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1화 〉 각인식
* * *
“정신이 들어?”
나는 눈을 떴다. 어둑한 공간. 눅눅하고 퀴퀴한 공기.
“내가 하는 말이 들려?”
시선을 올렸다. 처음 보는 낡은 마룻바닥이 깔린 천장.
고개를 내렸다. 지름 2미터 정도의 정체를 알 수 없는 붉은 물감으로 그린 마법진이 그려져 있었다.
“내가 하는 말을 알아들을 수 있으면 고개를 한 번 끄덕여. 그렇지 않다면… 음, 무언가 다른 행동을 하려나.”
극심한 성조에 거친 발음의 언어. 하지만 모국어처럼 익숙하게 뇌리를 꿰뚫어 박힌다.
동시에 무언가 애간장을 달구며 끓어올릴 듯한 여자의 미성.
본능적으로 남심을 자극하는 듯한 목소리에 이끌려 앞을 보았다.
“여기는……?”
놀랍게도 나의 입에서 흘러나온 것은 목소리와 동일한 거친 발음에 극심한 성조의 언어였다.
마치 오랜 시간 내가 이 언어를 모국어로 사용했다는 것처럼.
코앞에 바짝 들이대진 벚꽃처럼 진한 핑크빛 눈동자. 세로로 갈라진 검은 동공. 존재할 수가 없는 눈의 색상과 형태.
그것은 형용할 수 없이 아름다운 미녀의 얼굴이었다.
우유처럼 뽀얀 조막만한 얼굴에는 세공된 듯한 이목구비가 완벽히 들어차 있었다.
내가 전생에 봐왔던 어떤 여자도 그녀의 앞에서는 절로 시들어 사그라든다.
영묘한 인형, 혹은 정교한 조각이라는 표현밖에 어울리지 않는 미인.
요염한 암고양이가 연상되는 인상, 기묘할 정도로 색기가 만면에 넘쳐흐르는 그녀가 기껍게 고개를 끄덕였다.
“마족어를 알아듣고 말하는 것을 보니, 언어력의 조율은 끝난 것 같고…… 사실상 조정 완료라는 건가? 흣~차!”
허벅지까지 닿는 화사한 금빛 트윈테일이 솟구쳤다.
명백히 인간의 것이 아닌 가로로 폭이 좁고 솟구친 귀, 좌우 옆머리에 부드럽게 굽어진 산양의 뿔이 돋보인다.
한껏 까치발을 띄우고 있던 그녀가 나른하게 기지개를 켰다.
그녀가 원래의 신장대로 푹 꺼지자, 함께 감돌던 이름을 알 수 없는 꽃의 화향도 휙 떠났다.
“두뇌를 열어 마족어사전과 온갖 방면들의 정보들이 수록된 백과사전들을 통째로 기록화한 술식을 입혔거든. 무려 8위계 마술사가 영창한 레코데이션 마법의 매직 스크롤을 찢었다구! 엄청난 거금! 8할 이상의 정보는 소실되지 않고 확실하게 들어갔을걸!? 나머지도 시간의 경과에 따라 어렴풋하게 떠오를 거고!”
“….”
대체 뭔 알아먹지도 못할 소리들의 연속을.
“심각할 정도로 깨졌던 머리는 재생술로 겸사겸사 그렇게 복원했고. 완전히 부러진 팔다리와 조금 뒤틀린 허리는… 복원하는 김에 주요 관절부의 피부를 절개하고는, 전신의 단위로 근육에 강화의 물약들을 잔뜩 들이부어 골격까지 스며드는 반영구적 강화를 마쳤고….”
점차 표정근이 사망하기 시작한 나의 시선에 그녀가 뜨끔했다.
그러고는 다시 신나게 말을 잇는다.
“아! 흉터 걱정, 멈춰! 여기 마계는, 지상과는 다르게 잘린 손가락이나 날아간 팔도 붙이고 돋아나게 하는 정도는 간단하니까 말이지? 마족들은 허구헌날 다치고, 잘리고 하는 게 일상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발달하게 되었어! 전신의 피부를 완전히 드러내야 하는 대수술도, 평생 몸에 칼 한 번 대지 않은 것처럼 말끔히 복원이 돼~!”
나의 반응이 어떻든 검지를 들추고는 으스대며 혼자 신명이 나 떠드는 그녀.
