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의 서큐버스-16화 (16/80)

〈 16화 〉 헬하운드 패밀리

* * *

“영업 시간 끝났어, 개새끼들아.”

나의 선언에 배회하는 검은 짐승들 사이에서 커다란 움직임들이 일어났다.

“크르르르륵!!!”

“컹! 커컹!”

“그르으!”

범상치 않은 성량들로 으르렁대고 짖어대는 흑견들이 나의 주변을 순식간에 에워쌌다.

완전히 내려앉은 어둠 속에서 주먹만큼 커다란 붉은 눈알들이 이글댄다.

누르스름한 송곳니들 사이에서 침들이 줄줄 흐르는 주둥이에서는, 싯누런 유황의 숨결이 호흡에 맞춰 일렁인다.

과연 위압감이 상당하다. 그 크기들은 말에 필적.

개 공포증이 있는 사람들은 졸도하기 딱인 죽을 정도로 무서운 현장이다.

그러는 순간 먹히겠지만.

“이것들 봐라?”

나의 주변을 포위하고는 시계 방향으로 맴돈다.

한없이 짐승적이면서도 날것 그대로의 강렬한 동물향과 진한 유황 냄새가 진동했다.

녀석들이 여기 공방에 있을 수 있는 이유는 명료하다.

퀘스트를 떠나기 전에 공방 주변에 뿌려진 마물 퇴치향을 체크했는데, 효력이 유지된다고 추산한 기간이 5일이었다.

그 효과가 다한 타이밍이기에 녀석들이 여기에 있을 수 있는 거고.

“크허어어엉! 쿠르르르르!”

“그르르르! 커커어엉!”

“으르르르릉!”

공방의 주변에서 서성대는 녀석들의 숫자는 여섯 마리.

공교롭게도 불길하면서 음험하기에 마족이 다방면으로 통용하는 숫자인 6이다.

천족이 성스러우며 영험하게 치부하는 숫자인 7과의 미묘한 차이점.

나는 기가 차서 양팔로 옆구리를 짚었다.

“이젠 내가 개새끼들한테도 얕보이게 생겼냐?”

마계에서 위험한 곳으로 손꼽히는 마경을 밥 먹듯이 드나들고, 이제는 헬 오우거까지 단신으로 사냥하고 온 내게는 너무나 우스울 따름이었다.

나도 녀석들을 처음 보았을 때는 굉장히 공포스러웠는데, 실체를 깨닫고 보니 그냥 진짜 똥개들이었다.

크기만 좀 무지막지하게 크고, 입에서 뜨끈한 불만 뿜을 뿐인 초대형 똥개들.

녀석들은 꼴에 겁은 기가 막히게 많아, 아득한 거리에서부터 마족의 냄새를 맡았다 싶으면 귀신같이 알아서 쫄고 숨는다.

바바리 사자와 시베리아 호랑이 따위는 한 끼 간식거리로 삼을 듯한 포스 넘치는 외형이 아까울 수준.

전생 초기에도 이 녀석들과 맨몸으로 겨루기를 시도할 정도는 되었다.

힘을 제대로 다루지 못해 문제였지.

그런데 이제 와서 본인들의 주제도 모르는 지옥의 똥개들이 이빨들을 들이대니 어이가 없을 수밖에.

지금 자신들의 앞에 있는 게 누구인지도 모르고.

마족이 아니니 내심 만만하다는 생각으로.

“커허엉!”

“그르르르르!”

녀석들의 불규칙한 으르렁거림이 규칙적이고 거센 포효로 드높아진다.

보다 빨리 거세게 맴도는 녀석들의 주시하는 눈알들에서 붉은 눈꼬리들이 죽죽 이어진다.

“덤비는 건 상관없는데, 그러면 반드시 죽는다?”

나는 싸늘한 감정을 담아 경고를 날렸다.

그와 동시에 녀석들의 흉물스러운 입가들에 비소가 새겨진 착시가 일어났다.

