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녀역전 세계의 야짤작가-122화 (122/125)

〈 122화 〉 122, 차가리

* * *

슬픈 일이었다.

‘흑인이 메이저가 아니라니···.’

분명 내가 원래 있던 세상에서는 상당한 메이저 캐릭터였는데.

물론, 주로 나오는 장르는 ntr 망가가 대부분이긴 했지만··· 어쨌든 그쪽 장르에서만큼은 메이저 캐릭터인 것은 맞단 말이다.

캐릭터 자체의 매력은 충분히 가지고 있는 셈.

그래서 제 2의 금태양이 되길 바라며 기꺼이 희생시킨 나의 애정캐인 ‘콜먼’이었거늘···.

아쉽게도 이쪽 세상에서 그는 비주류에 가까운 듯했다.

잠시 시무룩하고 있던 나는 이내 납득할 수밖에 없었다.

‘하긴··· 그럴만 하지.’

따지고 보면 이쪽 세상은 보통 남자의 미(美)에 중시하는 경향이 강했으니 말이다.

그렇다 보니 잘생겼다기보단, 단순히 우락부락하기만 한 ‘콜먼’은 인기가 적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흑인 근육캐가 비주류인 세상이라니. 뭔가 잘못되었다.

심하게 인종차별적인 세상이었다.

‘쩝, 어쩔 수 없지.’

그래도 다행인 점이라면 완전히 나쁜 평가만 받고 있지는 않는다는 것.

나는 잠시 고개를 돌려 채팅창을 바라보았다.

[ ㅜㅑ ㅜㅑ 나도 저기까지 꿰뚫려보고 싶네 ㄷㄷ]

[저기까지 뚫리면 진짜 뒤진다고요; 미친련드라 횡격막 뚫린다고]

[나 의사인데 저 정도면 횡격막 안 뚫린다. 해봤자 사망률 10~30% 정도임 해볼 가치는 있음]

[의사라는 새끼가 이딴 방송을 쳐 보고 있네 ㅋㅋㅋ]

[사망률 10~30%가 해볼 가치가 있는 거냐 ㅋㅋㅋ]

[진짜 미친 새끼들;;]

[근육 봐 ㄷㄷ 그래 내가 이런 걸 원했어!]

[나 아래가 축축해... 나 아래가 축축해...나 아래가 축축해...]

어지럽다는 댓글들 사이로, 가끔 칭찬하는 듯한 댓글들이 보인다.

비록 비주류이긴 해도, 수요는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 되었다. 어쨌든 팔릴 껀덕지는 있다는 뜻이니까.

적어도 홍보만큼은 확실히 된 셈이다. 오늘도 나의 통장은 풍족해지고 있었다.

그런 식으로 생각하고 있자, 옆에서 한결 양이 급하게 입을 열었다.

“이런!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네요! 아쉽지만 슬슬 방종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모두들 찾아와주셔서 감사하고, 오늘 방송 즐겨주셨길 바랍니다!”

아무래도 슬슬 방송을 종료하려는 모양.

[??????]

[이걸 이렇게 탈주각을 본다고??]

[한창 재밌는데 왜 꺼 ^^발 가지 마!]

[제발좀만더해제발좀만더해제발좀만더해]

“그럼 이만!!”

­방송이 종료되었습니다!

활활.

채팅방을 불태우며 땡깡을 피우는 시청자들을 무시한 채, 방종 버튼을 누른다.

검게 변한 모니터 화면 속, 시청자들의 욕지거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

마치 무언가에 쫓기듯 상당히 급하게 방종하는 모습.

방송 종료 알림이 뜨자 옆에서 예한결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게 보였다.

“휴우··· 다행히 정지는 안 당했네···.”

그 모습이 마치 사신의 낫에서 안전하게 도망친 생존자를 보는 것 같았다.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하긴··· 좀 위태위태하긴 했지.

중간에는 내가 먼저 신나서 여러 말들을 지껄이긴 했다.

필을 타서 한 말들이라 잘 기억은 안 나지만··· 아무래도 성인 웹툰 감상회다 보니까 위험한 순간들이 많았겠지.

그러니 그녀의 입장은 100%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는 이해가 가긴 하는 것이다.

‘뭐, 그래도 애들 반응은 나쁘지 않았던 것 같은데.’

그럼 됐지 뭐.

사실 내 방송은 아니니 터지든 말든 알바는 아니다.

아무튼 방송은 성황(?)리에 마무리되었다.

*

“잘 놀다 갑니다.”

“···네.”

