각을 하는 쓰레기 서큐버스들도 많지만.
그래도 몽마들이 마족들보다는 압도적으로 낫다.
잔혹하고 밥맛없는 사이코패스들보다야는 아무렴.
라루멘이 상어이빨을 악어처럼 쩍 벌렸다.
“그래, 서엉~!? 지, 크! 대체!? 어떤 용건으로오옹~!?”
“섹스토이들을 구입하고 싶다. 오늘 밤에 사용할.”
“호우!? 세, 세, 쎅쓰! 쎅쓰! 토이이이이~!”
“끼햐아아앙! 쎅쓰! 쎅쎅쓰!”
온몸을 비틀며 포효하는 라루멘에 피피카가 달라붙어 함께 포효했다.
사실 녀석과는 의외의 인연이 있다.
전생하고 불과 3개월이던 시점.
리나 씨의 심부름으로 시내에 나와 있던 나는 불량한 마족들의 눈에 띄어 죽을 정도로 구타당했다.
그렇게 뒷골목에 뻗은 나를 점포로 데려와, 내게 무상으로 치유를 실시했다.
왜 나를 치유하냐 물으니 생경한 답변을 내놓았다.
아무리 당해도 끝까지 굴하지 않는 내가 흥미로웠기에.
매우 신기하게 생긴 흄이기도 한데, 색마라고 박대받고 홀대받는 신세인 자신들의 처지가 생각났다나?
모두가 그런 것도 아닌데.
외모나 존재로 차별받는 것은 심히 부당하지 않느냐며.
그런 감동 분위기로 흘러갈 줄 알았는데, 답례로 나의 엉덩이 구멍을 요구해 와서 가볍게 하이킥으로 뺨에 따귀를 날려 주었다.
이후 적당히 포션들로 배상하긴 했지만.
“최소 여자 하나, 최대 여자 셋. 오늘 밤에 헌팅할 생각이야.”
“꺄후우우울~! 홍! 훙! 항! 허엉!”
“끼햐아아앙! 향! 향! 향! 향!”
세상에 공짜는 없다. 대가 없는 맨입도 없다.
내가 원하는 것을 위해서라면, 나도 성의를 보여야겠지.
“호오오오우~!? 혼자서 여자 셋과 동시에 할 생각이냡!?”
“무, 무려! 첫날부터 1대 3이라니! 보, 보지가 자궁까지 찌릿찌릿해염!”
“기왕 저지르려면 화끈하게 저질러야지? 그리고 나는 그 정도는 거뜬해.”
라루멘이 감동에 눈망울마저 그렁대는 피피카의 어깨를 와락 끌어당겼다.
“헌팅한 여자들에 쓸 건데, 집에서 리나 씨에게 쓰던 걸 가져와서 쓰기는 좀 그렇잖냐. 기왕이면 신품 토이들을 넣어 줘야지. 여자 둘이 껴안고 있을 때 밑구멍들에 넣어 줄 연결형 토이, 다른 여자들과 하고 있을 때 남은 여자가 스스로를 위로할 개인형 토이들이 있으면 좋을 것 같은데. 그다지 거부감을 사지 않을 것. 분위기를 띄우기에 적절한 것. 너무 하드하지도 않고 너무 소프트하지도 않게.”
“리나는 잘 지내고 있구!?”
”아주아주 건강하시다.”
동시에 고개를 돌린 몽마 오누이의 시선이 허공에서 마주친다.
“피피카…! 나의 태양처럼 뜨겁고도, 크림처럼 달콤한 누이여……!”
“하, 앙…! 장미처럼 아름답고, 불꽃처럼 뜨겁게 타오르는 오, 빠아……!”
몽마 오누이의 입술이 허공에서 겹친다.
“피피카, 나의 사랑스러운 누이……!”
“츄웁, 츱…! 하, 아아아앙! 오, 빠아……!”
몽마들의 손바닥만큼이나 기나길고 음란한 혀가 질척하게 돌아가며 끈적하게 뒤얽힌다.
인큐버스와 서큐버스의 남매가 눈앞에서 서로를 격렬히 탐한다.
보기 좀 그렇다. 의외의 뷰이긴 하지만.
나는 평온한 미소로 물었다.
“니네 근친 아니냐?”