마치 자신들에 아주 익숙한 대상을 상대하고 있는 듯한 여유로움들.

그걸 깨달은 나의 머릿속으로 신선한 충격이 피어올랐다.

“동족이란 걸 알아봤냐?”

“크허어어엉!!! 커컹!!!”

“그르르르!!! 컹!!!”

나의 질문에 호응이라도 하듯 더욱 흉폭한 몸놀림으로 겉도는 녀석들.

태세. 동작. 표정. 호흡. 시선.

시선을 바꾸어 관찰하니, 한없이 새로운 감회가 감돈다.

한때, 명백히 누군가의 것들이었을지도 모를.

“그래. 동족들이라는 거네.”

들개.

전생해서 각인하는 나의 정체성.

“크허어어어엉!!!”

녀석들의 사이에서 유독 커다란 움직임을 보이던 녀석이 거세게 뛰쳐나왔다.

오른쪽 눈가에서 왼쪽 뺨으로 크게 가로지르는 세 갈래 발톱자국의 흉터가 아주 인상적이다.

딱 봐도 내가 리더요 광고하는 면상.

목덜미에는 커다란 입에 살점이 통째로 물어뜯긴 듯한 피딱지가 말라붙어 있다.

난지 며칠 이내의 얼마 되지 않은 상처.

포션을 붓거나 먹여서 치유하는 연금술사가 되니, 저런 게 직업병처럼 눈에 들어온다.

루스카 숲에서 헬하운드들 사이에서 벌어진 서열 싸움에서 패해, 따르는 낙오자들을 이끌고 적당한 보금자리를 찾고 있던 시점.

헬하운드들이 잘 내려오지 않는 리나 씨의 공방 근처가 적당하다는 판단이었겠고.

뒤따르는 녀석들도 전신에 크고 작은 상처들이 문신처럼 뒤덮였다.

“그래. 반가울 수도 있겠네.”

새하얀 예식용 장갑들을 낀 주먹들을 맞물려 관절을 풀었다.

“그허어어어엉!!! 그르르르르륵!!!”

리더 녀석이 우렁차게 목을 울리며 몸을 바짝 낮추어 달려들었다.

다른 녀석들도 일시에 지면을 박차 사방에서 달려든다.

거칠게 돌격하던 리더 녀석의 입이 돌연 쩍 벌어졌다.

“크훠어어어엇!!!”

핏빛처럼 시뻘겋고 내부에서는 칠흑처럼 시커먼 불줄기가 마구 춤추는 색상의 지옥불이 내뿜어졌다.

헬파이어.

마속성의 대표격인 업화 마술.

벽돌 따위는 버터처럼 가볍게 녹여 버릴 초고열의 지옥염이 덮쳐든다.

나는 쇄도하는 업화 속에 그저 맨몸으로 버텨 섰다.

내가 지레 체념했으리라 믿는 녀석의 이글대는 붉은 눈알들이 휘어진다.

남은 녀석들이 불과 몇 보 거리로 초근접했다.

나는 그저 왼쪽 팔뚝을 드밀며 주먹을 쥐었다.

바구니처럼 커다랗게 주둥이가 쩍 벌려지고는, 손가락처럼이나 육중한 송곳니들이 나의 팔뚝에 꽈악 맞물렸다.

“으르르으윽……!”

“컹! 커컹!!!”

“크르륵!!!”

목덜미. 오른팔. 옆구리. 왼다리.

주요 부위에 흉악한 송곳니들이 박히고, 유일하게 물을 부위를 찾지 못한 한 놈만이 거세게 고개를 드밀어댔다.

찻잔만한 눈알들이 번득대며 여기저기를 질겅댄다.

이내, 리더의 눈알이 화등잔만하게 치켜뜨였다.

“꺼허엉!?”

나의 왼팔을 질겅대는 녀석이 온힘을 다해 입질한다.

허나 투과할 수 없다.