방송이 끝난 후, 나는 얼마 안 있어 그녀의 집에서 나왔다.

시간을 확인해 보니 벌써 8시가 다 돼가더라.

역시 사람은 무언가에 집중하면 시간이 스킵 된다더니, 지금이 딱 그런 모습이었다.

원래는 좀 더 남아서 방송 세팅 정리라도 도와줄 생각이었는데, 그녀가 괜찮으니 가도 된다더라.

아무래도 꽤나 피곤하니 지금은 쉬고 싶어 하는 기색이었다.

나는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아무래도 오늘 방송은 내 생각보다 더욱 위험했던 모양이었다.

하긴, 스트리머인 그녀의 입장에서는 나보다 보이는 게 많았겠지.

말과 행동 하나하나 시청자들에게 모조리 공개되는 게 그치들이었으니,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게 잠시 쓴웃음 짓고 있자, 앞에서 그녀가 다시 입을 열었다.

“뭐, 그래도 오늘 재밌었습니다. 실제로 위험했었긴 해도, 반응들도 무척 좋았고요. 아마 조회수는 보장되지 않을까 싶네요.”

그렇게 말하는 그녀는 꽤나 기분이 좋아 보였다. 유튜브를 하는 그녀에게 조회수란 가히 생명줄과도 같은 존재였으니까.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의 방송에서, 리스크 부분은 전부 회피해 갔으니.

이제는 리턴 부분만 남은 것이다.

이러나저러나, 오늘 방송은 성공이라고 할 만했다.

“그래도 앞으로 입은 살짝 조심해 주셨으면···.”

“앗, 넵.”

물론 나중에 한 소리 듣긴 했다.

살짝 심하긴 했지···. 응, 나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아무튼, 그렇게 나는 예한결 씨의 배웅을 받으며 집 밖으로 나섰다.

어두운 밤하늘 아래, 사방에 켜진 불빛들이 밤거리를 비춘다.

방송 초반에 긴장했던 게 심력을 소모했던 탓일까. 뒤늦게 피로가 몰려오는 것 같았다.

만약 평소였다면 곧바로 집에 돌아가 잠시 그림 좀 끄적이다가 잠자리에 들었겠지.

하지만 오늘은 방송 말고도 약속 하나가 더 잡혀 있었다.

나는 잠시 핸드폰을 꺼내 누군가에게 문자를 보냈다.

[이세원: 어디에요?]

[송하라: 저 지금 그쪽으로 가고 있어요]

문자를 보낸 이는 다름 아닌 우리의 편집자 양.

사실 저번에 방송 허락을 받아내면서 내게 한 가지 조건이 붙었었다.

그 조건은 다름아닌, 방송이 끝나면 자신과 밥 한끼 먹자는 것.

···어째선지 사심이 묻어 나오는 조건이었지만, 일단 명분은 충분했다.

첫 번째는, 인터뷰하느라 피곤할 테니 될수 있으면 집으로 데려다 주겠다는 것.

두 번째는, 오늘 일로 연재 주기가 꼬일 수 있으니 필요하다면 조정해 주겠다는 것이다.

당연하게도 웹툰 한 화 분량을 만드는 데에는 꽤나 오랜 시간이 걸린다.

고작 하루 쉬었다고 생체리듬이 꼬이거나, 단순히 분량이 부족해서 지각하는 경우도 존재했다.

고작 하루 때문에 일주일 치 분량을 못 올리는 대참사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 작가의 스케줄을 조율해 준다.

그러한 좋은 제도가 베스트툰에는 존재하는 모양이었다.

물론, 남용해서는 안 되고 아주 가끔 밖에 사용하지 못하지만.

어쨌든 나로서는 거절할 이유가 없는 조건이었기에 당연히 받아들였다.

집도 데려다줘. 스케줄도 조정해 줘.

‘거절할 이유가 없지.’

그렇게 한참을 걷자, 어느덧 차들이 오고 가는 큰 길이 눈에 들어왔다.

그와 동시에 도로 어느 한 쪽에서 빵­! 빵­! 클락션 소리가 울려 퍼진다.

“이쪽이에요!”

고개를 돌려보니 우리의 편집자님이 차를 이끌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놀랍게도 그녀는 차가 있더라. 만년 뚜벅이인 나와는 달리, 번듯한 직장인의 느낌이 물씬 풍겼다.

나는 그녀의 차를 보고 잠시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오···.’

자동차가, 꽤나 고급스러웠기 때문이다.

롤스로이스나 람보르기니처럼, 상류층 전용의 아주 비싼 차는 아니었지만.