“응…? 여동생이 오빠와 자는 게 뭐가 대수라구…. 몽마들은 여동생이나 오빠, 남동생이나 누나와 이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은데?”
“음, 아니야. 계속해. 몽마의 성관념을 이해하려는 것 자체가 외도지.”
답변을 흘린 피피카가 다시 라루멘과 애욕을 뒤섞었다.
리나 씨는 이렇게 어긋나지 않아 참으로 다행이다.
그녀의 남자 혈육들이 리나 씨와 공방에서 끈적한 애정을 나누는 관계였다면, 그것을 지켜봐야 하는 나의 정신은 오래전에 붕괴했을 테니까.
파란만장한 꿈을 머금고 개시되었던 마계 전생은, 나의 자살로 끝났겠지.
나는 계산대에 팔뚝을 괴고 주변의 데코레이션들에 시선을 던지며 주의를 환기했다.
“애초 다루지도 않는 저것들은 대체 왜 걸어 놓는 거냐?”
“그야 입구부터 그런 것들을 내걸고 있으면, 사려던 고객들이 민망함에 질려 싸그리 돌아가 버리니까안~! 옷훙~!”
라루멘이 상큼하게 웃으며 끈덕진 눈웃음을 찡긋 날렸다.
이윽고 피피카와의 포옹을 풀어내고 카운터 안쪽의 방으로 휭 들어갔다.
그와 동시에 점내에 자욱한 화향이 풍기기 시작했다.
분위기를 일변한 피피카가 치명적인 요염함을 뽐내며, 카운터에 걸친 나의 팔뚝을 손으로 어루만졌다.
“그래서어…? 지크 오빠? 어떻게? 지금 라루멘 오빠가 들어간 때에, 한 발 거하게? 입으로…?”
“적당히 좀 해라. 자기 오빠가 잠시 자리를 비운 틈에 이렇게 꼬리 치고 싶냐.”
나는 팔뚝을 내빼며 싸늘하게 일렀다.
본업에 돌입한 몽마가 의식이 녹을 듯이 진한 애성을 흘린다.
“응? 라루멘 오빠는 예전부터 지크 오빠랑 자도 된다고 했는데? 나랑 라루멘 오빠도 사실상 연인이나 마찬가지고.”
몽마의 성관념을 이해하기는 진실로 무리다.
저들은 말 그대로 음마니까.
사실 저게 마족들에게 무시당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냥 답이 없이 문란하니까.
리나 씨는 진정한 별종에 가깝다.
“그래도 해야 될 것이 있으면 하지 않아야 될 것이 있다. 나랑 녀석이 그런 허술한 관계도 아니고.”
“흐응…… 그건 좀 아쉽네. 어떤 방법을 써야 할까나?”
상큼하게 웃는 피피카가 가지런한 새하얀 치열을 드러내며 진한 벽안을 청초히 반짝인다.
이윽고 카운터 안쪽으로부터 발소리가 들려왔다.
라루멘의 복귀와 함께 피피카가 기운과 기색을 싹 거뒀다.
품에 안아야 할 만큼 커다란 상자를 끌어안은 라루멘이 나왔다.
내부에 자욱한 발정향을 신경 쓰이지도 않는다는 듯이 한 번 크게 코를 핑하고는, 큰 걸음으로 성큼성큼 들어선다.
“그다지 거부감을 사지 않을 것~? 분위기를 녹이기에 적절한 것~? 너무 하드하지도 않고 너무 소프트해도 안 된다라아~ 어려운 조합이네에~.”
인큐버스가 잔상이 일어날 정도의 손짓을 놀리기 시작했다.
카운터에 올린 상자에는 온갖 해괴망측한 물품들이 담겨 있었다.
저건 과연 누가 사용하며, 도대체 무슨 용도인가 싶을 정도까지.
마족은 온갖 형상들의 일족들이 수천을 넘어가는 방대한 조합이니, 저런 걸 사용하는 부류와 수요가 있단 거겠지.
“이게 좋겠어엉~!”
환희하는 라루멘이 토이들을 카운터에 늘어놓았다.
딜도. 쌍두 딜도. 로터.
몽마들은 음마술로 자신들이 원하는 디자인의 섹스토이들을 생성할 수 있는데, 이것들은 그것들을 기반으로 제작한 물품들이었다.
