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녀역전 세계의 야짤작가-100화 (100/125)

〈 100화 〉 100, 새로운 문제

* * *

“밤이 길어도 너무 길었군···.”

거사가 끝나고 이른 아침, 거의 밤을 새우다시피 한 나는 일어나서 중얼거렸다.

몸이 천근처럼 무겁다.

솔직히 이대로 기절해서 좀 더 자고 싶었지만, 조금 있으면 대실 시간이 끝나기에 침대에서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아래쪽이 뻐근하다. 마치 아랫도리에 달린 게 내게 아닌 것만 같은 기분. 거기만 감각이 따로 노는 듯한 기묘한 느낌이었다.

와 씨발, 아래쪽이 뻐근할 수도 있구나. 생전 처음 느껴보는 기묘한 감각에 나는 한동안 멍하니 있었다.

그러고는 속으로 생각했다.

‘두 명은 힘들구나···.’

응 두 명은 힘들구나. 그것도 꽤 많이.

보통 침대 위에서 야스를 할 때 이기는 쪽은 나였다. 상대적으로 그녀들의 절정 주기가 짧기도 하고, 적어도 이쪽에서의 체력만큼은 내가 위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에도 저번과 비슷하게 내가 이길 수 있을 줄 알았다. 설령 두 명이어도 내가 조금 무리하면 가능하겠지···그렇게 생각했다.

······전혀 아니었다.

한 명과 두 명의 차이는 그야말로 천지차이였다. 두 명이 된다는 것에서부터 체력 소모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된다.

일단 내가 쉬지 못한다는 게 가장 큰 문제였다.

예를 들어 내가 4발을 장전했고, 각각의 상대에게 두발씩 발사한다 치자. 보통의 경우에는 이 두 발 만으로도 상대방은 만족할 것이다.

연속적으로 했기에 상대방의 체력도 제법 떨어지고 충만감도 차오를 테니까.

하지만 두 명이 되면, 그럴 수가 없었다. 서로 번갈아가면서 하다보니까 다른 한 명이 쉬는 시간이 생기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내가 박는 동안 어느새 다른 한 명이 저장용량을 +1 추가한다···.

저절로 내 총알도 한 발 추가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절차를 몇 번 반복하다 보니 내가 지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무서운 것들···.’

나는 근처에서 옷을 갈아입고 있는 그녀들을 쳐다보았다. 새삼 역전 세상의 ‘여자’들의 성욕이 어떤지 체감할 수 있었다.

“와, 그래도 나름 재밌었네요. 나중에 또 할까요?”

“······ 나중에.”

이은별이 실실 웃으며 내게 물었다. 나는 대충 대답하며 손을 휘휘 저었다.

3P는 경험의 일환으로 끝내는 게 가장 아름답다. 이걸 밥 먹듯이 하는 놈들은 다들 미친놈들인 게 틀림없다.

고대 황제들은 대부분 단명했다는데··· 아마 이런 이유 때문이 아닐까.

미친놈들, 매일 궁녀들이랑 떡을 쳐대니 단명할 수밖에 없지.

뭐 어쨌든, 우리는 그렇게 대충 뒷정리를 마치고 밖으로 걸어 나왔다.

그리고 국밥집에 들러서 가볍게 식사를 마치고 헤어졌다. 다행히 그러는 동안 두 여성은 서로 갈등을 빚지 않았다.

오히려 여러 번 대화를 나누며 웃음꽃을 피우기도 했다.

역시 몸의 대화가 정답이었던 모양이었다.

누구라도 일단 서로 알몸을 보고 나면 편해질 수밖에 없을 테니까. 참으로 기쁜 일이었다.

다들, 어색한 누군가와 친해지고 싶다면 우선 옷을 벗고 알몸으로 부대끼자. 그럼 친해지겠지.

“잘 가.”

“네~”

“나중에 봐.”

그렇게 나는 피식 웃으며 집으로 돌아왔다.

우선은 잠이 필요했다······.

*

자, 그럼 이제.

이로써 가장 큰 문제는 넘어간 것 같았다.

가장 걱정거리가 많았던 양다리 문제가 스무스하게 해결된 것이다.

아니, 어찌 보면 해결을 넘어 대성공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남자의 로망 중 하나인 쓰리썸도 현실로 이뤄냈고, 그 둘은 서로 갈등 없이 연락처도 교환했으니.

그야말로 성공. 대성공이었다.

‘이제 내 집이 냉장고가 될 일은 없겠군.’