“…그렇다고는 해도, 엄청난 대공사였으니까 말이지? 너는 겉모습만 인간이지, 어지간한 마족에 못지않게 강화된 상태야. 매드 고블린이 곤봉으로 후려쳐도 조금 뼈만 상하고 말거나, 높이 20미르타에서 맨몸으로 떨어져도 멀쩡할걸? 물론 굳이 시험해 보는 건 추천 안 하지만.”
어떤 영문인지 나는 실 한 오라기 걸치지 않은 알몸이었다.
알몸으로 핏빛 마법진의 한가운데에 서 있었다.
주변에는 형형색색의 촛불들이 은은하게 타오르고 있었다.
오컬트의 의식에나 쓰일 법한 도구들이 잔뜩 쌓여 현장의 수상쩍은 분위기를 증폭한다.
내부는 결코 밝다고는 할 수 없었는데, 놀랍게도 나의 눈은 암시에 완벽하게 적응해 선명한 대낮을 보는 것처럼 꿰뚫어 보고 있었다.
정확히는 나의 눈짓의 움직임에 맞춰 붉은 눈꼬리가 흩날리며, 어둠이 가려진 곳들에 붉은 시야를 제공했다.
“당연히 시신경도 조금 손을 봤어. 밤눈이 어두운 인간은 우리 마족의 야간시 따위는 없으니까 말이지? 이제부터 마계의 주민으로 살아갈 텐데, 요람과도 같이 아늑한 어둠에 익숙하지 않으면 말이 안 되니까? 읏~차!”
그녀가 등을 돌려 이번에는 뒤로 깍지를 끼며 기지개를 켰다.
드러나는 견갑골의 위치에 선명한 박쥐 형상의 날개.
아래쪽 미골의 위치에 채찍처럼 매끈한 몸체와 뒤집힌 하트 형상의 끄트머리를 가진 꼬리.
분장이라기엔 너무도 세밀하고 자연스럽게들 펄럭대며 살랑댄다.
그녀는 표현할 수 없는 지독히도 야한 복장을 입고 있었는데, V스트링 형식의 T팬티가 탄실한 힙업을 선사하며 엉덩이골에 팽팽히 매몰되어 있었다.
손바닥을 최대한 펼쳐 잡아도 부족하며 남아돌, 두툼하고 풍만한 우윳빛 뽀얀 살집들.
남자와 단둘밖에 없는 수상쩍은 공간에서, 정신을 빼놓는 옷차림으로 잘도 활보한다.
현재의 내가 견디기 힘든 것의 하나는, 그녀를 본 순간부터 기묘한 욕정이 피어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저 엉덩이를 활짝 젖히고는 얼굴을 박고 싶다.
쿠션처럼 말캉한 감촉의 엉덩살들을 주물대고 싶다.
아래에서 위까지를 맞붙인 혓바닥으로 횡단하고 싶다.
끊임없이 육욕을 불러일으키는 그녀가 트윈테일과 함께 휙 돌아 내게 삿대질했다.
“그리고 그건 이식술의 흔적이야! 호문쿨루스의 영핵(?)을 이식했거든! 인큐버스의 정액과 뱀파이어의 혈액을 합성한!”
“호문…쿨루스? 영핵?”
나의 명치에는 찬란한 빛을 내는 결정체가 박혀 있었는데, 마치 손바닥에 쥐일 크기의 수정을 박은 것처럼 보였다.
결정체를 중심으로 상체를 거미줄처럼 퍼져 나간 검붉은 혈관들이 잔뜩 뒤덮고 있었다.
이식흔은 이물의 체내 진입에 맞춰 점차 사그라들고 있었다.
보고 있으면 두근거림에 맞춰 조금씩 비척대며 들어가는 것이, 나의 심장으로 들어가 완전히 자리를 잡으려나 보다.
“호문쿨루스! 작은 사람! 플라스크 속의 소인간(小人?)! 핵인(?人), 혹은 관소인(?小人)이라고도 불리는, 한없이 마력적인 성질을 지닌 인공인(人?人)이라면 아려나!?”
“도저히 모르겠는데.”
“그런데 넌 뭐에 맞았는지는 모르겠는데 머리가 정말 처참했어! 매우 걱정되더라!? 어지간한 생물이라도 두뇌가 손상되면 끝이니깐! 그래서! 야매라 할 수 있는 긴급 수술을 집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앙~! 무려 살아 있는 생물의 호문쿨루스화! 세기의 천재 연금술사! 서큐버스 리나 님이 대성공했다 이거예요!”