딜도는 30센티미터 정도의 길이와 아주 튼실한 두께로, 스스로를 위로하기 원하는 여성에 적절한 즐거움을 선사하기에 적당해 보였다.
쌍두 딜도 역시 30센티미터 정도의 길이인 딜도들이 뿌리를 맞물린 형태에 바나나처럼 각도를 안팎으로 구부릴 수 있는 구조로, 조갯살을 맞물린 여성들이 서로의 질구들에 끼우거나 항문들에 끼우기 적합했다.
로터는 계란 정도 크기로 클리토리스나 회음부, 유두의 성감대에 슬슬 비비며 자극하기에 적합해 보였다.
딜도는 밑면의 모서리를 사면으로 펼쳐 바닥에 고정형으로의 변환이 가능했으며, 모두 바이브 기능들이 부착되어 있었다.
컬러들은 마계에서 불변의 트렌드인 블랙.
“괜찮네. 추후 만나게 될 다른 여자들에 사용할 것도 고려해, 개당 둘씩 도합 여섯을 구입할게. 나머지는 생각날 때 다시 보기로 하고.”
“호우우우우~! 포부도 대범하신 큰손이시눼에~! 딜도는 10골디아, 쌍두 딜도는 25골디아, 로터는 7골디아로 총액 84골디아는 받아야 하는데, 지크와는 인연이 있으니 70만 받을겡~!”
“조금 센 것 같다? 이런 것들이 100골디아 가까이나 한다구? 바가지 아니지?”
“그! 무슨 섭한 쏘리를~! 이것에야말로 우리 몽마족의 쏘울! 쏘울이 들었다구우~! 지금의 그 발언은 2할의 유마까지 합한 18만 몽마족들에 대한 명백한 모욕이야! 내가 심혈을 기울여 피피카와 직접 테스트하고, 최적의 설계로 완성시킨 명품들이양! 무리한 과용으로 고장나면 평생 수리도 가능행~!”
“내 밑구멍들이 너덜너덜해질 정도로 잔뜩 쑤시고, 여기저기에 비비며 최상의 쾌감을 구축한 명품들이야! 지크 오빠! 그냥 믿고 사!”
“알았어, 알았어.”
나는 길게 논하고 싶지도 않은 민망한 주제를 서둘러 마무리하며 품에서 지갑을 꺼냈다.
한화로 70만 원.
하지만 내가 고작 이깟 금액도 없어 허덕일 정도는 아니다.
만약 바가지로 밝혀지면 추후 돌아와 연놈들의 에그와 밀크 디스펜서를 깨버리면 되겠지.
악마의 옆얼굴이 그려진 마계의 금화, 골디아 70개를 카운터에 촤르륵 쏟아부었다.
환호하는 몽마 오누이가 발랄히 하이파이브를 나누었다.
이죽대는 라루멘이 금화들을 하나하나 헤아리며 열린 계산대 서랍으로 투척했다.
나의 왼손에 벌려진 차원구에 피피카가 토이들을 하나하나 던져 넣어 주었다.
“그나저나, 지크으~! 마평원 제르디아에서 조만간 대규모 몬스터 웨이브가 발생할 것 같다는데, 안 가냥~!?”
“일 없어. 그러는 니가 직접 날아가지 그러냐?”
“지옥림 클레오르의 광화종들의 퇴치 퀘스트나, 사령술사 녀석들이 마골당에 들어가 벌이는 언데드 웨이브를 격멸하는 구제업이라던지! 다른 마군도들이라도 전이소를 사용하면 쓕이잖앙!?”
“그러니까 직접 날아가라구.”
“몽마는 전투에 취약한 것을 아시면서, 그런 쏘리르울~! 진짜 몽마는 현실에서 안 싸워! 꿈에서 싸운다!”
학을 떼며 손을 휘젓는 라루멘을 주시했다.
이젠 말할 때가 되었다.
“야, 라루멘. 팁 좀 묻자.”
“응!? 무엇인가요!?”
파리처럼 손을 비비는 라루멘이 깍지를 끼고 실실댔다.
“마족 여자들을 어떻게 꼬시냐?”
일순간 점내의 공기가 전환되었다.
나의 앞의 라루멘이 분위기를 변환했다는 말이 옳다.
피피카가 고개를 틀어 그녀의 오빠를 빤히 바라봤다.