마치 단단한 금속을 깨문 것처럼.

낚싯바늘에 낚인 듯한 형색이 된 녀석이 나의 어깨 너머로 걸친 앞발들을 퍼덕댔다.

나머지 부위들을 깨문 녀석들도 전력으로 우물대나 조금도 내게 상처를 입힐 수 없다.

마치 딱딱한 금강석을 물어뜯는 형색이다.

이미 헬하운드들 따위로부터는 생채기조차 나지 않는 경지에 진입한 것이다.

나는 오른팔에 물고 늘어진 헬하운드를 그대로 매단 채 주먹에 마력을 휘감았다.

“그런데 난 너희들의 친구가 아니다. 우두머리가 되는 존재지.”

마력을 담은 주먹질을 리더의 콧대에 내꽂았다.

“끄허어어어엉!?”

이빨이 모조리 날아가며 턱주가리가 돌아간 리더가 허공에서 회전했다.

허공에서 풍차처럼 핑그르 돌아가는 녀석에 재차 마력을 담은 주먹질을 내꽂았다.

“꺼허어어어엉!!!!!!”

말만한 검은 거체가 떠올라 10미터는 되는 허공을 날았다.

마력을 담은 정권에서 발산된 충격파에 오른팔에 매달린 녀석도 앞으로 나가떨어졌다.

“커커어어엉!?”

“크르으!?”

“커엉!”

남은 헬하운드들이 황급히 떨어져 나가 뒤로 물러났다.

나는 다리들을 바짝 들추고 파르르 떠는 헬하운드 리더에 발길을 옮겼다.

“끼이잉~! 끼낑!”

나의 오른팔로부터 바닥에 메다꽂힌 충격에 몸을 비트는 헬하운드를 지나친다.

녀석들과 나의 사이에는 궁극적인 차이점이 존재한다.

개들은 말을 안 듣거나 대들 때에 얻어맞는다는 것.

나는 이유도 없이 두들겨 맞았다는 것.

“나는 들개라고 자부한다. 늑대들의 세상에서 살아가는 들개.”

안구를 회까닥 까뒤집고 빼물린 혀의 주둥이에서 하얀 게거품을 스멀스멀 치솟는 리더에게 다가갔다.

“결국 들개는 늑대한테 안 돼. 하지만 발목을 물어뜯어 절름발이로 만들거나, 눈깔을 할퀴어 장님으로 만드는 정도는 거뜬하다. 운이 좋으면 숨통도 끊을 수 있을지 모르지. 진짜 사나운 들개는 늑대들도 건드릴 엄두를 못 내. 무슨 얘기인지 아냐?”

구둣발로 말만한 검은 개의 옆구리를 걷어찼다.

“끄어허어어엉!!!”

발길질에 복부가 까인 헬하운드 리더가 세찬 침방울들을 흩뿌리며 재차 10미터 정도를 날았다.

능히 숲의 초입까지 나가떨어져 데굴데굴 구르는 녀석에게 계속 걸어간다.

“자기보다 강한 녀석들은 절대 안 건드리고, 약한 놈들만 집요히 골라 괴롭히는 것들. 보다 강대한 난관을 넘어 상승할 생각은 안 하고, 평생 자신과 비슷하거나 못한 수준들만 찾아 다니며 안주할 생각만 하는 것들. 그런 한심한 녀석들을 뭐라고 하는지 아냐?”

양발을 박차 리더가 고통스럽게 나뒹구는 전방으로 펄쩍 뛰어오른다.

“비열한 개새끼들이라고 한다.”

리더에 도달해 갈빗대들을 짓밟았다.

뻐걱하는 억센 타격음과 함께 갈비뼈가 으스러지는 감각이 양발에 전해져 왔다.

“꺼허어어어엉!!! 깨애애애애앵!!! 끼끼이잉!”

“끼이이잉!!! 꺼어허어엉!!!”

“끼이잉!!!”