적어도 중산층 기준으로는 충분히 비싼 축에 속하는 차.

대충 BMW, 벤츠, 아우디쯤에 속하는 수준의 차를 그녀가 타고 있었다.

역시 금수저라서 그런가. 저런 차 하나쯤은 가지고 있는 모양이다.

“어서 와요. 생각보다 빨리 끝났네요? 방송 잘 봤어요.”

그렇게 송하라 쪽으로 다가가자, 그녀가 활짝 웃으며 나를 반겼다.

일을 끝마친지 얼마 되지 않았는지, 깔끔한 정장 차림을 하고 있는 게 보인다.

번듯한 직장인의 풍모와, 고급스러운 차까지 합쳐지니 마치 사회의 높은 이를 마주하는 느낌이었다.

···뭔가 사람이 좀 멀어 보이는 듯한 기분이다. 방구석 돈 많은 개백수 같았던 ‘qwer1’의 모습은 어디 갔단 말인가.

가끔씩 그리워질 거 같은 이름이었다.

“아, 넵. 반가워요.”

그래도 일단은 애써 괴리감을 지운 채 그녀의 차에 탑승했다.

폭신한 가죽 시트의 감각이 내 몸을 사로잡는다. 차가 좋아서 그런지, 승차감도 뭔가 남다른 느낌이었다.

솔직히 내가 차에 대한 관심이 없어서 잘은 모르겠지만··· 어쨌든 버스 좌석보다는 편안하니까 좋은 게 맞겠지.

그렇게 차에 탑승하자 그녀가 슬슬 출발하기 시작했다.

부우웅­

작은 배기음을 내며 안정감있게 앞으로 나아가는 자동차.

그녀가 정장 소매를 위로 걷은 채, 마치 엄청난 것에 집중하는 듯 묵묵히 핸들을 조종하기 시작한다.

“크흠, 오늘 덥지 않았나요? 일단 에어컨 틀어뒀어요.”

그러면서도 가끔씩 내게로 시선을 돌리는 것이··· 뭔가 기묘한 위화감이 들었다.

‘뭐지?’

마치 무언가를 원하는 듯한 모습.

핸들을 과장되게 꺾는 게 마치, 내가 뭔가를 해주길 원하는 것 같았다.

뭘까. 몸으로 말해요 게임이라도 하자는 걸까?

이렇게 운전하는 와중에?

그렇게 그녀를 보고 잠시 고민하던 나는, 이내 깨달을 수 있었다.

‘아하.’

어찌 보면 뻔한 짓거리였기 때문이다.

‘반응해달라는 거구나···.’

그렇다.

예전 세상에서 남자들이 자신들의 재력을 과시하듯, 그녀 또한 자신의 차를 과시하려는 것이다!

현대사회에서 재력은 곧 힘과 마찬가지였고, 그런 걸 과시하기에는 차만 한 것도 없었으니까.

그러기 위해 정장 소매를 걷어올려 팔을 내보이고, 승차감을 과시라도 하듯 핸들을 꺾는다.

저 감성을 조금은 알고 있는 나였기에, 어렵사리 알아차릴 수 있었다.

가만히 내버려 두면 계속 저럴 거 같아 나는 결국 반응을 해주었다.

그리 어려운 것도 아니었으니 말이다.

“그··· 차가 꽤나 좋아 보이네요. 차 시트도 푹신하고. 소음도 별로 안 나는 게. 타기 편한 거 같아요.”

“아, 그렇죠!”

그러자 곧바로 내쪽으로 고개를 돌리는 그녀.

기쁨이 섞인 반짝이는 눈이 나를 향한다. 끼이익! 차가 잠시 멈추면서 덜컹거린 건 덤이었다.

와 씨, 지금이 사람 적은 직진 통행로라 다행이지. 번화가 골목길이었으면 존나 큰일 날 뻔했다.

이런 내 걱정을 아는 건지 모르는 건지. 그녀는 반응해 줘서 기쁜 찐따마냥 주저리주저리 말을 늘여놓기 시작했다.

“사실은 이게 아우츠 e 클래스라는 차인데요. 반자율주행 기능이 탑재되어 있어서 운전자의 피로감을 덜어주고, 특히 승차감이랑, 차 배기음에 신경 쓴 제품이라 차를 타도 제집처럼 편안한···.”

“아니, 알았어요! 일단 앞에 보면서 얘기해요!”

역시 말끔한 정장에, 고급차를 탔더라도.

이따금씩 꼴불견인 모습을 보여주는 그녀였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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