화장이 부담스러운 본디지 인큐버스가 팔짱을 끼며 턱을 괴었다.
“……흐음, 마족 여자들? 데블들을 말하는 거지?”
보기 드물게 완전히 진지해진 라루멘이 진청색 동공에 이채를 띄었다.
역시 본업의 이야기가 나오면 돌변한다.
저게 인큐버스지.
“저악마나 악마는 솔직히 너무 힘들고, 마족들만 꼬시려고.”
레서 데몬과 데몬은 꼬시기를 떠나 아예 힘의 차이에서 내가 살해당할 가능성조차 있었다.
외형조차 본격적으로 인간형을 벗어나기 시작하기에 애초 논외이기도 했고.
남자가 여자를 헌팅하려다 여자에게 죽는 것만큼 한심한 생이 있을까?
극구 방지해야 한다.
“너는 그래도 인큐버스니까 완전히 꿰뚫고 있잖아? 여자를 어떻게 후리고, 낚는지를. 마족 여자들은 접근하는 개념과 방식부터가 완전히 다른 걸 알기에, 같은 마족의 일족에게 묻는 거야.”
“흐음…….”
개그라고는 한 톨도 없이 사라진 라루멘이 기나긴 침음성을 흘렸다.
마찬가지로 웃음기를 거둔 피피카가 그녀의 오빠의 어깨에 옆얼굴을 비스듬히 기대며 나를 물끄러미 주시했다.
오랜 고심을 하던 라루멘이 찡긋 윙크하며 손가락을 튕겼다.
“그냥! 자지를 꽂아!”
“뭐라구……?”
나는 들은 소리를 차마 믿지 못해 반문했다.
“자지를, 꽂으라구……?”
나의 한쪽 눈썹을 치뜨며 묻는 재질문에 라루멘이 더욱 강하게 강조한다.
“웅! 그냥 자지를 꽂아 버령!”
“장난하냐?”
라루멘이 황급하게 손바닥들을 내저으며 착실히 부연했다.
“아니, 진짜야! 확! 꼴리는 포인트 아무데나 자지를 꽂아 버려! 입이든! 보지든! 똥구멍이든!”
급격히 실망한 나는 인상을 찌푸리며 맞물린 주먹의 관절을 풀었다.
“왜 그래야 하는지 논리적인 이유를 차근차근 대지 못하면, 너는 오늘 이 자리에서 거시기 상실이 일어난다. 인큐버스 오누이가 아니라 서큐버스 자매가 되겠지.”
“끼헤에에엑~!?!? 그건, 안 대애앵! 설명할 테니 일단 듣기를!”
라루멘이 손바닥 길이에 필적할 혓바닥을 쭉 빼물었다.
“에엑……! 상상만으로도.”
피피카도 비슷한 길이의 혀를 빼물어 고개를 털레털레 저었다.
나는 들춘 주먹을 서서히 가져다 대다가 거둘 수밖에 없었다.
날카로운 눈초리가 된 라루멘이 완전히 역변한 분위기가 되어 있었다.
나는 흥미를 느끼며 거둔 주먹으로 팔짱을 꼈다.
“이유가?”
“이유는.”
돌연 라루멘이 카운터를 짚고 상체를 바짝 드밀었다.
라루멘이 느른히 손을 나의 고간을 향해 내뻗었다.
나는 반사적으로 한 발짝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라루멘이 의미심장한 미소로 고개를 기울이며 응시했다.
몸을 당겨 다시 카운터의 안쪽으로 시간이 정지할 듯이 느릿한 움직임으로 돌아간다.
팔짱을 낀 라루멘의 완벽히 내리깐 목소리가 중후한 성우의 미성처럼 울려 퍼졌다.
“……돌발 상황에 약해.”
인큐버스가 더없이 낮고 침중한 목소리로 읊조렸다.
“지금 너가, 나의 손길에 물러선 것처럼. 그녀들은 지금 너가 물러난 이상으로, 아예 얼어 버리거나, 털썩 주저앉고 말 거다.”
“돌발…… 상황.”
나는 라루멘이 던진 키워드를 되뇌며 머릿속으로 새겼다.
“그것이 우리 악의 꽃의 기제야. 나도 왜 그런지는 몰라. 그런데 나도 몇 번 그런 상황에 몰리니, 그저 다 집어치우고 도망치고 싶어지더라구. 심지어 이 피피카마저 내치고 싶은 발칙한 상념마저 떠오르며.”