두목이 처참하게 당하는 모습에 나머지 헬하운드들이 구슬피 울부짖었다.

“어딜 지옥의 개새끼들 따위가, 진짜 지옥의 들개한테 개기냐?”

지상의 기준으로는 매우 위험한 마물.

거주민들도 강대하고 야생물들도 강대한 종들이 살아가는 이곳에서는, 더도 덜도 아닌 채이기 일쑤인 약종.

목을 울리며 격통에 나뒹구는 헬하운드 리더를 내려보았다.

무리에 모범을 보이기 위해 가장 먼저 달려든 전의와 용기는 온데간데없었다.

다시금, 보다 강대한 포식자를 만나 꼬리를 내린 비굴한 개의 모습만이 있었을 뿐이다.

“깨깨앵! 끄끼끼끼잉!”

“끼이히이잉!!! 끄허어어엉!!!”

“커어허어어엉!!! 꺼어허어어엉!!!”

나머지 헬하운드들의 꼬리들이 일제히 바짝 낮춰졌다.

뒷다리들이 파들파들 떨리며 다리들 사이로 물줄기처럼 세찬 오줌을 지린다.

처참한 몰골들에 나는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

“씨발, 대체 뭔데…….”

이쪽 세계에서는 비굴하고 나약한 것들로 통하지만, 어떻게든 밑바닥에서 살아가려 발악하는 녀석들.

일단 무엇이라도 해보려 노력을 던지는 녀석들에, 순간 과거의 나 자신의 모습을 투영하고 말았다.

강해지기 위해 무모할 정도로 끊임없이 분투하던 나의 모습이 떠올랐기에.

제발 그러지 말라던 누군가의 마음을 난도질했던 나의 모습이 떠올랐기에.

드물지 않게 순간 감성적이 되고 말았다.

“쯧.”

무리 모두를 대신해 먼저 달려들었다가 처참하게 당해 버린 리더.

리더가 당한 모습에 구슬피 울부짖기만 할 뿐인 나머지들.

자연이라는 이름의 생태계가 정한 가장 가혹한 규정.

힘에 의한 섭리란 이토록이나 잔혹한 것이다.

비겁자도 어쩌면 나름 현명한 것일지 모른다.

평생 밑바닥 신세를 벗어날 수는 없겠지만.

탈진한 헬하운드 리더가 힘없이 뒹굴었다.

“꺼어허어엉…!!! 끄으흐으응……!!!”

결국 이 현장을 보는 나의 마음은 결코 편치 않았다.

녀석들로부터, 과거 누군가의 모습이 비춰지고 있었기에.

“끝까지 속을 썩이는 개새끼들이네…….”

나는 기나긴 장탄식을 내쉬었다.

그래, 녀석들의 잘못도 없다. 이건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니들이라고 그렇게들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났겠냐…….”

그저, 힘이 없으면 유독 살아가기 힘든 이 세계가 잘못됐지.

“강해질 기회는 누구에게나 있다. 자신의 근성이 썩었다는 사실만 발견한다면……. 아무리 늦더라도, 결국 발견한다면 그걸로 된 거겠지…….”

나는 흉부가 함몰되어 절명하기 직전인 헬하운드 리더에게 손을 내뻗었다.

“너희들의 잘못이 아니다.”

마속성의 하위 재생술. 늘어난 근육과 뒤틀린 골격을 맞추는 리그로우를 발동했다.

“많이들 아프냐?”

헬하운드 리더의 고통으로 가득 일그러졌던 붉은 눈이 휘둥그레진다.

나와 만나기 이전에도, 무리에서 가장 격심한 상처를 입은 녀석의 전신에 재생의 기운이 감돈다.

“치료다.”

마속성의 상위 재생술. 잘린 팔도 재생성된 골격과 근육이 돋아나서 완벽하게 팔을 수복하는, 성속성의 상위 치유술 리커버리에 필적하는 리제너레이션을 발동했다.