솔직히 언제 칼에 찔릴까 걱정하고 있었는데. 다행히 그 둘은 서로를 얼추 인정하는 모양이었다.

그럼 되었다. 마음속에 걸려있던 커다란 바위가 하나 떨어져 나간 기분이었다.

“······.”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삶이란 문제들로 이루어진 하나의 대 환장 파티였고, 설령 직면한 문제들 풀었다고 해도 곧장 다른 문제가 덮쳐오니까.

현실은 만화나 애니처럼 커다란 갈등하나 풀었다고 하하호호 행복하게 살았다는 엔딩이 없었다.

인생은 숨이 붙어있는 한 계속 이어지고, 나는 살아남기 위해 일을 해야 했다.

···그래, 일.

재밌게 놀다 왔으니, 이제는 다시 일상을 살아가야 할 때.

나는 내일을 살아가기 위해 다시 일을 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번 문제는 그 일에 있었다.

“···후.”

나는 S 바이러스 2화를 올리고 푸욱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히 이번 화는 분량도 많고, 스토리도 괜찮았으며, 꼴림도 확실히 챙겼다고 자신할 수 있다.

그럼에도 한숨을 쉬는 이유는, 작품 안에서 하나의 희생이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죽였다.’

누굴 죽였냐면, 내 아바타를 말이다.

아무도 모르게, 눈치채지 못하도록 작품 속에 등장하는 내 아바타를 죽였다.

컷도 고작 한 컷에 그것조차 좀비 무리에 가려서 잘 보이지 않는 수준으로 그려서, 무대에서 퇴장시켰다.

나름 좋아해 주는 사람이 많은 캐릭터였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어차피 재미로 넣었던 캐릭터니까.’

애초에 사용하려고 넣은 캐릭터가 아니었다. 그냥 여백 채우려고 대충 때려 박은 캐릭터지.

그러니 설령 다른 사람들이 좋아한다 하더라도 빠르게 퇴장시켜주는 게 낫다.

계획에 없던 캐릭터를 무작정 넣으면 전체적인 내용이 꼬일 수도 있는 일이니까 말이다.

그렇게 나는 게시물을 올리고 한동안 반응들을 살펴보았다.

이번화의 내용은 저번에 지하철에 갇혔던 주인공 일행들이 다음 역이 되자마자 탈출하는 내용을 그린다.

문이 열리자마자 달려드는 좀비들을 피해 지상으로 나간다.

당연히 그런 와중에 희생되는 희생자들도 많았다.

감염된 남자 좀비들에게 둘러 쌓여 윤간당하는 여성이 있는가 하면, 그 반대로 여성에게 둘러쌓여 강제 하렘을 당하는 남자도 있었다.

저번에는 세계관을 설명하느라 제대로 넣지 못했던 야스씬을 이번엔 아끼지 않고 퍼부었다.

최대한 꼴림에 신경쓰면서 그렸으니 소비자들의 아랫도리도 충분히 반응하리라.

[캬ㅋㅋㅋ 개꼴ㅋㅋㅋ]

[나도 제발 저기 보내줘 제발제발제바류ㅠㅠㅠ;;]

[나도 남자들한테 둘러싸여서 거칠게 따먹히면 좋겠다...]

다행히 달린 댓글들의 반응은 무척이나 좋았다. 야망가라 그런지 반응들이 하나같이 나사 빠지긴 했지만··· 일단은 좋았으니 됐다.

‘다행히 죽은 애 언급은 없네.’

나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저 새끼 왜 죽였냐고 발광을 해대면 어쩌나 했는데, 발광은커녕 일언반구조차 없었다.

하긴, 그럴만하지. 애초에 이제 2화라 정붙일 캐릭터도 없고, 초기 등장인물도 많았으니까.

거기서 한두 명쯤 사라져도 별로 눈치챌 일은 없었다.

설령 눈치챈다 하더라도, 고작 엑스트라 몇 명 죽였다고 발광할 이상한 년도 없을 테고.

어쨌든, 나는 만화의 반응을 확인하고는 곧장 침대 위에 누웠다.

뿌듯하게 오늘 할 일을 마쳤으니 이제는 빈둥빈둥 놀 생각이었다.

그렇게 싱글벙글하며 유튜브의 바다에 빠질려던 참이었다.

띠링­!

하는 소리와 함께 핸드폰에 알람이 울린다.

상단 바를 내려 확인해 보니 ‘qwer1’에게 문자가 와 있었다.