“흐응, 오빠아……!”
피피카가 그녀의 오빠의 어깨에 암고양이처럼 고개를 비벼댄다.
“자연스러운 대처, 유동적인 대응 등의 발상이 당연히 떠오르기는 하는데, 상황이 급박할수록 그런 이성적 판단은 사고로부터 아득히 멀어져. 우리 마족의 치명적 약점이라 할 수 있겠군.”
라루멘의 말은 맞았다.
마족들과 지상의 종족들이 충돌한 사례들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마족들이 지상의 커뮤니티들을 습격하는 계획이 언제나 그대로 흘러가지는 않는다.
지상에서 활동하는 마인들에게 정보를 제공받거나, 우드 엘프들에게 마물들의 움직임을 감지한 자연들이 알리는 속삭임처럼 다방면의 경로를 통해 대비할 때가 있다.
포진을 마친 길드의 강한 모험가들이 거센 반격을 퍼부어 마물들을 몰살하고, 본격적으로 몰아붙이기 시작할 때에 마족들은 급격히 붕괴한다.
어찌할 줄을 모르고 허둥지둥 맞서다가 사로잡히거나, 현장에서 그대로 전멸하거나, 동료고 형제고 싸그리 버리고 도주하는 것이 정형화된 패턴이니까.
계획대로 흘러갈 시엔 자신만만하며 최고의 전력을 발휘하다가, 계획이 틀어지는 순간 처절히 괴멸하는 것이 마족이다.
침묵을 유지하던 피피카가 발랄히 거수하며 불쑥 끼어들었다.
“지상의 엘프들이나, 4권족들인 마족들이나, 천족들이나, 용족들이나, 거인족들과 같은 장명종들은 성욕이 희박하기까지 하지. 수명이 긴데 번식력까지 폭발적이면 문제가 있으니까! 마계에서는 연중발정기인 우리 몽마를 제외하고는 모두가 섹스리스야! 살육이나 파괴! 최강의 힘이나 무기나 마법과 같은 것에만 다들 관심이 있지! 나와 같은 서큐버스들조차도 일에 방해가 된다며 아이를 안 가지려 하니, 오죽하겠어!? 우리 정도를 제외하고 나머지 일족들의 여자들은, 성적인 접근이 그야말로 쇼크로 다가올걸!?”
마족은 성욕이 희박하고 저출산인지라, 20세 이하의 청소년에 해당되는 유마는 18퍼센트로 약 2할.
대략 마법들만 존재하는 중세 분위기면서, 청소년 비율이 전생의 한국이나 선진국들과 비슷한 수준이다.
다른 말로 바꾼다면, 그쪽으로는 희박한 동정들이 무진장 많다는 소리.
조금 톤을 띄운 라루멘이 호탕하게 덧붙였다.
“마족 여자들도 절대 벗어나지 않아! 되려 마족 남자들보다 더하면 더하지! 강한 척하는 녀석들이 되려 진국이야! 전사들의 민족이라는 위명에 얽매여, 자신들의 실력에 자부하고 있기 때문이지! 그것과는 전혀 관계없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 처하게 되면, 사고방식이 꼼짝도 못하게 마비당해 버리거든!”
“전혀 예상하지 못한 형태의 자박꼼들이라는 얘기네.”
“자신보다 약하거나, 자신과 비슷하거나, 자신이 훨씬 강해도, 익숙지 못한 상황에 내면에서 일어나는 거부감과, 자신들이 생소한 요소에 피어나는 격렬한 호기심의 충돌! 그게 그녀들의 기제야! 그냥 아무 데나 박고, 그대로 여관으로 끌고 가면 돼! 지크, 지금의 너는 그러고도 남을 정도로 꽤나 강해진 것 같은데에~!?”
고개를 기울이며 느른히 내뱉는 녀석의 무서움을 느낄 수 있었다.
여자를 확실하게 간파하는 인큐버스의 본능.
“나도 그런 식으로 낚았던 마족 여자들만 수십 자릿수를 넘어간다궁! 지상의 여자들은 수백이고! 웅훗!”
찡긋 윙크하는 녀석이 지금만큼은 가진 적도 없는 스승처럼 보였다.