마침내 자신을 리나라 밝힌 그녀가 찡긋 윙크하며 검지를 내세웠다.
“공인된 3급 미만의 연금술사가 집도하는 시술은 사실 불법이고, 나는 아직 불가능한 5급인데 대성공했다는 사실! 애초 한없이 마력적인 기제의 연금술로 창조된 호문쿨루스 녀석들은 유동성과 고정성의 복합적인 성질을 지녀, 융합을 이룬 네 육체를 그 상태로 고정할 거야. 이후로도 유동하는 가능성은 남겨 두면서 말이지.”
아무래도 나는 호문쿨루스라는 존재가 된 듯하다.
결코 정상적이지 않은 절차를 통해서.
“마기(??)에 육체가 침식당하지 않게 세밀 단위까지의 조종을 마치느라 무지 힘들었어. 그것도 어찌어찌 영핵의 영속성으로 안정화된 것 같지만. 마계에 살아가기 위한 거주민이 되기 위해 필수니, 와일드 데몬의 심장도 합성해 체내에 흐르는 혈액도 마혈(?血)로 대체했고….”
“마기와 마혈은 또 대체 뭐야…….”
“아, 마기란 건 마계를 근원으로 발생하는 고유한 마(?)의 기운이야. 여기는 원산지라 지상이라든지 차원의 틈새로 새어 나가는 것보다 좀 특별히 더 강해. 지상 남방산의 원액 그대로의 쓰디쓴 커피라 보면 될까?”
그녀의 답변을 기점으로 나의 명치에 빨려들던 결정체가 완전히 내부로 자취를 감췄다.
통증도, 흔적도 없이 쏙 빨려들어 자취를 감춤과 함께, 상체의 표면을 뒤덮던 검붉은 혈관들도 싹 가라앉았다.
“마계의 3대 거주민은 마신의 피조물들인 마물족, 마족, 마수족으로 이루어지는 마종(??)이야. 마종들은 선천적으로 체내에 마혈이 흐르기에 괜찮지만, 저항력이 약한 나머지들은 온몸의 혈관들이 검붉게 부풀어 오르곤 체내의 장기가 모조리 녹아 죽어 버린다구? 석유처럼 시커멓게 변색되어서! 소수 체질에 맞는 적합자들은 변이되어 마인들이 되겠지. 그것도 기억과 성격은 유지되는데, 사고방식이 완전히 우리에게 넘어오기에 기존과 동일 인물이라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얘기를 들을수록 나는 인간과는 동떨어진 존재가 되어 버린 듯하다.
“크흠! 자, 또 질문!? 나의 화려한 연혁을 설명할 것 같으면…….”
묻지도 않은 정보들의 과다한 홍수를 끊임없이 방출하는 그녀.
그런데, 나는 죄다 알아듣고 있었다.
전생과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의 선명한 집중력과, 예리한 분석력으로 일일이 해석을 완료하며.
춤추며 떠오르는 단어와 복잡히 뒤얽히는 정보의 나열.
명백히 외래적 처치에 의해 주입되었을 것이 분명한 신지식들.
현재 맹렬히 돌아가는 나의 두뇌.그와 동시에 지끈거리며 닥쳐드는 두통.
이제야 정황이 좀 이해가 간다.
나는 진짜 별다를 것도 없는 평범한 한국의 남자였다.
내리막길의 보도블록에서 걷던 나는, 어떤 미친놈이 폰을 보며 모는 전동 킥보드에 치여 5미터 이상을 튕겨져 나갔을 뿐이고….
그대로 도로 너머로 튕겨져 나간 나는, 또 맞은편에서 달려오던 이세계 전생 트럭에 치여 10미터 가까이를 날아가 보다 더한 나락으로 다이빙.
그렇게 다리 아래의 하천가로 떨어진 나는, ‘어서 와! 돌베개는 처음이지!?’라고 말하는 착시마저 일으키며 싱긋 스마일을 짓는 듯하던 반석에 그대로 헤딩.
시원하게 수박통이 터지는 듯한 효과음과 함께 화려한 피날레를 찍어 요단강 익스프레스를 탔다.
누가 봐도 땅과 하늘이 짜고 완벽하게 나를 살해하기 위해 설계된 듯한 3단 스테이지.