뒤틀린 턱뼈가 시곗바늘이 돌아가듯 맞춰지고, 모조리 날아갔던 치열에 새 이빨들이 돋는다.

리더의 전신에 각인처럼 새겨졌던 모든 상처가 말끔히 사라진다.

“커, 허어엉……?”

녀석이 멍한 얼굴로 네 발을 일으켰다.

멀찌감치 떨어져 마찬가지의 멍한 얼굴들로 주시하는 녀석들에게도 같은 공정이 시행되었다.

“커, 커컹!?”

“끼잉!”

“컹!”

세력 싸움에서 입었던 자잘한 상처들이 모조리 지우개처럼 지워져 나간다.

새로이 돋은 새살과 뼛조각들이 자리 잡으며, 야생에서는 치명적이었을 어떤 생채기조차 말끔히 복원한다.

녀석들이 완벽하게 회복된 육체들을 믿지 못해 날뛰었다.

옅은 미소를 머금은 나는 재차 차원구를 열었다.

“배들 고프냐?”

나의 발치의 리더의 앞에 두툼한 형체를 떨어트렸다.

업무가 끝나고 이따금 루스카 숲으로 나가, 섀도 디어들을 상대로 마탄의 명중률 연습을 하다가 발생한 부산물들이다.

추후 따로 해체하거나 필요한 용도에 사용하기 위해 보관하고 있었다.

“식사다.”

나머지 녀석들의 앞에도 보다 큼직한 차원구가 열려 섀도 디어들의 싱싱하게 보관된 시체들을 우수수 쏟아냈다.

녀석들이 각자들의 눈앞에 떨어진 먹음직스러운 고깃덩이들을 믿지 못해 바라본다.

한동안의 침묵이 감돈다.

이내, 폭동이 자아졌다.

“컹! 커커커컹! 크르르르륵!”

“커르르르륵! 커엉!”

“끼이잉!”

살을 씹는 파육음과 뼈를 짓씹는 파골음이 요란히 울려 퍼졌다.

리더를 필두로, 녀석들의 시끌벅적한 식사가 개시되었다.

서열전에서 진 우두머리를 따라 무리에서 쫓겨나고는, 갈 곳도 없던 녀석들.

과연 피골들이 상접해 보였다.

자신들이 믿는 리더를 따라 함께 싸웠기에, 상처 입은 몸들로는 포식자들을 보다 빨리 알아채는 사냥감들을 잡을 수 없다.

갈비뼈가 푹 패고 특유의 시커멓고도 두터운 털가죽이 푹 꺼진 듯한 상태들이 이제서야 눈에 들어온다.

“굶는 건 괴로운 일이지…….”

이곳 마계와 동떨어진 지상에서는 흉년이 발생할 때마다, 굶어 죽은 시신들이 길가에 널린다고 한다.

온갖 마도구들과 마법들이 발달한 마계에서는 그런 일이 없지만, 지상에서는 왕국들의 국고와 귀족들의 재산을 풀어도 모든 빈민을 구휼할 수가 없을 때가 비일비재.

마법이라는 특이점이 존재하는 세계라도 가난은 나랏님조차 해결할 수가 없는 문제였다.

잠시 생각하는 사이에 제공된 섀도 디어들이 어느새 뼈만 남아 나뒹굴고 있었다.

순식간에 그 적지 않은 살집들을 뼈만 남기고 먹어 치웠다.

녀석들 먹성 참 좋네.

“끼이이이잉…….”

“끄으응….”

“컹…!”

달랑달랑하게 달라붙은 살점들이 아쉬운지 매달리며 잘근대는 녀석들.

“배들이 고팠군.”

말똥말똥해진 눈을 빛내는 녀석들에 몇을 더 투척.

이후 한동안 같은 공정이 반복된다.

상처도 치유되고 허기도 채웠으니, 적당한 시점에 다시 숲으로 돌아가겠지.