혹시 지상의 남자들과 마족 여자들이 이어진 예시들이 이런 경우도 있었나?
나는 공연한 의문을 고개를 털어 지워 버렸다.
라루멘이 다시 음산하게 낮춘 음성으로 첨언했다.
“나, 어찌 보면 헌팅을 떠나, 앞으로의 너의 펼쳐질 싸움에서도, 몇 번, 몇십 번이고 생명을 구할 팁을 알려 준 거다? 이건 말 그대로 같은 마족의 일원이 아니고서는, 타종족들은 결코 알 수가 없는 취약점이다.”
마족 최약체의 오명이라고는 해도, 애욕과 열락의 이슬을 머금어 피어나는 엄연한 악의 꽃.
평시의 변태적 푼수는 그저 안심시키고 머저리로 보이기 위한 위장.
지금 이게 라루멘의 본모습이겠지.
생존을 위해 철저히 감추는 본성에서 벗어나, 존재의 약점을 예리하게 관철하는 몽마가 굉장하게 보인 순간이었다.
드디어 답을 얻었다.
“그렇군…….”
매우 귀중한 정보를 들었다.
이게 없이 마족 여자들에게 들이댔으면, 어떤 형태로 비화되었을지 상상조차 못할.
아마 전투가 벌어지는 것은 기본에, 나조차 크게 다치거나 자칫 사망할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
명백한 기브 앤드 테이크였다고는 해도, 이 몽마들은 또 나의 목숨을 살린 셈이 되었다.
나는 지갑을 열어 몇십 푼의 금화를 카운터에 더 흩뿌렸다.
“팁. 이후에 서비스 부탁한다.”
“어이!? 이게 뭔데에~!? 우리 사이에? 도로 가져가!”
라루멘이 발끈까지 하며 돈을 세차게 내쳤다.
“됐어. 피피카 헤어핀이나 사줘.”
“지, 크… 오, 빠아아아……!”
“이, 무슨……!”
피피카가 진심으로 탄복한 표정으로 입을 벌리고 눈망울들을 그렁댔다.
라루멘이 차마 말을 잊지 못하며 카운터에 흩뿌려진 금화들을 손대지 못했다.
나는 만족스럽게 팔짱을 꼈다.
“잘된다면, 상점의 물품들을 싹쓸이하러 올게. 나 돈 많으니까.”
“호오?”
라루멘이 맞서 팔짱을 끼며 느른히 한쪽 눈매를 치켜떴다.
나는 일말의 우려를 내뱉었다.
“그런데 만약 안 통하면?”
“그거야 복볼복이졍~!”
데헷, 라루멘이 해맑은 웃음을 터뜨렸다.
나는 더없이 싸늘한 살기를 담아 경고를 날렸다.
“마족 여자가 내 거시기를 잘라 버리면, 대신 니 거시기를 떼어다가 붙여도 되지?”
“홧!? 호우, 노우우~!!!”
상어이빨들을 쩍 드러낸 라루멘이 화들짝 양손을 들춰 휘저어댔다.
변태 인큐버스의 고간에서 메탈 콘이 철커덕대는 요란한 금속성이 울린다.
주먹처럼 커다란 귀두가 헤드에 들어차며 또 뚜껑이 열리려 한다.
근데 왜 발기하냐……?
상징이 중요하지 않은 남자가 어디 있겠냐만은, 하나하나가 튼실한 물건들을 지닌 인큐버스들에 있어서는 진짜 정체성과도 같이 통한다.
결코 재생도 불가능한 영구성의 마력계 상흔을 입은 인큐버스는 자살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
그 특성을 헤아린 나는 씨익 웃으며 입가에 미소를 걸었다.
“농담이야. 너의 거시기는 너가 관리하다시피, 나의 거시기는 내가 관리해. 오늘 밤 엄청나게 잔뜩 쏟게 될 텐데.”
이 보물을 내게 만들어 준 여자를 위해서도 거시기 손실만큼은 일어나서는 안 된다!
오빠의 어깨에 진드기처럼 찰싹 달라붙었던 피피카가 상큼하게 웃으며 나섰다.
“그런 의미에서! 아름다운 악의 꽃들에 발정난 지크 오빠에게 바치는 선물!”
피피카가 손톱들이 비죽한 왼손을 들추며 오른손으로 자신의 우측 머릿결을 매만지기 시작했다.