이걸 셋업 살해라고 하던가? 빌어먹을 운명님의 뭐 같은 장난질.
그렇게 후련하게 골로 간 나는, 실낙원이라는 기묘한 세계에서 붉은 드레스를 입은 엄청 야하게 생긴 여신과 조우했다.
다시 살아나고 싶다면 유희를 선사하라는 거래에 승낙해, 잠시 정신을 잃고는 눈을 뜨니 여기였다.
내게 겹친 악재의 연속을 생각하니 대략 정신이 멍해진다.
“씨발…….”
“응? 지금 뭐라구?”
한참 설명 삼매경에 빠져 있던 그녀가 정색해서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도로 입을 다물었다. 전생의 욕설도 선명하게 번역되어 전달되는 모양이다.
함부로 입을 놀려서 득이 될 것이 없다는 반증.
“아, 아니. 머리가 아파서…….”
“머리가 아파? 그럴 리가 없을 텐데? 카엘드바 지방의 킬스트 철침산에 자생하는 철충을 으깬 액즙과, 접목과 접골에마저 쓰이는 대표적 재료인 호르니아 물풀초를 고아 만든 복합의 접착제까지 써서 절개부를 확실하게 접합했다구. 어쩌면 너의 기존의 두개골 강도보다 강할걸?”
발끝을 띄운 그녀가 순식간에 휙 떠올라 다가왔다.
양손으로 나의 좌우 옆머리를 붙잡아 이리저리 살핀다.
“이것 봐? 어딜 봐도 멀쩡하지? 접합에 문제는 없었어.”
그저 다른 의미로 골이 아팠다. 미치고 팔짝 뛸 정도로.
팔짱을 끼고 턱을 괸 그녀가 서서히 뒤로 떨어져 나갔다.
다시 바닥을 딛고는 핑크빛 동공을 깜빡이는 그녀가 생각에 잠겨드는 듯했다.
“멋대로 동의도 없이 육체에 이것저것 손을 대서 조금 기분 나쁠 수도 있겠네. 너, 어디에서 누구에게 당했는지 엄청 심한 상태로 뻗어 있더라구? 내 공방의 뒤편 숲에서 말이야.”
그녀가 양팔로 옆구리를 짚었다.
으스대며 까치발을 튕기는 것에 맞춰 트윈테일과 박쥐 날개도 함께 솟구친다.
“그 상태로 방치했으면 헬하운드들에게 먹혔거나, 살아남았어도 마인이 되어 버렸을걸? 마계의 환경은 지상의 존재들에 대해 세계에서 가장 적대적이니까. 하지만 죽어 가기 직전이라 어쩔 수가 없었어. 너를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한 거야! 부디 이해해 주었으면 좋겠다! 응!?”
빌어먹을 여신. 전생시켜 준다며 빈사 상태로만 되살려 그대로 내던진 거냐.
이 여자의 말에 따르면, 나는 무언가 불쾌한 것의 먹이가 될 뻔한 것 같기도 하고.
아니면…… 이 여자에 픽업되기 위한 특단의 조치였나? 마찬가지로 운명이 적용된.
이런저런 생각에 골똘히 빠져드는 나를 그녀가 은근한 눈길로 바라보았다.
“질문이 없으면 내가 해도 돼? 있잖아, 넌 어디서 온 거야? 육체 구조를 보니 지상의 흄은 맞는데, 이목구비가 좀 틀려. 흐음……. 혹시, 서방의 인간은 아닌가?”
그녀의 이목구비는 한없이 아름다운 서양의 미인을 투영한 표본.
그녀가 아는 인간들의 외모와 다르다고 생각하는 나로부터 이질감을 느끼고 있었다.
“북방인들은 서방인들보다 압도적으로 덩치가 크고, 창백할 정도의 새하얀 피부에 백금발과 금발이 두드러지니 아닌 것 같고…. 남방인들은 서방인들과 몸집은 엇비슷한데, 피부는 거뭇하거나 새카만 놈들이 많으니 아니고. 흐음…. 남는 건 동방인뿐인데? 서방이라고 칭해지는 아스테르 대륙 동부의, 엄청나게 커다란 만년설에 뒤덮인 산맥을 넘어야 도달할 수 있다고 전해지는 머나먼 곳에서 말이야.”