그래도 통상적인 마족들이 헬하운드들을 대하는 것에 비해서는 무지 젠틀하게 대했다.

자신들을 쫓아낸 무리와 재충돌할지, 아예 다른 터전으로 옮길 것인지는 자신들이 선택할 문제다.

가장 낫다고 생각하는 선택이, 새로운 운명으로 인도하겠지.

클린즈로 짧았던 전투의 흔적을 전신에서 정화.

공방으로 홀가분히 발걸음을 옮기려는 때였다.

이변이 일어났다.

“뭐……?”

“웰웰웰웰웰웰!”

나의 앞에 넙죽 배를 내리깐 헬하운드 리더의 꼬리가 선풍기처럼 쌩쌩 돌아가고 있었다.

“웰웰웰!!”

“끼이이이잉!”

“웰웰웰웰웰! 왈와라왈왈!”

돌아가지 않는 헬하운드 무리가, 나의 주변에 넙죽 배를 내리깔거나 발라당 드러누우며 배를 내보이고 있었다.

“뭐야 이거……?”

전방에서 꼬리들이 가히 보이지 않을 정도의 속도로 선풍기처럼 쌩쌩 돌아간다.

서로 적대하며 만나 싸우고는, 죽이려고까지 들었던 나에게 몹시 친하게 구는 녀석들.

완벽한 댕댕이로 전락해 버린 헬하운드들이, 지옥견이라는 위명도 저버린 채 추태를 보였다.

“웰웨렐렐렐! 웰웰웰웰웰!”

“컹! 커커커커컹!”

“끄어헝!”

여기저기에 말만한 흑견들이 앞발들을 치켜들고 퍼덕대는 모습들이 가관이다.

재롱을 부리는 대형 맹수들 한복판에 둘러싸인 서커스 조련사가 이런 느낌일까?

아니, 사자나 호랑이도 이렇게 큰 느낌들은 아니니 위압감은 얘네가 더할 거다.

“얘들 왜 이러지……?”

묘하게, 전생의 온라인 게임들에서의 테이밍과 데자뷰가 이루어지는 듯한…….

결코 의도적인 병 주고 약 주고가 아니었는데, 이리 되었단 말인가?

나한테 개 조련사의 자질이 있었나?

그럴 리는 없을 텐데.

아니겠지……?

나는 발치에 굴러 다니는 섀도 디어의 두개골을 집어 들었다.

나의 주변을 에워싸고 맴도는 말만한 흑견들의 너머로 대뜸 내던졌다.

“물어 와! 바둑이들아!”

여섯 마리 지옥견들이 쏘아졌다.

“커커커커커컹!”

“꺼어엉~! 껑~!”

“끼잉~!”

누구보다 빠르게, 남들과는 다르게 가장 앞서서 뛰쳐나가는 녀석.

얼굴의 세 갈래 발톱 흉터가 인상적인 헬하운드 리더가 믿기지 않을 급속으로 튀어나갔다.

예전과는 완벽하게 달라진 속도와 위력의, 리더라는 포지션이 납득되는 압도적 움직임이었다.

섀도 디어의 두개골이 바닥에 닿기도 전에 바짝 낮춘 고개를 비틀어 캐치, 절묘한 프리스비를 구사한 녀석이 다시 번개처럼 되돌아왔다.

나머지 헬하운드들이 기회조차 안 준 리더를 뒤따랐다.

“웰웰웰웰웰웰!!!”

“왈와라왈왈왈!!!”

“컹컹컹컹컹컹!!!”

나의 앞에 헬하운드 리더가 머금은 섀도 디어의 두개골을 떨궜다.

그러고는 즉각 배를 뒤집어 내보이는 것을 나머지 녀석들이 뒤따랐다.

발정에 가깝게 혀를 빼문 녀석들의 얼굴들이 충심으로 불타오르고 있었다.

“맙소사…….”

지옥의 똥개들을 길들였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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