돌연 새끼손톱을 놀려 머릿결을 몇 가닥 잘라낸다.
그러고는 잘라낸 머리카락들을 겹쳐 그대로 자신의 약지손가락에 칭칭 휘감기 시작했다.
그윽하게 눈매를 내리깔고는 몇 번이나 슥슥 휘감는다.
대체 무슨 일을 하려는지 경황이 없어 그저 망연히 바라보고 있자, 손가락에서 그대로 쑥 빼내 내게 내민다.
“자!”
“뭐지, 그건?”
갑자기 피피카의 손에서 미약한 마력광이 발하며 완연한 원형을 이룬 머리카락들을 감쌌다.
그와 함께 머리카락 반지가 순식간에 경화를 이루어 돌처럼 굳어졌다.
피피카가 화사한 미소를 내걸었다.
“지크 오빠에게 바치는 선물! 서큐버스의 탈리스만이에요!”
“호오…….”
의미를 이해한 듯한 라루멘의 자줏빛 루주가 칠해진 입술이 호선을 그렸다.
“서큐버스가 나서면 인큐버스도 가만히 있을 수 없지. 음마들은 음란한 계획의 실행에는 가장 적극적이 되니까.”
“너희들의 기제 말이냐.”
의미심장한 말을 내뱉은 라루멘도 같은 과정을 반복했다.
분홍색 곱슬머리에 화장발 인큐버스의 머리칼이 몇 가닥 끊어진다.
자신의 여동생이 내밀고 있는 머리카락 반지에 잘린 머리칼들을 겹쳐 휘감는다.
라루멘의 수중에서도 마력이 발하며 부여식을 마쳤다.
매우 진한 분홍색의 반지가 완성되었다.
“신기하네.”
“그렇지!? 받으라구! 하지만 응원 외에는 효능은 없다!?”
피피카와 라루멘이 겹친 손들로 동시에 내민 반지를 오른손의 손끝들로 받아냈다.
몽마들의 머리카락을 굳혀 만든 반지.
알 수 없는 미약하고도 청량한 마력이 감돌았다.
만져 보니 어지간한 금속의 강도로 강화되어 정말 쇠처럼 굳었다.
라루멘이 진하게 웃는 속에 뒷짐을 진 피피카가 어깨를 으쓱댔다.
“진짜 별다른 효능은 없으니까? 우리가 인챈터도 아니구. 하지만, 이제부터 지크 오빠가 시작할 헌팅 라이프에서 우리의 가호가 함께하길 바라~!”
“그래! 우리가 함께하고 있다! 이 어디 출신일지도 모를 정체불명의 흄 녀석아!”
“리나 씨는 나보고 동방인이라던데?”
나는 몽마들의 헤어 링을 왼손의 약지에 꼈다.
손가락들을 쥐락펴락하며 착용감을 느껴 본다.
오누이가 나와 함께하고 있다.
그들의 가호가 깃들기를.
용건은 모조리 마쳤다.
움직일 때였다.
나는 몽마 오누이와 눈인사를 나눴다.
“그럼, 가볼까.”
그대로 등을 돌려 입구로 향한다.
“잘 가라! 지크! 반드시 승리하라구! 오늘 밤 좆이 끊어지도록!”
“안녕, 지크 오빠아아아아~! 건승해! 우리가 함께하니까아~!”
나의 뒤로 오누이의 환호성이 빗발쳤다.
나의 거시기와 녀석의 거시기가 함께 무사하기를 기원하며.
그렇게 몽마 오누이의 섹스토이 샵을 나섰다.
다시 거리에 나선 나는 망연히 밤하늘을 올려보았다.
“후우.”
요란한 떠들썩함을 자아내는 온갖 형색들의 마족들이 눈앞을 스친다.
관심조차 없는 남자들과, 명백한 타겟들인 여자들도.
따지고 보면 그렇게 고심할 필요가 없는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악의 꽃들인 게 무슨 상관인가?
선의 꽃들이면 대체 어떠한가?
악의 꽃들이든, 선의 꽃들이든.
죄다 좆대가리로 통일한다.
“간다.”
섹스토이들을 갓 헌팅한 여자들에게 사용한다.
솔직히 꼴림을 느끼며 본격적으로 나섰다.
이걸 사용할 여자들을 찾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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