곰곰이 입술을 짚는 그녀의 추리의 폭이 급격히 좁아진다.
나의 전생의 사방위 구분에 따른 특징과 기묘히 맞아떨어지면서.
“우리는 마계. 지상의 사방계(四??)와는 완전히 다른 독립적인 세계를 구축한 아계(??). 마신이 창조한 우리 마족과 마찬가지로, 온갖 신들이 창조한 종족들이 살아가는 서방과 연결되어 있지. 어쩌다 동방인이, 마계에까지 흘러들어 온 건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야……. 기나긴 마계의 역사에서도, 최초가 아닐까?”
“이런저런, 사정이 있어서…….”
“뭐, 사정이 있다는 거구나. 그야 추후 천천히 들으면 되겠지.”
사정? 그녀는 나와 함께하는 것을 기정사실로 두고 있다는 건가?
엄연히 따지면 생명의 은인에게, 이런 생각부터 퍼뜩 드는 것은 무리수겠지만.
아직까지도 대부분의 상황을 이해 못하지만, 대화를 하며 기분이 안정되니 이제야 주변의 환경이 좀 자세히 들어온다.
그리고 다시 새삼스럽게 느끼지만, 나의 눈앞의 그녀가 미치도록 야한 복장을 하고 있다는 것도.
이렇게 음탕한 복장이 세상에 존재할 수 있단 말인가?
“왜……?”
내가 그녀의 모습을 인식한 순간, 그녀의 목소리가 일변했다.
으스대는 고질병이 있는 것 같기는 했어도, 한없이 학구적이던 분위기의 일소.
공기가 내려앉는다. 돌연 주위가 한없이 후텁지근하고 끈적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그녀의 입는 의미를 모를 복장을 다시 보는 순간…….
“윽……!”
일순간, 나의 허벅지 사이에서 세찬 진동이 일어나며 무언가가 눈앞의 미녀를 향해 곤두섰다.
“허, 억……!”
나는 떡 벌어진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그것은 남성의 남근이라기엔, 너무도 커다랗고 두꺼운 고기 몽둥이였다.
두텁고 기다란 팔뚝에서 팔꿈치까지에 필적할 거근이, 너무나 큼직하고 묵직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었다.
전생의 나의 음경은 평균적인 사이즈였을 터인데, 세로나 가로나 대연장과 대확장이 일어난 형태.
“이런, 미친……!”
나도 모르게 절로 육두문자를 내뱉고 말았다.
다른 잡다한 변화들보다도, 나의 아랫도리에 일어난 현실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기에.
“정말 길게도 기다려야 반응이 오는구나. 깨어난 순간부터, 발정향을 뿌리고 있었는데…… 흐흥.”
어조와 태도가 완전히 역변한 그녀가 한없이 농염하고 색정적으로 비음을 흘렸다.
서큐버스의 남성 전용 색향. 음마술 러트.
두뇌에 주입된 신지식이 현재 주변의 상황을 인식함과 함께, 서큐버스의 전신으로부터 발산되어 나오는 자욱한 페로몬이 뇌리를 뜨겁게 달군다.
당장 그녀를 덮쳐 거칠게 욕정을 풀어 버리고 싶게 만들 정도로.
“8위계 매직 스크롤… 최소 5급에서 2급을 호가하는 온갖 약물들과 비약들… 기타 잡다한 재료와 소재 및 약품에 쓰인 비용. …이유도 없이 그런 봉사를 했다 생각해?”
그녀가 한없이 청초한 미성으로 물었다.
“내가 가진 최고의 기술을 동원해서, 길이를 늘리고 굵기도 조절했어. 사실 그게, 너의 수복 과정에서 내가 가장 공을 들인 부분이야…….”
나의 물건이 가장 노고를 들인 곳이라 서슴없이 밝히는 그녀.
이제야 현재 내가 처한 상황이 제대로 파악되기 시작했다.
전생 이전과 이쪽 세계에서 서큐버스라는 것이 어떤 존재인지를.
남자에게 음란한 짓을 해 정기를 빼먹는 여몽마.
그녀가 여지껏 보이지 않은 한없이 음탕한 미소로 웃었다.
“너는 나의 식량 공급원이야.”
그 말에 발사하기 최적인 여체를 눈앞에 둔 물건의 끄트머리에서, 투명한 군침 한 줄기가 기나길게 흘러내렸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