[qwer1: 아니;]

[qwer1: (사진)]

[qwer1: 뭐예요, 얘 왜 죽여요? 꼴리게 생겨서 충분히 살려놓을만했는데]

[qwer1: 아니 탈락시킬 거면 최소한 떡씬이라도 그려주시던가, 내가 얼마나 기대하고 있었는데ㅠㅠ]

채팅창을 보자마자 마치 속사포처럼 쏟아지는 상대방의 말.

그녀가 보낸 사진에는 내 아바타가 좀비들의 물결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나는 쓴웃음 지으며 생각했다.

‘여기 있네.’

고작 엑스트라 하나 죽었다고 발광하는 이상한 년.

저번부터 내 아바타에 계속 묘한 관심을 보이더니, 기어코 그 한 컷을 찾아내서 나에게 컴플레인을 걸고 있었다.

나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아니, 왜 그러지?’

등장인물 중에는 분명 나 말고 꼴리는 애들도 많을텐데.

헬스가 취미인 주인공 알파메일과, 인종적 다양성 위해 한국으로 유학 온 금발 갓양남.

그리고 내가 개인적으로 잘 그리는 흑인도 넣어주었다. 이 흑인의 고츄는 무려 27cm라 관심이 안 갈수가 없었다.

이렇게나 특색있는 캐릭터들이 많은데, 굳이 내 아바타에 관심가질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은 내 아바타에게 관심을 쏟아주고 있었다.

‘솔직히 기분은 좋긴 한데···.’

그와는 별개로 약간 부담스럽기도 했다.

‘무시할 수도 없고.’

그냥 댓글에 단 것이라면 무시할 수 있겠지만, 그녀는 직접 채팅창까지 찾아와 클레임을 걸었다.

게다가 상대방은 은근히 돈이 많은 물주님이기도 했으니, 무시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키패드를 톡톡 두드려 상대방에게 답장을 했다.

[hala: 죄송합니다. 저도 그리고 싶었는데 아무래도 제 역량이 부족했네요ㅠㅠ]

일단은 변명으로.

칸의 여백이 부족해서 따먹히는 씬은 그리지 못했다. 변명으로는 충분한 말이었다.

그리고 시발, 누가 자캐딸딸이로 내가 따먹히는 씬을 그리겠나.

나르시시즘에 걸린 게이라도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qwer1: 아니 그러면, 우선은 살려뒀다가 나중에 그려도 괜찮지 않아요?]

[hala: 사실은 원래 계획에 없던 캐릭터라ㅠㅠ 혹시 넣었다가 내용이 꼬일까 봐 뺄 수밖에 없었어요]

여기서는 사실대로 말했다. 사실, 야망가에 뭐 스토리 꼬일 게 있겠냐마는··· 어쨌든 계획하지 않은 등장인물인 건 확실했으니.

작가가 못 그리겠다는데 뭐 어떻게 할 건가.

[qwer1: 알았어요.. 그럼 어쩔 수 없죠]

다행히 상대방은 이걸 이해해주는 듯 보였다. 나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휴.’

솔직히 좀비로라도 등장시켜서 야스씬 그려달라고 하면 어떻게 하나 싶었는데··· 그래도 그런 걸 요구하지는 않는 모양.

언뜻 보면 예의없어 보이는 인간인데 그러면서도, 정작 이런 작품 관련한 문제에서는 철저히 영역을 지켜주었다.

여러모로 신기한 인간이었다.

[hala: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뭐 어쨌든, 이걸로 내 아바타 문제도 해결된 듯하니 나는 다시 유튜브에 빠지려고 했다.

요즘 블랙박스 사고 영상이 그렇게 재밌다.

도로에서 보복운전을 하는 미친놈들이 사고 날 때면, 과실 100:0이 나올 생각에 없던 자궁도 큥큥 거리는 기분이었다.

네가 좆같이 운전해서 난 6중 추돌사고! 폐차된 2개의 차! 전부 네 돈으로 갚아야 한다!

“큭큭.”

그렇게 싱글벙글하며 블박 영상을 틀기 전이었다.

띠링­하며, 다시금 문자가 날아온다.

[qwer1: 잠깐만요, 그러면 커미션 신청이라도 할 수 있나요?]

[hala: ?]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갑자기? 이 타이밍에?

커미션이라니?

‘얘가 신청하는 건 정상이 없는데···.’

스멀스멀, 안쪽에서 불안감이 올라왔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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